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51)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51화(51/221)
51. 연구 (5)
51. 연구 (5)
한국과고는 총 3단계의 단계를 거쳐서 신입생을 선발한다. 1단계는 서류, 2단계는 문제 해결력 검사, 3단계는 과학캠프 및 면접이다.
많은 학생들이 서류에서 걸러진다. 서류에서 합격한 학생들도 실제로 문제 해결력 검사에서 대다수가 탈락하는 실정이었다.
다행히 이재성은 ‘중학생 화학올림피아드’ 수상 경력을 인정받아 올림피아드 전형으로 1단계가 패스되었다. 그렇게 2단계를 거쳐 3단계인 과학 캠프까지 무사히 잘 마치고 합격을 꿈꾸고 있는 가운데, 복병을 만났다.
‘가만보자…올림피아드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이네요? 화학 금상?’
‘네! 화학을 평소에 좋아해서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흐음…’
면접관은 이재성의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번갈아보기 시작했다. 나이가 지긋하게 든 면접관 3명이 앞에 있다보니 이재성도 절로 심장이 뛰는 듯 했다.
나이가 10살이나 차이나는 형의 존재는 이재성에게 있어 우상과도 같았다. 형이 하는 모든 것들이 다 멋있어 보였다. 과학고 한 번 지원해볼걸, 이라고 아쉬워하던 형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꼭 합격하고 말테다.’
물론 과학고에 입학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평소에 학원을 다니지 않던 이재성이 스스로 어머니에게 ‘과고 입시 준비반’을 보내달라고 할 정도로, 그만큼 과고에 들어가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하나씩 이뤄나갔다. 올림피아드에서 상도 받고, 수학이랑 과학 성적도 나름 잘 받아놨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건 ‘한국 과고 합격증’이었다.
‘성적이 애매한데…선행은 얼마나 했어요?’
‘네?’
‘선행 공부 말이에요. 여기 학교 학생들은 선행은 기본적으로 하고 오는지라.’
껄껄 웃으며 이재성에게 물은 면접관은 한국과고 학생들의 수준을 언급하며 선행 여부를 물어봤다. 당연히 수학, 과학 질문이 들어올거라 생각한 이재성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선행은 끝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그럼 여기 보니까 화학 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았는데 그럼 나중에 화학쪽으로 뭘 연구 하고 싶어요?’
‘저, 저는 나중에 제약회사에 들어가서 신약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면접관들이 서류에 뭔가를 체크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재성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망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니터 창에 붉은 글씨로 ‘불합격’이라고 뜬 창으로 실현되었다. 과학고에서 원하는 건 과학발전, 그 중에서도 기초 과학쪽 인재 양성이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의학쪽은 다들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제약회사는 의학보다는 화학 관련으로 보는게 적합하겠지만… 이재성과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이 발에 채이는게 현실이었고, 더 면접관의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한 학생이 선발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나중에 입시 커뮤니티에 떠도는 합격자 입결을 봤을때, 이재성은 올림피아드 전형 중에서도 내신 성적이 압도적으로 낮았다. 한마디로 다른 과목의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이재성이 받아들이기엔 무리였다. 그래서 그는 삐뚤어지기를 택했다. 한국과고가 날 버린게 아니라, 내가 한국과고를 버렸다고.
“한국과고 뭐 별거 있나? 그냥 지들이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멍청이들만 모아놓은 곳 아닌가?”
“재, 재, 재성아, 그,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아, 안되지!”
“그러게. 니 말이 맞을지도.”
싱거운 내 대답에 이재성과 이재형이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나는 콜라를 쭉 들이키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과고에 입학했다는 학생들 중 스스로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극소수다. 아마 그 마저도 시험 성적을 보고 자존감이 내려갔을 뿐이지, 진심으로 자신의 지능을 의심하는 학생은 없을터였다.
하지만 이재성이 한 말이 아예 틀렸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학기 초에 있었던 일들과 전생에 있었던 일들을 종합해보면…오히려 똑똑한 거 하고는 먼 것 같기도 하다.
갑자기 내가 순순히 인정해버리니 이재성도 할말이 없어진 듯 입만 뻥끗거리고 있었다. 가만보니 내가 뭐라 말하면 받아칠 말을 머릿속으로 수십개는 시뮬레이션을 돌린 것 같은데…굳이 여기서 입씨름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그보다 네가 쓴 논문이 더 궁금한데.”
그래, 내가 궁금한 건 이재성이 한국과고 입시 실패담이 아니라, 이재성이 관심있어하는 그 분야였다. 정확히는 이재형과 같이 연구한 소논문 형식의 글이었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내 말에 이재성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논문? 무슨 논문?”
“아, 그, 그, 우리, 전에 연구, 했던 거! 연령별로 뇌랑 신경전달물질, 인지정도!”
이재형이 띄엄띄엄 말했지만, 이재성은 찰떡같이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이재성은 여전히 날을 세운 모습으로 말했다.
“근데 그게 왜 궁금한데? 과고에선 그런 거 안 가르쳐주나?”
“응. 안 가르쳐줘. 그래서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거야.”
“? 나한테?”
“응. 이 분야에 대해서는 네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전생에 내가 연구에 실패했던 이유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생각만이 정답이고, 나머지는 다 틀렸다고 생각했다.
‘설령 틀린 답이었을지라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 시절의 나는 너무 하나만 생각할 줄 아는 헛똑똑이였다.
“솔직히 말할게. 나도 뇌 분야에 관심이 많아. 나중에 치매 관련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싶기도 하고.”
“…치매?”
“그런데 지금 내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어. 그래서 네 의견이 필요해.”
과거로 회귀하고 난 뒤, 비록 한 학기를 보낸 시점이었지만 나는 변해있었다. 내 의견만 고집하고 혼자서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에 대한 답변인지, 내 주변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야. 이거.’
‘응? 이게 뭔데…설마 이걸 벌써 알아냈다고?’
곽진환은 상상 이상의 천재였나보다. 내가 전생동안에 몇 년을 고생시키던, 그러나 결국 찾아내지 못했던 패턴 분석을 얼추 끝낸 상태였다. 곽진환은 여전히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나를 대하곤 했지만, 이렇게 자기가 진행한 연구 결과를 들고 올 때면 묘하게 유해지는 모습이었다.
‘곽진환이 가지고 온 데이터를 가지고 이제 실제 실험을 해 볼 차례야.’
솔직히 말하자면 곽진환이 데이터 분석을 위해 사용한 수식들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리만 측정법을 갖춘 정보 공간에 대한 논문을 참고했다는데… 그저 녀석과 나의 벽을 느낄 뿐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 벽을 넘을 필요는 없었다. 전생의 나였다면, 이런 천재들을 볼 때마다 바득바득 이기려고 달려들었겠지만…지금은 이제 내 든든한 벽이 된 셈이었다. 의지할 수 있는.
이제 내가 할 일은 곽진환이 수식으로 예측한 데이터값을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하기만 하면 됐다. 전생에 수 년을 고생하던 게 불과 두 달도 채 안되어서 해결이 된 셈이었다.
그러니 나는 적극적으로 천재들의 두뇌를 이용할 셈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치매 치료이지 천재 넘어서기가 아니니까.
“미안한데, 난 너랑 같이 연구할 생각 없다.”
하지만 이재성은 호락호락한 인간이 아니었다. 같이 해봤자 이득이 없을거라 생각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한국과고 학생하고 같이 있기를 원치 않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딱 잘라 거절했다.
“애초에 내가 너랑 같이 의논하고 연구한다고 해서 나한테 뭐가 이득이지?”
“네가 생각하지도 못하던 걸 내가 이야기할 수도 있지. 그래서 네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는 거고.”
“하, 웃기네. 지금도 아이디어 없어서 나한테 빌붙으려는 주제인데 니 아이디어가 나한테 가치가 있을까?”
“그건 모르는 거지. 쓰레기 같아 보이던 아이디어도 나중에는 모두가 놀라는 아이디어로 바뀌는 게 과학계니까.”
정말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도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고전 물리학에 도전했다. 그 당시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지고 있었다.
“뭐, 그래봤자 나는 너랑 같이 안 할 거니까. 알아서 잘 해보시든가.”
“왜? 내가 한국과고 학생이어서? 너보다 화학도 못 하는데 과고에 입학한 게 아니꼬와서?”
“지랄.”
그 말을 끝으로 이재성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이재형이 당황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미, 미안. 도, 동생이, 좀, 서, 성격이,”
“네. 싸가지가 없네요.”
놀란 이재형을 뒤로한 채 쯧, 가볍게 혀를 찬 뒤 버거를 한입 베어 물었다. 전생의 나도 저랬을까나.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버거 세트를 다 먹은 뒤, 나도 자리에 일어났다.
“형. 얼른 연구하러가요.”
“으, 응!”
이재형은 허겁지겁 버거를 마저 먹고는 나를 뒤따라왔다. 우리는 곧장 연구실로 향했다.
“그, 그, 혹시, 아까 기분 상, 상했으면, 내가, 잘 말해볼게.”
“아 괜찮아요. 어차피 조만간…”
싫어도 다시 만나야 하거든요. 나는 여름학교에서 이재성이 나를 만나 어떤 표정을 지을지 조금 궁금해졌다. 정확히는 대학원생 수준의 내 화학 실력을 보고 벽을 느낀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가.
조금 발걸음이 가벼워진 듯했다.
*
“자, 모처럼 다 모였으니까 몇 가지 이야기해 볼까 하는데.”
연구실에 들어가니 우리를 제외한 모든 연구원이 자리에 모인 상황이었다. 박성민은 반갑게 우리를 보며 “노예1, 2 얼른 와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재형은 그 말에 “네! 노예 1 갑니다!”라며 뛰쳐갔다.
…다들 이상해…무서워…
“이미 각자 역할은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박성민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 연구자인 박성민은 이 연구를 이끄는 항해사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대학원생으로 이 연구에 참여한 이재형은 주로 실험, 데이터 수집, 분석, 연구 보조 작업 등의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 외에도 실험 장비를 관리하고 연구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 즉 뇌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정리하는 전문 연구 기술자를 맡고 있는 여자 연구원과 연구 예산 및 IRB 승인 등 관리와 조정을 맡고 있는 남자 연구원까지.
“그리고 여기 있는 학생은…공동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데이터 샘플이다. 귀한 샘플인만큼 다들 소중히 대하도록.”
“제가 무슨 실험동물입니까…”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기는 박성민을 보며 연구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아까 박성민 직속 노예, 아니 직속 제자나 다름없는 이재형을 통해 박성민이 어떤 연구를 주로 하고 있으며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긴 들었다만…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었네.’
연구자로서의 박성민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여전히 선생님 때처럼 온화하고 재치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연구 방향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눈빛부터가 달라졌다.
“다들 내가 천재성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을 거고, 오늘은 화학 물질에 대해 지난번에 이어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전에 나왔던 데이터 간단하게 정리하면 어떻게 되지?”
박성민의 말에 이재형이 줄줄 말하기 시작했다. 긴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외운 모양이었다.
“모노아미나산화효소 억제제(MAOIs)를 투약한 쥐한테서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수치가 올라간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부작용은?”
“발작, 불안 증상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전에 연구했던 영유아 운동능력과 뇌 발달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되었지?”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가면서 단순 노동활동을 시켰을 때 소뇌 부분이 활성화되는 걸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피노소뇌(Spinocerebellum) 부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재형은 거침없이 말했다. 그런 모습이 놀라울 법도 한데 팀원들은 그저 일상적인 모습인 양 받아들이고 있었다.
“흠, 아직 소뇌의 발달이 천재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더 실험을 해야 하는데..”
박성민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곤 나를 봤다.
“만덕아.”
“네?”
“저기 한번 들어가보자.”
“?”
박성민은 손으로 옆 방에 놓여있는 기계를 가리켰다. 전생에도, 현생에도 너무 익숙한 기계. fMRI였다.
“어… 제가 왜요?”
“왜냐니. 그야, 실험 데이터가 필요하니까?”
“저, 저는 연구원으로 여기 있는 건데요? 분명 아까 선생님도-”
“씁.”
박성민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책임 연구원님이다.”
“…!”
이 사람, 결국 이러려고 부른 거였나…!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오른쪽, 왼쪽에 팔짱을 낀 이재형과 박성민에게 연행되어 기계가 있는 방으로 끌려갔다.
“드디어 데이터다운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는가!”
“너무 떨립니다 책임 연구원님…!”
일단 나를 하얀색 원통인 스캐너 속으로 집어넣은 뒤 바로 앞 제어실로 들어간 둘.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스캐너 위에 누웠다. 하얀색 기계속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다짐했다.
‘반드시 머리카락 뽑아버린다.’
두 명 다. 그렇게 기계의 검사를 끝낸 나는 비장한 눈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 뇌는 대체 뭐야?”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둘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