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67)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67화(67/221)
67. 각자의 사정 (3)
67. 각자의 사정 (3)
“한국과고라···”
“어머, 한국과고면 우리 한-”
“집에 가는 길에 괜히 시간을 뺏은 것 같아 미안하군. 태워주겠네. 가지.”
남자는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안그래도 입실 시간이 다가오던 탓에 불안하던 때였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아버지 데리고 집으로 가. 아버지, 좀 있다 뵙겠습니다.”
“지, 집이요? 요양원이 아니라요?”
남자는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여자는 별다른 반박도 하지 못한 채 노인을 차에 태웠다. 노인은 더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한국과고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겠군.”
“하하, 감사합니다.”
차에 타자마자 한 말이 공부 관련이었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비단 이 남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두가 한국과고라는 말에 이런 반응을 보이곤 했으니까.
“부모님이 뿌듯해하시겠어.”
“아···네. 그렇죠.”
단지 이 남자의 말은 조금 의뭉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보통은 부러움, 동경어린 목소리나 대견하다는 듯이 말했다면, 이 남자는 말과 표정이 일치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품위있어보이지만, 나를 탐색하는 듯한 시선이 계속 이어졌다. 입고 있는 옷, 신발, 소매 끝과 같은 곳들을 살피는 모습.
우리는 차 안에서 다소 텁텁한 공기를 느끼며 침묵했다. 밖에서 봤을 때도 고급차라는걸 알 수 있었지만 내부는 훨씬 더 고급스러웠다. 박성민의 차보다도 그 단계나 수준이 더 위쪽이었다.
“아까 보니 아버지를 잘 대하는 것 같던데. 치매 환자를 돌본 적이 있나?”
“아···제가 돌본 적은 없고 같이 살았던 적은 있었습니다.”
“어쩐지, 대화나 다루는 게 능숙하다 싶었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일을 회상하는 듯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그는 불쑥 질문을 던졌다.
“오늘 일은 못봤던 걸로 해주면 고맙겠네.”
“네?”
못봤던 일로?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애초에 이 남자랑 나는 초면일 뿐더러 앞으로 마주칠 일도 없을터였다. 그런데 굳이 다음일을 기약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애도 거기 다녀서 말이지. 한국과고 말일세.”
“네? 저희 학교에요?”
그 순간, 아까 노인의 핸드폰에 걸려있던 키링이 떠올랐다.
“최한별이라고, 아마 같은 반일텐데.”
“아.”
그제야 아까의 떨떠름한 반응이 이해가 갔다. 콕 집어서 1학년 1반이라고 말했던 것도.
“물론 치매 환자가 있다는 게 부끄럽거나 숨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괜한 소문이 도는 것도 원치 않네.”
“네. 걱정 안하셔도 돼요.”
부끄럽거나 숨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말할 일도 아니다. 게다가 가뜩이나 최한별에 대한 소문이나 정보는 학교 내에서도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기에···
‘뭐가 되든 애들 사이에선 가십거리로 사용하기 딱 좋겠지.’
학교라는 곳은 꽤나 폐쇄적인 공간이다. 하루 종일 학교에 있다보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세상과 단절된 삶을 보내게 되었고, 이는 지루한 일상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지루한 일상 속에서 이러한 소문들은 학생들에게 큰 자극이기도 했다. 실상은 별것 없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가뜩이나 요즘 컨디션이 안좋아보여서 말야.”
“최한별이요?”
“우리 애랑 많이 친하나?”
나는 남자의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최한별이랑 친하다고 묻는다면···글쎄. 적어도 친구라고는 이야기 할 수 있는 관계였다.
“친구에요.”
“그래? 다행이군. 애가 워낙 말도 없고 붙임성이 없어서 친구가 없으면 어떡하나 고민했는데 말이지.”
“하하···”
최한별의 이미지는 집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볼 때도 붙임성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면 집에서도 살가운 성격은 아닐테니 말이다.
나는 친구 아버지 앞에 있어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감이 안왔다.
맞습니다. 최한별이 붙임성이 없죠, 라고 말하면 부모 앞에서 자식 험담하는 꼴이다.
아니에요, 그래도 말도 잘 하고 애들이랑 잘 지내요, 라고 말하기엔 최한별도 아싸이긴 하다.
물론 자발적 아싸라기 보단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때문이긴 하지만···멀리 놓고 보면 아싸에 속하긴 했으니까.
“그, 그래도 애는 착해요.”
“…”
결국 긴 고민 끝에 나온 말이었지만 남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위기가 더 악화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 걸.
“착한 건 아무 소용이 없지.”
“네?”
“착해봐야 이용만 당할 뿐이니까.”
뼈가 있는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옆에서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그의 모습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최한별이 어떤 집에서 자라왔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 만덕 학생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나?”
“아···그냥 시골에서 농사 지으십니다.”
“…? 시골?”
정확히 말하면 농사를 짓긴 해도 우리 땅에서 짓는 건 아니었다.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면 가서 도와주고 일삯을 받는 식의 생활. 하지만 그런 세세한 상황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최대한 뭉뚱그려 말했다.
“하하···그렇구만.”
하지만 남자는 허탈하게 웃었다. 무슨 농사냐, 어디 지역이냐, 그런 질문은 일체 하지 않고 단지,
“힘들게 살아왔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건 그의 입장에선 힘든 상황이었다. 농사를 짓는 것 안에도 다양한 상황이 있다는 걸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엔 다 똑같은 사람이었으니까. 문득 그의 손목에 채워진 고급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침묵 속에서 어느덧 차는 한국과고에 도착했고, 나는 감사인사를 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는 떠나기 전, 품 속에서 지갑을 꺼냈다.
만원짜리 지폐들과 그 위에 올려진 명함.
[연서 병원 신경외과장 최강석]“힘든 일 있으면 편하게 연락하렴.”
그것이 나와 최강석의 첫 만남이었다.
*
방학이 끝나 아쉬워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학기 중간고사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김진수는 밤마다 문제를 두고 토론하며 협력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지수함수랑 로그함수의 관계가 역함수 관계인지를 염두에 두고 풀면 좋아.”
“굳이? 어차피 이 문제에선 로그 함수 개념이 안쓰이는데도?”
김진수는 다른 과목들 중에서도 수학 부분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기존에 나와있는 기출문제들은 곧잘 풀다가도 숫자를 조금 바꾸거나 중간에 한 번 꼬아두면 어김없이 틀리곤 했다.
“어차피 너 여기 있는 문제들 다 한번은 풀어봤을거 아니야. 풀이과정도 알고 있을거고. 그런데도 왜 점수가 안 오르는거라고 생각해?”
“어···문제를 덜 풀어서?”
머쓱한지 뒷통수를 긁으며 이야기하는 김진수.
“사실 과외쌤한테도 이야기 했었거든. 수학 점수가 너무 안 올라서 답답하다고. 과외쌤 말로는 아직 내가 문제를 덜 풀어서 그런거라고 하시던데? 더더더 노력하라고.”
“그 과외쌤은 너 문제 푸는 걸 보신 적은 있으시고?”
“어? 당연···하지?”
김진수는 말꼬리를 흐렸다. 강하게 확신하는 말과 다르게 말투는 애매했다. 그는 미간을 좁히며 갸웃하더니 “없나?” 라고 중얼거렸다.
“무슨 과외쌤이 문제 푸는 걸 지켜보지도 않아? 진짜 족집게 강사 맞아?”
“야! 당연하지! 그리고 생각해봐. 시급으로 치면 25만원. 토요일마다 2시간씩 수업해주시니까 200만원짜리 수업이라고. 1분 1초가 돈인데 어떻게 그 시간에 문제를 풀고 앉았냐? 미리 다 풀고 와서 모르는 걸 물어봐야, 하나라도 더 뽕 뽑는거지.”
“자, 잠깐만. 얼마라고? 이백?!”
순간 말도 안되는 금액에 말문이 턱 막혔다. 미래였어도 200만원 과외는 비싼 축에 든다. 더군다나 지금은 2009년. 200만원 과외비는 비싸도 너무 비싼 금액이었다. 이런 내 반응을 본 김진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 진짜 세상 물정 모르는구나? 나는 그 중에서도 저렴한 편이야. 다른 애들 중에는 300넘게 부르는 애들도 많다고.”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필요가 있냐니?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미래를 위한 투자인거지, 투자!”
김진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사교육 이야기를 할 때면 묘하게 열정적으로 변하는 김진수였다.
“생각해봐. 지금 당장은 아깝겠지만 이걸 통해서 내가 의대에 갈 수 있다면? 그럼 지금 쓴 이 돈들은 다 회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 돈 몇 푼 아깝다고 아끼다간 이도저도 안되게 된다는거지. 차라리 그럴 바엔 이번 2년만 바짝하고 끝낸다! 라는 생각으로 다들 투자하는거고.”
“돈 몇 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큰 돈인데. 차라리 그 돈을 아껴뒀다가 나중에 진짜 하고 싶은게 생겼을 때 사용해도 되잖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미래라고 해서 생기겠어? 원래 사람은 다 때가 있는 법이야. 공부할 수 있을 때 안하면 한이 맺힌다고 그랬다고. 나중에 가서 ‘아, 그때 그 강사한테 과외를 받았더라면!’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김진수의 말이 틀렸다고 볼 순 없었다. 어떻게 보면 늘 계산적인 김진수였던 만큼, 이 모든 걸 계산 안했을리도 없고.
“요즘은 학생 컨디션을 조절해주는 전문 심리 코치도 있다나봐. 물론 나같은 평민은 그런 것까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야.”
“무슨 애 기분까지 돈 주고 맡긴다냐···”
“뭐래. 너가 애늙은이같아서 그렇지 원래 수험생들만큼 정신병 많은 시기도 없거든? 우울증, 불안증세, 공황장애-”
“됐고. 이거나 마저 풀자. 곧 있으면 점호야.”
하나씩 병명을 읊으려는 김진수의 말을 자르고 다시 수학 문제 풀이에 들어갔다.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이해주면서도 머릿속엔 지난 주말때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힘들게 살아왔네.’
최한별의 부친, 최강석은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힘들게 살아왔다고.
나는 곰곰히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보일러비를 제때 못 내 찬물에 샤워를 했던 일, 반찬이라곤 김치뿐이었지만 그마저도 맛있게 먹던 일.
가진 게 없었지만 부족하다고도 딱히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상황속에서 나는 힘들었던가? 아니, 전혀.
오히려 힘든 건 과학고에 입학하고 난 이후였지, 그 시절은 힘들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표정이 그렇게 심각해?”
“별 생각 아니야. 옛날 생각 좀 하느라.”
“옛날 생각? 초딩때?”
김진수의 말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나왔다. 힘들었던 과학고 시절은 지금 내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고딩 때 일 좀 생각하느라.”
“뭐래. 지금 고딩이면서. 얼른 이 문제나 풀어봐.”
그날 나는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김진수의 문제 풀이를 도와줬고, 신이난 김진수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그렇게 룸메이트 동맹은 중간고사 전날까지도 밤을 불태우며 지속되었고, 2학기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
박민철은 흡사 빛이 나는듯한 김만덕의 성적표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부동의 1위.’
이번에도 김만덕은 전교 1등의 자리를 지켜냈다. 이 사실을 안 교무실의 교사들은 “뭐, 그럴 것 같았어요.” 라고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할 뿐이었다. 1학기 중간고사를 치고 성적이 공개되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네? 그 사배자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 말하시는거에요?’
‘보니까 학원도 안다녔다고 하던데···진짜 1등 맞아요?’
‘뭐, 가끔가다 그런 애들이 있긴 하죠. 잠깐 1등했다가 다시 제 등수로 돌아가는 아이들.’
살면서 수없이 많은 학생들을 봐온 교사들인만큼 그들에게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가 있었다. 다른 말로 하면 선례, 혹은 ‘너희 선배 중에-’ 라고 불리는 이야기들.
김만덕처럼 사배자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매년 있었다. 그 중에는 진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애도 있었지만, 평범한 경제적 상황에 특수한 상황의 집안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게 진짜 흙수저들은 애초에 이런 전형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으니까.
‘있어도 쉽게 지원할 생각을 못했지.’
입학은 하더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저 깔아주기 위해 존재하는 학생이 될 바엔 그냥 일반고등학교에 가는게 나을 수도 있었다. 한국과고라고 해서 전교 꼴등도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김만덕은 살아남았다. 선행학습은 기본, 주말에 학원을 밤낮으로 돌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사교육의 도움 일절 없이, 자신의 힘으로.
그 모습을 보며 교사들 사이에서도 김만덕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바뀌어갔다. 처음에는 흙수저였다가, 그 다음에는 천재, 그리고 노력하는 천재로.
‘전에 보니까 만덕이가 주말에도 제일 늦게까지 공부하고 간다고 하더라고요. 오전 자습때도 일찍 와서 공부한다고 하던데요?’
‘얼마나 열심인지, 전에 저한테 질문을 하러 왔는데 그때 들고온 문제집이 헤질정도로 너덜너덜해져있더라고요.’
‘하여간 머리도 좋은데 노력까지하니, 1등을 안하고 배기겠어요?’
거기다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그의 특수한 환경은 교사로 하여금 더욱 응원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이제 김만덕의 입지는 학교에서 압도적이었다. 학생들한테나, 교사들한테나 동등하게.
“네. 선생님.”
“그래, 앉아봐라.”
박민철은 그런 제자가 자랑스러웠다. 그렇기에 더더욱 단호해질 필요가 있었다. 간혹가다 좀 별난 학생들 중 일부가 진로 선택을 앞두고 딴 길로 빠지는 경우도 있었기에.
“축하한다. 이번 중간고사도 1등이다.”
“감사합니다.”
김만덕 역시 별난 학생 중 하나였다. 1등이라는 말에 놀라지도 않고, 덤덤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그래 오늘 부른 이유는 다름아니라 이제 입시 상담을 할 때가 되어서 말이다. 과고같은 경우에는 조기 졸업이 가능하니까. 그래, 생각해둔 대학이 있니?”
박민철은 김만덕이 1학기때 적어 냈던 학생 상담 카드를 꺼냈다. 김만덕은 [희망대학] 칸을 빈칸으로 냈었다.
“보니까 빈칸으로 냈던데, 따로 생각해 둔 대학이 없는거냐? 이런말 하면 오히려 악영향이 될까봐 걱정된다만, 네 성적이면 서울대 의예과도 노려볼 만 하다.”
“의예과요?”
“그래. 과학고에서 의대를 가는 건 막고 있지만···학생이 가겠다면 말릴 수는 없으니까.”
박민철은 다소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김만덕같은 우수한 인재가 의대쪽으로 빠지길 원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이 쪽이 김만덕의 사회적 지위를 올려줄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김만덕은 우수한 학생이다. 그 말은 성적이 우수하다는 뜻. 박민철은 김만덕이 이 사실을 이용하길 바랐다. 그러나 김만덕은 단호했다.
“전 의대 안 갈건데요.”
“의사가 예전만큼 돈을 잘번다고 보장할 순 없지만 다른 직업군보다는 확실히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다.”
“돈···”
기초과학쪽에 매진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도움이 될거다. 하지만 그 과정동안은 다시 힘든 시기가 있을 터였다. 애초에 김만덕이 하려는 전공은 생명과학쪽. 다른 전공들 중에서도 생명과학과 연구는 금수저 집안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가능하곤 했다. 그게 아니면 연구원이랑 다른 일을 투잡으로 뛰던가.
김만덕은 말이 없었다. 그는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고정하더니 이내 내게 물었다.
“의사가 돈을 많이 버나요?”
“어? 어. 많이 벌지. 아마 전공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잘 나간다면 억대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거다.”
“억대라···연봉 기준인가요?”
“…? 그렇지?”
억대 연봉을 받는 직업은 흔치 않다. 김만덕은 박민철의 대답을 들은 뒤, 씩 웃으며 말했다.
“많이 버네요.”
“그렇지? 그럼···”
김만덕은 학생 상담 카드를 가져갔다. 그리고 옆에 있던 펜으로 대학을 적었다.
[Harvard University]“근데 제가 벌 것보다는 적네요.”
김만덕은 단순한 별난 학생이 아니었다. 난 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