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71)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71화(71/221)
71. 영입 (3)
71. 영입 (3)
월요일 오후, 오늘은 자율동아리 ‘뇌생공’의 활동이 있는 날이었다. 2학기에 접어들면서 활동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모처럼 김영재가 동아리를 소집했다. 정확히는 나만.
‘뭐? 동아리 하러 간다고?’
‘이제 과학의 날 전시도 없지 않아?’
이인성과 이인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지만 내가 답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를 부른 건 김영재였으니까.
‘뭐, 안 봐도 무슨 일 때문에 부른 건지 뻔하지만.’
드르륵, 소리를 내며 문을 열자, 그곳에는 이미 김영재가 있었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동아리실에는 한기가 가득했지만, 김영재 주위로는 열기가 가득했다. 그만큼 그는 극도로 흥분상태였다.
김영재는 나를 보자마자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카이스트라니? 연구라니!”
“전화로 이야기했던 게 다에요. 카이스트 김성진 교수님께서 같이 연구를 해보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그러니까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건지 궁금해서 부른 거지!”
전화상으로는 간단하게만 설명했던 탓에 김영재는 궁금해서 안달이 난 상태였다. 문자로 다 설명하자니 내용이 너무 길고, 또 전화로 이야기하자니 기숙사 입실 시간에 걸려서 결국 전화도 못 했기 때문에 그는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았어요? 그때 형 연구노트랑 포트폴리오 빌려 갈 때 얼추 말했잖아요.”
“그때야… 그냥 네가 인맥이 워낙 넓으니까 아는 사람한테 보여주려는구나, 하고 넘어갔지. 설마 그게 이렇게 개인 연구라는 어마어마한 일로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고.”
“그렇게 엄청난 건 아닌데…”
“엄청난 거 맞거든?”
내 말에 빠르게 반박하는 김영재. 그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과학의 날 전시 때 제가 발표했던 내용을 보시고 인상 깊으셨나 봐요. 그래서 그거 보고 연구 제안해 주셨어요.”
“과학의 날 전시 때 오셨대?”
“아뇨. 그날 발표했던 거 카이스트 신문에 실렸었거든요.”
뭐? 미간을 찌푸리며 김영재가 되물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그는 아직 신문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듯했다.
‘하긴, 카이스트 학부생이라고 다 읽는 것도 아닌데 일반인들이 굳이 그 기사를 찾아볼 일은 없지.’
그렇기에 엄연히 따지면 단지 내가 카이스트 신문에 실렸다는 것만으로 김성진에게 연구 제안을 받기는 힘들었을 거다. 그전에 있었던 박성민과의 컨택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와… 진짜 인생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거구나. 내가 카이스트 교수님이랑 같이 연구를 하게 되다니.”
“그런데 교수님이랑 같이 연구를 한다고 말은 했지만, 아마 기대하시는 거랑은 좀 다를지도 몰라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김영재를 바라봤다. 대부분의 많은 고등학생이 부푼 꿈을 가지고 대학교에 입학한다. 내가 원하는 분야의 연구를 맘껏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던 주제와는 상관없는 연구를 진행하는 일도 비일비재했고, 교수가 따오는 국가 혹은 기업의 과제들을 중심으로 연구실이 굴러가곤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수가 주체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마 이번 연구에서 교수님은 어디까지나 참조인 역할일 가능성이 커요. 애초에 저희가 하는 연구에 연구비가 따로 붙는 것도 아니고 교수님 앞으로 큰 과제들이 많을 테니까요.”
“그럼 어떡해? 우리끼리 연구하라고?”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걸 보니, 김영재는 예상치 못한 결론에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뭘 새삼 걱정하고 그래요. 저희 저번에도 잘했잖아요?”
“저번?”
“과학의 날 전시 때요.”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과학의 날 전시는 끽해야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행사이고, 교수님 밑에서 연구하는 건 어떻게보면 진짜 학술지나 학회지에 실릴 수도 있는 거고.”
김영재는 생각보다 대학교 연구실에 대한 환상이 많은 듯했다. 정작 이렇게 꿈을 품고 갔던 그가 몇 년 동안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유전 공학 연구를 못하고 나중에야 성과를 얻어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이미 연구실에서 구를 만큼 굴렀던 나는 환상도 꿈도 없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현실적인 대안을 세울 수 있었다.
“선배. 뇌생공 동아리에서 했던 연구나 교수님 밑에서 하는 연구나 본질은 똑같아요.”
“어?”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것. 그것 말고 더 있겠어요?”
김영재는 유전자 편집 기술, 그중에서도 CRISPR-Cas9에 대해 더 알아내려고 했다.
나는 치매의 본질적인 원인을 알아내 그것을 해결하는 것. 그것이 내 목표였다.
‘목표만 뚜렷하다면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과거 해외 유학을 가지 못했던 나에게 김성진 교수가 곧잘 하던 말이었다. 정작 그는 MIT대 출신이라는 점이 조금 모순적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힘이 되던 말이기도 했다.
나는 문득 김성진과 나눴던 해외 유학에 대한 대화들을 떠올렸다. 그는 내가 낸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추천서를 작성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만 믿고 아무 준비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혹여라도 김성진의 마음이 바뀌어서 하버드나 MIT대가 아닌 자신의 연구실에서 계속 연구하도록 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으니까.
이미 그의 수라에 번번히 걸려든 전적이 있는 나였기에, 이번만큼은 기필코 철저히 준비해놓을 생각이었다.
“…너 말이 맞네. 미안, 내가 너무 들떴던 것 같아. 그래서 이제 우리 뭐 하면 돼?”
“평소랑 똑같아요. 형은 여전히 유전 공학에 관심 있는 거 맞죠?”
“어. 변함없어. 근데 2학기 들어서는 사실 연구에 집중을 못 하고 있었어서.”
김영재가 멋쩍은 듯이 뒤통수를 긁었다. 아, 맞다. 이 사람 곧 졸업하지.
“형 지금 대학 수시 원서 철 아니에요? 생각해 둔 대학은요?”
“일단 서울대랑 카이스트, 포항공대 위주로 지원했어. 붙으면 좋을 텐데.”
“붙을 거에요. 형 공부 잘하잖아요.”
하하, 아니야. 그는 멋쩍은 듯이 대꾸했지만, 김영재의 성적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가 겸손해 보일 정도였으니까.
과학고의 졸업 시스템은 크게 조기 진학, 조기 졸업, 만기 졸업으로 나뉜다.
조기 졸업은 말 그대로 2학년 과정까지만 하고 졸업의 자격을 얻는 것이다.
조기 진학은 대학에 합격했을 경우에만 졸업이 가능하고,
만기 졸업은 말 그대로 3년 꽉 채워서 듣고 졸업하는 것을 말했다.
조기 진학과 달리 조기 졸업은 ‘조기이수인정평가’라고 불리는 조기 졸업 시험에 합격해야 했고, 성적도 나름 우수해야 했다.
나는 우수한 인재인 김영재를 보며 본론에 들어갔다.
“형이 진행하고 싶은 연구, 구체적으로 뭔지 말해줄 수 있어요?”
“어? 어… 나는 전에도 말했지만 CRISPR-Cas9을 이용해서 식물의 유전자를 편집하고 수정하고 싶어.”
“좀 더 자세히요.”
대부분의 연구에는 선행 연구라는 게 있다. 이 연구를 시작하기 전, 비슷한 연구가 있었는지 혹은 아이디어를 얻게 된 연구가 있다든가, 실패로 끝난 연구가 있다든가. 어찌 되었든 과거의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가 다시 시작되곤 했다.
과거, 김성진의 연구팀에 소속되어있던 시절 김영재의 논문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비단 우리 팀에서만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게 아니라 생물학 전반에 있어 엄청난 일이었다.
“너도 생물 전공이니까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GP)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지? 내 연구는 그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거라고 생각하면 돼. 실제로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유전자의 약 2%만이 우리가 생각할 때 유의미해 보이는 정보를 담고 있고 나머지 98%는 그렇지 않은 거로 여겨지고 있어.”
DNA. 우리가 흔히 유전자라고 말하는 것들은 일정한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염기서열은 특정 단백질을 생성하기 위한 코드와 같다.
“2% 유전자를 연구하는 건 그나마 나은 일이야. 하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어 보이는 98%의 유전자들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 결국 유전자를 제거하는 유전자 녹아웃(Knock-out)방식이나 특정 유전자 발현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유전자 녹다운(Knock-down)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네요.”
김영재가 하려는 연구는 생각보다 스케일이 컸다. 아니, 엄청 많이 스케일이 컸다.
인간의 유전자, 그중에서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약 2만 개에서 2만 5천 개다. 심지어 아직 연구 중이기에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런데 김영재는 2%에 해당되는 유전자가 아닌 98%에 해당되는 유전자들을 일일이 조사하고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한마디로 이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나는 전생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수십 번도 봤던 김영재의 논문. 시간이 좀 더 있어서 김영재가 쓴 논문을 모두 읽어봤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의 내 연구에 집중하느라 김영재의 연구를 모두 읽어볼 여력이 없었다. 읽었던 걸 다시 읽어서 내 것으로 이해하기에도 바빴기에.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김영재는 이 모든 걸 일일이 한 게 아니라는 것을.
“형. 혹시 프로그래밍이나 코딩 배운 적 있어요?”
“응? 갑자기?”
논문에서도 김영재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서 데이터들을 해석했었다. 말도 안 되는 숫자들을 제시하며 세계 7대 난제를 해결한 앤드류 부커가 그랬듯이, 김영재 역시 인간의 계산 능력을 초월해 버린 부분은 컴퓨터에게 맡겼다.
“아니. 나 완전 컴맹인데.”
이런. 아직은 2008년. 컴퓨터가 집집마다 보급되던 시절이긴 하지만 전생에 내가 연구하던 시절 때만큼 활성화된 시기는 아니었다.
‘그래, 일단은 지금 시점에서 너무 빨리 진행하려다가 오히려 방향이 틀어질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조급해하지 말고 진행하자.’
김영재의 연구를 전생 수준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다. 컴맹이라는 점도, 아직 학부생도 아닌 고등학생이라는 점도. 절대적인 지식량도 부족하다는 점도 있을 터였다.
‘아무리 공부를 잘한다고 해도 학부에 가서 공부를 하고,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얻은 지식의 양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테니까.’
지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잠시 덮어둔다. 하지만 잊지는 않는다.
본 문제는 따로 있으니까.
나는 김영재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 근데 주말마다 연구실에 가는 거 부담되진 않겠어요? 괜찮아요?”
“완전 괜찮아. 물론 면접 관련해서 연습하긴 해야 하는데… 사실 성적이랑 포트폴리오로 대부분 결정되는 거니까. 차라리 이쪽 경험을 조금이라도 쌓아두는 게 면접 갔을 때 할 말이 더 생길 수도 있고.”
다행히 김영재는 연구실에 가는 데 있어 긍정적이었다. 하긴, 다른 사람도 아닌 카이스트 교수다. 그것도 뇌과학 분야에서 유명한 김성진 교수.
“다행이네요. 그럼 일단 앞으로 할 연구에 대해 이야기해 봐야 하는데… 사실 김성진 교수님 주 연구 분야가 퇴행성 뇌질환 연구거든요. 특히 치매 분야요.”
“아하, 만덕이 너랑 같네? 근데 그러면… 내가 연구실에 있어도 되는 거야? 나는 연구 분야가 다른데?”
“네. 그래서 그 말 하려고 온 거에요.”
내가 김영재에게 전화로 말하지 못했던 이유. 혹시라도 그가 전화로 듣다가 마음을 바꿀까 봐. 나는 그에게 내 연구노트를 내밀었다. 과학의 날 이후로 새롭게 재정비된. 특히 ‘유전자 편집 기술’ 부분과 관련해서 더 정리해 둔.
김영재는 우수한 학생이다. 유전 공학에 진심이고, 유전자 편집 기술과 관련해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는.
“형. 혹시 치매 관련해서 연구해 볼 생각 없어요?”
나는 김영재를 향해 영입 카드를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