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75)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75화(75/221)
75. 성장 (1)
75. 성장 (1)
최한별은 조용한 학생이었다.
갈등이나 논쟁, 불필요한 관심은 그녀가 싫어하는 것들이었다. 다행히 그녀의 뒷배경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그녀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애썼기에, 그녀가 갈등 중심에 선 적은 초등학생 고학년 이후로는 없었다. 그러나 관심은 어딜 가나 그녀를 따라다녔다.
‘와, 쟤가 최한별이야? 전교 1등?’
‘공부도 잘하는데 얼굴까지 이쁜 건 사기 아니냐… 들어보니 집안도 금수저라매?’
‘진짜 세상 불공평하다.’
종종 반 학생들이 ‘불공평해!’라며 시기 어린 말투를 보내곤 했지만, 그녀는 무엇이 불공평하다고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전교 1등을 하기 위해 그녀는 밤낮으로 공부해야 했다. 그녀가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두뇌란 걸 알게 된 건 초등학교 2학년. 부친 최강석의 병원 산하에 있는 영재센터에 끌려갔을 때의 일이었다.
‘음… 평범한 9살 지능이네요.’
평범하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걸까, 최강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결과지를 계속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평균 지능, 평범한 사고 처리 속도. 창의성 보통.
검사 결과지 어디에도 그녀가 천재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평범한 9살 꼬마아이 수준이었다.
“아빠. 집에 언제 가요?”
“…아빠가 아니라 아버지라 불러야지.”
“아버지. 이제 집에 가요?”
그러나 최강석은 집으로 가지 않았다. 최한별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서울대의 랜드마크인 ‘샤’ 로고를 보며 눈을 빛냈다.
“신기하니?”
“네! 멋져요! 저게 무슨 뜻이에요? 샤?”
“국립법인서울대학교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거란다.”
최강석은 다정한 목소리로 ‘샤’ 로고의 어원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ㄱ’, ‘ㅅ’, ‘ㄷ’이 각각 무슨 의미인지, 아직 국립이라는 말도, 법인 이라는 말도 어려워하는 최한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최한별은 그런 최강석의 설명을 들으며 “와!”, “그럼 짱인 거에요?” “우와!”라고 말했다.
“저도 서울대 갈래요! 서울대 의예과!”
“의예과라는 어려운 말도 알아?”
“헤헤, 엄마가 의사 되려면 의예과 가야 한다고 했어요. 전 아빠처럼 멋진 의사가 될 거에요.”
작은 양손을 주먹 쥐며 의지를 불태우는 최한별. 그녀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 밝게 빛나고 있었다. 최강석은 그런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뒤로 험난한 입시가 시작이었다.
“여보… 아무리 그래도 한별이 아직 초등학생인데 과외가 너무 많은 거 아닐까요? 어제는 과외하다가 코피가 안 멈춰서 응급실까지 갔다왔어요.”
“한별이가 원해서 하는 거야. 그렇지 한별아?”
아침에 눈 뜨고 잠에 들때까지 최한별은 늘 학습모드였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과외, 학원, 과외. 나중에는 학원 갈 시간도 아까워서 다 과외로 돌렸다.
초등학생이 감당할 수 없는 스케쥴이었지만… 최한별은 버텼다.
“더 공부할 수 있어요.”
“한별아!”
“자, 봤지? 당신은 괜히 애 마음 뒤숭숭하게 만들지 말고 옆에서 케어나 잘해. 한별이는 잘하고 있으니까.”
최강석은 몸을 낮추고 최한별을 바라봤다. 그는 양손으로 최한별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우리 딸. 할 수 있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딸이니까. 최강석 딸은 특별할테니까. 최강석은 웃으며 말했다.
*
“그럼 생물 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거야?”
“네. 일단은요.”
“만덕이 넌 진짜… 다 계획이 있구나?”
토요일 오전, 김영재와 함께 카이스트 연구실로 향하는 길. 우리는 기차에서 작은 담소를 나누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KTX로 1시간. 김영재에게 있어 지금은 면접 준비를 해도 아까운 1분 1초의 시간이었을터.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 그런데 괜히 대학 준비로 바쁜데 제가 불러낸 건 아니죠?”
“전혀? 오히려 너가 불러줘서 너무 고마운데. 애초에 대학을 가는 이유도 연구하려고 가는 거였으니까.”
“혹시라도 부담되면 말해요. 방학 때 합류해도 괜찮으니까요.”
“만덕아.”
나름 배려해 준다고 한 말이었는데 혹시나 김영재의 심기를 건드린 걸까, 그의 표정이 살짝 경직되어 있었다.
“대학도 중요하지만 나한테는 이게 더 중요해. 너가 치매에 진심인 것처럼 나도 이 기술에 진심이니까.”
“…알았어요.”
“좋아, 그러면 이제 앞으로 내가 뭘 하면 될지 이야기해줄래?”
김영재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간이 테이블 위에 노트를 꺼내놓은 그는 내가 하는 말을 정리할 태세로 펜을 쥐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김성진의 말을 떠올렸다.
‘이 연구노트 자체는 정리가 잘 되어있어. 아마 자기 나름대로 그 분야에 대해 많이 공부를 했겠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게 문제야.’
김성진은 김영재의 연구노트를 찬찬히 살피며 말했다.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해 제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을 만들어낸다라,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좋지만 오로지 농업에만 한정해서 연구를 진행한 흔적이 보이는군.’
‘아무래도 농업 분야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하고 싶어하는 학생이다보니…’
‘하지만 자네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생태계라는 건 유기적이야. 이 학생이 제시하고 있는 ’완전 식물‘을 개발한다고 쳐도 결국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들은 그 식물을 식량으로 삼아 살아가게 될테지.’
김영재의 연구에는 문제가 없다. 단지 그 연구가 성과를 보인다하더라도,
‘활용하기에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말일세.’
한계 또한 분명했다. 생태계라는 것은 얽히고 섥혀있는 커다란 사슬. 그 중 하나만 바꾼다는 것은 결국 전체를 뒤흔든다는 말이나 같았다.
‘자네가 이 학생을 우리 연구실로 영입하고 싶다면, 이 친구를 설득해보게나.’
‘네? 설득이요?’
‘그래. 농업이 아닌 의학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기왕이면 신경인지계열이면 좋겠지.’
‘…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꽤나 고집이 있는 선배다보니…’
나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김성진이 유전자 편집 기술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고 있던 만큼 그 마음을 돌리는 일이 어려울 건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성진은 그런 것마저도 이미 알고 있듯, 입꼬리를 삐뚜릅하게 올리며 말했다.
‘자네 꿈이 뭐라고 했지?’
‘치매 치료제 개발입니다.’
‘그럼 이 친구의 연구 성과가 필요하지 않겠나?’
‘…그건 그렇지만.’
‘그럼 됐네. 원하는 결과가 정해졌으면 그렇게 되도록 진행하면 되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김성진. 그의 그런 화법에 익히 당해왔던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혹시라도 김영재가 농업 분야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면? 복잡한 고민에 미간이 절로 좁혀지려는 찰나, 김성진이 말했다.
‘더 간절한 사람쪽으로 진행되겠지.’
‘?’
‘이 노트의 주인과 자네. 둘 중 누가 더 연구에 진심인지 말일세.’
‘진심…’
‘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게나. 이 경쟁에 패자는 없으니까.’
나는 연구노트와 포트폴리오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온 김영재를 바라봤다. 그의 가방에는 유전 공학과 관련된 전공 서적들이 가득 차 있었다.
김영재는 이 기술에 진심이다. 그 이유가 비록 종말론이라는 다소 유치한 음모론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나 역시 치매 치료에 진심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진심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이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치매 치료는 단순히 나의 꿈, 그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였으니까.
“우선 연구 주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 싶은데요. 선배는 지금까지 농업 쪽에 집중해서 진행을 했었잖아요? 근데 우선 농업이라는 분야 자체가 너무 넓은데 거기서 감자나 고구마 같은 구황 작물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쪽으로 잡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음… 일단 너도 알겠지만 나는 단순히 나무가 잘 자라게 한다거나 꽃이 이쁘게 핀다거나 하는게 목적이 아니야. 식량 문제 해결. 그게 1차 목표지.”
김영재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는 이상기후 환경속에서도 큰 변동없이 잘 자라는 작물을 만들고 싶어했다.
“구황작물의 경우에는 보통 2달에서 3달 사이에 수확이 가능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기본적으로 잘 자라는 특징이 있고 한번 수확할 때 수확량도 많은 편이고.”
구황작물. 기근을 대비하고자 심는 작물일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과 풍부한 수확량을 자랑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옥수수, 고구마, 감자.
김영재는 이미 생명력 및 적응력 만렙인 식물들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었다. 감자의 독성을 나타내는 ‘솔라닌’의 발생을 줄이는 방향이라든가, 추운 지방에서 부동 단백질 형성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연구한다든가.
“제가 하려는 연구도 선배 연구랑 크게 다르진 않아요. 유전자 편집을 이용해 치매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 형성을 억제하는 거에요.”
“흐음, 그때 과학 전시 때 이야기했던 거구나? 흥미로운 내용이라 가끔 떠오르곤 했어.”
김영재는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한데… 유전자 편집으로 단백질 형성을 억제하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식물 같은 경우엔 잘못되더라도 다시 복구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있지만, 만덕이 너가 연구하는 뇌의 일부 영역들은 한번 손상을 입으면 복구되기 힘들잖아.”
뇌는 참으로 민감한 기관이다. 뉴런의 연결이나 새로운 시냅스의 형성 등 새롭게 일어나는 부분도 있지만, 인지 능력을 담당하고 있는 대뇌 피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전달하는 편도체 등 손상을 입으면 회복이 어려운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김영재는 “인간 유전자 잘라냈다가 문제 생기면 어쩔래?” 라고 말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김영재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치료제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수백명, 아니 수만명을 실험대로 삼을 순 없었다. 그것도 다른 기관도 아닌 뇌라는 기관에 실험을 한다는 건… 일단 실험자조차도 제대로 구해지지 않을 게 뻔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과거에서도 늘 조심스럽게 다뤄지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김영재의 연구가 수중위로 떠오르고 본격적인 연구가 박차에 가해지던 때, 역사적인 일이 일어난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혈액암 치료를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것.
‘당시에는 엄청난 이슈였지. 실제 적용이 불가능해 보이던 기술이 실제로 효과가 있음을 증명해낸 일이었으니까.’
치료 자체는 간단했다. 혈액암 초기의 환자의 T 세포를 유전자 편집하여 암세포를 공격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유전자 변형된 T 세포는 열심히 암세포를 공격하다가 세포 주기에 따라 자연 소멸. 그 덕에 별다른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치료가 끝났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의학에 사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였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김영재의 얼굴위로 회의적인 감정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말없이 웃었다.
그는 모르고 있다. 그가 이뤄낸 연구가 훗날 어떤 파장을 미칠지. 그 연구를 시작으로 인류 의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전생에는 빨리 죽어버린 탓에 결과를 보진 못했지만 김영재 정도면 노벨상도 수상하지 않았을까나.’
만약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그의 목에 노벨상이 걸리는 모습을 봤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물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씁쓸한 마음을 삼켜내야겠지만 말이다.
때마침 대전역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우리는 짐을 챙겨 기차에 내렸다.
“와, 여기가 대전이구나.”
“선배도 서울에서 태어났다고 했죠? 그리고 쭉 서울에서 살아왔고요?”
“응. 부모님 두 분 다 서울에서 일하셔서.”
대전역 입구로 향하는 길, 우리는 이런 저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는 내가 ‘산골 오지’ 출신이라는 것에 놀랐고, 그 오지의 기준이 ‘버스가 하루에 1대 다닌다.’ 라는 것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그러면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하거나 시내? 읍내? 어쨌든 그런데 갈 일 있으면 어떡해?”
“뭐, 정 급하면 마을 이장님한테 부탁하거나 아니면 걸어가야죠.”
“걸어가면 몇 시간인데?”
“음… 넉넉잡아 4시간?”
“히익!”
쯧, 이래서 서울 촌놈들이란. 김영재는 4시간 동안 걷는다는 내 말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 산골 오지에서 키운 야생력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가 손을 흔들었다.
“만덕아! 여기야!”
“어! 찬형이 형!”
최찬형이 마중을 나왔다. 그는 차 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나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누구셔?”
“저희가 사용할 연구실 짱이요.”
“짜, 짱?”
나는 장난스레 대답한 뒤, 최찬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안그래도 역에서 학교까지 꽤 거리가 되었는데 덕분에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차에 타려는데 조수석엔 이미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마, 만덕아. 바, 반가워. 자, 잘, 지, 지냈지?”
“에.”
박성민 연구실에 있었던 대학원생. 이재형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오, 오랜만이야!”
“둘이 아는 사이인 줄 전혀 몰랐지 뭐야. 만덕이 이제 보니까 인맥 엄청 넓네?”
“…만덕아 저분은 누구셔?”
호쾌하게 웃는 최찬형과 상황을 살피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김영재. 나는 그 모든 걸 뒤로하고 불길한 예감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앞에서 시선을 못 맞추고 로봇처럼 하하하.라고 말하고 있는 이재형을 향해 물었다.
“형.”
“으, 응?”
“이재성은 안 오죠?”
설마. 에이. 나는 엄연히 김성진이 픽한 사람이다. 김영재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연구실 탐방을 온 것도 아니고 김성진하고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재성이…
잠깐. 그렇게 치면 이재형은 왜 여기에 있는거지?
“바, 바, 박성민, 여, 연구원님께서-”
“아…제발.”
박성민은 생각보다 많은 걸 하고 간 모양이었다.
이재성이 연구에 참여하는 건 나쁜 소식이 아니다. 그가 이뤄낸 성과나 아이디어들은 버릴게 없었으니까. 단지 걱정되는 건 하나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김영재를 바라봤다. 이재성의 성격을 받아주기엔 김영재는 뭐라해야할까, 너무 순수했다. 분명 이재성이 던진 돌(이라고 쓰고 비난이라 읽는다)들에 멘탈이 남아나질 않을거다.
연구 성과? 좋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좋다고.
하지만 연구는 혼자 하는게 아니라 팀으로 한다. 삐걱대는 팀원 한명만으로도 연구는 침몰하기 충분했다. 감정이 상하면 건설적인 비판은 할 수도, 받아들여질 수도 없을테니까.
아직 이재형은 이재성의 존재 유무에 대해 이렇다 말하지 않은 상황. 혹시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박성민 연구원님께서 이재성은 빼버렸다-라고 말하려던 걸 수도 있으니까.
긴 고민을 마치고 이재형에게 다시 물어보려는 순간, 자동차가 멈춰섰다. 벌써 카이스트에 도착해버렸다. 마음의 준비도 덜 끝났는데.
“형! 이재성 안 오죠? 그쵸?”
“어?”
“제발 형만 온 거라고 해주-”
똑똑. 그 순간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창문 너머의 남자는 익숙한 무표정으로 양 손을 V하고 있었다. 지잉, 소리를 내며 창문이 내렸다.
“…”
“하이. 가위손. 어때 유전자는 잘 잘라내고 왔음?”
“? 만덕아. 아는 사람이야?”
양 손을 가위질 흉내를 내며 나를 맞이하는 이재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