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79)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79화(79/221)
79. 성장 (5)
79. 성장 (5)
‘역시 범상치 않은 애라고 생각하긴 했지만···생각보다 더 엄청나네.’
최찬형은 받아든 논문을 하나씩 읽으며 생각했다. 사실 한국과고가 연구실 견학을 온다고 했을때 그를 비롯한 다른 연구원들은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교수님. 굳이 저희가 고등학생들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맞아요. 괜히 기계 만지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그리고 생물 전공이면 저희보다는 미생물이나 동식물 관련 학과를 소개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연구원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만의 공간을 소중히 한다. 자신의 영역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도, 자신이 침범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덜 자란 고등학생들, 그들의 전공 시점에서 보자면 아직 뇌가 덜 자란 인간들이 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혹시 모르지 않나. 그 학생들 중에 미래에 엄청난 연구를 하게 될 사람이 있을지.’
‘아직 고등학생인데···’
‘고등학생이고 말고는 중요한 건 아니지. 브래그의 법칙을 발견한 윌리엄 브래그도 학생으로 연구를 시작한 첫 해에 법칙을 발견했으니까.’
25세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윌리엄 브래그. 과학 부분에 있어서는 최연소 노벨 수상자였다. 최찬형은 김성진의 말을 들으면서 ‘그거랑 이거랑 같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어째서 한국과고 연구실 탐방을 허락했는지.
그 이유는 단 한 명을 위해서였다는 것도.
사락, 사락. 최찬형은 종이를 넘기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 논문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 경외감인지, 열등감인지 쉽게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감정 모두 다 한가지 생각으로 도출되었다.
‘진짜 천재다.’
물론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천재가 있다. 하지만 노력으로 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이렇게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형성하는 유전인자의 위치를 밝혀내 유의미하게 줄인 것과 같은. 이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전공자인 만큼 김만덕이 한 연구 내용들은 하나하나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최찬형은 밤새 김만덕이 주고 간 연구 내용 논문 한장 한장을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듯이 꼼꼼하게 읽으며 밤을 꼴딱 새웠다.
*
“자, 기말고사 이후에는 바로 겨울방학이다. 1년 동안 공부했던 거 잘 마무리하고 방학 때 있는 프로그램들 앞에 붙여놓을 테니 기간 엄수해서 미리미리 잘 챙겨놔라.”
“네에.”
주말에는 연구, 평일에는 학교 공부로 일상은 바쁘게 채워져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또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었다.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 마저 이번 전교 1등도 내가 할 거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번 목표는 전교 3등이다!”
“왜 3등이야? 기왕이면 1등을 목표로 해야지.”
“진심으로 묻는 거? 1등은 김만덕이고 2등은 최한별이겠지. 한 번도 등수가 바뀐 적이 없는데.”
옆에 있던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들은 나를 슥 보더니 고개를 돌려 최한별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들릴락 말락 하는 작은 목소리로 수군댔다.
“근데 금수저여도 타고난 건 못 이기나 보네.”
“공부도 재능이란 소리지. 아무리 사교육 때려 박는다고 1등이 되겠냐?”
“하긴, 김만덕 쟤는 학원도 안 다닌다는데. 진짜 괴물이다, 괴물.”
차라리 안 들리면 좋겠다만 딱 최한별도 들릴 것 같은 음량이었다. 그러나 최한별의 표정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 묵묵하게 짐을 챙기고 있었다.
“만덕, 만덕~ 이번에도 전교 1등 각?”
“됐고, 자습이나 하러 가.”
“뭐야. 왜 갑자기 시니컬해졌어?”
이인성이 미간을 좁히며 나를 바라봤다. 안 그래도 묘하게 최한별하고 사이가 멀어진 기분인데 등수 이야기로 그녀의 신경을 긁고 싶진 않았다.
‘사실 괜히 미움받았다가 최강석하고 이야기도 못 하게 되면 안 되니까.’
이인영이 내 얼굴 앞으로 손을 흔들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안색이 어째 안 좋은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
“아. 요즘 좀 피곤해서.”
주말이면 대전에 간다. 주중에는 생물 올림피아드 대비반 수업과 기말고사 대비 공부를 한다. 게다가 밤이 되면 룸메이트인 김진수의 공부도 봐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몸이 3개여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너 그러다가 쓰러져. 여름방학 때도 쓰러졌던 거 기억 안 나?”
“그때는 감기 걸려서 그런거고. 지금은 괜찮아.”
“무리하지마. 진짜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야.”
“뭐야. 이인영 너가 왜 김만덕 걱정하는데? 좋아함?”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꺼내서 매를 버는데 장인이 있다면, 분명 이인성일 것이다. 이인영은 이인성이 대꾸도 하지 못할 정도로 처리하고 난 뒤, 나를 보며 말했다.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친구로서! 걱정!!”
“알아, 알아. 그러다 니가 쓰러지겠다.”
이인성을 너무 열심히 때렸던 걸까, 이인영의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굳이 저 정도로 부정하지 않아도 될 텐데, 몹시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 나는 괜히 분위기가 악화될까 봐 열심히 말을 돌렸다.
“근데 너희 겨울방학에 계획있어? 인영이랑 나는 화학 올림피아드 겨울 캠프 있다 치고, 인성이 너는?”
“으윽···. 이인영 진짜 이 돼지 새키···. 나는 별 계획 없어. 뭐 학원, 집, 학원의 연속이겠지.”
“음···그래?”
“왜? 갑자기 아련한 눈빛인데?”
쌍둥이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도 모르게 아쉬운 감정이 드러난 것 같았다.
“아···다름 아니라 방학 때 미국에 갔다 올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미국?!”
둘 다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나는 불과 며칠 전에 박성민으로부터 받았던 이메일을 떠올렸다.
대충 요약하면, ‘너 하버드대 지원한다며? 이번 방학 때 와서 구경하고 갈래?’의 요지. 비행기 값이랑 숙박비 모두 지원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갓성민···! 그가 사비로 지원하는 건지, 아니면 이것도 연구와 관련된 일의 연장선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막상 하버드에 갔다가 실망할 수도 있으니 미리 알아보러 간다는 취지에서 김성진도 오케이 했었고.
“물론 거기에 계신 분이랑 같이 지내긴 할 텐데···. 그래도 좀 적적할까 싶어서.”
쌍둥이들이라면 금수저 집안이니 뭔가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 한 번쯤은 갔다 올 것 같았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건데 내 착각이었나보다. 내 이야기를 들은 이인영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뭐···갈 수도 있고.”
“엥.”
갑자기 변한 태세에 고개를 갸웃하는데 이인영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사실 우리 집 해외여행 자주 가는 편이거든. 이번 여름방학 때 화올 캠프때문에 못 가긴 했지만 겨울엔 갈 수도?”
“맞아. 그리고 우리가 가고 싶다하면 우리끼리라도 보내주실걸? 미국에 친척이 사셔서.”
“고등학생인데?”
“에이, 비행기만 타면 되는데 뭐.”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는 듯 말하는 이인성. 그의 손짓에는 묘한 여유가 담겨져 있었다. 해외여행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
미국까지 가는 비행기만 해도 둘이서 수백만 원이 깨질 텐데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조금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다행이다. 나 사실 혼자 여행가는 건 처음이거든.”
“뭐? 진짜?”
혼자 여행간다는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내 이야기에 갑자기 이인성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지은 뒤, 그는 내 어깨를 잡았다.
“사실 비행기 혼자 수속할 때 좀 힘들거든. 막 입국 심사할 때 여러가지 체크해야해. 혼자서 어디가는지, 어디에 머물건지, 직업은 뭔지. 다 물어봐야해서 혼자는 힘들걸?”
“그리고 보호자 없이 타는 사람은 따로 아이디 카드 사서 검사받아야 해.”
“오···”
“맞아. 그리고 혼자 비행기 타도 되는지 미리 병원 가서 검사증도 떼어와야 하고!”
금세 이인영도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거들었다. 이렇게 기회만 보이면 놀려먹으려고 하는 이 둘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뭐야. 진짜라니까?”
“아하, 그래? 그럼 혼자 입국 심사 할 때는 랩으로 해야해? 그리고 수술한 적 있으면 병원 못 가고, 안경 쓰고 혼자 비행기 타면 막고…”
“쳇, 안 속네.”
에이, 재미없어! 라고 말하는 쌍둥이들을 보며 나는 짐을 챙겼다. 방학이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
생물 올림피아드 대비반 수업은 이론과 실험을 번갈아 가며 진행되었다. 수업은 여전히 송형민이 진행했다.
전생 때 생물 올림피아드에 나갔던 건 나 혼자뿐인지라, 이런 반 자체가 개설이 안 되었었는데. 문득 전생과 달라진 커리큘럼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선생님. 근데 화올 대비반 수업은 여름 캠프 전까지만 진행했었는데, 왜 생물은 계속 수업을 하나요?”
“왜. 싫니?”
“아니 싫은 게 아니라···”
송형민은 항상 내가 뭘 물어보면 “싫니?”로 대답하는 게 디폴트인 것 같았다. 뭐, 지금은 그의 화법이 이렇다는 걸 알아서 괜찮다만 여전히 어렵긴 하다.
그러나 별다른 악의는 없었는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특별반에 너희 둘 빼고는 생물 전공이 없잖니? 그래서 이번에 생물 전공애들만 따로 빼서 가르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그럼 지금 특별반에서 생물은 누가 가르치세요?”
“그야 당연히 황대문 교수님이지.”
그제야 요새 특별반 수업을 듣는 다른 애들의 표정이 힘들어 보였는지 이해가 됐다. 분명 황대문 교수라면 ‘특별반’ 아이들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높은 기준치를 갖고 있었을 터. 분명 대학 강의와 같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좋아하는 문답식 수업으로.
“사실 황대문 교수님이 여기 반 맡으시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생물 올림피아드 경력은 해본 사람이 하는 게 나으니까.”
“해본 사람이요?”
“몰랐니? 나 작년 생물 올림피아드 참관인 자격으로 따라갔거든.”
“예?”
처음 듣는 말이었다. 물론 작년이라니까 모를만도 하다만…그러나 그는 별다른 설명 없이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자, 너희도 알겠지만 실험 평가의 경우에는 총 4파트로 진행이 되고 이번에는 재작년도에 나왔던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실험을 진행해 볼 거야.”
그는 기출문제가 담긴 프린트를 나와 최한별에게 나눠줬다. 그녀는 실험실에 들어온 이후로 내게 인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에 대해 물은 이후로 벽이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뭐, 인간 관계라는 건 늘 어려운 법이니까. 나는 지금 주어진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프린트에 적힌 문제는 간단했다. [다양한 식물 종의 세포벽 형태 사이의 인과관계]로 세포벽 형태를 관찰하고 난 뒤 주어진 식물이 어느 식물에 해당하는지 적는 문제였다.
“너희도 알겠지만 1차 세포벽 형태만으로 식물 종을 구분하기는 어려워. 이 문제는 사실상 1차 세포벽보다는 2차 세포벽의 주 성분 중 어떤 물질이 더 첨가되어있는지를 추가적으로 확인해 보고 식물 종을 추론하는 문제야.”
송형민은 칠판에다가 ‘2차 세포벽’이라 적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2차 세포벽으로는 뭐가 있지?”
“큐틴, 리그닌, 수베린이요.”
“큐틴이 있는 식물의 특징은?”
“큐틴이 있는 식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큐티클 현상이 일어납니다. 큐티클화가 된 식물은 증산 작용으로 일어나는 수분 손실을 최소할 수 있어요.”
“그러면 어떤 식물에 큐틴이 많이 확인이 되면 식물 종은 뭐로 추측할 수 있을까?”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일단 건생 식물일 확률이 높겠죠. 아무래도 수분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가 되었을 테니까요.”
내 말에 송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문제의 오류를 방지하고자 말을 덧붙였다.
“맞아. 사실 시험 문제라는 게 그렇듯이 이미 결과를 생각하고 역으로 실험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하나의 답만 도출되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아. 지금 이 문제의 경우에도 아래의 보기가 없다면 답을 고르기 어렵겠지만···중생, 수생, 염생, 건생 식물 중 하나를 고르라면 건생을 골라야겠지?”
그는 문제 아래에 제시된 4개의 보기를 가리켰다. 그 이후로도 실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던 그는 우리를 보며 말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실험을 시작해 보자. 일단 문제를 보면 알겠지만 너희가 해야 하는 실험들은 다 여기 제시되어 있어. 기본적인 조작 방법만 익히고 있고 용액 다루는 법 정도만 알아두고 있어도 어려운 건 없을거야.”
송형민의 지시에 따라 한 단계씩 진행했다. 사실 이 실험은 기초적인 실험 중에서도 정말 기초라 어려울 게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실험에 임했다.
“현미경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식물 샘플 하나를 적당한 크기로 조각내서 올려놓고 물 한 방울 떨어뜨려 놓은 후에 커버 글라스로 덮어줄래? 그때 공기 방울 안 생기게 조심하고.”
“네.”
“그리고 그다음에···”
챙! 그때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최한별의 몸이 움찔거렸다. 갑자기 난 소리에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 왼손 검지 손가락을 쥐어잡고 있는 최한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손가락 아래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한별아! 괜찮니?”
“…커버 글라스를 잡다가 실수로···”
“어서 보건실 다녀와라. 만덕아 너도 같이 갔다 와.”
“저도요?”
놀란 송형민을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굳이 내가 따라갈 필요는 없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인데 한 명이 다쳤다고 줄줄이 따라갈 필요는 없는 노릇이니까.
“오는 길에 보건 선생님한테서 응급 키트도 하나 받아오고. 마침 어제 응급 키트 점검한다고 보건실에 맡겨뒀거든.”
“네.”
“…안 가도 괜찮아요. 안 아파요.”
이런 상황에서도 덤덤한 최한별이었다. 실험실에 있으면서 다친 환자는 종종 있었다. 원래라면 장갑을 끼고 해야 하지만 꼭 불편하다고 안 끼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고 그럴 때마다 유리에 베이곤 했다.
물론 이번엔 장갑 자체가 없기도 했지만.
“유리 조각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 어차피 이 상태로 더 실험하기도 무리야.”
결국 송형민의 말에 백기를 든 최한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다보니 짐꾼이 된 것 같았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드르륵,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최한별은 보건실까지 오는 내내 나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그냥 가게?”
“…보건 선생님이 안 계시니까.”
보건 선생님이 언제 오실지 모르는 상황. 이대로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저거 내가 베여봐서 아는데 진짜 아프다고.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있는 최한별이 이상할 정도다.
“앉아봐. 내가 처치해 줄게.”
“…”
“할 말도 있고.”
최강석 이야기를 꺼낸 뒤로, 최한별하고는 벽이 생긴 느낌이었다. R&E 준비를 하면서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원점. 나는 검정색 원형 의자를 두드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결국 무표정, 아니 살짝 못마땅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 그녀를 향해 말했다.
“손 보여 줘봐.”
그 말과 함께 왼손을 내미는 최한별. 겉으로 볼 때 깊게 베인 건 아닌 것 같았다. 실험실 생활을 하며 배운 짬밥으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좀 쓰라릴 거야. 참아.”
“…”
“작은 상처라도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덧나기 쉬워.”
“…봤어?”
“응?”
나는 소독을 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전생 때 나를 보던 그 눈빛이다.
“우리 할아버지. 봤어?”
최한별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