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85)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85화(85/221)
85. 관심 (1)
85. 관심 (1)
‘베타-아밀로이드 분해, 혈뇌장벽 통과 수준으로’라는 짤막한 제목의 논문은 생물학계에 엄청난 커다란 폭탄을 던진 거나 다름없었다.
[믿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베타-아밀로이드를 분해하는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지만 직접적으로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수준까지 분해를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아니면 천재의 등장인건가?] [천재가 1명이 아니라 3명이니 천재들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듯 싶습니다.] [치매 치료 분야에도 드디어 발전이 생겼군요. 역사적인 논문입니다.]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아카이브를 비롯해 곳곳의 커뮤니티에도 이 논문의 가치에 대해 속속들이 알려지고 있는 중이었다.
[제목: 한국이 해냈다. 오늘자 아카이브 반응 jpg.] [내용: 어제 밤에 올라온 논문인데 대충 치매 치료한다는 내용임 ㅇㅇ]ㄴ 익명 1: 치매 치료? 치매 치료는 평소에도 할 수 있었던 일인데 왜 호들갑을 떠냐?
ㄴ 익명 2: 아카이브 저기 구라밭이잖아 ㅋㅋㅋㅋㅋ 저기 올라온 걸 누가 믿음?ㅋㅋㅋ
ㄴ 익명 3: ? 저 논문 구라 아니었음? 제목만 보고 걸렀는데.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아카이브 반응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그저 어그로 끌기에 불과할 거라 생각했던 유저들 중 일부는 직접 아카이브에 들어가 논문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도 그 어그로꾼의 일부가 되었다.
[제목: 아까 올라온 아카이브 논문 해석해드림.] [내용: 지금 인기글에 올라온 논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는 유저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림. 참고로 난 뇌 관련 전공자임.치매의 주 원인 중 하나가 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임.
근데 저거 분해해야하는데 방법이 없음. 혈뇌장벽이라고 뇌 안으로 약물이 투여가 안됨.
근데 그걸 해냄.
진짜 한국에서 이번에 노벨상 나오냐???? 근데 무서운 건 저 3명에 대한 정보가 어디에도 없다는거임. 사람들 대부분 가명일거라 예상 중 ㅇㅇ]
ㄴ 익명1 : 노벨상??? 노벨상이 쉬워보임???
ㄴ 익명2 : 익명 1이 뭘 몰라서 그러는데 저걸 기점으로 치매 치료제가 나오면 노벨상 쌉가능임;;
ㄴ 익명3: 쓰읍··· 3명 이름올린것도 사실은 1명이 3명인 것처럼 올린 걸 수도 있잖아? 진짜 뭐지.
그렇게 온라인상에서 논문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해 파헤치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 상에서도 이 논문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분자세포생물학을 가르치고 있는 러프셀 교수는 이 논문을 보며 밤잠을 설친 후 오랜 친구이자 동료 연구원인 크리스와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 너무 흥분하지마.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지금은 기대를 안하고 싶어도 할 수밖에 없다고. 봐봐, 혈뇌장벽은 대뇌 안으로 들어오는 물질들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지. 그래서 약물을 투여해서 치료한다는 개념이 다른 기관과 다르게 뇌에서만큼은 힘들었던거야. 근데 이건 그걸 해냈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정말 모르는거야?”
“러프셀, 진정해. 일단 나도 이 논문은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성을 가지고 생각해봐. 이렇게 엄청난 내용을 왜 아카이브에 올렸을까?”
크리스의 날카로운 질문에 러프셀이 입을 다물었다. 그 역시도 논문을 읽으면서 납득 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보통 과학자들 중에서는 괴짜가 많다. 수십년동안 연구하던 걸 그냥 귀찮다는 이유로 아카이브에 투고하는 경우도 있었고, 과학계에서 일하는 사람인가 싶어 직접 찾아봤더니 전혀 과학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던 사람도 있었다.
“일단 여기 논문을 보면 어떻게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혈뇌장벽 수준으로 분해했는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적혀있어. 우리가 이 논문에 나와있는대로 실험을 하고 난 뒤에 다시 토론해도 늦지 않아.”
“…그래. 네 말이 맞아. 평범한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흥분했었나 보군.”
“평범한 일이 아니긴 하니까.”
크리스는 웃으며 러프셀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는 러프셀을 격려하고 있는 듯 했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이 논문을 향해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가만보니 논문 자체는 잘 쓰여 있어. 아마 논문을 꽤나 써본 걸로 보아 어중이 떠중이는 아닐 가능성이 커. 하지만 애초에 아카이브에 올렸다는 것 자체가 네이처나 사이언스와 같은 저널에서 반려되었다는 뜻이겠지.’
네이처나 사이언스는 엄격한 검증의 과정을 거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투고된 논문 중 대다수는 데이터 불충분, 인과관계 불확실, 데이터 조작 등 여러가지 이유로 기각됐고, 그런 논문 중 일부는 갈피를 잃고 이렇게 아카이브에 올라오곤 했었다.
게다가 다른 논문들과 다르게 자신들의 소속을 밝히지 않았다. 그 말은 논문에 자신이 없다는 뜻. 크리스는 그 이유들만으로도 이 논문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실험을 하는 건, 그저 눈 앞에 있는 러프셀의 기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이지, 이 논문을 믿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는 웃으며 논문에 나와있는대로 실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부분은 없었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축적시킨 실험쥐의 척추관에 논문에 나와있는 약물을 투약방법에 따라 적정량을 주사했다.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척수액에 약물을 전달하는 경막강내 주사방식이었다.
보통이라면 혈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해야할터인데,
“…이게 뭐야?”
“맞지? 내 말이 맞다니까? 이건 진짜 역사적인 일이야!”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분해되어 혈뇌장벽을 통과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 말인 즉슨 원래라면 극히 일부 물질만 통과되던 것들 수준으로 분해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말도 안돼.”
“혹시 다른 부작용이 일어난건가 싶었는데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만 표적으로 삼은건지 다른 단백질 농도 수치는 변함이 없어. 크리스? 괜찮아? 안색이 창백해.”
“오노···”
약물을 투여하니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분해되었다.
대체, 어떻게?
크리스의 귀엔 흥분한 러프셀의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조만간 생물학계에, 아니 과학계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거라 짐작할 뿐이었다.
*
“마, 만덕아. 우리 지금 좀···큰일 난 거 같은데?”
“나 지금 이메일함 터질 것 같아··· 하루에도 수백통씩 메일이 온다고.”
김영재와 이재성이 핏기가 싹 가신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재성은 노트북을 돌려 아예 나한테 이메일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발신인: Harvard University Molecular Cell Laboratory: Hello, I checked the paper you posted in the archive. I would like to talk more about the thesis. Reply to this email···(하버드 대학교 분자세포연구실: 안녕하십니까? 귀하가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을 확인하였습니다. 다름아니라 논문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본 이메일로 회신···)] [발신인: Johns Hopkins Medical University Molecular Immunology Laboratory: Hello, I read the paper ‘beta-amyloid proteolysis, at the level of the blood-brain barrier’ in the archive.It’s none other than···(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분자면역학연구실: 안녕하십니까, 아카이브에 올라온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분해, 혈뇌장벽 수준으로’ 논문을 잘 읽었습니다. 다름아니라···)]나는 영문으로 된 이메일 제목들을 읽다가 이재성을 바라봤다.
“혹시 영어 못 읽어서 나한테 보여준 건···?”
“아니거든!? 설마 내가 못 읽어서 너한테 보여줬겠냐?”
“근데 왜?”
“하, 진짜. 지금 어디서 보냈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하버드랑 존스홉킨스에서 우리한테 이메일을 보냈다고!”
“아하···”
“아하는 무슨!”
이재성은 아직도 이메일이 온 걸 믿을 수 없는지 화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만덕이 넌 아무렇지 않아? 커뮤니티에도 온통 우리 이야기뿐이던데···혹시라도 잘못되면···아으.”
그때, 김영재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 역시 지금 일어난 일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지, 시종일관 불안한 모습이었다. 결국 나는 그 둘을 바라보다가 노트북을 덮었다. 화면에 집중하고 있던 이재성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런 반응들이 아니었다.
“형, 그리고 이재성. 잘 들어요. 이 연구는 이제 시작이에요.”
“어?”
“이 정도 반응에 놀라선 안 된다고요.”
물론 이 논문 중 일부는 내가 전생 때 박사과정을 진행하면서 실험했던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미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약물들이 몇 개가 시중에 공개되었었고 고작 이 정도로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긴 어려웠다.
그러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분해. 그것은 전생에 실험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그것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만 표적으로 해서 분해하는 기술이라니, 김영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영재 형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연구하면서 단백질 표적에 대한 연구도 같이 진행한 덕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이재성 역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형성과 응집 과정에 대해 연구해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거고.”
둘은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까보다는 떨림이 잦아든 상태였다. 상황이 진정되자, 이재성이 질문을 던졌다.
“그럼 넌 뭘 기다리고 있는 건데?”
“응?”
“세상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해서 아카이브에 올린 거잖아? 지금 너가 계획한 대로 이제 세상이 우리 실험에 주목하고 있어. 그럼 이제 끝인 거야?”
“끝? 전혀.”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닫았던 노트북을 열어 이재성이 아닌 내 계정으로 들어갔다.
딸칵, 딸칵. 마우스 클릭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둘은 영문도 모른 채 내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 우리를 알린 이유.
그것도 굳이 네이처나 사이언스를 통해서가 아닌, 아카이브를 통해서 알린 이유는···
딸칵.
“왔다.”
[발신인: Michelle Wally: Hello, my name is Michelle Wally, and I am the editor of Nature. I recently found your paper in arXiv, and I···(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미셸 월리이며, Nature의 편집자입니다. 최근 아카이브에서 귀하의 논문을 발견했으며···)“…네이처? 내가 아는 그 네이처?”
“지금 우리 꿈 꾸는 거 아니지?”
김영재의 동공이 아까보다 두배로 더 세차게 흔들린다. 이재성은 이제 생각하는 걸 포기한 것 같았다.
“네이처에 직접 투고하는 방법도 있겠지만···그건 너무 오래걸리니까요.”
“그렇다고 네이처에서 왜 먼저 연락을 해? 아쉬울거 하나 없는 사람들일텐데?”
“뭐···그만큼 저희 논문이 엄청났다는 거 아닐까요?”
객원 연구원 신분으로 올리기 위해선 박사 학위 과정에 준하는 결과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이런 논문 하나가 박사 학위랑 맞먹냐고 묻는다면···
똑똑, 나는 김성진 교수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라는 소리에 맞춰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는 컴퓨터 앞 피곤에 찌든 얼굴로 나를 마주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직 그는 인터넷 상에서 일어난 일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나를 보고 이렇게 태연한 표정으로 있을 수 없을테니까.
“무슨 일이지?”
“그때 박사 학위에 준하는 결과물이 있으면 된다고 하셨죠?”
“…그랬지.”
그때 김성진은 네이처나 사이언스지와 같은 유명한 저널을 이야기했었다. 정확히는 연구원인사위원회에서 내민 기준이었다.
“투고까지 시간이 좀 걸릴텐데, 투고 제안 메일로도 가능한가요?”
“…그게 무슨 소리지?”
“네이처에서 연락이 왔어서요.”
나는 웃으며 그에게 노트북을 내밀었다. 그 안에 선명히 적혀있는 네이처 에디터의 이름. 그리고 아카이브에 투고한 논문에 대한 검증이 끝나면 바로 네이처에 게재하고 싶다는 의사가 담긴 이메일을.
[This paper will change the world.(이 논문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김성진 교수의 얼굴 위 찌든 피로가 단번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