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86)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86화(86/221)
86. 관심 (2)
86. 관심 (2)
카이스트 연구원 인사위원회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네이처에 투고한 것도 아니라 투고 제안 메일이지 않습니까? 이걸로는 박사 학위에 준한다고 볼 수는 없죠.”
“맞습니다. 물론 그 학생이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이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규정외로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다소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나이를 불문하고 원리와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옹호적인 목소리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사 학위에 준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인정받을 정도의 논문이면 가능하다는 뜻 아닙니까? 애초에 이 논제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정성평가인 겁니다.”
“전공자들이 이 논문을 읽고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설령 이게 투고 제안 메일이라고 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박사 학위급이라고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한 명씩 봐주다 보면 규정이-”
옥신각신 싸우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카이스트 연구원장 하영길은 신음을 내며 양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고민에 빠졌다.
갑자기 뇌인지신경학과의 김성진 교수가 내민 종이. 그 종이에는 3명의 학생을 객원 연구원으로 인정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제 연구실 소속 객원 연구원으로 올리려고 합니다.’
‘예? 3명 다요?”
‘네.’
하영길은 미간을 좁혔다. 원래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종 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느닷없이 내민 종이가 고등학생 3명을 김성진 교수 연구실의 객원 연구원 신분으로 올려달라니.
거기다 객원 연구원으로서 자격을 증빙하려는 논문은 조잡해 보이기 그지 없었다. 물론 짜임새나 그런 부분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지만···. 일단 고등학생이라는 점부터가 기준 미달이었으니까.
‘…안 됩니다.’
하영길은 더 읽어볼 것도 없이 기각했다. 학부 연구생으로 인정해달라면 모를까, 객원 연구원이라니. 연구원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정식으로 대학교 내 소속이 되는 것이므로 절차와 공정한 심사를 따라 채용하니까.
김성진은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한 게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객원 연구원으로 인정해 주겠습니까?’
그 말을 하는 눈빛에 정체 모를 무언가가 담겨있었기에···. 하영길은 마른침을 삼키며 ‘네이처나 사이언스 정도에 올릴 만한 논문이면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해 버렸다.
박사 학위를 얻기 위해 매년 수백 편의 졸업 논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그중에서 네이처에 실리는 논문은 극소수다.
한마디로 박사 학위를 딴 사람들도 네이처에 논문이 실리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걸 지금 해냈다. 그 3명의 고등학생이.
“하영길 연구원장님. 이거 답이 안 나올 것 같습니다만, 더 이야기할 것도 없이 그냥 원리원칙대로 가시죠!”
“연구원장님, 그렇게 원리원칙을 고수하다가 이 학생들이 빛을 보지 못하면 어떡하시렵니까? 지금 이 시기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날개를 꺾어버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니, 애초에 날개가 달려있지도 않았는데, 꺾어버린다니-”
“논문이나 읽고 이야기하시지요!”
쾅! 결국 하영길은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났다. 이대로 두다간 이래저래 교수 체면이 망가질 뿐만 아니라 감정만 상할 뿐이었다.
하영길은 자신의 위치를 생각했다. 연구원장. 연구원 채용에 있어 공정하게 심사하는, 연구원 임용에 있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자리.
그 자리의 명맥이 이어지려면 규정을 지키는 건 필수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선례를 만들어 버리면 객원 연구원을 뽑는 절차가 유명무실해지겠지.’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비록 그 학생들의 결과물은 놀랍지만,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는 법이니까. 분명 이 정도의 천재성을 보이는 학생들이라면 박사과정, 적어도 대학에 입학하고 석사과정까지 그 천재성을 유지할 수···.
“다들 여기서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군요.”
“총장님!”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큰 키의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나이가 들었지만 정장이 이곳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남자의 이름은 류호섭, 카이스트 총창이었다.
그가 회의실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공기가 변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섣불리 말을 꺼낼 수 없는 위압감에 회의실은 단번에 조용해졌다. 류호섭은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아 회의에 참여했다.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이 3명의 학생을 객원 연구원으로 들일지, 말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계신 것 같더군요. 맞습니까 하영길 연구원장님?”
“맞습니다. 연구원인사위원회를 진행하던 차였습니다.”
하영길은 목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던 류호섭은 하영길을 바라보며 물었다.
“연구원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물론 이 학생들이 뛰어나지만, 본디 절차라는 것은 준수되어야 이후에도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기에-”
“아뇨. 그걸 물어본 게 아닙니다.”
단호한 말에 하영길의 몸이 바짝 긴장했다. 류호섭은 호랑이 같은 눈매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3명의 학생의 연구 업적이 탁월합니까?”
“…그, 그건.”
“탁월합니다.”
그때, 조용히 테이블 한쪽을 지키고 있던 김성진 교수가 입을 열었다. 분명 아까까지 자신의 학생들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루어지던 때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류호섭은 시선을 돌려 김성진 교수를 바라봤다.
“이 세 학생이 쓴 논문은 아카이브에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말입니다.”
“아카이브라면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논문이 투고되는 곳 아닙니까? 믿을 수 있습니까?”
“검증은 이미 다른 학교 연구실에도 마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는것이고요.”
“열렬한 환호라···. 이 논문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네.”
“어느 정도로요?”
김성진 교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는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단어를 곱씹고 있는 것 같았다. 약간의 고민 끝에 그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했다.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쓸 정도입니다.”
인류의 역사. 어떻게 보면 MSG가 잔뜩 첨가된 과장이었다. 하지만 김성진 교수는 확신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논문을 시작으로 앞으로 전 세계에서 혈뇌장벽을 통과해 치매를 치료하는 약품들이 개발될 것이고, 이는 치매라는 병의 종식을 알릴 것임을.
그리고 이 논문은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쓰는 그 시작이 될 것임을.
“하하하!”
그 순간, 총장 류호섭이 회의실이 떠나가라 큰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을 잘못 이해한 몇몇 교수들이 맞장구치듯 따라 웃기 시작했다.
“하하, 김성진 교수가 아직 해외에 있다가 와서 시차 적응이 덜 된 모양입니다. 그게 아니고서야 고작 고등학생들이 쓴 논문을 가지고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쓴다고 말하다뇨.”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아무리 교육에 개방적인 미국에서 배웠다고 한들, 나이마다 가지고 있는 지식의 성숙함은 어찌할 방법이 없죠. 3살짜리가 이해한 미적분이랑 17살이 이해한 미적분이 같겠습니까? 이번 논문도 깊이가 없었죠?”
“그래서 저는 이게 논문인지, 소설인지 읽으면서도 아리까리했습니다. 하하하!”
모두가 웃는 가운데, 김성진은 웃지 않았다. 그저 이 모든 일의 결정권자인 류호섭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류호섭은 웃으며 김성진을 바라봤다.
“좋습니다. 객원 연구원으로 임용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예?!”
교수들 몇의 되물음이 튀어나왔다. 방금까지 웃던 사람들의 낯빛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류호섭은 웃음기가 싹 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영길 연구원장님, 총장은 특별 임용의 자격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총장은 연구교원의 신규임에 있어서 제6조 및 제7조의 자격기준에 관계없이 연구업적이 탁월하거나 본교의 발전에 특별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제9조의 절차에 의하여 특별임용을 할 수 있습니다.”
하영길은 규정집을 펼친 채 미간을 좁히며 읽었다.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럼 되겠네요.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쓸 정도의 논문을 썼다면, 그 이후의 연구업적이 탁월할 건 안 봐도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김성진 교수?”
“네.”
갑자기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간 결과에 교수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총장님···. 아직 고등학생밖에 안 되었는데···”
“고등학생인 게 뭐가 중요합니까? 그렇게 치면 이 논문이 고등학생이 아니라 나이가 많은 사람이 쓴 거라면 박사학위로 다 인정해 주려고 했습니까?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닙니다. 어떤 연구를 했느냐, 그리고 어떤 영향을 줬느냐이지요.”
류호섭은 교수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까 맞장구를 치며 웃던 교수 한 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읽다보니 논문이 아니라 소설이었다고요?”
“아···. 그건 그냥 해본 소리였습니다···만.”
“그러면 다행입니다. 이 논문을 읽고도 소설이라고 했다면···. 연구만 하느라 다른 연구를 보는 눈이 없어지셨나, 하고 걱정이 될 판이었으니까요.”
“그 말은···!”
“설마 제가 논문도 안 읽어보고 특별 임용이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겠습니까?”
류호섭은 웃으며 김성진을 바라봤다.
“새로 쓰일 인류의 역사,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류호섭. 전 카이스트 뇌바이오학과장이자, 현 총장. 그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통과했다.]평화롭지만은 않은 평일 저녁. 나는 핸드폰으로 날아온 다소 무심한 문자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뭐야, 왜 갑자기 웃어?”
“시험 기간이 다가오니까 얘도 이제 맛이 가는 게 아닐까?”
“오···김만덕도 사람이었네?”
이인성이 양손에 핫팩을 쥔 상태로 말했다. 이인영은 옆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맞장구를 쳤다.
“아니 먼저 들어가 있어도 된다니까? 춥잖아.”
“자습실 지금 들어가면 숨 막혀서 안 돼.”
“다들 조기 졸업 한 번 해보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데···. 어휴, 아까 기침 한번 했다가 죽는 줄 알았잖아.”
이인영이 담요를 온몸에 돌돌 감은 채로 이야기했다. 멀리서 보니 약간 펭귄같다. 이제 어느덧 12월이 훌쩍 다가왔고, 그 말은 이제 곧 기말고사라는 뜻이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선 사람들이 ‘김만덕, 김영재, 이재성은 누구인가?!’를 두고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현실의 세계는 잠잠했다. 입시를 앞두고 학교 학생들은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논문은커녕 커뮤니티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당연히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그 논문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좋아.’
안 그래도 회귀한 이후로 사람들한테 주목받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이렇게 석식 먹고 친구들이랑 떠드는···.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웃었다.
“얘 진짜 정신이 이상해졌나 봐. 갑자기 혼자 웃어.”
“겨울이 되면 방전되는 건가? 얘 배터리 있나 봐봐.”
“이런 소소한 일상, 소중하다, 소중해.”
“진짜 이상해졌어···.”
이인영이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질쳤다. 이인성도 덩달아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경계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나는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너희 수학 공부는 했어?”
“어···그럭저럭?”
“그럭저럭?”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이인성의 말을 따라 말하자, 이인성이 시선을 피했다.
“조···금?”
“조금?”
“아이씨! 모의고사는 공부할 수 있겠는데, 내신은 도저히 안 돼! 여기 애들 진짜 수학에 미친 놈들밖에 없다니까? 애초에 모든 문제가 모의고사 4점짜리 수준인데 어떻게 풀라고!”
“4점짜리보다 더 어렵지.”
“내 말이!”
“그래서, 공부 안 하겠다고?”
이 녀석들 봐라? 그동안 잘 공부시켜 왔다고 생각했는데 모의고사만 잘하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쌍둥이들은 정시가 아닌 수시로 대학을 가는 만큼 수학 성적만큼은 꼭 필요할 텐데···
“안 되겠다. 이번 겨울 방학 때 미국에서 만나는 건 보류하자.”
“엉? 갑자기? 왜? 이미 표도 다 끊어놨는데?!”
“너희 수학 성적도 안 좋은데 괜히 나 때문에 미국가서 공부 못 하면 안 되잖아. 학원가서 공부해.”
“야! 그, 그런 게 어딨어! 하, 학원 안 가도 돼! 거기 가서 공부하면 되지.”
“그럼 내가 미안해서 어떻게 돌아다니냐? 됐고, 그냥 한국에서 공부나 해.”
“아니···!”
“야, 됐고. 빨리 자습실 들어가서 수학 공부하자. 빨리!”
그렇게 자습실로 뛰쳐들어가는 둘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아직 어린애들이라 그런지 조금만 이야기하면 쉽게 넘어간다. 계획대로다.
그렇게 평화로운 일상의 소중함을 만끽하며, 특별반으로 향했고,
“아카이브에 논문 쓴 거···. 너 맞지?”
“어?”
“…언제부터 연구한 거야?”
“어 그게···”
“나도 끼워줘.”
“어?”
최한별이 논문을 들이밀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