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8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88화(88/221)
88. 관심 (4)
88. 관심 (4)
“이야, 진짜 난 놈이네요.”
“한국과고에 별별 애들이 다 있었지만, 이 정도로 특이한 애는 처음이지 않나요?”
“난 그 녀석 처음 본 순간부터 큰일 저지를 놈인 걸 바로 알아챘지.”
황대문 교수가 짐짓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교무실에서는 김만덕과 관련된 이야기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고등학생이 연구원이 될 수가 있나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평범한 고등학생은 못 하겠지만, 만덕이 이녀석은 보통을 넘어선 지 오래니까요. 희망 대학도 하버드라니 뭐, 말 다 했죠.”
“하버드요? 어머, 진짜 큰물에서 놀려고 하네.”
여교사 한 명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랐다. 과학고에서도 해외 대학을 가는 학생들은 종종 있었지만 하버드와 같은 아이비리그로 가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진짜 이러다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거 아닙니까? 한국인 과학 분야 최초 노벨상 수상자! 한국과고 출신!”
“하하하, 김 선생님도 김칫국을 너무 빨리 드시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 체하십니다.”
“그보다 만덕이가 썼다는 논문이 뭐에요? 우리도 볼 수 있는거에요?”
“안 그래도 제가 한 부 뽑아놨습니다. 영어로 된 거긴 한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 분위기는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쭉 이어졌다.
*
“내일이 기말고사네.”
“악! 대체 시간은 이럴 때만 빨리 가는 거야!”
점호를 앞두고, 김진수와 나는 문제집을 덮었다. 늘 새벽까지 스탠드를 켜놓고 공부하던 김진수는 어느 순간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하지 않았다.
“니 말대로 밤 새서 공부하니까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더라고? 차라리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하게.”
“…아침에 내가 깨워주잖아.”
“어쨌든 늦게 공부 안 한다고! 네가 늦게 자면 뇌에도 안 좋다며?!”
“정확히는 불규칙한 수면 패턴이-”
몰라, 안 들려, 안 들려-라고 말하며 귀를 막는 김진수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할 관계가 아니었는데 새삼 친해진 관계라는 게 체감이 되었다.
김진수는 문제집을 다 정리하고 난 뒤, 침대에 걸터앉은 후 물었다.
“너는 조기 졸업 확정이지?”
“뭐···이번 기말고사에서 전교 꼴등을 하지 않는 한?”
“부럽다, 부러워.”
김진수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침대 위로 쓰러졌다.
“나는 이번에 의대 갈 성적 안 되면 1년 더 다닐려고.”
체념한 듯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묻어있었다. 나는 침대 위에 퍼질러진 그를 바라봤다.
김진수는 전생과 같이 여전히 의대라는 목표에 전념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의대 꼭 가야 해?”
“또 그 소리야? 당연히 가야지.”
“의대 말고 더 재밌는 게 있을 수 있잖아.”
“재미?”
침대에 쓰러져있던 김진수가 오뚝이마냥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재미있는 건 많겠지. 중요한 건 이거야. 이거.”
“돈?”
“그래! 돈! 거기다 사회적 위치까지! 이런 직업 흔치 않다고.”
“그건 그렇다만···”
손가락을 동전모양처럼 말며 이야기하는 김진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김진수가 단순히 돈과 명예를 위해 의사가 된다고 한들 말릴 생각은 없다. 이 세상의 많은 일들의 대부분이 돈과 명예로 굴러가니까.
하지만 단지 그렇게 힘들게 입학한 의대에 김진수가 제 발로 걸어 나온다는 사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는 것까지도.
“헛소리할 거면 빨리 불이나 꺼. 내일 1교시부터 수학이라 컨디션 망치면 안 돼.”
“예예.”
나는 터벅거리며 방 불을 껐다. 부디 이번 생은 과거와 다르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
“오늘 급하게 회의를 잡은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국내 유명 제약회사인 한삼제약의 개발본부에서는 급하게 회의가 잡혔다. 연구개발팀과 연구지원팀이 모두 모인 대규모 회의였다.
다들 긴장한 낯빛으로 선임연구원의 손에 들려진 논문을 바라봤다.
“혈뇌장벽을 통과한 약물이 보고되었습니다.”
“…장벽 자체를 통과한 약물은 시중에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했다고 하는군요.”
“!”
연구원들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게 뭔지는 연구가 주 업무인 그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내용이 사실입니까?”
“사실 이 내용은 아카이브에 올라온 내용입니다.”
“아···. 아카이브라면.”
아카이브라는 말이 나오자 다들 싸늘한 눈으로 변했다. 아무래도 제약업계는 증권가 찌라시와 함께 루머가 잘 엮이기 딱 좋은 환경이었던 만큼, 다들 이런 뜬 소문에 예민해져 있었다.
으레 그랬듯이 잠깐 주목받고 말 내용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예상과 다른 말이었다.
“이미 하버드, 존스 홉킨스, MIT 등···여러 대학에서 이 논문을 바탕으로 실험을 진행했고 검증까지 완료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예?! 그 말은 이 논문이 사실이라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선임연구원은 양손을 깍지 낀 채로 연구원들을 바라봤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한삼제약은 국내 1위의 신약 개발 회사입니다. 바이오시밀러를 주 업으로 삼는 제약회사들과는 다르게 진정한 의미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곳이지요.”
한삼제약. 국내 대기업들도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제약 분야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었다.
한삼제약의 주 분야는 노인성 질환 치료였다. 그 분야는 뇌혈관 질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했지만 주로 노화에 따른 신경계 질병을 주 연구로 삼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입장에서 김만덕의 논문은 말 그대로 혁신이었던 것이다.
“이 논문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치료제가 나온다면···. 세계 1위의 제약회사로 발돋움하는 건 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연구원장의 말에 연구원들의 눈이 빛났다. 그들은 여전히 의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혈뇌장벽을 통과해 단백질을 분해한다는 내용은 그들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말을 이어 나가던 선임연구원의 표정에 그림자가 졌다.
“하지만 한 가지 난점이 있다면···. 이 논문을 쓴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보가 없다고요? 논문이라면 이름이 적혀있는 게 일반적일 텐데요?”
“이름은 있습니다만 소속 기관이 없습니다.”
“그럼 이메일은요? 이메일도 없나요?”
“이메일을 읽지 않는군요.”
아, 하는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다들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인 게 느껴졌다. 하지만 선임연구원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신약이 개발되는데 적어도 10년이 넘게 걸립니다. 임상실험이 끝없이 길어질 경우 이 기간은 더 길어질뿐더러 정작 상용화 단계에서 수지타산이라는 벽에 막혀 멈추는 경우도 허다하죠.”
신약 개발은 기본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게다가 실패 가능성도 타 분야에 비해 높다. 그렇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 계획을 세울 때 신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선임연구원의 눈은 형형이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이 된다면···. 이건 인류 역사상 엄청난 사건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능성 하나만 보고 파이프라인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렇다면···?”
“이 논문을 쓴 저자를 찾아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후보물질을 함께 발굴해 내 글로벌 제약회사와 공동 개발 연구, 혹은 라이선스 아웃을 하는 쪽이 어떨까 합니다.”
라이선스 아웃(Out-Licensing). 쉽게 말하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나 특허, 혹은 노하우에 대한 권리를 다른 기업에 파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은 오랜 기간동안 이루어지는 임상 실험을 견딜 자본이 부족하다. 따라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통해 임상 실험 단계 때 권리를 팔아버리곤 했다.
“선임연구원님!”
그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 연구원이었다. 회의에 늦은 것도 모자라 이렇게 큰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건 명백한 비매너였지만, 뛰쳐 들어온 그의 표정이 너무도 다급해 보였다.
그는 얼음장같은 회의실 분위기를 뒤늦게 인지하고는 두 눈알을 굴리며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라···. 그 논문을 쓴 사람이 누군지 찾아냈습니다!”
“!”
선임연구원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하지만 신입의 표정은 여전히 떨떠름했다.
“그게···카이스트 객원 연구원 소속인 게 확인되었습니다.”
“오호라, 객원 연구원이라. 다른 곳에서 연구를 하다가 그쪽으로 옮긴 건가? 어느 연구실 소속이지?”
“김성진 교수라고 카이스트 뇌바이오학과 소속입니다.”
“김성진 교수라면···.”
선임연구원은 두 눈썹을 찌푸렸다. 김성진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뇌 관련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유명했다. 전 세계 석학들도 게재되기 어렵다는 네이처에 연속으로 논문을 올린 사람이었으니까.
‘설령 그런 게 아니더라도 그가 낸 논문은 의학과 제약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었지.’
뇌라는 알 수 없는 기관에 대해 모두가 난항을 겪고 있을 때, 김성진은 홀연히 등장했었다. 그리고 뇌인지, 뇌혈관, 신경 영상, 신경심리까지··· 그는 뇌와 관련된 의문들을 속속들이 해결해 갔고,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망있는 과학자로 인정받았다.
뇌와 관련된 연구는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카이스트의 말에 그쪽에 자리를 잡았다고 몇 년 전에 들었던 것 같은데···. 선임연구원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논문에 왜 김성진 교수 이름은 없는 거지?”
“어···그게 아무래도 이 논문은 김성진 교수님의 직접적인 개입은 적었던 게 아닐지···.”
“그거 참 이상하군. 그래, 일단 그 문제는 나중에 짚기로 하고, 일단 그 연구원들에게 컨택해서 미팅 약속부터 잡도록 하지.”
물론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사회, 인사팀, 운영팀 등 모두가 참여한 전체 회의 때 정식으로 안건을 올려야 했지만 혹시라도 다른 제약회사가 인재를 채갈 것도 고려해야 했다.
황금알을 낳는 천재를 데려가기 위해서라면 모두가 물불 가리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신입 연구원은 여전히 입을 뻐끔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선임연구원이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재촉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일단 연구실 쪽에 전화를 해서-”
“그···그게! 학생이랍니다.”
“허?”
선임연구원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헛바람 소리가 새어나왔다. 학생이라면 필시 대학원생일 텐데···. 아직 정식 사회인이라고 하기엔 뭣한 대학원생을 데리고 일을 하기엔 리스크가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망설일 수는 없었다.
“대학원생이라면 조금 서툰 부분도 있겠지만, 일단 이 논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대학원생이 아닙니다.”
“허···그 말은 학부생이란 말인가?”
선임연구원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김성진 교수의 연구실에선 대체 어떤 천재들이 모여있길래 학부생이 이런 실험을 하는 건지도, 또 이 정도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게 허락해 준 김성진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한가득이었다. 회의실에 있던 또 다른 연구원들도 같은 생각인지 기가 찬 감탄사를 내질렀다.
하지만 신입 연구원의 그다음 말을 들은 순간, 모두가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고등학생이랍니다.”
고등학생. 그것도 열일곱, 열여덟인.
회의실이 뒤집어졌다.
*
“만덕아. 제약회사들이 자꾸 이메일 보내는데 이거 괜찮은 거 맞지?”
“네. 저희 논문하고 제일 관련 있는 곳이 그쪽이니까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노트북을 바라봤다.
[발신인:한삼제약연구지원팀: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선선한 가을이 지나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다름 아니라 본사는 글로벌 제약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국내 1위 제약회사로···]나는 미사여구로 점철된 첫 문단을 가볍게 지나치고 본론을 읽었다. 대충 내용은 ‘너희 논문 최고니까 우리랑 같이 일 안 할래?’라는 내용.
치매 치료를 하는 데 있어 약물이 혈뇌장벽을 통과했다는 건 제약회사들이 눈을 빛내며 달려들 만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신약 하나가 개발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10년. 국내 제약회사들은 그 시간을 버틸 자본도, 기술도 없었다.
게다가 이 논문은 어디까지나 미완성의 논문. 혈뇌장벽을 통과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하는 것까지는 통과했지만 이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했을 경우 일어날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래서는 완벽한 연구였다고 할 수 없었고, 그걸 알았기에 아카이브에 기고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렇게 메일을 읽으며 치료제 연구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찰나,
따르르릉!
그 순간 연구실 안 전화기가 울렸다. 내 책상에 올려진 전화기. 이곳에 온 뒤로 처음으로 걸려 온 전화였고,
[…김만덕 연구원님 맞으십니까?]연구원인 나를 찾는 첫 번째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