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90)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90화(90/221)
90. 생물 올림피아드 캠프 (1)
90. 생물 올림피아드 캠프 (1)
[계약을 미뤘다고? 대체 왜?]그날 밤, 나는 박성민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잠시 방 밖으로 나왔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제 방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기숙사 분위기는 조금 풀어진 상태였다.
“급할 건 없으니까요.”
[아니, 그럼 설마 국내 제약 회사랑 계약할 생각인거야?]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국내 제약회사들의 눈이 커다래지는 사건. 존슨앤존슨이 존재를 나타낸 가운데, 나는 바로 그와 계약하지 않았다.
가볍게 입은 옷 위에 패딩을 껴입으며 나는 전화기를 고쳐 들었다.
“글쎄요. 하지만 해외 제약회사랑 연구를 하는 것도 꼭 베스트인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허···이해를 못하겠네. 존슨앤존슨이 어떤 기업인지 몰라서 그러는거야? 무려 전세계 1위 제약회사야. 너가 아플 때 먹는 대부분의 약들이 거기서 나온 약들이거나 그거의 복제약들이라고.]“알아요. 그래서 더 그런거에요.”
[뭐?]되묻는 박성민의 말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도 한국의 제약 기술 중 대부분은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갔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한 일도 아니었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기술을 팔아넘겼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이 말했듯이 신약 개발은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기업 하나가 매달리고 있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환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이번달 약값만 200만원이 나왔다고요?’
‘제약회사쪽에서 약값을 올렸다나봐, 독점 생산되고 있어서 그런지 대체약도 없는 마당이고···’
제약회사의 횡포는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었다.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국내 제약회사들은 다르길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누구나 손에 쥔 게 생기면 놓지않으려는 법이니까.
“독점 생산은 악이에요.”
[…너 설마 그것때문에?]치매 치료는 중요하다. 모든 인간이 더이상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목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기술이 발달이 되어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가 생긴다면?
‘환자 한명 한명이 돈이 되는 세상인데 마냥 성능 좋은 약을 병원이 반길지는 모르겠네.’
특별반 수업때, 송형민이 했던 말. 그 날 이후로 나는 계속 고민했다.
“단순히 치매 치료제만 만드는 것에 그치면 안돼요. 모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뿐이에요.”
[진짜 넌···]박성민은 말을 잇지 못했다. 내 말에 감동을 받은 건지, 아니면 말도 안되는 거라고 생각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치매 치료제를 개발했지만, 제약사들 혹은 의료인들의 횡포에 가로막혀서 환자가 치료받지 못한다? 그것만큼 끔찍한 일도 없을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치면 오히려 한삼제약에서 독과점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니면 치료제를 개발도 하기 전에 한삼 제약이 망해버릴수도 있고.]“그래도 국내 1위인데 그렇게 쉽게 망할려고요.”
[에헤이, 그건 너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신약 개발하다가 사라지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만큼 신약 개발은 정말 기업의 생사가 달려있는 신중한 일이라고.]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하는 박성민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기업의 생사가 달려있는 일이라···
“걱정 안하셔도 돼요. 기업이 바보도 아니고 안될 일이면 시작조차 안하겠죠.”
[뭐야. 그럼 치매 치료제를 안 만들어도 된다는 말이야?]“아뇨. 제말은 그러니까···아직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려면 한참 남았다는 말이에요.”
김영재, 이재성과 함께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은 기본 중에 기본인 내용이었다. 단순히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혈뇌장벽을 통과시킬 정도로 분해시키는 것.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시킨다는 것과 이미 저하된 인지 능력을 다시 올리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나는 웃으며 패딩 지퍼를 턱끝까지 여몄다.
“연구는 계속 될거고, 그동안 제약회사들도 나름 머리를 굴리겠죠. 이게 돈이 될 연구인지 안 될 연구인지. 된다면 얼마나 될건지. 그리고···리스크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신약 개발에 드는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단번에 지불할 수 있는 기업은 몇개 없다. 대부분은 정부나 다른 재단의 지원을 받고, 그 지원의 대가로 특허권 혹은 독과점에 대한 규제를 받게 된다.
규제를 받는다하더라도 남는 이익은 상상 이상일 것은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진짜 넌 어디까지 생각해둔거냐? 사실 미래에서 치매 치료법 알고 오고 막 그런 건 아니지?]“그런거면 좋겠네요.”
박성민과 잡담을 나누다보니 어느새 기숙사 점호시간이 가까워졌고, 나는 전화를 끊으며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1학년도 끝나가고 있었다.
*
“오늘부터 방학이라니! 진짜 시간 빠르다.”
“그러게.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나이만 먹는 것 같네.”
“너가 이야기하니까 진짜 신빙성 없는 거 알아? 그리고 너 아직 고딩이야.”
내 말에 이인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말했다.
쩝. 느끼는대로 말했을 뿐인데 어쩐지 혼이 난 기분이다. 안그래도 쌍둥이들로부터 ‘애늙은이’, ‘현자’ 등으로 불리고 있었는데, 별명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느낌이다.
“그럼 일단 생물 올림피아드 캠프 갔다가 화학 올림피아드 캠프 가는거야? 안 힘들겠어?”
“응. 생올 캠프는 2박 3일이라서 짧아서 괜찮아.”
일정을 살펴보니 10일동안 진행되는 화올 캠프와 다르게 생올 캠프는 2박 3일로 짧았다. 전생과 동일한 걸 보니 큰 이변은 없는 듯 했다.
이인영은 살짝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화올 캠프때도 계속 보겠네? 이번에도 내가 친절하게 잘 알려줄테니까 국가대표로 꼭 선발되어야 한다?”
“누가보면 지는 벌써 당선 된 줄 알겠네.”
“여름때처럼 쓰러지지 말구!”
이인영은 웃으면서 말했다. 옆에서 이인성이 궁시렁거리는 건 이제 반응도 안하기로 마음먹은 듯 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좋겠다.”
“꼭 선발 될거거든?”
“아, 재성이도.”
“…걔는 내 알바 아니고.“
흥.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하는게 여전히 이재성하고는 잘 안맞는 모양이다. 하긴 애초에 자존심 강한 두 천재가 잘 지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 안했다.
“아. 그리고 미국 일정 말인데. 아마 고모부집에 있을 것 같아. 마침 그 근방에 사시거든.”
그때 이인성이 기억 났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쌍둥이들은 ‘의리’를 명목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미국 여행 허락을 받아냈다. 어머니의 엄청난 반대가 있었지만, 아버지의 설득 끝에 가능해졌다고.
“말도 마. 엄마가 ‘이제 고2인데 2주씩이나 미국에 가 있겠다고? 절대 안돼!’ 라고 말하는걸 아빠가 겨우 설득했다니까? 아빠 아니었으면 진짜 미국 못 갔을지도 몰라.”
쌍둥이들의 아버지이자, LK머티리얼즈의 대표 이광용로부터 좋은 인상을 심어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모양이었다.
하긴, 그때 나 아니었으면 지금쯤 얘네도 여기서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겠지. 새삼 그때 이광용의 그래핀 사업이 얼만큼 진행중에 있을지 생각하고 있는데 교실 문이 열렸다.
“자자, 다들 방학이어서 들뜬 건 알겠는데 개학 하고도 여기로 다시 와야하는 건 알고 있지?”
”여기로요? 2학년 반이 아니고요?“
”종업식도 안하고 2학년 올라가게? 1년 더 다니고 싶은거라면 말리진 않겠다”
담임 박민철의 섬뜩한 농담에 이인성이 멋쩍게 웃으며 후퇴했다. 아무리 장난이어도 학교를 1년 더 다니란 말은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었으니까.
박민철은 방학 중 할 것들에 대해 안내했다. 안전 사고, 입시 공부 등 여름방학을 앞두고 한 말들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이번 방학이 지나고 나면 너희도 2학년이니까 아직 진로에 대해 못 정한 녀석들은 이번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진로는 정해놔야한다. 2학년이 되면 지금보다 더 정신없이 흘러갈테니 말이다.”
네에, 라고 학생들의 형식상 답이 끝나고 방학식을 하러 우리는 강당으로 이동했다. 전교생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복작복작한 느낌이 들었다.
방학식은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전교 회장과 부회장의 진행에 맞춰 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의 환영식을 시작했고,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하고 나니 끝이 났다.
대충 건강하게 공부해라- 정도. 뻔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이 끝나고 학생들은 모두 각자 기숙사로 향했다.
”어라. 짐은? 이미 옮겼어?“
”응. 바로 기숙학원으로 보냈거든.“
방에 들어가자 김진수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방학 내내 아예 기숙형 학원에 있기로 했다는 김진수는 이번 방학 계획을 먼저 풀기 시작했다.
“그럼 방학 내내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한다는거야?”
“정규 수업은 8시부터이긴 한데 아침 자습이 의무거든.”
“너무 빡센거 아니야?”
“원래 처음이 힘들지 익숙해지면 괜찮아. 그리고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환경빨이라는 거 몰라? 오락 원천 차단! 오로지 공부!”
“흠···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가끔은 쉬는 게 더 도움이 되니까.”
예예, 건성으로 대답하는 김진수였지만 나름대로 귀담아 들었다는 뜻일거다. 애초에 전생이었다면 내게 이런 스케쥴도 안 알려줄 김진수였으니까.
김진수는 기말고사 등수가 나온 이후로 나에 대한 경계는 완전히 허물고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신뢰를 보여주고 있는 상태였다.
전교 1등. 나.
그리고 김진수는···
“그나저나 내가 전교 5등이라니, 내가! 내가 전교 5등이라고! 나 이러면 내년에 특별반 들어가는거 아니야?”
“그러게, 누가 가르쳐줬는지 진짜 등수 확 올랐네. 이정도면 기숙 학원을 갈게 아니라 나한테 과외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님?”
“? 그래도 돼? 너희 집 어디라고 했지?”
“농담.”
“아니, 난 진심이야. 잠깐 그때 서울이 아니라고 했지? 그럼 경기도라고 치면···”
재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김진수를 막아섰다. 방학때까지 김진수 공부를 봐 줄 시간은 없다고. 결국 ‘편도로만 6시간’ 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김진수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김진수는 화제를 돌리기로 마음 먹었는지 나를 보며 물었다.
“너는? 이번 방학때 뭐해? 여름 방학보다는 꽤 길잖아.”
“뭐 캠프 갔다가 미국 갔다 오는 거 말고는 별 다른 건 없어.”
“남들은 하나 하기도 바쁜 걸 두 개나 하면서 별게 없긴.”
“참고로 캠프는 2개임. 생물 올림피아드, 화학 올림피아드.”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말하자 김진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진심으로 징글징글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올림피아드 2개 출전이 가능해?! 그거 그냥 하나만 걸리자 아니었어?”
이미 올림피아드를 2개 출전했다는 건 학생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사실이었다. 참가 신청 명단이 이미 반마다 게시되었고, 그걸 본 학생들은 단순하게 김진수처럼 생각했다.
‘둘 중 하나만 되겠지. 설마 올림피아드인데.’ 라고.
김진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당연히 생물이랑 화학 중 1차 합격한 거로 갔다 오는 줄 알았지.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두 개 다 신청해서 두 개 다 붙냐?”
“미치진 않았는데.”
“진짜 미친놈···”
괴물을 보듯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김진수가 갑자기 생각난 듯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는 곰곰히 뭔가를 떠올리는 듯 하더니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이번 겨울에 생물 올림피아드 캠프도 간다는거지?”
“응. 2박 3일로.”
“카이스트에서 하는거?”
“? 어떻게 알아?”
예상치 못한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김진수가 훗, 하는 작은 감탄사와 함께 말을 이었다.
“우리 멤버도 거기에 갈 예정이거든.”
“…멤버?”
“의대 그룹 과외 있거든. 거기 멤버야.”
“뭐야. 그냥 과외 친구라고 하면 되지. 멤버는 무슨.”
“어허,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그룹 과외가 아니거든? 어쨌든 걔도 이번에 생물 올림피아드 신청했나보더라고. 나야 뭐 그런 거에 시간 쓸 바에 내신이랑 논술로 의대 지원하는 루트니까 아예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김진수는 신이 났는지 ‘의대 그룹 과외’에 대해 이리저리 말했지만,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생물 올림피아드에 선발될 애라면 전생때도 한번 마주쳤을테니까.
물론 전생이랑 지금이 같을거라고는 확답할 순 없다. 그 증거로 최한별이 생물 올림피아드 캠프에 참가한다는 게 변수였으니까.
“하여튼 캠프 가서 만나면 나랑 아는 사이라고 꼭 말하고!”
“봐서.”
“에이, 괜찮다니까. 원래 인맥은 이럴 때 써먹는거지! 그리고 나랑 좀 비슷한 면이 많아서 아마 너랑 잘 지낼거야.”
그저 김진수를 언급해서 얻게 될 이익이 없을 뿐이라 그렇게 대답한건데, 김진수는 다르게 해석한 것 같았다.
‘내 기억에 없는 걸 보면 별로 인상깊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말야.’
그렇게 김진수의 친구, 그러나 내 기억 속에는 없는 인물의 이야기를 듣다가 우리는 헤어졌고,
생물 올림피아드 캠프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