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91)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91화(91/221)
91. 생물 올림피아드 캠프 (2)
91. 생물 올림피아드 캠프 (2)
생물 올림피아드 캠프. 국가 대표 선발을 앞두고 약 80명의 학생들이 모여 합숙을 하는 캠프이다.
화학 올림피아드와 다르게 2박 3일이라는 타이트한 일정으로 진행되는만큼 오리엔테이션은 빠르게 진행됐다.
“첫날에는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 총 3개의 강좌가 이어서 진행됩니다. 모두 개인용 노트북 들고 오셨죠?”
1일차에는 이론 강의 3개, 2일차에는 실험 평가 4과목. 그리고 마지막 3일차에는 이론 강의 2과목과 최종 선발고사로 이루어져있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첫날 일정이 저녁 9시에 마무리된다는 것만 봐도 이번 캠프가 얼마나 빡셀지 체감할 수 있었다.
‘물론 전생때 겪어봤던 일이라 별로 걱정은 안되지만···’
이곳에 있는 시간이 아까웠다. 모든 내용을 알고 있는 나로선 더 배울게 없을테니까.
오히려 지금도 김성진의 연구실에서 열띠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김영재와 이재성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오래된 지식이 아닌, 새로운 지식들을 발견해가고 있을 모습이.
문득 지난 연구실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 그리고 쏟아지는 찬사와 경악을 보며 떨떠름해 했다.
‘어···우리가 한 게 그렇게 대단한거야?’
‘그냥 연구한 거 정리해서 올린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연구를 했지만 이정도로 환영받을 줄은 몰랐는지, 둘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아직은 고등학생이라는 건가? 둘은 연구에 있어서는 때로는 비상한 모습을 보이곤 했지만 동시에 현실감이 없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가 대단한 거는 알아도 어느정도 급인지 가늠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런걸까, 둘 다 혈뇌장벽을 통과하면서 동시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하는 약물을 개발해냈을 당시에는 기뻐하긴 했지만···
‘그럼 이제 유전자 편집 기술은 어떻게 활용하면 될까?’
‘치매 증상을 눈에 띄게 지연시키는 약물 처리 연구해도 돼?’
다들 자기 분야쪽으로 파고들고 싶어서 안달. 순서를 알려줘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더 연구하려고 했다.
“자, 잠시 쉬는시간 가진 후에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둘의 모습을 떠올리다보니 어느새 오리엔테이션이 끝났다.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와 있었다.
LK머티리얼즈에서 맺은 인연, 함수연 연구원이었다.
“행사 중이었어서 전화를 못 받았어요. 죄송합니다.”
[아냐. 전에 말했던 거 잘 진행되고 있다는 거 알려줄려고 전화 한 거니까. 특허 말이야.]아카이브에 논문을 올리기 전, 나는 그녀를 만났었다. R&E 이후로 꽤 시간이 흐른 뒤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흔쾌히 만남에 응했다.
[진짜 깜짝 놀랐었지. 갑자기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이 특허를 내고 싶다니.]“아무래도 연구원 생활이 기신 만큼 이쪽 분야에 대해서 잘 아실 것 같아서요.”
[그야 맞는 말이긴 한데···어쨌든 제약 쪽은 또 완전 다른 분야니까. 다행히 변리사들끼리 서로 알고 있어서 이야기가 잘 통했어.]함수연은 전화 상으로 간략하게 특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생에도 연구실에 지내면서 특허 신청을 해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진행한 건 또 새로운 일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기술 자체가 새롭다고 볼 순 없었으니까.’
물론 이번에 만들어 낸 약물, 아밀로잽(AmyloZap)은 전생에도 없었던 약이긴 했다. 김영재가 유전자 배열 구조를 편집과 관련해 분석을 마치고 이재성이 응집체 구조를 연구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핵심적인 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약물의 배합비를 구한 나였지만.
혈뇌장벽을 통과해 베타-아밀로이드를 분해하는 약물. 아밀로잽(AmyloZap)의 등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다 못해 폭발적인 수준으로 이끌었다.
[(이 주의 과학) 의학계에 부는 새로운 바람, 치매 정복되나?] [아밀로잽(AmyloZap)의 등장, 관련주는?] [아밀로잽의 등장으로 베타-아밀로이드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의학계는 물론 과학계 전역이 떠들썩한데요···]아카이브에 투고 버튼을 누르기 전부터 이 모든 일들을 예견했다. 그렇기에 미리 준비해야만 했다.
과학은 깨끗해보일지라도 자본이 얽힌 과학은 어느때보다 지저분하니까.
[일단 물질 특허, 조성물 특허, 용도 특허는 출원을 마친 상황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에선 선출원주의니까 이거로 발목 잡힐 일은 없을거야.]“미국은 아직 선발명주의이지 않나요?”
함수연은 국제 특허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국제특허를 받을 경우 여러 나라들을 상대로 동시에 특허 출원일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특허가 심사가 나는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지만, 아카이브에 논문을 올린 이상 논문에 대한 우선권도 보장받으니 뭐. 지금으로선 걱정할 게 없었다.
[그나저나 특허를 출원하는데 드는 비용을 그렇게 한번에 낼 줄은 몰랐어. 출원료랑 조사료, 변리사 수수료까지 합해서 꽤나 큰 돈일텐데.]“마침 연구비가 들어온 게 있어서요.”
[…연구비라니. 너 아직 고등학생 아니었니?]함수연이 기가 막힌다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나는 별다른 대꾸없이 웃음으로 답했다.
‘운이 좋았어. 마침 미래기술육성센터로부터 연구비를 받을 수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연구비는 총 3억.
일부 연구들이 20억, 30억 연구를 따오는 것에 비해 언뜻 보면 연구를 진행하는데 적어보였지만···애초에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비를 따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고, 더군다나 연구에 참여하는 기간을 2년으로 잡아놨었기에 단기 프로젝트로 이정도 금액이면 매우 준수한 편이었다.
실험에 참가하는 인원이 적은만큼 인건비로 빠져나갈 부분이 적었고, 그나마 크게 들어가는 금액은 장비 및 약품 구입 및 실험 동물 유지로 대부분 빠져나갈 예정이었기에 특허 출원을 하는데 사용할 돈은 충분했다.
물론 연구비는 앞으로 진행될 연구를 위해서만 사용이 되어야한다. 하지만 센터장, 즉 최성훈에게 문의해본 결과 그는 흔쾌히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이제 그 연구에서 후속으로 진행할 연구인거잖니? 그럼 후속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그 연구들에 대한 출원이 꼭 필요한거고.’
큰 맥락으로 볼때 상황이 인정되므로 연구비 중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
[하여튼 이제 앞으로는 특허 진행 상황은 변리사 통해서 직접 이야기하도록 하고. 이만 전화 끊을게. 다시 연구실로 들어가봐야하거든.]“알아봐주셔서 감사해요. 진심으로요. 다음에 밥 살게요.”
밥 산다는 이야기에 함수연은 호쾌하게 웃었다. 몇 번의 대화가 오갔고,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어느새 쉬는 시간이 다 끝났고, 이제 기숙사 배정을 하러 짐을 옮길 시간이었다.
조심스럽게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던 소강당으로 들어가자, 몇몇 학생들이 조교들의 지시에 맞춰 이동하고 있었다.
“한국과고 김만덕 학생이죠? 남자 기숙사는 저쪽 길로 쭉 나가면 있고 방배정은 1층에서 한번 더 확인하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짐을 들고 기숙사로 향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문 앞에 섰다. 화학 여름 캠프때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안녕!”
“안녕.”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내 룸메이트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화학에 미쳐있다거나, 걸핏하면 연구에 대해 까내리는 녀석이 아닌 평범한 남학생.
‘…전생때랑은 다른 룸메인게 좀 걸리긴 하지만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최한별이 생물 올림피아드에 참가하면서 아마 그 안에서 인원 조정이 일어났을거다. 전생이었다면 합격했을 누군가가 떨어졌고, 그로인해 변화가 생긴거겠지.
어차피 그러든 말든 내게 큰 영향은 없었기에 나는 괘념치 않고 가방을 내려놨다.
상대방은 이미 짐을 다 푼 상황. 2박 3일 일정이었기에 짐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겨울 짐에다가 개인 침구를 들고 와야하는 상황이었기에 부피가 꽤 나갔다.
그렇게 짐을 하나씩 풀고 있는데···뭔가 뒷통수가 따갑다. 결국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짐을 정리하다말고 고개를 돌려 룸메이트를 바라봤다.
룸메이트의 눈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할 말 있어?”
“너 김만덕 맞지? 한국과고 김만덕?”
“어. 맞는데.”
“대박. 진짜 한국과고 김만덕이구나.”
뭐야, 이 이상한 화법은. 미간을 좁히며 경계하자, 녀석이 눈을 빠르게 깜빡이더니 감정을 가득 담아 말했다.
“나, 나···!”
“어, 어.”
“나, 나 진짜 진짜 진짜 너 팬이야!!”
“…뭐?”
맑은 눈의 광인과 2박 3일을 보내게 되었다.
*
새 룸메이트의 이름은 정민상. 한국과고 다음이라는 성원과고 재학생이자 미친놈이었다.
“너 아카이브에 논문 올린 거 맞지?”
“…아닌-”
“아니라고 발뺌할 줄 알고 있었지! 그래서 논문에 기재되어있던 이메일 주소를 다 서칭한 결과 나머지 두 명의 정보가 뜨더라고? 그래서 그 중 한명을 파고파다보니까-”
“…너 그거 범죄야.”
“너무해! 범죄라니! 그냥 있는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고 분석했을 뿐인데? 말넘심!”
이제 막 2009년이 시작된 지 얼마 안되었지만···그래도 18살 남자애가 말넘심! 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이 녀석 이인성이랑 비슷한데 전혀 다르다. 오히려 내상을 주는 정도가 이재성급인···
“나 진짜 네 논문 읽고 밤새 펑펑 울었다고! 이세상엔 왜이렇게 천재가 많은걸까! 천재랑 같이 살아서 행복해! 행복하지만 슬퍼! 슬프지만 기뻐!”
진심으로 이녀석에게 정신질환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슬그머니 몸을 뒤로 빼며 경계 태세를 갖추자, 그제야 정민상은 눈썹을 축 내리며 눈치를 봤다.
하지만 생물학을 전공한 나는 안다. 이건 단지 상대방의 경계를 풀기 위한 연기라는 것을. 저 안에는 미친놈이 들어있다.
정민상은 그 이후로 내 논문에 대한 찬양 아닌 찬양을 시작했다. 자신도 생물학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또래 학생이 논문을 쓰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연구실에 취직할 수 있냐, 원래 치매 분야에 관심이 있던 거냐 등··· 정민상의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고 나는 영혼이 탈탈 털리는 걸 느꼈다.
나중에 연구를 하더라도 이름은 숨기고 게재해야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네 최종 목표는 뭐야?”
“…치매 치료.”
“진짜 너 진짜 멋있다. 진짜. 넌 꼭 해낼거야.”
“고맙다.”
“그때 되기전에 미리 싸인 한번만-”
나는 끝없는 싸인 요청을 하는 녀석을 밀어내고 점심을 먹기 위해 학생 식당으로 이동했다. 이녀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식당까지 동선이 겹쳤기에 거의 같이 가는 꼴이었다.
“같이 밥 먹자!”
“아, 그게 내가 일행이 있어서.”
“거짓말! 너 친구 없는 거 다 알아! 애초에 한 학교에서 한 두명밖에 안 오는데 일행이 있는게 더 이상한-”
“어어, 저기 간다.”
급하게 돈까스를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최한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미안하지만, 최한별 앞이라면 이녀석도 조용해지겠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최한별은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드는 데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녀석이니까.
“오오, 뭐야! 뭐야! 일행이라는게 여자였던거야? 머리도 똑똑한데 여친까지 있는거야? 천재인데 여친까지 있다고? 잠깐 천재인데···여친이···?”
“여친 아니고 그냥 친구. 너도 빨리 친구들이랑 밥 먹어. 잘가. 안녕.”
“아냐! 사실 나 친구 없어! 그러니까 너랑 같이 먹을 수 있어!”
그 말과 함께 정민상은 내 옆에 앉았다. 아직 최한별에 대해 잘 모르는 정민상은 웃으며 말을 조잘조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와, 근데 너 여친 진짜 이쁘다. 아 잠깐, 나 얘 누군지 알 것 같아. 너 최한별이지? 한국과고?”
“…응.”
“와,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이쁘고 집도 금수저라던데. 진짜야?”
“…”
“근데 사실 나 너 알아. 너희 아버지 연서병원에서 일하시지? 우리 아버지도 거기서 일하시거든. 가만 보자 최근에 병원에 갔을 때···아 몰라. 기억이 안나네.”
“시끄럽다. 밥 좀 먹자.”
결국 쉴새없이 떠드는 정민상을 가볍게 타박했다. 안그래도 이번 캠프 동안 연구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어가려고 했건만, 이래선 정신만 빠져나갈 판이다.
이번 시간을 마지막으로 절대 이 녀석이랑 얽힐 일은 안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녀석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아 맞아! 이번에 임상시험센터에 너희 할아버지 참여하셨지?”
“…어?”
“맞아, 맞아. 그때 분명 중요한 사람이라면서 거듭 체크를 했었거든. 아, 설마 이거 비밀인가?”
임상시험센터. 말 그대로 의약품이 시중에 판매되기 전 인간을 대상으로 직접 적용해보는 임상시험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나와 최한별의 눈이 커다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