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9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98화(98/221)
98. 국가 대표 (4)
98. 국가 대표 (4)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 각국의 화학 천재들이 모여 겨루는 대회.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 시험은 좀 어떻습니까? 괜찮은 학생들로 이뤄졌나요?”
모든 시험이 끝나고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회의가 개최되었다. 캠프 때 각 파트의 화학 수업을 맡았던 교수진들과 시험을 주관하는 올림피아드 위원회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선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하여 캠프 총괄을 맡고 있던 성준한 교수는 선뜻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뭐, 매년 우수한 학생들이 뽑히니 이번에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올해는 꼭 전원 금메달이면 좋겠는데 말이죠. 요 몇 년간 국가 1위를 놓치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국제 대회보다는 입시에 좀 더 치중하는 경향이-”
아직 시험 결과를 모르고 있는 교수진들과 위원회 사람들은 지난 대회를 떠올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성준한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번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할 학생들이 결정되었습니다.”
“오, 이번엔 어느 고등학교에서 많이 뽑혔나요?”
“과고 출신들이지 않겠습니까. 아마 그중에서도 한국과고가 우세하겠죠.”
“…한국과고 출신 2명과 성원과고 1명. 그리고 일반고 1명입니다.”
성준한 교수의 말에 몇몇 교수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걱정이 서려있는 놀람이었다.
“흠, 일반고 학생이라. 조금 걱정되긴 하네요. 아무래도 실험 부분에서 약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그래도 한국과고랑 성원과고는 과고 중에서도 명문 아닙니까. 이정도면 많이 괜찮죠.”
“쯧, 그래도 과고생 4명으로 가는 게 가장 안정적일 텐데···.”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역시 일반고 학생이었다.
캠프에 참가한 일반고 학생들은 더러 있었지만 이렇게 국가대표까지 올라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에 출전한 이래로 손에 꼽는 경우였으니까.
성준한 교수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긴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어느 고등학교인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3명이 고2입니다.”
“예?”
“성원과고 학생을 제외하고는 올해 고2가 된 학생들입니다.”
“어허···저런. 그게 사실인가요?”
교수들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 고3 학생들이 대부분 참가해 왔고 간혹가다 고2 학생이 있긴 했지만 4명 중의 1명꼴이었기 때문이다.
불안함을 느낀 교수진들과 관련 사람들이 인상을 쓴 채로 성준한 교수를 바라봤다.
“혹시 이번 시험이 변별력이 없었던 거 아닙니까? 너무 쉬워서 그 중간을 구분해 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요.”
“그건 아닙니다. 이번 시험을 치른 학생들을 보니 오히려 작년보다 평균 점수가 낮았으니까요.”
“그럼 반대로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건-”
성준한 교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그는 준비해 온 종이를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의 점수표였다.
“이론 평가와 실험 평가 점수가 나와있습니다.”
“…오류 아닙니까?”
“오류가 나올 수 없는 게 국가대표 시험은 수기로 채점합니다.”
“그 말은···.”
사람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만점이라는 소리입니까?”
“네. 놀랍게도.”
“허, 아니. 만점을 받는 학생이 있긴 했습니까?”
성준한 교수는 국가대표 시험이 치러지던 그날을 떠올렸다. 긴장된 표정으로 얼어있는 학생들 가운데 눈에 띄게 여유를 가지고 있는 학생.
심지어 시험시간이 120분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단 30분 만에 풀고 제출하고 퇴실했다.
‘심지어 검토까지 끝내고 제출한 거였지. 정말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나올 수 없는 풀이 속도다.’
문제와 관련된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문제를 풀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빨리 퇴실한 학생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성원과고 학생의 점수가 좀···”
“네. 오히려 고2 학생들의 점수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3등과 4등의 편차가 커서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이거 참, 나이순으로 점수가 나오는 게 아니군요···”
그제야 고2 국가대표에 회의적으로 말하던 교수들이 말꼬리를 흐렸다. 아무리 고2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화학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학생이 출전하는 게 당연했다.
나이가 많다고 똑똑하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그때, 화학올림피아드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정수 교수가 미간을 좁혔다. 만점을 받은 학생의 이름이 어째선지 익숙했으니까.
‘분명 이 이름···. 어디서 들어봤는데.’
박정수 교수는 끙, 소리를 내며 미간을 연신 찌푸렸다. 최근에 들었던 이름이었는데···
“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난 박정수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과학창의재단에서는 왜 굳이 생물이랑 화학 시험 일정을 조정하라고 한 건지. 나원참.’
‘그러게 말일세. 그거 때문에 기존에 짜놨던 일정들을 다 수정하고 욕봤지.’
‘그래도 뭐, 어찌저찌 다 끝나서 홀가분하네. 이제 국가대표 학생들이 힘 좀 써야지.’
지난주, 화학 올림피아드 시험이 끝나고 곧바로 생물올림피아드 2차 캠프가 운영되었다. 화학에 비해 짧게 운영되는 2차 캠프에선 국가대표 선발전이 치러졌다.
모든 시험을 끝나고 난 두 위원회 위원장들은 회포를 풀고자 만났었고, 그때도 분명히···.
‘글쎄, 고2 학생이 출전하게 되었지 뭔가. 그것도 점수가 무려 만점일세.’
‘만점? 엄청난 수재구만? 이번에 금메달 기대해 봐도 좋겠어?’
‘허허허! 그럼 어깨 좀 펴고 살 수 있지!’
작년과 다르게 일정을 조정해서 힘들었다는 생물 올림피아드 위원장. 그러나 뜻밖의 수재가 들어온 덕에 그의 기분은 좋아 보였다.
‘두 올림피아드 국가대표 선발 시험이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올림피아드 후원을 해주고 있는 과학창의재단으로부터 부탁이 들어왔다.
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한학수가 꽤나 간곡하게 요청하는 탓에 두 위원장은 의아해하면서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후원재단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그제야 박정수는 한학수가 왜 그런 부탁을 했는지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생물 올림피아드와 화학 올림피아드 모두 만점.
그것도 아직 고2밖에 안 된 학생이 이뤄낸 업적이었다.
“잠시만요, 이 학생 이름이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최근에 그 아카이브에 올라왔던 이름이랑 같지 않나요?”
“그러게요. 저도 그 논문 저자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동명이인이려나요?”
“그건 아닐겁니다.”
성준한 교수가 딱 잘라 말했다. 단호한 그의 말투에 교수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김성진 교수 연구실 소속이거든요.”
성준한 교수는 일전에 김성진과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도 친밀한 관계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연락을 취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연구실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 그 말은 그때 그 아카이브 논문의 주인공이···이 만점 받은 학생이라는 거죠?”
“이야, 진짜 천재네요. 천재.”
“뭐, 천재라고 할 것까지 있나요. 그 논문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교수님 아직 그 논문 안 읽어보셨어요? 읽어보셨으면 그런 소리 못 하실 텐데요?”
아직 아카이브 논문을 읽지 않은 교수들도 몇몇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과학이라는 분야는 엄청나게 넓었고,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다른 분야에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교수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의적인 목소리도 오가던 중에, 화학올림피아드 위원장 박정수가 입을 열었다.
“이 학생 생물 올림피아드에도 출전한답니다.”
“…예?”
“생물 올림피아드 위원장이 말하더군요. 이번에 한국과고 학생 중 국가대표로 선발된 고2 학생이 있다고. 심지어 만점으로요.”
“설마···.”
“네. 같은 학생인 것 같습니다.”
김만덕이란 이름이 두 명은 아닐 테니까요, 박정수의 말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한 개도 출전하기 어렵다는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두 과목 모두 만점을 받은 학생.
심지어 아카이브 논문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학생.
“…이번 국제 대회에서 어쩌면 엄청난 성적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 순위든, 국가 순위든 간에 말이지요.
사람들은 천재의 등장에 마른침을 삼켰다.
*
“그래, 오랜만이다. 잘 지냈니?”
“네. 연구원님은요?”
“에이, 딱딱하게 연구원이라니! 평소처럼 선생님이라고 불러. 선생님!”
“그래도 이제 앨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계시는데-”
“선생님이 더 영(young)해 보인단 말이다!”
모든 캠프와 시험이 끝난 후, 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아직 국가대표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 남았지만, 그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최한별도 붙었으려나.’
생물 올림피아드 2차 캠프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났다. 이미 전생에 모든 내용을 알고 심지어 국가대표 시험을 치르던 기억은 꽤나 강렬하게 남아 있던 덕에 이번 시험은 너무 쉽게 치렀다.
‘조기 퇴실하시면 다시 입실 불가능합니다. 성실하게 풀어주세요.’
‘다 풀었는데요.’
‘예?’
30분 만에 풀고 나가니 조교가 ‘이건 또 뭔’이라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결국 시험지에 빼곡하게 적힌 걸 보고서야 그는 퇴실을 허락했다.
···뭐, 이제 채점도 끝났을 테니 찍은 게 아니란 것쯤은 알겠지.
그렇게 올림피아드 때 있던 일을 회상하고 있는데, 박성민이 웃으며 어깨를 쳤다.
“그래, 이번에 하버드대 간다고? 인터뷰는?”
“이번 달 안으로 1차 패스 여부 알려주고 추후에 인터뷰 일정 알려주신대요.”
하버드대 조기 입학을 담당하는 입학처에서 메일이 왔다. 서류가 모두 정상적으로 확인되었다는 안내 메일이었다.
“근데 너 SAT랑 AP시험 안 치렀잖아. 3월 이후에 시험인 거 아니야?”
“그래서 9월 입학 전까지 제출해야 해요. 만약 기준에 미달된다 싶으면 불합격이고요.”
“그래도 되는거야?”
“애초에 시험 성적 때문에 절 뽑으려는 게 아니니까요. 최소한의 기준만 보겠다는 거겠죠.”
“이야,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 채가려고 하버드도 노력하네.”
박성민이 실없는 농담을 치며 말했다. 조기입학이라는 부분은 하버드대에서도 잘 알려진 정보가 없었기에 이 당시만 해도 뜬구름 같은 소문만 자자했다.
세계적인 기업의 자제들이 이용하는 프라이빗 전형이다, 조기 입학으로 합격한 천재 중에는 10살짜리 꼬마 아이도 있다더라, 노벨상 수상자를 미리 채가려는 음모이다 등···. 여러 가지 소문이 있었지만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만큼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미국은 한국과 입시 제도가 다르잖아요. 성적을 한국만큼 중요하게 안 보기도 하고.”
“그래, 그래. 일단 미국까지 왔는데 어디 가보고 싶은 데는 없어? 시차 적응 때문에 힘들지 않아?”
“조금 피곤하긴 한데 견딜만해요.”
장시간의 비행 때문에 약간 피곤하긴 했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연구실 생활을 하며 좀비처럼 지내는 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박성민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진짜 넌 뼛속까지 연구원이다. 평생 연구하자?”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 나는 그저 허허 웃으며 조수석 자리에 탔다.
“근데 너도 지도 봐서 알겠지만 우리 집에서 하버드까지 가려면 좀 가야 해.”
“얼마나요?”
“어···5시간 정도?”
“기차 타고 가는 거죠?”
“아니? 비행기인데?”
에, 내가 미간을 좁히며 박성민을 바라보자 오히려 그가 물음표를 띄우며 나를 바라봤다.
“너 미국 지리 몰라? 시애틀랑 매사추세츠는 거의 끝과 끝이잖아.”
“에···그 말은···?”
“다른 집에 너 좀 맡기려고.”
“에.”
당연히 박성민의 집에서 지낼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이렇게 미국에 본격적으로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고 분명 그때 박성민이···.
“아, 아니 같이 지낸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숙박비나 그런거 걱정말고-”
“아 그럴려고 했는데, 이번에 연구실에 일이 좀 생겨서 비울 수가 없네? 휴가 쓰려고 했다가 반려 당했지 뭐니.”
“아니 그걸 이제 말해주면 어떡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박성민 휴가 날짜에 맞춰서 왔을 거다. 지금 당장 하버드대에 방문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박성민은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표정 풀어 표정! 마침 아는 사람이 그쪽에 살아서 미리 부탁해놨어. 흔쾌히 된다하던데?”
“하지만 모르는 사람 집에 있는 건 좀···.”
“모르는 사람은 아닐걸? 널 알고 있는 것 같던데? 그리고 나쁜 사람 아니야. 내가 보증해!”
“아무리 그래도···.”
그리고 나를 안다고?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미국 사는 사람은 박성민밖에 없다. 뭔가 숨기는 듯한 박성민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그는 웃으며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고, 으리으리한 단독주택 앞에서 그는 차를 멈췄다.
“여기야.”
“어···엄청 좋네요.”
“그치? 여기 땅값도 어마어마할텐데 말이야.”
그렇게 박성민과 함께 차에서 내린 나는 잘 관리된 단독 주택 앞에서 섰고,
전혀 예상 못했던 인물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