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
서장
공자께서는 괴이(怪異), 용력(勇力), 반란(叛亂), 귀신(鬼神)에 대한 것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논어(論語) 술이(述而) 편
* * *
-화르르르르!
열기가 뜨겁다.
눈앞에서 불타고 있는 건물.
건물의 안팎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끄아악!”
“살려줘!”
뜨거운 화마 속에서 불이 붙어 날뛰고 있는 사람들.
이런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손에는 무언가에 축축해진 낫이 들려 있었다.
약초를 베기 위한 낫이 피로 절어있는 모습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으아아아악.”
“도, 도와줘요!”
불길로 뒤덮인 건물 속에서 뛰쳐나온 이들이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미친 듯이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이미 전신을 뒤덮은 불꽃이 쉽사리 꺼질 리가 만무했다.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 그들은 죽어갔다.
참혹한 광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일말의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아니. 죄책감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쿨럭쿨럭…..약조해라.] [무엇을 말입니까?] [절대로 네 본성을…..드러내지…..않겠다고…..] [……할아버지.] [이 할애비가 너를 그리 가르쳤더냐!] […….알겠습니다.]돌아가시기 전, 할아버지와 했던 약조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하나 그 약조는 지켜지지 않았다.
아니 지킬 수 없는 약조였다가 옳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그리 끔찍하게 만든 ‘그놈’을 찾을 때까지 이것을 멈출 수 없다.
설령 그 끝이 할아버지께서 우려했던 현실이라도 말이다.
피를 보면 볼수록 나 자신을 통제하기 힘들다.
지금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살이 타고 피가 난무하는 이 참혹한 광경을 보면서도 입 꼬리가 실룩거린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명백히 즐거움이라는 감정이었다.
‘본성……’
악(惡)이야 말로 나의 본성일까?
적어도 할아버지께서 가르친 나의 모습보다는 홀가분하다.
족쇄에서 벗어난 기분이랄까.
“후우.”
아무래도 좋다.
피 냄새 덕분에 상쾌한 기분으로 ‘놈’에 대한 단서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살아남은 자들만 전부 처리하고 가야겠다.
낫을 들고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어가는데, 그들이 두려움에 가득 찬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공포심이 나쁘지 않게 다가왔다.
오히려 살의를 더욱 간지럽힌다고 해야 할까.
-저벅!
다시 발걸음을 떼자, 겁을 먹고 있던 어떤 누군가가 내게 소리쳤다.
“겨, 겸살귀!”
겸살귀(鎌殺鬼)라…..
놈의 흔적을 쫓으며 생긴 별칭이다.
조금이라도 놈과 관련되었다 싶으면 전부 죽여 버렸더니, 어느새 사람들이 나를 겸살귀라 불렀다.
죽은 시신에 남겨진 낫의 흔적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는데, 알게 모르게 악명을 떨친 것 같다.
고작 한 달 사이에 말이다.
역시 산골 촌 동네들과 다르게 조금 큰 마을들을 건드려서 그런 모양이다.
덕분에 좋은 교훈을 얻었다.
‘전부 태워야 겠어.’
시신에 쓸데없이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말이다.
아니다.
차라리 낫을 쓰지 않는 게 나을까?
에라 모르겠다. 고민은 나중에 하고 일단 전부 죽이고 보자.
-휙!
나는 바닥을 기어가는 생존자를 향해 낫을 치켜 올렸다.
“히익!”
그러자 생존자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낫을,
-퍽!
“컥!”
뭔가 나의 복부를 강타하며 엄청난 힘에 의해 나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바닥을 수차례나 구르고도 그 힘은 가시질 않았다.
한참을 굴러서야 겨우 멈췄는데, 속을 뒤집어 놓는 이상한 힘에 의해 한바탕 토악질을 했다.
“끄웩.”
-와아아아아아아!
토악질을 하고 있는데 환호성이 들렸다.
겁에 질려있던 생존자들이 외치는 함성인 듯 했다.
아직도 속에 메스껍고 몸 전체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대체 무슨?’
의아해하는데, 손을 들어 올리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그 자는 흡사 영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람들의 환호성에 보답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호기롭게 소리쳤다.
“과연 겸살귀요. 본인의 삼성 공력을 견뎌내다니 말이오.”
‘삼성 공력?’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이 자가 하는 말 중에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건 겸살귀라는 호칭뿐이었다.
“쿨럭…쿨럭….”
토악질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눈앞에 이 자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는데 발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제 그 악행도 끝이오. 겸살귀!”
그 자가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위험해.’
나는 이를 악 물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지도….
-스륵!
‘!?’
뭐지?
천천히 걸어오는 듯 했는데, 어느새 그 자가 내 앞에 서있었다.
‘빨라.’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흠.”
중년인이 신음성을 흘렸다.
떨어져있을 때는 몰랐는데 왼쪽 눈썹 위로 긴 흉터가 있는 자였다.
오른손에는 태운 것처럼 시꺼먼 검이 들려 있었는데, 그 날카로움이 예사롭지 않았다.
‘벗어나야 해.’
내 모든 감각이 경고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 자를 어찌 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때 중년인이 방금 전과는 사뭇 달라진 냉랭한 얼굴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어떤 놈이 뒤를 캐고 다니나 싶었는데, 아직 젖비린내도 떼지 않은 십대 애송이었다니.”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한데 그보다도 다른 것이 귀에 들어왔다.
‘뒤를 캐?’
그렇다면 이 자는….
-콱!
“켁!”
뭘 생각하고 자시고 하기도 전에 사내가 내 목을 움켜잡았다.
열일곱이라고 해도 내 몸은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신장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너무도 가볍게 들고 있었다.
손등과 팔목을 쳐다보았는데 근육의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나를 이렇게 깃털처럼 들어올린 거지?
의아해하는데, 사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네놈……무공을 익히지 않았구나.”
“무….공?”
“무공이 뭔지도 모른다? 하!”
사내가 놀라워했다.
무공이라는 게 대체 무엇이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흥미롭군. 무공도 익히지 않은 녀석이 본좌의 일장을 맞고도 아직 살아있다라…..”
“켁켁, 대체 무슨 소리를…..”
-푹!
“허억!”
복부가 화끈거린다.
놈의 흑색 검날이 어느새 복부를 관통했다.
사내가 비릿하게 웃더니 살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죽여 두는 편이 후환이 없겠구나.”
-쑤욱! 푹!
“컥!”
복부에 박혀있던 검을 뽑자마자 놈이 나의 왼쪽 가슴을 찔렀다.
가슴으로 검이 관통하자, 엄청난 고통과 함께 목구멍으로 피가 솟구쳤다.
“조용히 살았으면 됐을걸 뭐 하러 나대고 다녀서 명을 재촉하느냐.”
“학…..학……”
입을 벙긋거리는 나를 놈이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 뒤를 돌아 흑색 검을 치켜 올리며 외쳤다.
“겸살귀의 악행은 이것으로 끝났소. 모두들 안심하시오!”
다시 영웅호걸처럼 굴었다.
놈의 진면목을 모르는 생존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가슴이 관통한 상처도 고통스러웠지만 그런 놈의 가식적인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기껏 원수일지도 모를 자를 찾았는데, 허무하게 당하고 말았다.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할아버지…..’
조금씩 눈앞이 흐려져 간다.
복수도 하지 못하고 할아버지 곁으로 가나.
약조를 어겼다고 잔소리가 보통이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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