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0)
3화 괴이(怪異) (3)
‘이런 미친!’
호위 고찬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잘린 팔이 생선 마냥 저리 팔딱거리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 가짜 목경운 녀석의 거침없는 행동은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아무리 장주의 상태가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무인의 오른팔을 가차 없이 잘라버리다니 겁이 없어도 너무 없다.
‘이를 어쩌나?’
만약 이 사실을 대부인인 석 부인이나 다른 공자들이 알게 되면 사달이 날지도 몰랐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말이다.
-찌익!
일단 고찬은 자신의 옷을 찢어 만든 천으로 지혈을 위해 장주의 잘려나간 단면 위쪽의 팔을 세게 묶었다.
“하아……..”
혈색이 달라지는 장주의 상태를 보며 방사 묘신이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런 방식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었다.
부정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면 신체의 일부로 모아 절단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괴이나 부정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녀석이 이런 판단을 했다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군.’
혀를 내둘려 질 정도다.
그러나 이 방식은 말 그대로 최후에 가서이다.
이렇게 큰 가문이나 권세가 있는 자들을 상대로 이런 극단적인 방법은 뒷감당이 힘들다.
“어리석은 짓이었소.”
방사 묘신이 혀를 차며 말했다.
더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뒷수습이 우선이었다.
장주의 몸에 있던 괴이를 잘려나간 팔 하나에 몰아넣어서 떨쳐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착!
방사 묘신이 장주의 이마에 붙였던 압(壓)이라 적혀 있던 부적을 떼서 팔딱거리며 저 혼자 뛰고 있는 잘려나간 팔에 붙였다.
그리고 수인을 맺으며 주술을 외었다.
“북제사오지화부타사귀 장장개신서 감유불복자 압부풍도성 급급여율령!”
-불룩! 불룩!
그러자 날뛰던 팔 전체가 흉측하리 만큼 핏줄들이 검게 올라왔다.
어지간히 비위가 좋지 않고는 보기 힘들 정도였다.
호위 고찬마저도 고개를 돌리며 회피를 하는데, 목경운은 흥미롭다는 듯이 흉측해진 장주의 잘려나간 팔을 쳐다보았다.
-치이이이이!
부적이 파르르 떨리며 붙여진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에 영향이라도 받은 듯이 부적이 붙여진 피부의 주변 부위들은 불룩하게 튀어나왔던 것들이 가라앉아갔다.
‘아쉽군.’
방사 묘신이 속으로 혀를 찼다.
일반적인 괴이와 달리 살(殺)이 끼어 있었다.
살이라는 것을 일종의 저주였다.
즉 뭔가 우연으로 인해 괴이에 걸린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당했다는 것이 된다.
보통 이렇게 살이 낀다면 당연히 그 원흉을 역으로 알아낼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죽은 살덩어리로 괴이가 몰린다면 살을 역으로 돌리더라도 그 원흉에게 피해를 줄 수 없을뿐더러 알아내기도 힘들다.
‘이놈 때문에 전부 망쳤어.’
그가 속으로 탄식하는 이유였다.
적당히 정화를 하고서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하고서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야 할 듯 싶었다.
대부인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으니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슥!
우측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우면서 날카로운 감각.
이에 주술을 외우던 방사 묘신이 순간 그것을 멈췄다.
“……..이게 무슨 짓이오?”
그의 목에 서슬파란 검날이 닿아 있었다.
검날을 목에 갖다대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공자!”
호위 고찬도 갑작스러운 목경운의 돌발 행동에 당혹스러워 했다.
그러나 목경운이 손가락으로 입가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하자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 자식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당황해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입술을 뗐다.
“보아하니 방사라고 하던 것 같은데 장주님이 생사를 오고 갔던 게 지금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보, 보면 모르겠소? 귀댁의 장주는 괴이에 침식되었소.”
“괴이가 뭡니까?”
이런 원론적인 목경운의 물음에 방사 묘신이 마른 침을 삼켰다.
서둘러서 제령을 해야 하는데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공자……..전부 설명해줄 터이니 검을 치워 주시오. 이것을 확실하게 정화하지 않는다면 다시 장주의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소.”
“확실한가요?”
“뭐요?”
“몸에서 떨어져 나갔는데 다시 나빠질 수도 있나요?”
목경운의 그 물음에 방사 묘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보통 이런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방사의 말을 신뢰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어린 녀석은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방사 묘신은 침착하게 답했다.
“이보시오. 대부인 마님께 돈을 받고서 방술을 행하는데 내가 어찌 거짓말을 한단 말이오? 이럴수록 장주의 생사가 위태로워……”
-슥!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검날이 살짝 목을 파고들었다.
이에 당황한 방사 묘신이 화들짝 놀라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오? 저, 정녕 모든 걸 망칠 작정이오? 공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장주가 죽는다면 전부 공자의 탓이 될 수도 있소이다.”
“장주가 돌아가시면 돈을 받고도 방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당신의 탓이지 어떻게 내 탓이죠?”
‘!?’
방사 묘신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 자식 자신이 이렇게 말하는데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걸 보면 꼭 장주의 생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설마 대부인처럼 장주가 정말 살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죽기를 기다리는 건가?’
그럴 확률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는 방술을 행하면서 수도 없이 이런 일을 겪었다.
가문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을 말이다.
‘만약 그런 거라면……’
“머리를 굴리지 말고 묻는 말에 답했으면 좋겠네요.”
-푹!
검날이 더욱 목을 파고들었다.
당장에라도 목이 잘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오며 방사 묘신이 당황한 나머지 황급히 말했다.
“호, 혹시 공자께서도 장주가 죽기를 바라는 거라면 뜻대로 해드릴 터이니 부디 목숨만은 살려…..”
“공자께서도?”
“네?”
“누가 장주가 죽기를 바랐나요?”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방사 묘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목이 베일 것 같다는 공포심에 도박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틀린 듯 했다.
“그, 그건……”
“누구죠?”
“고…..공자 그런 의미로 말씀드린 게 아니라…..”
“대부인인가요?”
“……….”
방사 묘신의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는데, 한 번에 정곡을 찔리자 순간 답변이 나오지 못했다.
그 모습에 호위 고찬이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느닷없이 방사의 목에 검을 들이대기에 미치기라도 했나 싶었는데, 설마 이런 상황을 유도한 것인가?
-주르륵!
그때 방사 묘신이 식은땀마저 흘리며 입을 열었다.
“공자…….대부인께서는 그저…….”
“눈알 굴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솔직함이 살 수 있는 길일 수도 있죠.”
“고…..공자…….”
“손에 힘이 들어갈 것 같군요.”
-슥!
“히익! 대, 대부인 마님께서 장주를 살리지 않아도 되니 그 입에서 비급서와 장주 직인이 어디있는지만 알아내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방사 묘신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 역시도 산전수전을 겪어서 잔꾀가 많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정말로 이 자리에서 자신의 목을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
“비급서? 장주 직인?”
목경운이 반문하며 호위 고찬을 쳐다보았다.
이에 호위 고찬이 이를 어찌 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빌어먹을. 대부인이 이런 대담한 짓을 벌였을 줄이야.’
그들이 줄을 갈아타려고 했던 대상은 대부인과 첫째 공자가 아니라 둘째 공자였다.
그런데 만약 목경운이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자신들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첫째 공자가 장주 직을 물려받을 뻔 했다.
“고찬 호위.”
“네넷?”
“대부인이 시켰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네?”
호위 고찬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더러 뭘 어쩌란 거지?
대부인이 그런 짓을 한 걸 알아냈다고 해도 지금 당장에는 뭘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그걸 방해했으니 대부인의 분노와 견제를 살뿐일 것이다.
고찬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어차피 상황은 벌어졌고 대부인의 비밀을 알았으니 여기서 상황을 호전시키고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다.
‘빌어먹을!’
자신의 입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공자…….장주님을 살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인이 공자를 노릴 겁니다.”
“제가 방해가 되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이런 고찬의 대답에 방사 묘신이 황급히 끼어들었다.
“고, 공자. 장주님을 살릴 수 있습니다. 괴이를 몸에서 분리해냈기 때문에 잘려나간 팔만 정화한다면 무사하실 겁니다. 무조건 살릴 터이니 제발……”
“살릴 수는 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하오니……”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게 있거든요.”
“무엇이 말입니까? 무엇이든 말씀드리겠습니다.”
“괴이라는 게 장주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는데, 당신은 무슨 수로 장주에게서 대부인이 시킨 것을 알아내려고 했죠?”
그 물음에 방사 묘신은 또 다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대뜸 자신이 무슨 수로 그걸 알아내려 했는지 그 방법을 물을 줄은 몰랐다.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이건 들어봐야…..
-꽉!
그때 목경운이 방사 묘신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목을 강하게 짓누르며 말했다.
“생각은 하지 말고 제가 물으면 조금의 틈도 없이 바로 대답해줬으면 좋겠네요. 저는 필요성이 없는 사람은 굳이 살려둘 필요가 없다고 여기거든요.”
“………”
“또 대답이 없네요. 역시…..”
“괴, 괴이를 통제해서 장주님이 직접 이야기하게 하려 했습니다.”
겁에 질린 방사 묘신이 곧장 답했다.
이런 그에게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할 수 있으면서 뭘 그리 머리를 굴려요.”
“사, 살려주십시오. 대부인 마님께서 시킨 게 아니었다면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당장 괴이를 정화할 테니 제발……”
“아뇨.”
“네?”
의아해하는 방사 묘신에게 목경운이 방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전에 말했던 거 한 번 해보세요.”
“지, 지금 무슨……”
당황해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괴이를 통제해서 장주의 입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서요.”
‘!?’
예상하지 못한 목경운의 뜬금없는 요구에 방사 묘신을 비롯한 호위 고찬의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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