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01)
‘이런······.’
청령이 목경운을 향해 다가오는 훤칠한 청년을 보며 고민했다.
가까워져 가는 저 중생 청년의 눈빛을 보아하니 그리 좋은 의도로 다가오는 것 같지 않았다.
지금 목경운은 심상에서 깨달음을 얻느라 무아지경에 빠졌다.
단순히 몰입하는 것을 넘어서 이 상태일 때 잘못 건드리게 되면 자칫 기운이 역류하여 주화입마(走火入魔)를 입을지도 몰랐다.
‘설마 중생을 건드리려하는 건가?’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다.
이에 그녀는 목각인형을 부수고 나와 막아야 하나 망설였다.
목경운의 식신이기에 운명은 일심동체였다,
-슥!
아니나 다를까 청년이 손을 뻗으려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중생 놈. 하필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라고 여기려던 순간이었다.
-솨아아아아!
그 찰나의 순간 목경운의 체외로 빠져나왔던 일부 죽음의 기운, 즉 사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체내로 빨려들어갔다.
그와 함께 멍하게 있던 목경운의 눈빛이 되살아났다.
‘아!’
되돌아온 목경운의 눈빛에는 안광이 흘러나왔고 깊이가 있어졌다.
심마가 오면 어쩌나 했는데 분명 소기의 성과가 있는 듯했다.
이를 확인한 그녀가 황급히 소리쳤다.
-우측 옆을 봐!
그 외침에 목경운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돌리는 순간 누군가 자신의 이마로 손을 가져오고 있었고 거의 닿기 일보직전이었다.
“뭐하시는 거죠?”
목경운의 물음에 훤칠한 청년 아니 명도왕의 제자 엽위선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 좋은 의도로 손을 뻗은 것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보면 모르겠느냐? 중생 너를 방해하려 했다.
‘방해?’
-심상 속이나 무아지경에 빠졌을 때 건드리면 심마에 걸릴 수도 있다. 그리되면 심마가 일어나 기운이 역류하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그게 바로 주화입마다.
이를 들은 목경운이 눈앞에 있는 엽위선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악의를 가지고 다가왔다라.
“무아지경이나 심상 도중에 건드리려는 건 고의적으로 심마를 일으키는 행위라고 하는데 맞나요?”
“······.”
대답이 없다.
이것만으로 목경운은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알고 그런 거네요?”
“그, 그게···.”
“문답무용.”
“뭐?”
-팍!
“켁!”
순간적으로 목젖을 엄지와 검지 사이 손날로 강타당한 엽위선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고의적으로 심마를 일으키려 했던 것을 들킨 나머지 당황해서 방심했다고 하기에는 방금 그 일수는 굉장히 빨랐다.
‘이, 이 자식?’
뭐지?
기감상으로는 일류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한데 어떻게 이렇게 손이 빠른 거지?
그런데 지금은 놀라고 있을 틈이 없었다.
‘빌어먹을 새끼가 하필 목을···.’
요혈들 중에서 목은 당하고 나면 한순간 숨이 막혀서 운기가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이에,
-팍!
“쿨럭쿨럭!”
엽위선이 기침을 하며 뒤로 공중제비를 돌 듯이 회전하여 각법을 펼치며 거리를 벌렸다.
기습적으로 당했기에 일단 조금이라도 회복할 틈이 필요했다.
그러나 목경운은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팟! 타타타탁!
뛰어올라 연거푸 발차기를 날리는 목경운.
이를 본 청령이 내심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목경운이 펼치는 각법은 순현각법의 초식 중 하나인 제 4초식 무영섬각(無影閃脚)이었다.
-파파파파팍!
‘젠장!’
도를 뽑지도 못했는데 곧장 날아드는 각초에 엽위선이 권초를 펼쳤다.
명도왕 손윤이 도법으로 명성을 날렸다고 해도 적수공권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촤르르르르!
일단 막기는 막았는데 엽위선의 발바닥이 뒤로 밀려났다.
이에 엽위선이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목젖을 맞아서 아직 제대로 운기를 하지 못했다고 하나 절정의 극에 이른 자신이 각초를 막다가 밀려나다니?
‘이놈 대체 뭐야?’
예상을 넘는 실력에 당혹스럽다.
하나 이 모습을 아래층에서 ‘아가씨’께서 보고 있을 걸 생각하니 한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원래의 계획이 망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제대로 망신이었다.
이에,
“후흡!”
권초의 방어식을 펼치던 엽위선이 왼손으로 초식을 간결한 약식으로 전환했다.
목경운의 발차기를 한손 주먹으로 막아낸다는 것을 힘든 일이었기에 전환하는 것과 동시에 가슴과 좌측 어깨를 맞았지만,
-퍼퍽!
그와 동시에 등허리에 차고 있던 커다란 도를 뽑을 수 있었다.
-스릉!
도를 뽑는 것과 동시에 엽위선이 곧장 도초를 펼쳤다.
명일도법 제 3초식 일자도회(一仔刀回).
예기가 실린 패도적인 도세에 각법을 펼치던 목경운이 이내 몸을 옆으로 뒤틀며 빙그르 돌아 순간적으로 체공 시간을 만들어냈다.
-파파파파팍!
-촤악!
그러기가 무섭게 그의 뒤편에 있던 책장 다섯 군데가 반으로 갈라졌다.
생각보다 넓은 예기(銳氣)의 범위였다.
그런데 책장과 함께 반으로 갈라진 비급서들에 엽위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헉!’
홧김에 놈을 베어야겠다고 여겨서 도를 휘둘렀는데 거의 삼십여 권 정도 되는 비급서들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나마 3층은 책장에 비급서를 가득 채우지 않아 이 정도 숫자만 벤 것이지만, 원본 비급서를 예기로 벤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빌어먹을!’
아무리 사부가 오왕의 일인이라고 해도 꽤 큰 벌을 받을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이 들자 엽위선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자식 때문에 일이 제대로 꼬였다.
‘안 되겠다.’
-팍!
엽위선이 도를 바닥에 꽂았다.
그리고는 한 손에 기운을 집중하여 날카로운 예기를 형성하였다.
사부님께 받은 거형도는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예기를 실어 도초를 펼치면 주변에 피해가 너무 컸다.
다소 기운의 소진이 있더라도 맨손으로 예기를 펼쳐 조절하는 게 나았다.
‘단숨에 죽여주마.’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놈을 죽여야겠다.
그래야 자신이 놈의 심상을 방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 아닌가.
‘이런 데서 쓰라고 있는 건 아니지만.’
엽위선이 범상치 않은 기수식을 취했다.
명일도법은 총 11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숨겨진 비기가 5개가 있었다.
사부인 명도왕 손윤은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죽일 자에게만 비기를 써야 한다.]왜냐하면 그 비기들은 하나 같이 필살(必殺)의 초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초식들이 상대에게 알려지거나 분석되는 것을 무림인들이 바라지 않겠지만 비기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분석되지 않을수록 더욱 필살의 의미가 짙어지기에 말이다.
-팟!
엽위선이 신형을 날렸다.
‘명일도법 비기 2초식 명해구술(命害咎述)!’
도의 궤적이 순식간에 다섯 갈래로 늘어나며 중심부로 모여드는 회오리처럼 도식들이 한 곳으로 집중되며 쇄도했다.
비기 중에서 그가 가장 선호하는 초식이며 이것에 당하게 되면 가슴이 통째로 날아가기에 필시 죽게 된다.
‘죽어랏!“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멀스멀!
목경운이 검결지를 움켜쥐자 손가락 주변의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그것은 예기가 일어난 현상이었다.
-너!
청령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목경운이 깨달음을 얻어 완전한 절정의 경지에 올랐음을 의미했다.
‘이놈 예기를?’
이를 엽위선 역시도 보았다.
목경운의 검결지에 예기가 서린 것을 보고는 그가 적어도 완숙한 절정의 경지 이상임을 깨닫게 되었다.
‘실력을 숨겼구나.’
그렇다면 더더욱 최선을 다해 놈을 죽여야 한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목경운의 집중력은 극도로 올라갔다.
‘보인다.’
기이한 일이었다.
무아지경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초식들을 다양하게 경험한 탓일까?
목경운의 눈에는 엽위선이 펼치는 명해구술의 도결이 어떤 식으로 궤로를 완성할지가 보였다.
이를 보는 순간 희미하지만 빈틈 하나가 보였다.
-팟!
빈틈을 확인한 목경운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였다.
그것은 굉장히 빨랐다.
엽위선이 입술을 비릿하게 올렸다.
‘어리석은 녀석.’
명해구술의 유일한 파훼법은 거리를 두고서 초식이 집결했다가 다시 분산되는 그 틈을 노리는 것이다.
이렇게 가까워지면 초식이 더욱 강맹해져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촥!
목경운의 검결지가 그런 그의 초식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명해구술의 다섯 갈래의 도초가 목경운의 검결지와 손목, 어깨, 허리, 가슴을 감싸며 전신을 다섯 조각으로 갈라내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파파파팡!
그 순간 목경운의 몸에 닿기도 전에 다섯 갈래의 예기가 실린 도의 궤적들이 일제히 튕겨나가듯이 빗겨나갔다.
‘아닛?’
그로 인해 더욱 선명해진 빈틈.
목경운의 검결지가 정확하게 그 빈틈으로 향했다.
빈틈은 엽위선의 왼쪽 눈동자였다.
예기가 실린 검결지가 정확하게 왼쪽 눈동자를 향해 전광석화처럼 날아들었다.
‘이, 이런!’
그것을 피하기에는 너무도 빨랐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팍!
‘!?’
목경운의 검결지가 정확하게 눈에 닿기 일보 직전에 누군가가 손목을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도초를 펼치던 엽위선의 손목도 그 누군가에게 붙잡혔다.
호리호리한 체구의 죽립의 여성이었다.
“아가씨?”
-쿵!
“흐헉!”
엽위선의 손목이 꺾이며 그대로 바닥에 무릎이 꿇려졌다.
이에 당황한 엽위선이 고개를 들어 뭔가를 이야기하려 했는데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면사 사이로 보이는 눈빛이 싸늘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 눈빛이 입을 닫으라고 말하는 듯했다.
-슥!
이렇게 엽위선의 입을 닫게 한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면사 속 그녀의 눈빛에는 이채가 띠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왕의 일인인 명도왕의 둘째 제자 엽위선조차 자신의 공력을 버티지 못해 무릎을 꿇었는데 목경운은 아니었다.
무릎을 꿇리기보다는 밀어낼 생각이었는데 밀리지 않는다.
‘3성 공력에 버티다니.’
놀라웠다.
겉보기에는 고작해야 일류로 보였다.
한데 예기를 쓰는 것을 보고서 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임을 알게 되었다.
해서 3성의 공력이면 충분하겠다 싶었는데 버티고 있다.
-파르르르르!
“과연 수석패를 3개나 받은 생도답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단주들보단 강하겠어.”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중단전의 기운까지는 쓰지는 않았다지만 이 여자 내공이 보통이 아니었다.
면사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얼굴은 굉장히 젊었다.
그런데 흘러나오는 기운을 보면 시혈곡주 이지염을 연상케 할 만큼 방대한 기운이 체내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쪽이야말로 손목도 가녀리신데 공력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미친! 네놈이 그쪽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이 아니···.”
-꾸욱!
“헙!”
“조용.”
엽위선의 손목을 더욱 세게 누르며 경고를 날린 죽립의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위소연.”
‘위소연?’
이름만 얘기해서야 누군지 알 수가 있나.
하는데 그녀가 뒷말을 이었다.
“천지회 회주의 셋째 제자 위소연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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