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02)
“천지회 회주의 셋째 제자 위소연이다.”
‘!?’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천지회의 회주와 가까운 인물과 만나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제자라니.
어쩐지 규정과 상관없이 보고에 갑자기 들어온 게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신분을 알고나니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
‘차기 회주 후보로군.’
목경운은 시혈곡주 이지염을 통해 내부의 중요 인물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듣게 되었다.
천지회의 회주에게는 후계의 자격을 갖춘 세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셋째 제자 위소연이다.
여인임에도 수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특별한 무재를 지녔기에 제자로 들였다고 알려진 인물로 야망이 있어 회주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들었다.
‘그런 여자를 이런 곳에서 본다라.’
참으로 공교로웠다.
청령이 말이 없는 걸로 보아 천지회 회주의 제자라고 하니 감정이 고조된 모양이다.
회주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면 분노를 감당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한데 힘이 보통이 아니네.’
깨달음을 얻고서 체내의 기운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
한데 자신과 다르게 자세도 지극히 평범하게 서있는 상태로 손을 붙들고 있는데, 조금도 미동이 없다.
심지어 다른 한 손에는 또 다른 녀석을 붙들고 있는데 말이다.
‘이게 천지회 회주의 제자의 수준인가.’
막내 제자가 이 정도라면 그 위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그리고 천지회 회주는 과연 얼마큼 강할까?
확실한 것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나 아직은 회주의 제자의 무위에조차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손목이 꺾여서 고통스러워하는 명도왕의 제자 엽위선이 다그쳤다.
“하아…하아….뭐 하는 거냐? 고작 시혈곡 생도 주제에 지금 아가씨의 신분을 알고도 예를 갖추지…..”
-우득!
“억!”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엽위선의 손목이 완전히 꺾여서 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멀쩡하던 뼈가 부러졌으니 당연히 고통에 비명이 나올 만도 했지만, 위엽선은 얼굴의 핏줄들이 터질 것처럼 부푼 상태에서 이를 악물었다.
그런 그에게 회주의 셋째 제자 위소연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하라고 했을 텐데.”
“끄으으으…..소, 송구합니다.”
“내 입으로 네가 저지른 짓들을 나열해줘야 하나?”
“으으으….아닙….니다.”
사실 엽위선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규정과 상관없이 보고에 들어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는 많지 않다.
오왕의 일인인 명도왕의 제자라고는 하나 당연히 이곳의 출입 권한은 없었고, 회주의 제자인 위소연에게 호가호위(狐假虎威)하여 들어온 것뿐이었다.
한데 그런 와중에 흥분하여 보고에 있는 일부 원본 비급서들을 훼손시켰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셈이었다.
“네 어리석은 짓으로 인해 너를 이곳에 데려온 나 역시도 꽤 곤란해졌다. 하니 더 입을 연다면 이 자리에서 즉결 처분하겠다.”
“명심….흡.”
엽위선이 입을 굳게 닫았다.
더는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선 안됐다.
-팍!
엽위선에게서 손을 뗀 위소연이 마찬가지로 목경운의 손목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말했다.
“사과하마. 이 자의 무례를 용서해라. 다소 행동이 과하고 생각이 짧기는 하나 충직해서 데리고 있는데 오늘처럼 이런 멍청한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손목을 가져오며 살폈다.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를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은 목경운이 이내 엽위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충직한데 멍청한 개라 많이 피곤하시겠군요.”
‘이놈!’
그런 목경운의 말에 엽위선의 얼굴이 순간 무섭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더는 그녀의 말을 어겼다간 뒷감당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입을 열순 없었다.
그때 위소연이 피식하고 웃었다.
“충직한데 멍청한 개라니. 자못 어울리는 표현이구나.”
‘어찌 아가씨까지…..’
엽위선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녀에게 더욱 잘 보이고 친분을 쌓아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한순간에 멍청한 개가 되어버렸다.
그때 목경운이 정중하게 포권 지례를 하며 말했다.
-슥!
“예비단주 목경운이 회주의 셋째 제자이신 위소연 아가씨께 인사올립니다.”
“목경운?”
이런 목경운의 인사에 그녀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중원 무림을 통틀어 목(木)가는 상당히 드물었다.
천지회 내부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나마 들어본 게 정파의 명문 무가 중 하나인 연목검장이 다였다.
‘연목검장…….일리는 없을 테고.’
아직까지 연목검장의 자제들을 볼모로 데리고 온 사실은 천지회 내에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그녀 역시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누가 볼모를 시혈곡에 보냈으리라 생각하겠는가.
그녀가 이내 말했다.
“예비 단주면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군.”
“그렇습니다.”
사실 선임무사 곽문기를 통해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들은 그녀였다.
그러나 목경운에게 흥미가 생겨 모르는 척 하는 것뿐이었다.
위소연이 목경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정말 잘생겼군.’
이 정도로 미형의 남자는 처음 본다.
얼핏 보면 여자처럼도 보일 만큼 목경운의 얼굴을 상당히 훤칠함을 넘어 아름답다.
하나 그녀는 외모보다는 목경운의 무위에 더욱 관심이 갔다.
‘열일곱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미 단주 급의 수준이라면 무난하게 마지막 관문도 통과하겠지.’
그렇다면 간부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슬슬 후계 구도가 천지회 내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만큼 그녀는 쓸 만한 인재들을 최대한 영입하고 있었다.
‘괜찮은 인재 같아.’
명도왕 손윤의 가르침을 받은 엽위선보다 한 수 위라면 장래가 촉망하다.
미리 이 자리에서 포섭해서 나쁠 건 없어보였다.
그녀가 곧장 본론을 꺼냈다.
“내공이 탄탄한 게 머지않아 절정의 극이나 그 위로도 갈 수 있는 역량이 있어 보이는군.”
“아. 그런가요?”
“해서 그런데 혹시…..”
“아! 아가씨께 송구한데 먼저 말씀 하나, 아니 두 가지를 드려도 될까요?”
“응?”
갑작스럽게 목경운이 말을 자르자 그녀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정체를 알았는데도 꽤 무례하다.
하나 자신이 데리고 온 엽위선이 무례를 저지른 것도 있었고, 목경운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를 포용하기로 했다.
“좋아. 편하게 얘기해라.”
“아아. 관용이 있으신 분이라 참 다행이군요.”
목경운의 이런 말에 그녀가 조그맣게 웃었다.
자신의 사람으로 인재를 포섭할 수 있다면 이 정도 관용이야 얼마든지 베풀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회주의 제자이시니 이 정도 권한은 있으실 것 같은데, 원래 제가 여기서 한 시진 동안 비급서를 고를 수 있는 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
이 말에 위소연은 목경운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엽위선과 자신으로 인해 목경운은 그 시간을 빼앗겼다.
아마도 권한을 이야기한 것은 이곳 보고지기에 그것을 이야기해달라는 것이리라.
“걱정하지 마라. 그것에 관해서는 목경운 네가 얘기하지 않아도 보고지기인 양 단주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다.”
물론 방금 떠올린 게 아니라 진짜였다.
이런 위소연의 말에 목경운은 다행이라는 듯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배려해주시니 감사하군요. 두 번째는 거기 앉아 계신 분 덕분에 하마터면 제가 목숨을 잃을 뻔해서 그런데 합당한 대가를 받고 싶습니다만.”
“뭐?”
이런 목경운의 말에 위소연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직접 사죄를 했고 명도왕의 제자인 엽위선의 손목마저 부러뜨렸다.
이 자리에서 부러뜨린 것은 일부러 목경운에게 보이기 위함도 있었다.
한데 대가를 받아야겠다고?
‘이 자식이 지금 무슨 개소릴 지껄이는 거야?’
엽위선이 화가 났는지 목경운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녀의 경고만 없었어도 당장에 이차전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경이었다.
그때 위소연이 입을 열었다.
“합당한 대가라는 게 뭘 바라는 건지 들을 수 있을까?”
“목숨을 잃을 뻔 했으니 당연히 등가교환에 맞추려면 저 역시도 저분의 목숨을 받는게 응당 옳지 않을까요?”
-으득!
이 자식이 돌았나?
아무리 망신을 당했다고 하나 자신은 오왕의 일인인 명도왕의 제자였다.
한데 그런 자신의 목숨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건가?
이놈이 정녕…..
“라고 생각했지만 그런다면 제가 아가씨의 충직하고 멍청한 개를 잃게 만드는 게 되니 마땅한 보상을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마땅한 보상?”
“네. 목숨을 잃을 뻔 했으니 그 정도는 저분에게 받아도 되지 않을까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당사자인 엽위선도 그랬지만 위소연도 순간 코웃음이 나왔다.
여태껏 회 내에서 많은 자들을 봤지만 고작 시혈곡에 들어온 생도 주제에 이렇게 당돌한 녀석은 처음 본다.
차기 회주 후계가 될 수도 있는 자신을 상대로 보상을 요청한다라.
뭔가 신선하면서도 심기가 살짝 불편해진다.
‘……..보아하니 그저 무재만 뛰어난 게 아닌가보군.’
짧은 대화였지만 그녀는 목경운이 보기보다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이라 판단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흥미가 떨어졌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재가 뛰어나면서 자신에게 굳건히 충성을 맹세해줄 수 있는 자였다.
한데 주군이 될 자에게 흥정을 한다라.
‘그렇게 당돌하다면 이건 어떻게 나올지 들어봐야 겠구나.’
해서 목경운을 한 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무재가 뛰어난 것은 이미 확인했으니 자신을 상대로 당돌함을 보인 만큼 기지 역시도 그에 걸맞는지 확인해볼 참이었다.
“목숨이라…..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군.”
“말씀이 통하시는 분이라 다행이군요.”
“하면 죽여라.”
“네?”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예상 외의 답변이었다.
사실 목경운도 그녀에게 이런 요구를 한 것은 과연 회주의 자리를 노리는 후계자가 어느 정도의 그릇인지 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자신의 요구에 이 자리를 죽이라고 할 줄은 몰랐다.
“의외군요.”
“뭐가 의외라는 거지? 본 녀가 직접 사과를 했고 이 자의 무례에 대한 대가로 손목까지 부러뜨렸다. 한데 목숨 값으로 부족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해서 죽이라는 건가요?”
“그렇다. 목숨을 대신 할만 한 정도의 보상은 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구나.”
이런 그녀의 말에 엽위선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설마 충성을 맹세한 주군이 이런 놈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려하다니.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그러고 있는데 위소연이 말했다.
“단 이 자를 죽이고 나서 벌어지는 일은 본녀가 책임질 수 없다.”
“책임질 수 없다라.”
“그래. 이 자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으니 신분 정도는 알려주마. 명도왕의 제자인 엽위선이다.”
그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시선을 돌려 엽위선을 쳐다보았다.
이제야 그녀의 의도를 정확하게 깨달았다.
정말로 죽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뒷감당을 할 자신이 있으면 죽이라는 소리였네.’
그녀는 대놓고 말했다.
엽위선을 죽이는 것은 자유이나 그를 죽여서 생기는 후환은 직접 감당하라고 말이다.
그 후환은 당연히 명도왕의 분노일 것이다.
“선택은 네 자유다. 대신 본 녀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의 목숨을 거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그걸로 대가는 충분하리라 본다.”
이런 그녀의 말에 엽위선의 얼굴에 살짝 화색이 돌았다.
그러면 그렇지 어찌 그녀가 자신을 버리겠는가.
역시 그녀에게는 생각이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엽위선이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이놈도 머저리가 아니라면 절대로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엽위선은 속으로 다짐했다.
지금 겪는 수모는 반드시 배로 갚아주리라 말이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흐음. 제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괜히 건드려서 후회할 짓 하지 말고 현명하게 선택해라 이렇게 들리는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그녀가 피식 웃었다.
당연히 이 정도는 알아들을 머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 당돌함을 죽이고 보상을 달라했던 것을 포기한다면 결국 입만 나불대는 녀석이란 소리겠지.
라고 여기던 차였다.
“회주님의 제자 분 정도 되는 위치에 계신 분이라면 스스로 하신 말씀은 반드시 지키겠군요.”
이 말에 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말에는 무게가 있다. 나는 스스로 한 말에 책임을 진다.”
“그렇군요.”
“결정했느냐?”
“네. 별 수 없군요. 제 목숨을 노렸던 것에 대한 목숨 값을 받고 싶었는데, 그러자니 명도왕의 후환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고작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그릇이었다.
자신을 상대로 보상이나 바라는 잔머리를 굴리는 족속.
무재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을 해쳐나갈 기지는 없고 고개를 숙이는 것에 그치는 걸로 보아 흥미가 떨어졌다.
“가….”
“아. 잠시만요.”
“뭐?”
바로 그 순간이었다.
-휙! 퍽!
목경운이 신형을 날리며 위엽선의 턱을 발로 걷어찼다.
“컥!”
공력이 실리지 않았지만 갑자기 턱을 얻어맞은 위엽선이 어처구니가 없는 나머지 목경운을 향해 소리쳤다.
“이 새끼가 감히!”
“어라? 입을 열으셨네요?”
“뭐?”
“당신의 주군께서 방금 전에 그 입을 열면 즉결처분한다고 했는데, 그 경고를 무시하셨네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위엽선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이 자식 지금 자신의 입을 열게 하려고 발로 걷어찬 거라고?
그러고 있는데 목경운이 고개를 돌려 빙그레 웃으며 위소연에게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에는 무게가 있고 스스로 한 말에 책임을 지신다고 하셨던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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