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07)
공동 전체의 내부에 그어져 있는 바닥의 붉은 선.
이를 힐끔 쳐다보던 목경운이 백발의 중년인에게 말했다.
“혹시 아까 전에 했던 제안 아직 유효한가요?”
-제안?
“네. 사실 어찌 보면 제 덕분에 그 안에서 나오신 거잖아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백발의 중년인이 입술을 실룩거리더니 이내 포악한 웃음소리를 냈다.
-하하하하핫. 네 덕분에 나와?
“결과적으로는요.”
-웃기는 녀석이로구나. 인간 네놈의 탐욕을 채우려던 목적이 어찌 은혜라고 할 수 있겠느냐?
“수천 년 동안 갇혀 있었다가 풀려났는데, 그 정도로 오래 사신 어르신이라면 기분 좋게 넘어가 주실 수 있지 않나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백발의 중년인이 코웃음을 쳤다.
그에게 있어서 목경운은 고작해야 바닥을 기어다니는 벌레였다.
인간이 벌레를 보며 감정을 가지거나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게 아니듯이 백발의 중년인은 목경운이 하는 말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나 흥미로운 것이 없진 않았다.
-참으로 특이한 녀석이로구나.
“네?”
-어째서 두려움이 없는 거지?
“두려움이요?”
백발의 중년인의 의문은 그것이었다.
아까도 그렇고 고립된 상황에 처해있는데 목경운은 전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이 차오를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눈매가 가늘어진 백발의 중년인이 다가오며 말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냐? 아니면 이런 상황에 처해져서도 죽지 않을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것이냐?
“글쎄요. 후자가 아니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후자가 아니다?
“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냐?
“어차피 살아가는 모든 것은 쇠하기 마련인데 그걸 두려워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백발의 중년인은 특이하다 여겼다.
자신과 같이 영생을 살아가는 존재들조차도 소멸이라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데 필멸자(必滅者)가 죽음이 두렵지 않다라.
이에 백발의 중년인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래? 하면 네가 정말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시험해보면 되겠구나.
-휙!
백발의 중년인이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 순간 달리던 자세로 허공에 떠 있던 목경운의 왼팔이 그대로 뒤로 꺾여지고 말았다.
-우드득!
가동범위를 넘어서 완전히 꺾여버린 팔.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주, 주인님!
왼팔이 꺾인 목경운의 모습에 규소하가 소리쳤다.
하나 정작 당사자인 목경운은 조금 거칠어진 숨소리를 내뱉고 있을 뿐 특별한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백발의 중년인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이걸 참아?’
아무리 인내심이 강해도 조금이라도 신음성을 흘릴 줄 알았다.
한데 완전히 의외였다.
그러고 있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보고지기 양무원 단주가 황급히 어딘가로 달려가려 했다.
“기관진식··· 기관진식······.”
양무원이 중얼거렸다.
그는 보고 내의 설치된 기관진식을 가동시키려 했다.
‘기관진식을 가동시키고 빨리 본성에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를 보내야 해.’
저 정도 절세고수는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하나 이곳 보고에 설치되어 있는 기관진식은 수백 명의 침입자와 초절정의 고수들마저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렇게 기관진식의 가동 장치로 가려고 하는데,
-스륵!
“허억!”
등골이 오싹해지며 체내로 뭔가가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절정의 극에 가까운 고수였기에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 싸늘한 무언가가 주변에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는 했었다.
그런데 이 불쾌한 감각은 뭐지?
-두득! 두득!
“컥!”
양무원 단주가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이 몸을 마구 떨어댔다.
그러더니 눈이 회까닥 뒤집혔다.
얼굴의 핏줄이 검게 불룩불룩 튀어나오던 양무원.
그 뒤집힌 눈에 붉은 핏빛이 스며들더니 이윽고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어.’
그의 몸을 차지한 사람은 다름 아닌 청령이었다.
양무원이 중얼거리던 소리를 듣고는 아차 싶어서 그의 몸에 빙의한 것이었다.
그녀는 본성의 보고에 설치된 기관진식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알고 있는 그 기관진식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라면 괜히 가동될 경우, 지금 붙잡혀 있는 목경운이 위험해진다.
“하아··· 하아···.”
숨을 가다듬는 목경운에게 백발의 중년인이 말했다.
-이 정도는 쉽게 버티는 걸 보니 부러뜨리는 것보다 뜯어내는 편이 좋겠구나. 이번엔 다리 하나를···.
“뜯어내는 건 그쪽의 자유이긴 한데 제가 죽고 나면 어떻게 밖으로 나가실 거죠?”
-밖?
“네. 보아하니 이렇게나 강한 당신조차도 저 붉은 선을 넘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백발의 중년인이 말없이 바닥에 그어진 붉은 선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네놈이 마치 저것을 열어주겠다는 것처럼 이야기하는구나.
“······서로 간에 협의만 잘 이뤄진다면요.”
-협의? 네놈을 살려주면 저것을 없애주기라도 한다는 것처럼 들리는구나.
“그렇다고 해두죠.”
우위에 있는 상황이었다면 조금이라도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거래를 유도했겠지만, 상대는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영수 급의 이매망량이었다.
괜히 자극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기에 목경운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가만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때 백발의 중년인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녀석이 왜 목숨을 부지하는 걸 대가로 바라느냐?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해야 할 일?
“죽여야 할 사람이 있어서요.”
-복수, 그런 것이냐?
“······.”
대답은 없었지만, 명백히 긍정이었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백발의 중년인이 목경운의 곁으로 다가와 턱을 잡고서 가볍게 위로 들어올렸다.
-말인즉 복수를 위해 조금이라도 목숨을 연명하고 싶다는 거로군.
“물론 모든 건 당신의 선택여하에 달려있죠. 당신이 죽이고 싶으면 저는 죽는 것이고 제 거래를 받아들이면 이 공동 안에서도 나갈 수 있겠죠.”
-여기서 나갈 수 있다라······.
백발의 중년인이 목경운을 빤히 쳐다보았다.
사실 그의 기분은 최고조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자그마치 수천 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저 족자 안에 봉해져 있었다.
한데 이렇게 그 안에서 나오게 되었다.
자유를 얻은 것이다.
이제 저 붉은 금제마저 깨어버릴 수 있다면···
-구미가 당기는구나. 원하는 것은 오직 목숨의 구제더냐?
“···네. 다른 것까지 바랄만한 상황은 아닌 듯하네요.”
-주제 파악이 빠르구나. 좋아.
-슥!
백발의 중년인이 고개를 가볍게 내렸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목경운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후우··· 후우···.”
바닥으로 떨어진 목경운이 반대로 돌아간 왼쪽 팔꿈치를 붙들었다.
아무리 고통에 대한 인내심이 강하다고 해도 멀쩡한 팔이 반대로 돌아갔는데, 고통스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일단은······.’
-우드드드득!
그렇게 반대로 꺾인 팔을 목경운이 다시 원래의 방향으로 꺾었다.
얼굴이 살짝 붉어졌으나 역시 아픈 내색은 하지 않았다.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어.’
꺾이면서 팔꿈치의 연골 부근의 뼈가 금이 가고 부서져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목경운이 바닥에 그어진 줄을 쳐다보았다.
‘한 번.’
기회는 오직 한 번이었다.
거래를 제안했지만 정말로 놈을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결계로 보이는 저 붉은 선을 해제하게 되면 이 포악한 영수(靈獸)가 어떻게 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목경운은 속으로 파사팔식의 일식을 되뇌었다.
찰나여도 좋다 한 번의 틈만 만들면···.
-휘릭!
그 순간 목경운의 팔이 제멋대로 위로 올라갔다.
‘!?’
그러더니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목경운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죠?”
-한데 말이야. 인간아. 본좌가 굳이 너와 그런 거래를 할 필요가 있을까?
“······.”
-네 몸을 이리 움직이면 되는데 말이야.
-휙휙!
백발의 중년인이 손을 휘젓자 목경운의 몸이 마치 꼭두각시 인형이라도 된 것마냥 제멋대로 움직였다.
‘꼬였네.’
목경운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누군가를 잘 믿지 않는 편이지만 이 영수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게다가 수천 년의 세월을 그냥 살아온 게 아닌지 조금의 빈틈도 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번만큼은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할아버지.’
어쩌면 복수를 하지 못···.
그때 목경운의 눈에 양문원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청령이 보였다.
그것을 보자,
-으득!
그 순간 목경운의 안광이 싸늘해졌다.
한순간 왜 자신이 할아버지의 복수를 못 하게 될 것 같다고 여긴 걸까?
죽는다고 복수를 못 하는 걸까?
죽어서도 원혼이 되어 복수를 하려고 하는 청령이나, 녹령 규소하가 있었다.
할아버지를 죽인 자에 대한 원한이 고작 이정도밖에 되지 않았나.
“하…..”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조소.
그것이 커지자 목경운의 눈빛이 타오를 듯이 살아났다.
“후우.”
목경운이 체내의 사기(死氣)를 끌어올렸다.
백발의 중년인의 방대한 요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으나, 이것을 오직 한 곳으로만 집중한다면 어떻게 될까?
마치 단전에 응집한 사기처럼 말이다.
-고오오오오오오!
하단전 그리고 중단전에 있던 기운이 오직 오른손으로 집중되어갔다.
모든 사기가 한 곳으로 집중되자,
‘이놈 지금 뭘 하는 거지?’
백발의 중년인이 목경운의 오른손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목경운의 오른손이 어느새 칠흑처럼 검게 물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더··· 더······.’
하나로 집중되어 유형화된 죽음의 기운.
그것은 예기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색을 띠었다.
이를 본 청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기보다 더 응축되어 한 곳으로 집중된 기운.’
그것은 다름 아닌 강기(罡氣)였다.
그녀는 이를 보고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보고에서 기(氣)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는 하나 목경운은 아직까지 절정의 경지에 머물러 있었다.
한데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강기가 형성되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저 색은 대체?’
특이한 것은 보통의 강기는 북두성의 별처럼 푸른 빛을 띤다.
한데 목경운의 손에 응집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검은 빛을 머금고 있었다.
죽음의 기운이 응집되면서 벌어진 현상일까?
-콰아아아아앙!
그 순간 요기에 의해서 얽매이던 손이 풀려났다.
그와 동시에 목경운이 바닥을 향해 검게 물든 손을 내리치자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파편이 날아갔다.
-파파파파파팍!
하나 그 파편들은 백발의 중년인에게 닿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막이 생기기라도 한 듯이 파편들이 막혀서 그대로 산화되었다.
-스륵!
그러더니 순식간에 백발의 중년인이 사라지며 붉은 선이 그어져 있는 공동의 입구 쪽에서 나타났다.
-슥!
백발의 중년인이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파편 먼지 속에서 검은 손을 앞으로 내밀며 창처럼 돌진하던 목경운의 신형이 뒤로 튕겨 나가버렸다.
-파아앙!
“큭!”
튕겨나간 목경운이 책장에 부딪히며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내상을 입은 목경운의 입에서 검은 핏물이 흘러나왔다.
체내의 모든 사기를 한 손에 집중하여 파괴력을 높였으나 그만큼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기운이 적어졌다.
‘차이를 조금도 메꿀 수가 없네.’
목경운이 입구를 막고 있는 백발의 중년인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한순간 가능할 수도 있다고 여겼는데 통하지 않았다.
그러고 있는데 백발의 중년인이 흥미롭다는 듯이 목경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참으로 기이하구나. 미처 몰랐는데 어찌 산 자가 죽은 자의 기운을 그리 가지고 있는 것이지?
체내에서만 운기 할 때는 이를 감지하지 못했던 백발의 중년인이었다.
그러나 기운이 손으로 집중되어 유형화되자 이것이 도인이나 선인들이 양생법에 의해 단련하던 진기와는 관련이 멀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이하다. 기이해. 본좌가 한 번 네 몸을 살펴봐야겠구나.
-슥!
백발의 중년인이 목경운을 향해 끌어당기는 손짓을 했다.
그러자 방대한 요기가 거대한 손과 같은 형태로 자신을 움켜쥐려 하는 것이 목경운의 눈으로 들어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
-스멀스멀!
찰나의 순간 방 전체가 핏물로 뒤덮였다.
이를 본 목경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귀의영역?’
핏물로 이루어진 공간.
이것은 청령의 귀의영역(鬼意領域)인 혈계(血界)였다.
-촤르르르르르르!
그걸 인지하는 순간 핏물이 용오름처럼 소용돌이를 치며 올라오며 순식간에 백발의 중년인을 가둬버렸다.
그런 피의 소용돌이 뒤로 청령이 보였다.
‘왜?’
목경운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굳이 이 안으로 왜 들어온 거지?
아무리 청령의 격에 이른 그녀라고 해도 영수의 등급에 이른 이매망량에는 절대로 미칠 수가 없었다.
한데 어째서 들어온단 말인가?
그러는데 그녀가 목경운을 향해 소리쳤다.
-뛰어!
-팟!
이를 들은 목경운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입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가 만들어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아아아아아아아!
피의 소용돌이 한순간에 사방으로 퍼지며 산화되듯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백발의 중년인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리석은 짓이다. 잡···.
-스르르르르!
-본좌를 우습게 보지 말거라. 영수여.
그때 청령의 전신이 핏물로 덮이며 흡사 피로 이루어진 인간의 형태가 되었다.
그러자 그녀에게서 퍼져나오는 영기가 혈계를 펼쳤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그것은 청령의 격을 훨씬 넘어섰다.
이를 본 규소하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독?
-파파파파파파파팡!
주변에 떠있던 핏방울들이 일제히 백발의 중년인을 향해 쇄도했다.
그와 함께 피의 화신처럼 변화한 청령이 뒤에서 백발의 중년인을 끌어안으며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들었다.
그러나,
-슥!
백발의 중년인의 그녀에게 묶인 채 손을 가볍게 움직이자,
-휘리리리리릭!
사방에서 날아들던 핏방울들이 도중에 멈춰졌다.
그러더니 힘을 잃고서 바닥에 떨어졌다.
‘이정도까지라니······.’
핏물과도 같은 청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모든 영기를 폭사시켜서 한순간이나마 남령(藍靈)의 격에 가까운 힘을 낼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이 영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때 백발의 중년인이 제법이라는 듯이 말했다.
-평범한 잡귀인 줄 알았더니 힘이 어지간한 고위 이매망량들보다 훨씬 강하구나. 네 기운을 가져가면 조금은 허기가 가시겠구나.
그 말과 함께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놈을 끌어안고 있던 청령이 고통스럽다는 듯이 몸부림을 쳤다.
-슈우우우우우!
-아흑!
엄청난 속도로 영기가 흡수되어갔다.
그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청령이 입을 벙긋거리며 말했다.
-나······ 가······ 어······ 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왜지?’
아무리 식신이라고 해도 자신을 위해서 왜 희생하려는 거지?
본인의 뜻대로 움직여주지도 않는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구해주려는 이유가 뭘까?
그녀 본인이 소멸되고 나면 모든 것이 의미가 없을 텐데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이 살아남으면 그녀를 대신해 끝까지 복수해주리라 믿는 걸까?
그럴 리가 없었다.
한데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목경운의 눈이 힘을 잃고서 다시 인간의 형태로 돌아온 그녀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자의 눈빛은 왜 저렇게 자신을 신경 쓰이게 하는 걸까?
‘······참 성가시네요.’
피식하고 입술을 실룩거리던 목경운이 소리쳤다.
“계속 이 안에 갇혀 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푹!
그 외침과 함께 순간 목경운이 자신의 가슴을 향해 손을 찔러넣었다.
-!!!!!!
이를 본 백발의 중년인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네놈!
설마 갑자기 목경운이 자신의 가슴을 찔러넣는 자결과도 같은 행위를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이에,
-팍!
백발의 중년인이 자신을 끌어안고 있지만, 영기가 쇠해져 약해진 청령을 뿌리치며 목경운을 향해 달려갔다.
“쿨럭!”
-쿵!
목경운이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미친 인간 놈이!
이놈이 살아 있어야 저 붉은 선을 없애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원혼들로는 저것을 없앨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백발의 중년인으로서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탁!
무릎을 굽히고서 자세를 낮춘 백발의 중년인이 목경운을 향해 다가가 자신의 가슴에 박아넣은 손을 빼내기 위해 오른손을 붙잡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슈우우우우우!
-헛?
그 순간 붙잡은 손바닥이 흡착되듯이 달라붙으며 요기가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입가가 피범벅이 된 목경운이 비릿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쿨럭쿨럭···. 참 손 한 번 잡기 되게 힘드네요.”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