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09)
쓰러진 목경운의 몸은 나무 껍데기처럼 부서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서지는 껍데기 속에서,
-스멀스멀!
윤기로 가득한 새로운 피부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청령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환골탈태.
환골탈태(換骨奪胎).
그것은 말 그대로 뼈를 바꾸고 태를 벗는다는 의미이다.
깨달음을 얻어 육체가 그에 상응하게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인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화경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일이 벌어지다니.’
본래 환골탈태는 초절정의 경지의 끝이라 불리는 벽에서 깨달음을 얻어 삼화취정(三花聚頂)과 오기조원(五气朝元)을 이루어야만 가능하다.
이렇게 두 가지 깨달음을 통해 임독양맥(任督兩脈)을 타통하게 되면 초절정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氣)를 다룰 수 있게 되는데, 이를 감당하기 위해 육신이 급격하게 재구축을 이루게 된다.
‘하······.’
한데 목경운은 벽을 넘어선 게 아니었다.
그저 스스로를 시해의 주인이라 칭했던 너구리 영수(靈獸)의 요기를 흡수했을 뿐이었다.
한데 그 기운을 감당하기 위해 환골탈태가 이루어지다니.
‘기이하다. 기이해.’
어찌 이런 육신이 있단 말인가?
벽을 넘어선 것도 아닌데 그 요기를 감당하기 위해 육신이 재구축 되다니.
절로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었다.
‘······달라.’
이 녀석의 성장 과정의 순서는 일반적인 무인들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하긴 애초부터 내공이 아닌 죽음의 기운이라 할 수 있는 사기(死氣)를 단전에 쌓았고 그것마저도 역행의 운기법으로 통제해왔다.
어쩌면 궤를 달리하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지금까지와의 무림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고수가 탄생하는 걸 지켜보는 걸지도.’
이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피식거림이 흘러나왔다.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제자로 받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나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꼬부랑 할머니였겠지.
-파스스스스!
죽은 피부가 전부 벗겨지며 목경운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우스스 떨어지는 피부 가루들.
“아······.”
전신이 가볍게 느껴진다.
몸의 기운이 충만해지다 못해 한계를 넘어선 게 인지되었다.
아까 전만 하더라도 속을 불로 지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는데, 더 이상 아픔은 없었다.
심지어 부러진 뼈도 전부 붙었는지 움직임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운이 좋았나.’
이번만큼은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했었다.
하나 다행히 그 각오와는 달리 기연이 찾아왔고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강해졌다라···.’
참 신기하다.
수천 년이나 봉인 당해서 약해졌다는 영수.
그런 영수의 힘을 흡수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기운이 폭증하게 되다니.
이 정도라면 절정의 극에 이른 고수도 딱히 문제없을 듯했다.
목경운은 문득 방사 조의공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조의공은 말했었다.
방사의 정점이라 불리는 육방신들 중에 두 방사가 영수를 식신으로 두고 있다고 말이다.
이를 떠올리니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은 봉인된 지 한참 오래되어 약화된 영수조차 감당하지 못했다.
봉인의 힘이 아직 남아있었길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곳에서 숨을 거뒀을 것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놈이 했던 그 말은 대체 뭐지?’
영수인 괴물 너구리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네놈 안에 그것은 대체 무엇이냐?]내 안에 뭐가 있다고 그런 거지?
목경운은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에게 빙의를 시도했던 원혼들도 대부분 뭔가를 발견하고서 경악의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대체 뭐가 있다고 그런 영수조차 그렇게 말했던 걸까?
의문이 든다.
그러던 차였다.
-중생······.
목경운이 청령을 쳐다보았다.
“아?”
흐릿해진 그녀의 모습에 목경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손목을 잡고서 끌어당겼을 때보다도 투명해져 있었는데, 점점 더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청령?”
-환골······ 탈태······ 참 재밌구나.
“네?”
-무공을 익힌 지······ 고작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초절정의 영역에 들어서고······ 환골탈태로 육체를 재구축하다니······.
“······.”
-이런 기세라면······ 정말······ 호언··· 장담··· 한 대로··· 2년 안에 화경··· 에··· 이를 지도··· 모르겠··· 구나.
“청령··· 영기가 많이 약해졌네요.”
-네놈을··· 살리려다··· 이 꼴이 되었네.
“······.”
-고맙다는······ 소리······ 들으려고··· 한 건··· 아니니까. 동정하진··· 않아도··· 된다.
힘겹게 말을 하고 있는 그녀는 마치 유언이라도 하듯이 읊조리고 있었다.
목경운의 눈에도 확실하게 보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그녀의 영기가 점차 꺼져가는 촛불처럼 작아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목경운이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물었다.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들어온 거죠?”
-······ 네놈이··· 죽으면··· 어차피······ 다 죽는데 뭘 어쩌라는 것이냐?
잠시 머뭇거리듯이 답변하는 청령.
그런 청령의 모습에 목경운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에 청령이 부담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뭘 그리··· 빤히 쳐다보는··· 게냐? 설마 본좌가 소멸된다고 슬프기라도 하는··· 것이냐?
“소멸······ 된다고요?”
-······그래. 본좌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
청령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미 스스로의 영체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영기가 쇠해졌다.
100년의 세월이나 원혼으로 지내올 만큼 방대한 영기였는데, 그것의 대부분을 잃었으니 어찌 남아있을 수 있겠는가.
-중생··· 네놈 성격에··· 식신··· 하나가··· 죽었다고 슬퍼할 일은 없을··· 테니······ 한 가지 부탁만 들어다오.
“······.”
-다른 것은··· 바라는 게 없다··· 그저 천지회······.
-탁!
청령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목경운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런 건 일단 회복하고 나서 얘기하죠.”
-뭐?
-슈우우우우우!
그 반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경운의 손에서 웅후한 기운이 밀려들어왔다.
그것은 그녀의 영기와는 사뭇 다른 기운이었다.
‘요기?’
그랬다.
그것은 목경운이 너구리 영수로부터 빼앗은 요기(妖氣)였다.
몸을 재구축하고 단전의 사기로 정제하고도 남을 만큼의 요기를 흡수한 목경운이었다.
요기가 밀려들어오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게 대체?’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원혼마저 삼키고 잡아먹을 수 있는 이매망량들과 달리 원혼들은 상위 개체에 가까운 그들의 요기를 받아들이거나 흡수할 수 없다.
그런데 목경운의 손바닥을 통해 요기가 밀려들어온다.
그리고 그 요기가 전신을 가득 메워간다.
‘아아아!’
투명해져 가던 그녀의 영체가 점점 짙어져 갔다.
그러더니 너무나도 빠르게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오오오오오!
-중생··· 잠깐··· 너···.
“집중하세요.”
밀려들어오는 요기의 양은 그녀가 원래 지니고 있던 영기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 녀석······.’
이에 그녀는 영체의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살아생전에 했던 것처럼 운기하 듯이 들어오는 기운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집중해갔다.
-이럴 수가···.
이를 붉은 선 밖에서 지켜보는 녹령 규소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규소하의 귀안(鬼眼)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청령의 영기가 빠른 속도로 증강하고 있는데, 원래의 한계를 넘어서 그 격마저 상승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그것은 정말로 실현되었다.
-솨아아아아아!
청령의 주변으로 넘실거리듯이 퍼져나가는 싸늘한 기운.
-쿠르르르르르!
그로 인해 공동 안 주변의 책장이 심하게 들썩거렸다.
격이 더욱 높아지면서 영체에서 흘러나오는 영기가 실체가 있는 세상에 마저도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청령이 감았던 눈을 떴다.
-스륵!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위압감을 주는 강렬한 핏빛 안광.
-아······.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격이 전보다 높아졌음을 느꼈는지 탄성을 흘렸다.
이에 목경운이 잡고 있던 손을 떼며 말했다.
“저만 운이 좋은 게 아니네요.”
-······무슨 짓이더냐? 자칫 위험할 수도 있었다.
“잘됐잖아요. 적어도 소멸하는 것보다는 말이죠.”
-하여간 네놈은······.
그녀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소멸을 각오했는데 원혼으로서의 격이 높아지다니.
참으로 공교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청령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제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청령의 격이 더 높아진 것 같은데, 이제 남령이라고 불러야 될까요?”
남령(藍靈).
음양가본서(陰陽家本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삼백 년 이상 존재해온 원혼.
환청, 환각을 넘어서 그 영력이 실체화되는 수준에 이를 지경이고, 마수(魔獸)와 같은 고위 이매망량에 버금갈 만큼 재앙에 가까운 존재이다.
제령을 위해서 최소 방사 백여 명이 필요하나 그 역시도 가능여부는 미지수이다.
‘이것도 기연이라 해야 하나.’
여전히 목경운은 청령과 식신의 연이 이어져 있다.
한데 그런 그녀의 격이 남령에 이를 정도로 강해진 것은 목경운에게 있어서도 전력이 한층 더 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청령이 입을 열었다.
-······됐다. 그냥 청령이라고 불러라.
“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면 괜히 헷갈리니까 청령이라고 해라.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고개를 괜히 훽 하고 돌리는 그녀를 보며 목경운이 입술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혹시 청령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건가요?”
-무슨 헛소리를 해대는 것이냐?
청령이 목경운을 흘겨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에 목경운이 아니면 말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그곳에 두 팔이 날아간 채 반쯤 투명해져서 두 눈을 글썽거리고 있는 녹령 규소하가 보였다.
이런 규소하를 본 청령이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혹시 남는 요기 있느냐?
* * *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데리러 와주세요.”
입구에서 진을 통과하려는 목경운에게 보고지기 양무원 단주가 신신당부하듯이 말했다.
달라진 말투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몸에는 규소하가 빙의되어 있었다.
양무원 단주가 목격한 게 있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기에 이렇게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한데 말로는 꼭 데리러 와달라고 하면서도 규소하의 표정이 상당히 싱글벙글이다.
-아주 신이 났구만. 신이 났어.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도 그럴 것이 목경운이 가지고 있던 남은 요기를 흡수한 규소하는 놀랍게도 녹령에서 청령으로 격이 높아졌다.
원래도 청령에 가까웠으나 순도 높은 요기가 제대로 상충(上衝) 작용을 했다.
어쨌거나 그렇게 규소하에게 이곳을 맡긴 목경운은 공동 입구에 쳐져 있는 진을 빠져나와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에 절벽에 기댄 채 선임무사 곽문기가 지겹다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툭툭!
누군가 등을 건드리자 화들짝 놀라서 거리를 벌리고서 기수식을 취하려고 하는데,
“엇? 너?”
“오래 기다리셨나요?”
빙그레 웃으며 묻는 목경운.
이런 그의 모습에 곽문기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게 대체······.’
목경운이 예비 단주 자격을 갖췄다고는 하나, 기감 상으로 느껴지는 기운은 고작해야 일류에 불과했기에 자신보다는 한 수 아래라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느껴지지 않아.’
눈앞에 있는 목경운의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기척도 기감도 흐리다.
바로 앞에 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영문이지?
설마 보고에서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었단 말인가?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