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13)
주살곡의 염가가 오(五)를 뽑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목경운은 이(二)이 되었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가 걸렸지만 여전히 이길 자신이 있었던 무장약은 목경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결국 이리 겨루게 되네. 누가 이기게 되든 최선을 다해 겨뤄보자.”
이 말에 목경운이 손을 잡으며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 그건 힘들 것 같네요.”
“뭐?”
“제가 최선을 다하면 비무가 너무 시시해질 테니, 적당히 봐드릴게요. 하니 그쪽은 최선을 다하세요.”
‘!?’
항상 여유가 넘치는 무장약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한 쪽 눈썹이 꿈틀거리며 감정이 드러났다.
목경운 이 녀석 지금 자신을 도발하는 건가?
무장약이 목경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고양된 자신과 다르게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빛이었다.
이 모습에 무장약은 한순간 들끓었던 감정을 진정시키며 냉철함을 되찾았다.
‘…..벌써 시작된 건가?’
명백한 도발이 틀림없었다.
녀석은 자신 못지않게 머리가 좋고 전략에 능했다.
비무에 앞서서 자신을 흔들어 유리한 고지를 취하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에 무장약이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적당히 봐준다고 하니 감사할 일이네. 원래도 유리했지만 그렇게 되면 압도적으로 내가 유리해질 듯 한데 딱히 마지막 관문의 수석 자리에는 관심이 없나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었다.
무장약도 일부러 목경운을 도발했다.
그러나 이런 무장약의 도발에 목경운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피식하고 웃더니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닌가.
‘……..’
이 모습에 무장약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어렸을 적부터 무공의 재능만큼이나 영악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그였다.
해서 머리 싸움이나 논쟁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이 녀석과 대화를 하게 되면 뭔가 휘둘리는지 기분이 든다.
‘도발에 넘어갈 필요 없어.’
어차피 비무에서 승부가 난다.
그렇게 그 역시도 무시하고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이봐. 목경운.”
앞을 쳐다 본 상태로 무장약이 목경운을 불렀다.
부르고난 후에야 무장약은 속으로 자신이 왜 그런 거지? 하고 내심 후회했지만 이미 불렀으니 어쩔 수가 없다고 여겼다.
“왜 그러시죠?”
목경운의 물음에 무장약이 말했다.
“이왕 비무를 하는 김에 우리 내기 하나 할까?”
“내기요?”
“그래.”
“제가 왜 그래야 하죠?”
목경운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이에 무장약이 피식하고 웃으며 답했다.
“자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돼.”
“자신?”
“그래. 그냥 비무를 하기보다 내기를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자신 없으면 굳이 할 필요는 없어.”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으나, 이번 비무에서 뭔가 이 관계를 확실히 해둬야겠다고 여긴 무장약은 목경운을 내기로 끌어들이려 했다.
“흐음.”
자신의 턱을 쓰다듬던 목경운이 피식하고는 말했다.
“무슨 내기가 하고 싶으신 거죠?”
이 말에 무장약이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목경운이 자신의 도발에 넘어왔다고 여겨 쾌재를 불렀다.
상대가 자신의 도발에 넘어왔으니 판을 까는 일만 남았다.
무장약은 찰나에 머리를 굴렸다.
도발하기 위해 내기를 하자고 하기는 했으나, 상대가 패하더라도 원망하거나 분노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비무에서 패한 사람이 이기는 사람을 형님으로 모시는 게 어때?”
“형님요?”
“그래. 서로 간에 위아래를 확실히 하는 거지?”
“위아래라…..”
“내기로 나쁘지 않지? 아무리 경쟁이라고 해도 우리가 철천지원수나 죽여야 할 적도 아니고 무리해서 내기의 판을 높일 필요는 없잖아.”
그저 이겨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길 정도의 내기면 충분했다.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옅은 신음성을 흘리다 말했다.
“흐음. 그다지 재미없는 내기네요.”
“재미가 없어?”
“네. 굳이 그런 걸로 내기를 할 필요가 있나요?”
넘어왔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닌 건가?
의아해하던 무장약이 물었다.
“…….그럼 네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내기는 뭔데?”
“글쎄요. 차라리 비무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충실한 개가 되는 건 어떨까요?”
“뭐?”
목경운의 그 말에 무장약의 표정이 굳어졌다.
만일의 경우 서로가 크게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내기를 이야기 했는데, 녀석은 한 술 더 떠서 말한다.
충실한 개가 된다는 말은 결국 아래로 기어들어오라는 소리가 아닌가.
‘도발에 능하다 못해서 과하구나.’
어지간한 것은 웃으면서 넘기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웃기가 힘들었다.
먼저 내기를 건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 내기의 수위가 높아졌다고 피하게 된다면 꼴이 우습게 되어버린다.
무장약이 고개를 살짝 돌려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아니면 끝까지 나를 도발하겠다는 건가?’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었다.
후자는 확실히 통했다.
형, 아우를 가리자는 내기를 하자고 이야기 했을 때부터 오히려 자신이 녀석의 도발에 말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장약이 결심한 듯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참 대단하네. 논쟁 아니 이런 걸로는 누군가에게 말린 적이 없었는데. 좋아. 해보자. 그 지면 충실한 개가 되는 내기.”
어차피 이기면 그만이었다.
목경운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고는 하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무공을 겨루는 비무다.
무공만으로 한다면 누구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자부한다.
자신에게는 ‘그것’이 있으니까.
* * *
그렇게 마지막 관문의 비무에서 첫 번째 대진표에 속하는 두 생도들이 광장 한 가운데로 걸어나가 서로를 마주보며 서고서 몸을 풀었다.
그들은 목경운과 무장약이었다.
광장의 단상 옆에 참관인으로 앉아 있는 이들이 각기각색의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 목경운의 무공 실력을 확인하러 온 명도왕 손윤은 의외의 것에서 놀라워하고 있었다.
손윤이 손짓으로 붉은 혁대의 무사들 중 한 사람을 불러 물었다.
“저 아이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
“무장약입니다.”
“무장약? 어디 무가인지 아나?”
“본 회 산하의 중소방파 출신인 듯 한데 그 외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사의 말에 손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저런 아이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방파 출신이라고?
그때 명도왕 손윤의 바로 옆에 앉아있던 벽력권왕 원병학도 꽤 놀랍다는 투로 말했다.
“이거 놀랍군요. 저런 아이가 있었나요?”
“귀공도 알아차렸소?”
몸을 풀고 있는 무장약에게서 풍겨지는 기운.
이들은 기감으로 눈치 챘다.
‘저 아이…..절정의 극에 이르렀다.’
고작 열일곱, 열여덟 밖에 되지 않은 생도가 절정의 극에 이르다니.
자신들의 기감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여섯 명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참으로 의외였다.
중소방파 출신에서 저런 대단한 무재의 생도가 탄생하다니 말이다.
‘상대가 좋지 않군.’
이런 무장약을 보다가 목경운에게 시선을 돌린 명도왕 손윤이 속으로 혀를 찼다.
자신의 제자인 엽위선을 꺾은 목경운이 어느 정도의 실력일지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상대가 너무 나빴다.
하필이면 저런 괴물 녀석과 맞붙게 되다니.
‘아무 것도 준비한 게 없다면 싱겁게 끝날지도.’
기감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풍겨지는 기운에서 너무 차이가 크다.
목경운이 아무리 기를 갈무리했다고 해도 상대가 되긴 힘들 듯 했다.
반면 애초부터 목경운에게는 특별한 관심이 없었던 벽력권왕 원병학은 무장약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너무 성급했었나.’
무조건 비경문의 아이만을 데려오겠다는 목적으로 왔던 그였다.
그래서 사전에 참관인 몇 명과 합의를 봤었다.
한데 저런 인재가 있었다니.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후회가 된다.
‘이것 참 무를 수도 없고.’
원병학이 힐끔거리며 다른 간부들을 바라보았다.
그들과 왼쪽 편에 떨어진 곳에 암종주와 초음곡주 항여량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사람 역시도 무장약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했다.
항여량이 흥미롭다는 투로 암종주에게 말했다.
“계집아이를 데려가려고 왔는데 사내 놈 중에서도 나쁘지 않은 아이가 있군요.”
“계집아? 혹 모화방의 아이를 점 찍어두신 겁니까?”
“후후후. 괜찮은 재목이라 들어서요.”
“흐으음. 참 난감하네요. 저도 모화방의 아이가 탐나서 오랜만에 이렇게 시혈곡에 오게 되었거든요.”
“어머. 그런가요? 저와 겹치셨네요.”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었군요. 오호호.”
입가를 가리고 여인네처럼 웃는 암종주.
그런 암종주를 따라서 초음곡주 항여량도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서로 웃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기싸움을 하는 것처럼 들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러다 항여량이 무장약을 가리키며 말했다.
“차라리 종주께서는 저 아이를 데려가는 건 어떠신가요? 무재로는 이번 기수들 중에 최고로 보이는군요.”
“글쎄요.”
암종주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초음곡주 항여량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고민할 이유가 있나요? 설마 벽력권왕과 명도왕께 빼앗길까봐 그러는 건가요?”
“오호호. 그런 이유도 있지만 저 아이에게 눈이 가서요.”
“저 아이?”
암종주의 말에 초음곡주 항여량이 무장약의 맞은 편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미형의 얼굴에 꽤 놀라기는 했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기감 상으로 일류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범재였다.
저 나이에 일류가 약한 것은 아니었으나, 제자로 탐낼 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이에 그녀가 말했다.
“외모는 제법 마음에 들지만 그게 다 같은걸요. 설마 저 외모 때문에 그런 건 아니시겠지요?”
“오호호호.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외모까지 출중하면 좋지요.”
“그게 다라면 의미가 없지요.”
“여기까지 올라올 정도라면 숨기고 있는 한 수 정도는 있지 않을까요?”
“뭐 그거야 그럴 수도 있겠죠.”
무가에서 비전이나 비장의 수는 존재하는 법이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셌다.
기감만으로도 저 무장약이라는 아이는 머지않아 깨달음만 받쳐준다면 언제든지 초절정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아이였다.
원래 모하랑을 점 찍어둔 그녀였지만 탐날 지경이었다.
그러다 이내 항여량이 여흥이라는 듯이 말했다.
“하면 암종주. 저와 가벼운 내기 하나 하실까요?”
“내기요?”
“네. 들어보니 암종주께서는 저 아이도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시는 듯 한데, 저는 세 초식 이내로 승부가 난다에 걸도록 하죠. 물론 승자는 저 무장약이라는 아이이고요.”
“흐으응. 내기의 조건은 무엇이죠?”
“저 계집아이의 소유권을 걸고 하는 게 어떨까요?”
“그게 곡주의 목적이셨군요.”
“후후후. 들켰네요.”
사내보다 여아를 원하는 항여량이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같으니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내기를 제안한 것이었다.
이에 암종주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쁘지 않군요. 하나 승패로 걸면 누가 봐도 저 두 아이 간에 간극이 확실하니 이렇게 하도록 하죠.”
“이렇게라 하면?”
“저는 비무가 세 초식 이내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로 걸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암종주의 말에 초음곡주 항여량이 입술을 실룩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에 번복하지 않으시겠죠?”
“오호호.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지요.”
“………”
뭔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항여량은 이 대결이 세 초식이 아니라 잘 하면 한 초식만에도 결판이 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절정의 극과 일류고수 간의 간극은 너무 컸다.
한 초식이 아니라 잘만 한다면 일 식 만에도 승패가 갈라질지도 몰랐다.
* * *
단상에 있는 시혈곡주 이지염이 손을 위로 들어올리고 외쳤다.
“그럼 상호 간에 인사를 하라.”
이에 몸을 풀고 있던 목경운과 무장약이 서로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포권지례를 했다.
비무인 만큼 서로를 존중하라는 의미에서 인사를 하라고 한 것이었다.
무장약이 포권지례를 하는 사이로 곁눈질로 단상의 옆에 있는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벽력권왕.’
저 중에 그가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이였다.
적수공권에 있어서는 천지회 내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고수가 바로 벽력권왕이었다.
그의 가문은 장법과 권법에 능했기에 그의 제자가 되어 더욱 수준 높은 경지로 올라가고 싶은 무장약이었다.
그렇게 원하는 대로 되기 위해서는 마지막 관문의 수석이 되어야 한다.
-슥!
무장약이 눈길을 돌려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겉보기에는 일류에 불과해보이지만 여러 차례 지켜본 결과 목경운은 절정의 경지 정도로 추측된다.
어떤 식으로 무위를 숨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류는 절대 아니다.
무장약은 목경운을 쳐다보며 전의를 다졌다.
‘확실하게 우위를 가른다.’
내기 때문에라도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됐다.
무장약이 빠르게 단전의 내공을 전신으로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시혈곡주의 신호가 떨어지는 것과 함께 초반에 승부를 보기 위함이었다.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시작과 동시에 전력을 다해서 녀석의 전의를 꺾어서 승리할 것이다.
그러고 있는데 시혈곡주 이지염이 들고 있던 손을 내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시작하라!”
이지염의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였다.
-팟!
전신에 운기를 하며 준비하고 있었던 무장약이 바닥을 박차며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빠르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목유천이 탄성을 내뱉었다.
무장약이 강할 거라 짐작은 했지만 지금 이 움직임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역시 그는 절정의 극에 이른 듯 했다.
‘유수요란(流水搖亂)!’
-파파파파팍!
순식간에 목경운의 앞으로 쇄도해온 무장약이 장법의 초식을 펼쳤다.
잔잔한 물결과도 같이 유려한 장초가 화려하게 수를 놓으며 목경운의 상체 요혈들을 노려왔다.
‘어떻게 대응할 거냐?’
무장약이 목경운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같은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극(極)에 이른 자는 그 힘과 속도에서 완전히 다르다.
-탁!
그때 목경운이 뒤로 반 보 가량 움직였다.
그러더니,
-휙! 휙! 휙! 휙!
‘!?’
무장약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목경운이 반 보의 거리를 확보하고서 상체를 유연하게 움직이며 장초를 전부 피해버렸다.
허초와 진초를 구분하기 힘든 유수요란을 이렇게 쉽게 피하다니?
예상을 벗어난 대응이었다.
“허어.”
이들의 대결을 단상 옆에서 관람하고 있던 벽력권왕 원병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목경운의 움직임은 전혀 일류의 그것이 아니었다.
저런 식으로 초식을 피하려면 어느 정도 동등한 경지여야 가능했다.
‘무위를 감췄단 말인가?’
싱겁게 끝나리라 여겼던 대결이었다.
한데 지금 목경운이 보여준 움직임으로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역시로군.’
명도왕 손윤 역시도 목경운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뭔가 숨기고 있는 한 수가 있을 거라 여겼는데, 역시 일류를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저 정도라면 완숙한 절정이나 거의 극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를 감출 줄 아는 건가?’
초절정의 극에 이른 자신이 목경운의 무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자신보다 훨씬 우위의 절세고수이거나 기(氣)를 숨길 줄 아는 특별한 수법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나 전자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후자일 확률이 높았다.
‘그 아이가 밀릴 만도 했군.’
지금 목경운의 움직임은 엽위선보다 한 수 위였다.
초식을 피하는 것만 봐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저 둘 간에 비무는 누가 이길지 아직 짐작하기 어려워졌다.
-파파파팍!
“빈틈.”
장법을 전부 피한 목경운이 보법을 밟으며 주먹을 뻗어 무장약의 안면을 노렸다.
그러자 무장약이 뒤로 몸을 날려 주먹을 피하고서 그와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서 목경운의 턱을 향해 발을 차올렸다.
-팍!
목경운이 그런 그의 발등을 막는 것과 동시에 붙잡으려 했다.
그러자,
-휘릭!
무장약이 몸을 비트는 것과 함께 회전시키며 목경운의 어깨를 발로 걷어찼다.
-퍽!
-촤르르르르!
목경운의 신형이 다섯 보 가량 밀려났다.
바닥에 착지하며 이를 본 무장약의 입 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지금 이걸로 확신했다.
목경운은 자신보다 내공이 약하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승부를 본다.’
-팟!
무장약이 바닥을 박차고서 밀려난 목경운을 향해 오른손으로 권초를 펼쳤다.
‘적권무성(積拳舞成)!’
권이 중첩되면서 여러 개의 허초와 함께 나방처럼 흔들리며 날아들었다.
이를 본 목경운이 보법을 펼치며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그러나 무장약의 권초는 흡사 소림의 백보신권처럼 기를 머금고서 벌린 거리만큼 공기를 꿰뚫으며 쇄도해왔다.
‘막을 수밖에 없네.’
이건 별 수 없이 손을 써야 했다.
목경운이 기운을 일으키며 손바닥을 내밀며 권초를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퍽!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각도에서 무장약의 일장이 목경운의 우측 갈비뼈 쪽에 꽂혔다.
‘어라?’
목경운의 몸이 우측 옆으로 휘어졌다.
그와 함께 무장약의 적권무성의 권초가 가슴을 강타했다.
-퍼퍼퍼퍽!
연거푸 타격이 가해지며 목경운의 신형이 뒤로 열 보 이상 밀려나고 말았다.
-촤르르르르르르!
“하!”
관람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무장약이 보인 수법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명도왕 손윤조차도 놀랍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우권좌장(右拳左掌).”
오른손으로 권법의 초식, 그리고 왼손으로 장법의 초식을 펼쳤다.
믿기지가 않았다.
두 손으로 같은 초식을 펼치는 것도 아니고 각기 다른 초식을 펼친 것이었다.
“허어…..”
벽력권왕 원병학 역시도 무장약의 이 기이한 수법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얼핏 간단한 원리처럼 보이지만 무공을 익힌 자들은 이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손으로 각기 다른 초식을 펼친다는 것은 한 번에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이고 자칫하면 운기 체계가 꼬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저런 기이한 수법을 익히다니.’
정말 놀라운 아이였다.
한 몸으로 두 개의 다른 초식을 쓴다.
그것은 두 명의 절정의 극에 이른 고수를 상대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승부가 기울었어.’
어찌 한 것인지는 모르나 이렇게 된다면 상황은 이미 무장약에게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장약에 비해서 공력이 한 수 아래인 듯 했는데, 무슨 수로 저런 괴물을 이긴단 말인가?
‘…….저건 힘들겠어.’
명도왕 손윤 역시도 그와 같은 의견이었다.
실력을 숨긴 것은 놀라웠으나 상대가 너무 나빴다.
그런데,
‘뭐지?’
정작 목경운에게 치명타나 다름없는 두 초식을 적중시킨 무장약은 표정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숨겨두고 있던 비장의 수법인 우권좌장으로 두 초식을 정확하게 맞췄다.
갈비뼈와 가슴 정중앙.
이것은 치명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초식을 적중시키는 것과 동시에 한순간 공력이 흩어지는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착각인가?’
그때 열 보 가량 밀려났던 목경운이 똑바로 몸을 세우더니 목을 돌리며 풀었다.
-우드득! 우득!
그리고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아아아. 적당히 상대하다 끝내려고 했는데, 이건 예상 밖이었네요.”
‘뭐?’
무장약이 미간을 찡그렸다.
불의의 절초에 연거푸 당해놓고서 아직도 저런 허장성세를 부리다니 정말 어지간하다.
아무래도 확실히 끝내야 할 듯 했다.
‘그 허세 끝내줄게.’
-팟!
무장약이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비장의 수를 공개했으니 이제 대놓고 그것을 펼칠 생각이었다.
‘우권좌장(右拳左掌). 권항여세(拳沆如世)! 유수행운(流水行雲)!’
동시에 펼치는 권초와 장초.
이것은 흡사 두 명의 고수가 동시에 합공하는 형세를 만들어냈다.
‘끝이다!’
라고 확신하던 바로 그때였다.
“대충 이렇게 하는 건가요?”
-파파파파팍!
그 순간 무장약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쇄도해오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목경운이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이내 자신처럼 두 손으로 각기 다른 초식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