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2)
4화 마승(魔僧) (1)
그것은 오랫동안 육신에 갇혀 있었다.
그 육신의 주인은 그것이 예상한 것보다 강인한 의지와 결단력을 지니고 있었다.
빠르게 육신을 장악하려들자 기혈을 막고서 스스로 의식을 차단했다.
-버텨도 소용없다.
의식을 빼앗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아무리 강인한 의지를 지녔어도 결국 굴복하게 되어 있었다.
약해진 몸과 의식만 차지하게 되면 이 육신을 빼앗을 수 있게 된다.
-머지않았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여겼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차단된 의식을 뚫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방해 요소가 생겼다.
-누구냐?
평범한 인간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알 수 없다.
한데 이 존재는 자신을 기이한 술법으로 통제하는 법을 알았다.
-나를 쫓아내려하는 것이냐?
그렇게 존재는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내쫓기느냐 아니면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러다 존재는 이 기이한 술법을 다루는 이에 의해 속아서 목각 인형에 들어가게 되었다.
-감히 나를 속이다니.
한이 가득한 존재는 더욱 분노했다.
다시 그 육신을 차지하여 자신을 쫓아내려 했던 존재의 목을 비틀어야 이 분노가 가실 듯 했다.
그런데 도중에 방해를 받았다.
이에 존재는 차지하려던 육체가 아니라 그 방해자를 노렸다.
-좋은 육체로군.
젊은 육신.
원래 차지하려던 육신과 달리 정기가 넘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음(陰)에 치우쳐져 있어서 더욱 활개치기 좋았다.
이 육신이라면 차지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전의 육신보다 젊고 어렸기에 자아나 의지 역시 보다 약하리라.
-빠르게 차지해주마.
놈의 의식을 지워가면 된다.
의식을 자극하여 가둬두게 되면 결국 자아가 약해진다.
한데,
-이건…..
존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육신의 주인은 대체 뭐지?
폐부를 찌를 것만 같은 원초적인 욕망.
그것은 살의(殺意)의 욕망이었다.
-이놈 정말 살아있는 존재가 맞는 건가?
죽음.
어둠.
분노.
살의.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음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존재에게 있어서 이 죽음과 살의로 가득한 욕망은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었다.
-최고로구나.
존재는 이 욕망에 환희를 느꼈다.
그러나 이내 실망감에도 사로잡혔다.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화려하게 개화할 최고의 욕망이 뭔가에 의해 억눌려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
-네 욕망을 억누르는 그 요소를 제거해주마.
아직 개화되지 않은 욕망이라면 완전히 개방시키는 편이 나았다.
최상의 몸에는 완벽한 정신이 필요하니 말이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당신 뭐죠?’
놈이 자신을 인지했다.
의식을 바라왔던 현실 속에 가두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이럴 리가 없다.
어떻게 자신을 인지한 거지?
살아있는 존재가 자신을 직접적으로 알아차리거나 접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뭐냐고 물었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다소 거친 방법이더라도 강제적으로 침식을 진행할 수밖에.
그것은 강제적으로 침식하는 것을 선택했다.
육신의 침식은 이미 진행되었고 의지와 의식마저 먹어치워 버린다면 그 몸을 내어줄 수밖에 없을 거다.
-스멀스멀!
-!?
그것은 처음으로 당혹감을 느꼈다.
침식이 역(逆)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육신을 파고든 기운이 오히려 놈에게로 흡수되어갔다.
그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이뤄졌다.
-멈춰.
‘뭐라고 지껄이는 거죠?’
-멈춰라.
‘시끄러워요.’
-안 돼.
‘시끄럽다고 했죠?’
-포기하겠다. 나갈 테니 멈춰라.
이러다간 자신이 완전히 먹힐지도 몰랐다.
그것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놈이 자신을 붙들고 있었다.
* * *
“후우.”
방사 묘신은 지쳤다는 듯이 한숨을 쉬다, 이내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을 들었다.
가벼울 줄 알았는데 검의 무게가 꽤나 묵직했다.
두 손으로 검을 쥔 방사 묘신이 긴장된 얼굴로 장주를 바라보았다.
‘할 수 있을까?’
괴이와 같은 것들을 제령한 적은 있다고 해도 살아있는 인간을 죽인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막상 하려고 하니 긴장되었다.
하지만 해야만 했다.
‘죽여야 해.’
그래야 대부인의 의뢰를 마칠 수 있고 이 녀석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
장주에게 있던 괴이에 씌이는 바람에 폭주해서 장주를 죽였다고 할 참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대부인의 도움을 받아 이 녀석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자.’
서둘러야 했다.
밖에 있는 이 녀석의 호위 무사가 들어오면 일이 그르치게 된다.
방사 묘신이 장주에게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흠칫!
발걸음을 옮기던 방사 묘신이 멈칫했다.
닭살이 돋아날 만큼 오싹한 한기에 사로잡힌 묘신이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
묘신은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보통 성인보다는 머리 둘은 더 있어 보이는 거구의 흐릿한 존재가 섬뜩한 안광을 내뿜으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이게…..’
피에 젖은 가사에 해골 염주를 목에 걸고 있는 거구의 승려.
핏기 하나 없는 승려의 얼굴은 생기가 없었다.
그것은,
‘괴이?’
묘신은 이 존재가 틀림없이 괴이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방사들은 괴이 혹은 원혼이라고 부르지만 사람들은 이것들을 귀신이라고도 불렀다.
-주르르륵!
묘신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신의 영안이 높아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렇게 선명하게 형상을 갖춘 괴이를 두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젠장!’
묘신은 속으로 거칠게 욕했다.
갑자기 자신의 영안이 높아질 리가 만무했다.
이 괴이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격이 높고 원혼이 강한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모습을 이리 현신할 수 있는 것이리라.
-챙그랑!
검을 내팽개친 묘신이 수인을 맺었다.
-파팍!
‘임(臨)!’
-파팍!
‘병(兵)!’
-파팍!
‘투(鬪)!’
-파팍!
‘자(者)!’
-파파파팍!
그와 함께 검결과 금강권인을 맺은 묘신이 괴이를 향해 주문을 외웠다.
“두전위령 타인병장견오경 오호일성주부정 요사귀괴출외향…..”
주문을 외우고 있던 차였다.
그 순간 괴승(怪僧)의 모습을 한 괴이가 안개처럼 움직이며 그를 향해 다가왔다.
-스르르르르!
‘소용없다!’
칠성하강부(七星下降符)를 가슴에 붙여서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제령은 힘들겠지만 이 괴이가 자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
-퍽!
“억!”
그 순간 안면을 얻어맞은 묘신은 주문을 외우던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당황한 묘신이 눈을 깜빡거렸다.
“어, 어떻게?”
그를 때린 것은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장주의 몸에 있던 괴이에게 씌여서 몸을 가눌 수 없어야 하는 그가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압(壓) 부적에 제압되어 있어야 했다.
의아해하던 묘신의 두 눈동자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흔들렸다.
그것은 목경운의 가슴으로부터 흐릿한 검은 무언가가 실처럼 흘러나와 괴승의 괴이와 이어져 있었다.
이를 본 묘신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어찌 이런 일이.’
저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혼과 혼이 이어져 있다는 것은 식신(式神)임을 의미했다.
식신은 말 그대로 인외의 존재를 자신에게로 귀속시켜 따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한데 묘신이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괴이를 어찌?’
저 괴이는 원혼(冤魂)이다.
한을 풀기 위해 응어리가 진 혼백인데, 그것들은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해악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것들이다.
간혹 뛰어난 방사들 중에 식신을 다루는 이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오래된 ‘것’ 혹은 선한 이매망량(魑魅魍魎)의 일종이다.
‘말도 안 돼.’
한데 저런 살(殺)이 담긴 악한 괴이가 어찌 식신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저 녀석은 방술이나 도술을 배운 자도 아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저 정도 괴이에 씌인다면 몸을 빼앗기거나 목숨을 잃어야 정상이었다.
‘어찌……’
“이걸 떼면 되나요?”
“뭐?”
-팍!
그때 목경운이 손을 뻗어 그의 가슴에서 무언가를 떼냈다.
팔랑거리는 노란 종이는 바로,
“헛?”
칠성하강부(七星下降符)의 부적이었다.
이에 묘신의 눈이 커졌다.
괴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이 바로 저 부적이었다.
그런데 저것을 떼면,
-스르르르르!
창백한 거구의 괴승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에 당황한 묘신이 황급히 인을 맺어 부적을 대신해서 수호 주문을 외우려고 했다.
그러나,
-퍽!
“끄억!”
그런 그의 복부를 목경운이 걷어찼다.
복부를 맞은 묘신이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통증에 새우등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토악질이 올라오려는 것을 참아가며 다시 인을 맺으려 했지만,
“컥!”
묘신의 허리가 반대로 휘어졌다.
그의 얼굴빛이 어두워지며 핏줄이 불룩불룩 올라왔다.
-투툭! 투툭!
묘신은 알 수 있었다.
괴이가 자신의 안으로 들어와 죽이려들고 있었다.
빨리 인을 맺고서 방술을 펼치지 않는다면 괴이에게 침식되어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몰랐다.
묘신이 한손으로 안간 힘을 쓰며 수인을 맺으려 했다.
그런데,
-꾸욱!
그런 그의 손을 목경운이 밟았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말이다.
당황한 묘신이 숨을 헐떡이며 안간 힘을 다해 애원을 했다.
“헉헉! 고, 공자 살려주십시오. 제발…..제발 목숨만을 부지하게…..해주시면…..무….무엇이든…..하겠…..”
“필요없어요.”
“소……속인 것 때문에 그런 거라면…….”
“아뇨.”
목경운이 고개를 저었다.
“딴에 살자고 한 짓인데 뭘 어쩌겠어요. 그런데 당신도 직인과 비급이 어디에 있는지 들었잖아요.”
‘!?’
이에 묘신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신이 속이고 자시고 한 것과 별개로 목경운은 이미 자신을 죽일 작정이었다는 소리가 아니던가.
어처구니가 없어하는 그를 바라보며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냥 죽으세요.”
-오싹!
입가는 웃고 있었지만 두 눈은 죽은 사람처럼 미동조차 없었다.
그 모습이 괴이보다도 섬뜩하게 느껴졌다.
“컥! 컥!”
얼굴 전체가 핏줄이 불룩불룩 튀어나온 묘신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이내 경련을 일으키던 몸이 서서히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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