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26)
“이것 참······ 놀라게 하는 재주가 남다르군요.”
-고오오오오오!
목경운에게서 폭사되어 나오는 기운.
이것은 음하다는 것을 넘어서 마치 죽은 자들에게서나 느껴질 법한 지독한 사기(死氣)에 가까웠다.
‘대체 이건?’
오감을 넘어서 육감마저 자극하는 오싹한 기운에 암종주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역시도 오랜 세월 동안 귀음공(鬼陰功)을 통해 음기를 쌓아왔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싸늘하고 음습하다.
‘이 정도로 충분한가?’
목경운이 이런 암종주의 반응에 속으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목경운이 보이는 사기(死氣)는 온전한 형태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한 것이었다.
온전한 죽음의 기운은 망자나 이매망량들이나 느낄 수 있는 기운이었기 때문이었다.
-풋. 어지간히 거세하긴 싫었나보구나.
-뭐.
청령의 비웃음에 목경운이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당장에 필요한 것은 암종주의 제자, 그리고 후계자의 직위였다.
단순히 산하 수하라는 직함이 필요한 것이었다면 암종주가 아니라 오왕 정도 되는 간부의 산하로 들어갔어야 했다.
-스르르르!
목경운이 드러냈던 기운을 감췄다.
이것도 보기보다 조절하기가 까다로웠다.
절정의 수준에서 사기를 옅은 느낌으로 드러내야 하니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요?”
목경운이 암종주에게 물었다.
그러자 목경운의 사기에 놀라워하던 암종주가 입을 열었다.
“여태껏 많은 무재들을 보았지만 당신 같은 자는 처음이군요. 귀음공으로 익힐 수 있는 음기보다 더 음(陰)한 기운이라···.”
보기 드문 일이었다.
남자의 몸으로 음기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극단적이거나 사내의 몸으로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음기가 타고난 자를 찾았더니 구음절맥(九陰絶脈)과 같은 불치병이나 다름없어 수명이 극도로 짧았다.
그래서인지 암종주가 의문이 들었는지 물었다.
“이 기운은 어떻게 익힌 거죠?”
이 물음에 목경운은 찰나의 고민을 했다.
그러다 귓가를 울리는 청령의 조언을 따랐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르겠습니다. 내공을 익힐 때마다 체내에 음한 기운이 쌓였습니다. 체질 때문에 그런 걸지도요.”
“체질이라고요?”
“네.”
“흐으음.”
그 말에 암종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잠시 체내를 살펴봐도 될까요?”
암종주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경운의 몸을 살피고 싶었다.
거세도 하지 않았는데 사내의 몸으로 이런 엄청난 음기를 지닌다는 것이 쉽사리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은 흔쾌히 손을 내밀었다.
이에 암종주가 목경운의 손목의 혈맥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슥!
그리고는 자신의 음기를 불어넣었다.
암종주의 손가락을 타고 들어온 음기가 혈맥을 타고서 목경운의 체내로 들어왔다.
‘조절··· 조절···.’
목경운은 정신을 집중해 사기(死氣)를 조정했다.
죽음의 기운을 암종주가 읽어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지만 그의 내공이 음기의 성향을 띤 것을 대비해서였다.
‘흩어지진 않을려나?’
양기의 내공의 경우는 목경운의 사기가 부딪치게 되면 흩어졌다.
이것이 우려되는 부분이었지만 목경운은 개의치 않았다.
방법이야 어떤 식으로든 만들면 그만이니까.
-슥!
그때 암종주가 목경운의 맥에서 손가락을 뗐다.
그러더니 입술을 실룩거리며 한껏 흡족해진 얼굴로 말했다.
“우려와 달리 혈맥이 튼튼하고 체내 오장육부도 건강하군요.”
암종주가 우려한 것은 목경운의 몸상태였다.
혹 예상을 뛰어넘는 음기로 체내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불균형하다면 이를 익혔다고 해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행운이 있다니.’
당연히 암종주로서는 기분이 들뜰 수밖에 없었다.
아주 어릴 때 거세를 시킨다고 해도 반발심이 생겨나는데, 17세의 목경운이 이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고 여겼다.
해서 진 제자는 힘들 거라 생각했다.
한데 이렇게 타고난 음기라면 귀음공(鬼陰功)을 비롯해 비환귀도법(飛換鬼刀法)이나 귀영조법(鬼影爪法)의 초식을 운기할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잘하면···.’
목경운을 제자로 받아들여 그 몸을 살펴보면 거세가 없이도 안정적으로 음기를 체화할 수 있는 비책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런 행운이 넝쿨째 들어오다니 정말 기쁜 날이었다.
하나 암종주는 이를 내색하지 않고서 말했다.
“참으로 공교롭군요. 이를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당신이 제게 온 건 운이 좋은 것 같군요.”
“그럼 제자로 받아주시는 건가요?”
“물론이다마다요.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준(準) 제자로라도 받아들일···.”
-쿵쿵!
암종주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누군가 급하게 실내 연공실의 문을 두드렸다.
이에 암종주가 연공실 철문으로 다가가 마찬가지로 쿵소리가 나게 두드렸다.
다른 게 있다면 한 번만 두드렸다는 것이다.
-쿵!
그러자,
-끼이이이이익!
연공실의 철문이 열리며 콧수염을 기른 한 중년인이 들어왔다.
“종주.”
“연 외총관. 무슨 일이죠?”
그런 그의 물음에 연 외총관이라 불린 중년인이 목경운을 의식했는지 귓가에 대고서 보고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암종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무 의식하지 않아도 돼요. 이 시간부로 저 아이는 제 제자가 되었거든요.”
“제자?”
그 말에 연 외총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말씀은 설마 준(準) 제자가 아니라···.”
“네. 정식 제자예요.”
“아아아.”
이내 외총관이 한쪽 무릎을 꿇고서 암종주에게 두 손을 모아 외쳤다.
“종주. 제자를 받으신 것을 경하드리옵니다!”
“오호호호.”
암종주가 손사래를 치며 기쁨을 표시했다.
이런 그들을 보며 목경운은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준 제자는 대체 뭐고 정식 제자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실내 연공실의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무사들도 웅성거리는 것을 보면 뭔가 화제 거리가 되는 듯 했다.
그때 연 외총관이 목경운에게도 두 손을 모아 인사를 했다.
“종주의 정식 제자께 외총관 연백이 인사 올립니다.”
“목경운입니다.”
얼떨결에 목경운도 두 손을 모아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받았다.
뭔가 호들갑스러운 느낌인데 이게 그 정도의 일인가?
하고 있는데 연 외총관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공자의 결단에 진심으로 감탄하는 바입니다. 사내로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신 것을 십분 이해합니다.”
‘응?’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설마 자신이 거세를 한다고 해서 제자가 된 것이라고 여기는 건가?
-깔깔깔깔깔!
청령이 배꼽을 붙잡은 것 마냥 미친 듯이 웃어댔다.
이런 일에 전혀 감흥이 없는 목경운조차 어처구니가 없어서 작게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하나 목경운이 이를 해명할 필요는 없었다.
“오호호. 오해를 하게 한 것 같군요. 이 아이는 거세를 하지 않을 겁니다.”
“네?”
이런 그의 말에 연 외총관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랫동안 암종주를 모셔왔기 때문에 그의 독문무공을 익히려면 거세가 필수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데 거세를 하지 않을 건데 어째서 진 제자라는 거지?
의아해하는 그에게 암종주가 웃으며 말했다.
“음기를 타고 났다고 해야 할까요?”
“음기를요?”
그런 암종주의 말에 연 외총관이 자신도 모르게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하고서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종주. 저 검은 설마?”
그가 놀라워하는 이유는 목경운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악즉검 때문이었다.
암종주를 보필하는 그는 당연히 저 검을 보아서 알고 있었다.
“아아. 검은 이 아이에게 주었답니다.”
“검을요?”
“네.”
“한데 그 검은······.”
연 외총관이 뒷말을 잇지 못하고 말을 삼켰다.
저 검은 너무 위험하다고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친분이 있던 방사에게 맡겨서 그 요기(妖氣)를 봉인한다고 했었다.
[안 그래도 참관 때문에 시혈곡에 갈 일이 있었는데 잘됐네요.]그 방사는 시혈곡을 담당하고 있는 원살각(原殺閣)의 각주 인서옥의 셋째 제자 윤해평이었다.
‘이거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연 외총관이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악즉검을 바라보았다.
저 검은 요검이었다.
암종주 본인을 비롯해 산하 수하들, 심지어 무공을 전수 받은 ‘그들’ 역시도 저 검을 통제하지 못했었다.
한데 막 받아들인 제자에게 저걸 줘도 되는 것인가?
그렇게 걱정하는 연 외총관에게 암종주가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검이 이 아이를 주인으로 택했거든요.”
“네? 그게 정말이십니까?”
“아무렴 제가 외총관에게 허언이라도 할까요? 오호호호.”
“허어.”
이 말에 연 외총관이 놀랍다는 듯이 목경운과 악즉검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암종주가 이런 일로 허언을 말할 리가 없었다.
이게 정말이라면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악즉검이 암종주의 손에 들어온 것은 고작해야 엿새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검이 처음으로 시혈곡의 종관식에 참관해 얻게 된 제자의 손에 들어간다라······.
‘운명인 건가?’
그렇게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아니면 저 소형제에게 천운이 따랐다고 해야 할까?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요검이라 불릴지 몰라도 검의 선택을 받았다면 대명장 구야자가 만든 최고의 명검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괜찮을지 모르겠군.’
암종주의 명을 받고서 저 검을 직접 구해왔고 누구보다 원하는 이가 있었다.
그게 혹시나 사달로 이어질까봐 우려가 되었다.
게다가 이 공자가 정식 제자가 되었으니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여겨서 강한 반발심을 보일지도 모른다.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우려가 되었지만 당장에는 앞일을 알 수가 없었다.
그보다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었다.
“아! 종주 그보다 지금 당장 종관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죠?”
“을명(乙鳴) 십구조에게서 급보가 왔습니다.”
이런 연 외총관의 말에 웃고 있던 암종주가 미간을 찡그렸다.
‘을명 십구조? 황궁(皇宮)?’
첩보의 기본은 암구호였다.
모든 전달이 암구호로 전해지지만 암종주는 이를 전부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연계된 단어만 들어도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연 외총관이 목경운을 한 번 슥 하고 쳐다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찾은 듯합니다. 지하 금옥에 배화···.”
“쉿!”
순간 암종주가 그의 보고를 가로막았다.
정식 제자가 되었으니 암종의 일을 배워야 하기에 들어도 된다고 판단했던 그였지만, 이것은 예외였다.
“그건 종관에 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아··· 알겠습니다.”
외총관이 대답하자 암종주가 고개를 돌려 목경운에게 양해를 구했다.
“여기서 기다려주겠어요? 금방 다녀오도록 하죠. 아. 미리 이걸 외우고 있으면 좋겠군요.”
암종주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주었다.
둘둘 말려 있는 두루마리였는데, 그 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귀영조법(鬼影爪法)]그것은 암종주의 독문무공 중 하나인 귀영조법의 비급이었다.
이를 받아든 목경운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금방 다녀올게요.”
그 말과 함께 암종주가 외총관과 함께 실내 연공실을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 철문을 닫은 목경운이 아까 전에 연 외총관이 했던 보고를 떠올렸다.
‘배화?’
그게 뭐지?
뭘 찾았다는 거지?
배화(拜火)라면 불에 절을 한다는 말인가?
도중에 끊겨서 이게 다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기에 정식 제자가 된 자신에게조차 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일까?
뭐 조급해하지 않아도 곧 알게 되리라 여겼다.
-촤르르륵!
목경운이 암종주가 준 두루마리를 폈다.
금방 올 거라 했으니 귀영조법의 비급서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면 될 듯했다.
그런데 그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번에 쭉 밑으로 훑어내린 목경운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꽤 재미있는 조법이네요.”
운기법도 있고 자세도 상세히 그려져 있어서 단번에 숙지한 그였다.
이에 청령이 혀를 찼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중생 네 그 비상한 머리는 부럽구나.
“그런가요?”
어렸을 때부터 이랬기에 목경운에게는 이것이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그보다는 이것이 원본이라면 심상을 통해서 한 번 어떤 식으로 초식이 발휘되는지 볼까 싶었다.
외우고 있으라고 했지만 먼저 익힌다고 문제될 건 없으리라.
그렇게 목경운이 비급서를 읽으며 심상에 들어갔다.
반 각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쾅!
그때 실내 연공실의 철문이 거친 굉음과 함께 열렸다.
‘응?’
마침 심상을 거의 끝낸 목경운이 눈을 떴다.
입구 철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목경운과 동년배로 보이는 18, 19세로 보이는 소년 둘과 이십 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서있었다.
꽤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청년은 뭐가 그리 화났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청년이 목경운을 위아래로 훑더니, 이내 허리춤에 있는 악즉검을 발견하고는 이를 갈았다.
-뿌득!
이런 그에게 턱이 유독 두드러진 소년 한 명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악즉검은 대사형이 목숨을 걸고 구해오지 않았습니까?”
“사제의 말이 맞습니다. 저건 대사형이 받아야 할 검입니다. 한데 어찌 정파 볼모 따위에게 저것을 줄 수 있단 말입니까?”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사형들 제가 당장 빼앗아 오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턱이 두드러진 소년이 바닥을 박차며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팟!
갑작스럽게 공격해오는 소년을 보며 목경운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파팍!
“헛?”
소년이 펼치는 조법의 초식의 궤로를 한 손으로 가볍게 차단하고는 전광석화와 같은 손놀림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꽉!
“켁!”
한 초식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단숨에 제압당한 소년이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소년을 목경운이 빤히 쳐다보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초면에 목숨을 거시네요.”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