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28)
암종의 기밀 특수처인 종관 건물.
방음이 잘되어 있는 방안에 외총관이 암호로 적혀 있는 전서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종주. 이번에는 확실해 보입니다. 알려진 외양 그대로이고 황궁 쪽에서도 ‘그들’의 뿌리를 완전히 뽑고 싶어 하지 않습니까?”
“흐으음. 그건 그렇지요. 한데 하필 억류된 곳이 황궁 지하 금옥이라······ 이거 꽤 골치 아프게 되었군요.”
암종주가 난처하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중원 곳곳에 간자를 심어두고서 돌아가는 추이를 살피고 있었지만, 설마 많고 많은 곳 중에서 황궁의 지하 금옥이라니.
가장 성가신 곳에서 찾았다.
“어떡할까요? 일단 회주께 보고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암종의 체면이라는 게 있는데 회주 산하 직속단에서 먼저 찾는 일은······.”
“아뇨. 아직이요.”
“하나 계속 닦달을 하시는데···.”
“만약 지난번처럼 오인된 정보이거나 고의로 노출된 정보라면 오히려 회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어요.”
“······.”
암종주가 우려하는 것은 확실함이었다.
일단 지금 들어온 정보만 봐서는 7할의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보고하고서 작전에 투입되려면 9할 이상의 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확실해진다고 해도 당장에 황궁 지하 금옥으로 들어갈 방법이 요원하군요.”
황제와 후공, 종친들이 기거하는 내궁 다음으로 가장 경계가 삼엄한 곳이 지하 금옥이었다.
이곳은 황궁에 오랫동안 투입된 간자들조차도 들어가기 힘들었다.
이런 암종주의 말에 외총관이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니면 금의위 쪽에 간자를 투입시켜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금의위라······.”
황궁 지하 금옥을 지키는 자들은 특무기관인 금의위(錦衣衛)들이다.
금의위는 여타의 황궁 무사들과 다르게 무공을 익힌 고수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지하 금옥으로 침입하는 것이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십여 년 전부터 금의위에서 개편과 개혁을 한다면서 정의맹을 비롯해 본 회에도 젊은 후기지수들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까?”
“요청이라······.”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나 회주의 인가가 나지 않아 그 건은 무산되었었다.
‘하나 지금이라면 상당히 적기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한참 황궁 내부가 황제의 지병으로 어수선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지병이 깊어지면서 내란의 조짐이 보인다.
정보에 따르면 정의맹에서도 후기지수들을 파견하는 것이 단순히 관과 좋은 연을 맺기 위함은 아닌 듯했다.
‘차기 보위에 개입하려는 건가?’
황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관과 무림의 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아마도 정의맹이 노리는 것은 정파에 우호적인 성향을 띤 황제를 옹립하는 것일 거다.
이런 것을 감안하고 계산한다면 천지회 역시도 이번 기회를 통해 개입하여······.
-쿵쿵!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종주!
뭔가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에 암종주가 직접 문을 열고 나갔다.
종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회의 중에 결례를 범해 송구합니다.”
문을 두드린 자는 다름 아닌 종주 전용 실내 연공실을 지키는 무사들 중 한 명이었다.
“무슨 일이지?”
“지금 당장 실내 연공실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 * *
-촤악!
팔목을 스쳐지나가는 날카로운 예기.
그와 함께 익숙한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그것은 바로···.
“끄아아아아아악! 팔, 내 팔이!”
암종주의 첫 번째 준 제자인 환윤명이 자신의 잘려나간 팔을 보며 비명을 질러댔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목경운이 자신의 팔을 자를 줄은 몰랐던 그였다.
이 광경에 놀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이런 미친······.’
둘째 준 제자인 명탁 역시도 환윤명의 잘려나간 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막내인 용수의 팔이 부러졌을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무인에게 있어서 오른팔은 생명이나 다름없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명탁이 목경운에게 소리쳤다.
이에 목경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무슨 짓이라뇨? 검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도와드린 거잖아요.”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는 목경운의 얼굴.
이를 본 명탁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자식 대체 뭐지?
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바닥에 떨어져 아직까지 꿈틀대고 있는 환윤명의 잘려나간 팔을 잡고 들어올렸다.
“아주 싱싱하네요. 분리되었는데도 이렇게 움직이는 걸 보면요.”
“끄으으으···. 너! 너!”
잘려나간 팔을 붙들고 있던 환윤명이 이를 악물고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팔이 잘려나가는 고통은 말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하나 그런 아픔보다 괴로운 것은 무인인 자신의 오른팔을 잘랐다는 것이었다.
-타타타타탁!
환윤명이 잘려나간 팔의 위쪽 혈도를 타혈하며 피가 흐르지 않게 지혈시켰다.
그리고 통증이 완화되는 순간,
‘죽여버리겠어!’
복수심에 불타 목경운을 공격하려고 했는데,
-슥!
어느새 목에 닿아있는 악즉검의 검날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검 끝에서 느껴지는 예기는 당장에라도 몸통과 머리를 분리해낼 기세였다.
‘······보이지 않았어.’
코앞에서 보고 있는데 두 눈으로도 궤적을 잃을 만큼의 쾌속함.
이 녀석은 팔이 멀쩡하다고 해도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목경운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머리도 잃고 싶나 보죠?”
“너··· 너 대체 뭐야? 정파의 볼모 따위가 어떻게······.”
이렇게나 강한 거지?
시혈곡의 관문에 통과한 자들이 동년배들보다 훨씬 강하고 뛰어나다는 것은 안다.
하나 자신은 천지회 산하도 아닌 직계 간부의 제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으득!
구겨지는 자존심에 너무 화가 난다.
이에 환윤명이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하듯이 말했다.
“하아··· 하아··· 지금 마음껏 즐겨라. 비록 오른팔을 잃었다고는 하나···.”
-퍽!
“컥!”
뭐라고 이야기하려고 하는 순간 목경운이 환윤명의 턱을 차올렸다.
어찌나 세게 찼는지 이가 부러진 듯 환윤명이 그것을 뱉고서 계속 켁켁대며 피를 뱉어냈다.
이런 그에게 목경운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되게 진부하시네요.”
“끄으으읍.”
“그냥 계속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목경운이 고개를 돌려 부러진 팔을 붙들고 있는 용수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명탁에게 말했다.
“그쪽 두 분은 상황 파악이 좀 되었나요?”
“뭐?”
“여기 대사형이란 분이 주절주절 얘기한 걸 들어보니, 정식 제자인 제가 당신들보다 서열이 높은 것 같은데 아닌가요?”
‘!?’
이런 그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사형을 제쳐놓고 악즉검을 준 것부터 정파의 볼모에 거세도 하지 않았는데 제자로 받았다는 것에 화가 나서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목경운은 암종주의 정식 제자로 그들보다 서열이 위였다.
하지만 이렇게 인정하기 싫은 사실을 놈의 힘에 굴복하여 인정하기에는 자존심이 용서치 않았다.
부러진 팔을 부여잡고 있던 용수가 화를 억누르며 목경운에게 말했다.
“······웃기지마! 정파의 볼모 출신 따위를 우리가 정식 제자로 인정할 것 같아?”
“흐음?”
“그보다 네놈 자신이나 걱정이나 해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사형의 팔을 잘랐는데 사부님께서 이를 그냥 넘어갈 것···.”
-스륵!
그 순간 용수의 시선에서 목경운이 사라졌다.
‘아니?’
어디로 간 거지? 하고 있는데 어느새 그의 등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탁!
-흠칫!
놀란 용수가 어깨동무를 하는 손길에 이를 뿌리치려고 했는데,
-꽈아아악!
“흐헉!”
어깨가 부서질 듯한 악력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목경운이 어깨동무를 하며 그의 왼쪽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어느새 무릎까지 꿇고 말았다.
-쿵!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드드득!
어깨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른 팔꿈치가 부러진 것도 모자라서 왼쪽 어깨뼈가 부서지는 고통에 용수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끄으으읍!”
“쉿. 시끄럽네요.”
목경운이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비명을 지를 수가 없었다.
괴로워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우르르 몰려와서 정파의 볼모이니 뭐니 하질 않나? 검을 내놔라 하던 건 벌써 잊으셨나봐요.”
“끄읍읍.”
“그리고 생각들이 많이 짧으시네요. 제가 사부님이라면 정식 제자에게 하극상을 한 당신들에게 벌을 준 것을 오히려 잘했다고 할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
목경운의 그 말에 용수는 뭐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홧김에 인정할 수 없다고 했으나, 이미 그는 사부님이 받아들인 정식제자였다.
그에 반해 자신들은 거세도 거부한 준 제자들이었다.
‘빌어먹을.’
여태껏 정식 제자가 되지 못한 자신들이 어리석었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흐음. 동문이나 다름없어서 적당히 끝낼까 했는데,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그냥 사지를 못 쓰는 불구로 만들어드릴까요? 재밌겠네요. 팔다리를 전부 자르면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하긴 한데.”
-오싹!
소름끼치는 말을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목경운.
이런 그의 말에 용수의 얼굴이 하얗게 사색이 되어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놈은 정말 할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쿵!
둘째 준 제자 명탁이 한 쪽 무릎을 꿇고서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췄다.
사부가 가장 높은 위치이기 때문에 엎드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이는 사형에게 행하는 예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무릎까지 꿇은 명탁이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사형!’
돌변한 사형의 모습에 용수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그러나 둘이 당하면서 심적으로 완전히 꺾여버린 명탁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더 이상 목경운과 척을 지어야 겠다는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어떻게든 용서받고 싶었다.
“저희가 잘못했으니 부디…..”
그러고 있을 때였다.
-끼이이이익! 쿵!
닫혀있던 실내 연공실의 철문이 열리며 암종주와 외총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에게는 구원자가 등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속삭였다.
“운이 좋네요.”
하고서 붙잡고 있던 용수에게서 손을 뗐다.
암종주가 안에서 벌어진 광경에 훑어보고는 미간을 찡그렸다.
‘이것 참······.’
준 제자들 셋이 노기에 차서 종주 전용 실내 연공장 안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서 사달이 벌어질까봐 급하게 왔던 그였다.
자신이 직접 가르친 셋 모두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혹시나 하고 우려했었는데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였다.
‘본문의 본신절기를 익히지 않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상대가 되지 못하다니.’
경위가 어찌 되었는지와 상관없이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한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암종주를 발견한 환윤명이 한 팔로 기어가다시피하며, 그에게 다가가 다리를 붙들고서 울먹이면서 애원했다.
“사, 사부님······ 거세가 하고 싶습니다. 제발 거세시켜주십시오.”
“······뭐?”
그런데 그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용수와 명탁 역시도 납작 엎드리고서 이구동성으로 애원했다.
“사부님 거세를 시켜주십시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