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3)
4화 마승(魔僧) (2)
-아그작!
마루에 걸터앉아 당과를 물고 있던 왼쪽 눈 아래 흉터가 있는 중년인이 한숨을 내쉬며 본관으로 가는 전각 쪽을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호위 무사들이 있어야 할 전각 쪽이 비어 있었다.
‘이래도 되려나.’
그의 이름은 장명인.
연목검장에서 본관 호위 총괄을 책임지는 내당주를 맡고 있었다.
그는 젊었을 적, 절강 소흥 부근에서 명성을 날리던 도법의 고수로 19년 전 해염 지역의 해적 토벌 때 장주와 연을 맺게 되어 연목검장으로 들어왔다.
‘장주.’
젊은 시절의 장주는 정말 영웅이었다.
그를 동경했고 그의 모든 것이 옳다고 여겼다.
하나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내당주……정말 그 천한 기생 계집의 자식 놈이 대 연목검장의 후계를 맡는 일이 생기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요?] [그건……] [무엇이 연목검장을 위해 옳은 일인지 잘 고민해봐요.]처음에는 관여를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대부인 석 부인의 말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비록 무재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해도 기반이 없고 가문에 우군이 없는 막내 공자 목유천이 가문을 잇게 되면 결국 연목검장의 분열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 이게 옳은 일이다.’
첫째인 목영호가 다소 포악하다고 해도 장자이다.
외가도 다른 곳도 아닌 금화 석가장이기에 뒤를 받쳐주기에도 충분하다.
여러모로 장자인 그가 후계가 되는 것이 옳았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의원도 어찌하지 못했는데 고작 방사 따위가 어찌……] [길게는 안 걸릴 거예요. 한 시진 가량만 모른 척하면 돼요.] [………] [몽성에서 용한 방사에요. 알아낸다면 가신들과 둘째인 목은평 그 아이와 부딪칠 일도 없을 거에요.]장주의 직인.
직인이 있다면 얼마든지 후계자를 정할 수 있다.
가신들의 분열도 막을 수 있다.
‘가능할까?’
하나 일말의 의구심은 지울 수 없었다.
고작 사술이나 다루는 방사 따위가 무슨 수로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 장주의 입에서 직인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괜한 짓거리로 시간낭비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말이 방술이지 병상으로 약해진 장주를 약이나 그런 걸로 겁박해서 알아내려는 것은 아니겠지?’
아무리 첫째 공자인 목영호가 후계를 되기를 원한다고 해도 그건 아니었다.
충성을 맹세했던 장주에 대한 모독이다.
-꽉!
장명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그건 아니지.’
한 시진 정도는 주변을 비워두라 했지만 혹시 모르니 확인은 해봐야 겠다.
방해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살펴만 본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에 내당주 장명인은 전각을 지나 본관으로 향했다.
* * *
-슥!
목경운은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온 방사 묘신의 목을 손으로 짚었다.
숨이 끊긴 묘신의 맥은 더 이상 뛰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목경운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돌아왔다.
‘괜찮군.’
누가 봐도 사람의 손에 거쳐서 죽은 느낌은 아니었다.
불가사의한 죽음.
묘신의 죽음은 그러했다.
-스르르륵!
그때 죽은 묘신의 위로 핏기 없는 거구의 승려가 모습을 드러냈다.
목에는 딱딱거리는 해골로 만들어진 염주가 걸려 있었다.
목경운은 손을 뻗어 그것을 건드려보았다.
그러자 승려의 섬뜩한 안광을 내뿜고 있는 귀기(鬼氣) 서린 하얀 눈동자가 흔들렸다.
“재밌는 걸 목에 차고 다니시네요.”
-………
그 이유는 간단했다.
영체인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접촉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목경운이 해골 염주를 만지작거리다 물었다.
“충실한 노예가 되겠다고 했는데 제가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가만히 있던 거구의 승려가 작게 뭔가를 중얼거렸다.
입만 벙긋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
이것은 인간의 청각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목경운의 귀에는 정확하게 들렸다.
“마승? 이름이 아니라 호칭 같군요. 뭐 부르기만 하면 되니까 상관없겠죠.”
괴이는 스스로를 마승(魔僧)이라 칭했다.
이런 마승을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은 목경운이 이내 고개를 돌려서 팔이 잘린 채 기절해 있는 장주를 바라보았다.
목경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흐음.”
고민되었다.
장주까지 죽이는 게 나을지 아니면 살려두는 편이 나을지 말이다.
고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장에 장주를 죽이게 된다면 입장이 곤란해지는 쪽에 속했다.
그렇기에 살려두는 편이 나았다.
“그럼 구도를 조금 바꿔놔야 겠네요. 마승. 저분을 장주님의 앞으로 옮겨놓을 수 있나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가만히 있던 마승이 고개를 저었다.
이에 목경운이 살짝 실망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설마 못 하는 건가요?”
-………
방사를 죽였기에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는 게 가능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렇게 간단한 물리력은 행사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
아니면 일부러 못하는 것처럼 구는 걸까?
게다가,
-스르르륵!
실체화 되었던 육신의 부위가 햇빛에 닿는 순간 아지랑이처럼 사라졌다.
그 현상은 마치 그림자가 빛에 사라지는 것과 비슷했다.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군.’
흥미롭기는 했지만 알기 어려웠다.
목경운의 시선은 죽은 방사 묘신의 배서함으로 향했다.
그곳에 여러 방술 관련 서적들이 꽂혀 있었다.
저걸 참고한다면 이 괴이란 존재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저벅! 저벅!
그때 방문 바깥 쪽에서 마루를 밟고 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방 밖에서 호위 고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입니까?”
“들어오세요.”
이 말에 호위 고찬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고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무슨……”
고찬이 놀란 것은 죽어 있는 방사 묘신 때문이었다.
방술을 행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사이에 목숨을 잃은 모습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호위 고찬은 마승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목경운이 고개 짓으로 좌측 부근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뭐가 보이나요?”
“네?”
“보이지 않나 보……”
-………
“아아……그런가요?”
“네?”
“아뇨. 고찬 호위에게 한 말은 아니에요.”
‘!?’
그 말에 고찬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방금 전에 그건 혼잣말이라도 된단 말인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그의 좌측을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아뇨. 굳이 모습을 드러낼 필욘 없을 것 같네요.”
-……….
“공자? 대체 무슨 말씀을?”
당황해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마세요. 그보다 거기 있는 방사 분을 장주님의 앞으로 옮겨주실래요.”
“아니. 공자 대체 방사가 어째서?”
방사 묘신의 모습은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얼굴 전체의 핏줄이 징그러울 만큼 울룩불룩 튀어나와서 죽어있었는데, 표정을 보면 고통과 경악, 공포로 가득했다.
‘대체 어떻게 살해…..이게 살해 당한 모습인가?’
독(毒)인가?
독이라고 하기도 이상하다.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이 녀석이 죽인 게 아닌 건가?’
녀석의 피에 독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렇다고 물리적인 방식으로 죽인 것 같지도 않고 대체 뭐지?
영문을 몰라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쳐다만 보지 말고 옮겨주실래요?”
“네….네.”
두 번이나 같은 말을 하자 눈치가 보였는지 고찬은 황급히 죽은 방사 묘신을 장주가 있는 앞으로 옮겼다.
그러자 목경운이 말했다.
“그 앞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쓰러뜨려 주세요. 혼자 발광하다 죽은 것처럼요.”
‘뭐?’
뭘 어떤 식으로 쓰러뜨려야 혼자 발광하다가 죽는 것처럼 보인단 말인가?
난처해하던 고찬은 그냥 아무렇게나 묘신의 시신을 쓰러뜨려 놓았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하긴 했는데 무슨 의도지?
‘설마 방사가 이 모든 걸 한 걸로 몰려고 하는 건가?’
엉망이 된 방 상태를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장주의 숨이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팔이 잘리긴 했으나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공자……..이제 어쩌실 겁니까?”
“아아 중요한 걸 깜빡했네요.”
이런 고찬의 물음에 목경운이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웠다.
검을 들은 목경운이 장주가 있는 침상으로 다가가 이리저리 휘둘렀다.
-휙휙!
“이렇게 하죠. 장주를 방술로 치료하려던 방사가 괴이에 씌여서 장주의 팔을 자르고 죽이려던 것은 저희가 말린 걸로요.”
“………”
그 말에 호위 고찬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 와중에 빠져나갈 그럴 듯한 구실을 만들었다.
확실히 방사 묘신이 죽은 모습을 본다면 뭔가에 씌인 것처럼 기괴하게 죽어서 그럴 듯 해보였다.
다만,
‘쉽게 믿을까?’
대부인은 호락호락한 여인이 아니었다.
그냥 이야기 하지 말까 하던 고찬이 이내 조심스레 말했다.
“공자…….하나 어설프게 속이려 든다면 의심을 살 수도 있습니다.”
“어설픈가요?”
“정말 우연이기는 했지만 절묘한 순간에 저희가 나타나 장주님을 구했다고 하면 대부인이 쉽게 납득할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방사는 그분께서 고용했으니 더욱…..”
“그렇군요. 더 그럴 듯 해보여야 겠군요.”
-슥!
그때 목경운이 검병을 거꾸로 잡았다.
뭘 하려는 거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자신의 허벅지로 검 끝을 가져갔다.
“고, 공자? 지금 뭘 하시려고?”
“그럴 듯 해보여야죠. 이쯤이면 되겠네요.”
“자…..잠깐…..”
미처 만류하기도 전이었다.
-푹!
날카로운 검이 목경운의 허벅지를 뚫고 들어갔다.
‘!!!!!’
이 광경에 고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냥 꼬집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허벅지를 검으로 박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단 말인가?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고통스러울 텐데 신음성 한 번 내지 않았다.
아니 표정 변화도 없었다.
‘아, 아프지도 않은 건가?’
자신조차도 고통을 참으려면 이를 악물든 오만상을 찌푸렸을 것이다.
한데 이 녀석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 마냥 표정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독한 놈…….’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지만 망설임 없이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는 것도 놀랍지만 정말 독종 그 자체다.
“이….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이게 가장 효과적이니까요.”
“지혈하겠습니다!”
“아뇨. 좀 더 피가 빠져야 혈색이 좀 창백해보이죠.”
“………..”
점점 이 녀석이 두렵다 못해 무서워진다.
‘이런 미친 놈은 절대 적으로 삼으면 안…..’
-쾅!
그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를 본 고찬이 화들짝 놀라했다.
“내당주?”
왼쪽 눈 아래 흉터가 있는 중년인은 다름 아닌 내당주 장명인이었다.
사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본관의 호위를 총괄하기에 원래부터 그는 이곳에 상주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었다.
오히려 자리를 비웠던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챙!
그때 내당주 장명인이 허리춤에서 도를 뽑아 그들에게 겨냥했다.
“무슨 짓들을 한 것이냐?”
그런 그의 일갈에 호위 고찬이 손사래를 쳤다.
“내당주. 오해이십니다. 공자님과 저는…….”
그가 미처 뭐라고 변명을 하기도 전이었다.
“그…..그보다 장주님을 먼저…..”
-쿵!
‘!?’
옆에서 기우뚱하며 쓰러지는 목경운.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호위 고찬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금 설마 기절한 척 한 건가?
그것도 자신의 안위보다 장주를 먼저 살펴달라는 것처럼 말을 하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