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31)
차기 회주 후보 중 한 사람인 둘째 제자 장능악.
그의 출신에 관해서는 상당히 분분하고 성향이나 행실에도 문제를 삼는 자들이 많다.
그러나 탐욕이 넘치는 그였지만 장능악을 인정하는 이들은 그의 수완이 천지회를 다시 중원의 기둥으로 우뚝 세우리라 여겼다.
대제자 나율량도 그렇겠지만 장능악은 그간에 꽤 많은 세력을 구축했다.
그 추정 규모가 천지회 내에서 3할에 이른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런 규모의 세력 중에 주축이 되는 차세대 강자들이 있는데, 장능악은 이런 자신의 수족들을 두고서 이렇게 불렀다.
‘오악회(五岳會).’
다섯 개의 거대한 산.
말 그대로 그가 아끼는 다섯 수족을 뜻했다.
순서와 서열을 매기는 것을 좋아하는 장능악은 주기적으로 수하들에게 겨루게 하여 새로운 서열을 정하게 해서 경쟁을 독려했다.
그 결과 다섯 명의 강자들이 정해졌는데 이들이 바로 오악회였다.
장능악을 제외하고 있는 자들은 총 다섯.
그 중 부멸단의 대단주 호종혁이 끼고 있는 여자 호위를 제외한다면 이악(二岳)부터 오악(五岳)까지 전부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중원 팔성(八星)의 일인이자 오왕의 한 사람인 파부왕(破斧王) 호태강의 제자 호종혁이 일악이나 이악 중 하나일 거라 여기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악(二岳) 위맹천.’
두 눈이 먼 장님임에도 불구하고 일악을 다투는 강자였다.
그리고 오악회의 일원 중에 유일하게 천지회 출신이 아니라 외부에서 데려온 자로 그 무위만큼이나 모두가 꺼려하는 능력 하나가 있었다.
시력을 상실하면서 생겨난 그의 초감각들이었다.
그 중 단연 발군은 바로 청각(聽覺)이었다.
[쓸 만한 재주로군.]장능악은 위맹천의 이 청각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위맹천은 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청각으로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거나, 거짓과 진실의 진위 여부를 판별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쿵! 쿵! 쿵!
‘······일정하다.’
위맹천은 이 자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주의 깊게 심장 소리를 듣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라고 해서 모르는 자들 전부를 신경쓰는 것은 아니었다.
한데 시작은 곁에 있는 호위 때문이었다.
[공자. 빨리 인사를 올려야 합니다. 저기 맨 앞에 계신 분은 회주님의 둘째 제자이신 장능악 공자이십니다.]이 대화만으로 위맹천은 다가오는 자들 중 한 사람이 자신이 모시는 주군인 장능악과 처음 대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은 회주의 제자라고 하면 간부 급의 인사가 아니고는 처음 대면할 때 다소 감정적인 변화가 두드러져 심장 소리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런데,
‘너무 일정해.’
심장 소리에 조금의 변화도 없다.
그냥 쿵 쿵 거리며 계속 뛰는데 이 정도면 너무 규칙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잠을 자도 꿈자리가 뒤숭숭해지면 심장 뛰는 게 달라지곤 하는데 어찌 이렇게까지 일정할 수 있을까?
이 정도면 거의 극도로 훈련 받은 암살자와 같은 수준이다.
하나 암살자도 심장 소리에 변화는 있다.
‘누구지?’
일단 그 역시도 처음 보는 자이다.
위맹천은 눈이 멀었기 때문에 발걸음 소리나 심장, 평소에 버릇처럼 내는 소리 등을 통해 타인을 구분하고는 했다.
그런데 이 자는 전혀 처음 듣는 자였다.
‘공자를 보고도 평정심을 유지한다라······.’
기감으로 느껴지는 무위는 절정의 초입 정도 수준인데 고작해야 선임 무사나 대주 급에 불과한 자치고는 특이했다.
그리고 위맹천은 목경운이 확실히 남다르다는 것은 장능악의 시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시력을 잃었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자신의 눈을 노리게 되면 대부분이 보통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심장 박동이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데,
-쿵! 쿵! 쿵!
‘······이 자 대체 뭐지?’
어떻게 방금 전과 소리가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 거지?
움직이는 소리나 반응을 보면 놀라서 움찔한 것 같은데, 심장 소리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마치 일상생활을 하는 것마냥 평이했다.
‘뭐지?’
이런 자는 처음이다.
심장 소리만큼 감정을 잘 대변해주는 것은 없었다.
한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의아해하던 것도 잠시였고 위맹천은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속하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앞에 있는 그 자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공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고?”
위맹천의 이 말에 장능악이 매서운 눈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타인을 읽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위맹천의 판단을 신뢰하는 그였다.
“너······정말 안 놀란 것이냐?”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눈이 찔릴 뻔했는데 놀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단······.”
-탁!
그때 장능악이 목경운의 가슴 위로 부채의 머리를 갖다댔다.
위맹천처럼 초감각을 지닌 것이 아니지만 직접적으로 손을 갖다대지 않아도 매개체를 통해서도 심장 고동을 판단할 수 있는 그였다.
이내 장능악이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이거 완전 재미있는 녀석이네.”
“뭐야? 설마 맹천 공의 말이 맞는 겁니까?”
붉은 옷에 두꺼운 입술의 여자가 흥미롭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장능악이 부채를 가슴 위로 쓸어올려 목경운의 턱에 갖다대며 말했다.
“배짱이 두둑한 걸까? 아니면 실력을 감추고 있는 걸까?”
장능악의 눈빛이 목경운을 관통할 듯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 목경운은 속으로 혀를 찼다.
표정 관리나 적당한 연기만으로도 속여넘길 수 있다고 여겼는데, 저 맹인 남자가 생각보다 성가신 것 같다.
심장 소리를 듣는 자는 처음 마주쳤다.
-중생. 침착해라. 어차피 청각이 비정상적으로 뛰어나다고 해도 네 진짜 실력이 탄로난 것은 아니다.
청령이 목경운에게 말했다.
시혈곡에 있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회주의 제자와 척을 지게 되면 성가시다 정도를 넘어서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자신의 원한을 푸는 게 요원해질 수도 있었다.
‘이 녀석이 돌발 행동을 하면 안 되는데.’
여태껏 붙어 있었지만 목경운의 행동은 예측불허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우려했다.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인 답이었다.
그때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회주에 가장 가까우신 분들 중 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음?”
목경운에게서 나온 그 말에 장능악의 한 쪽 눈썹이 위로 살짝 올라갔다.
방금 이 말에 기분이 썩 나쁘진 않은 모양이었다.
목경운이 하던 말을 이어갔다.
“가르침을 주셨던 사부님께서는 대호가 앞에 있더라도 침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그의 말에 장능악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겉보기와 다르게 입에 발린 말을 할 줄 아는 녀석인 듯했다.
자신을 대호(大虎)라 한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존재라 높인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은 그 자신을 낮춘 것이다.
이에 장능악이 말했다.
“제법 처신에 능한 것 같구나.”
“배짱이 두둑하다고 한들 공자님께서 마음먹으시면 언제든지 저 같은 것을 죽이실 수 있는데, 어찌 함부로 처신을 하겠습니까?”
“어리석진 않구나. 그래. 처신을 아는 자는 수명이 긴 법이지.”
-찌릿!
목경운은 목 밑에 닿아있는 부채를 힐끔 쳐다보았다.
날카로운 것이 없었으나, 닿은 부위에서 흘러나오는 예기가 목을 언제라도 찌를 기세다.
확실히 천지회 수장의 제자답게 범상치가 않았다.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이런 목경운의 대답에 장능악이 피식하고 웃더니, 목에서 부채를 떼고는 뒷짐을 쥐고서 목경운에게서 떨어졌다.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건가.
하는데 장능악이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한데 말이야. 처신이 좋은 것은 알겠다만 실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이 정도로 침착함이 있을 수는 없지. 안 그런가? 맹천.”
“그렇습니다. 공자.”
“본 공자는 그 침착함 만큼이나 볼모 네놈이 실력을 숨기고 있을 것 같구나. 그게 어떤 방식인지 어떤 수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에 목경운이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춰 말했다.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기대하시는 수준에 부합하지 못합니다.”
“부합하지 못하는 녀석이 시혈곡의 관문에서 괜히 수석을 할 리가 없지. 안 그런가? 종혁.”
-벌컥벌컥!
그 물음에 부멸단의 대단주 호종혁 술병의 술을 들이키고는 소매로 입술을 훔치며 답했다.
“지금 실력으로 수석을 했다고 한다면 하늘이 내린 천운을 지녔거나, 시혈곡 내부에서 비리가 있지 않고는 무리겠지요.”
“본 공자와 생각이 같군.”
-스릉!
그때 장님인 위맹천이 대나무 지팡이를 살짝 뽑듯이 들어올렸다.
그러자 안에 숨어있던 날카로운 검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험해보면 간단히 밝혀질 일이지요. 공자 제게 맡겨주십시오. 확인해보겠습니다.”
그 말에 입술이 두터운 붉은 옷의 여자도 나섰다.
“호호호. 제가 해보겠습니다. 잘생긴 얼굴만큼이나 실력도 받쳐주는지 확인해보고 싶군요.”
의욕을 내비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장능악이 피식하고 웃더니 고개를 젓고는 이내 지금까지 쭉 입을 다물고 있던 근육질 거구에 장익덕(張翼德)을 연상케 하는 거친 수염을 지닌 사내에게 말했다.
“저모팔.”
“네. 주군.”
“이 친구의 진짜 실력을 보고 싶군.”
“네. 주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팟!
가만히 있던 사내, 아니 저모팔이 갑자기 움직였다.
거구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빠른 몸놀림을 지니고 있는 저모팔이 일순간에 목경운의 머리통을 깍지를 낀 두 손으로 내려치려 했다.
-슥!
이에 목경운이 보법을 펼치며 뒤로 신형을 벌렸다.
그러자 저모팔이 내려찍었던 팔을 내린 상태로 멧돼지처럼 앞으로 돌진했다.
무엇이든 부숴버릴 것만 같은 기세였다.
그러나 이런 기세에도 불구하고 목경운은 전혀 침착함을 잃지 않고서 보법을 펼치며 계속해서 거리를 벌렸다.
-타타타타탁!
“흥!”
이에 저모팔이 거리를 벌리는 목경운을 향해 바닥에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내뻗었다.
-쿵!
그러자 그 순간,
-파아아앙!
저모팔의 주먹에서 흰빛이 일렁이며 그 순간 보이지 않는 묵직한 무언가가 목경운의 얼굴로 쇄도해왔다.
이것은 바로 권풍(拳風)이었다.
기(氣)가 실려 있는 권풍이 날아들자 이를 피하기 어려웠던 목경운은 두 팔을 교차시키며 이내 방어자세를 취했다.
-파아아아앙!
교차한 팔에 권풍을 맞으며 목경운의 신형이 뒤로 여섯 보 가량 밀렸다.
-촤르르르르르!
떨리는 팔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드러내고 있는 기운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 저모팔이라는 자는 절정의 극에 이르는 무위를 지니고 있었다.
하나 주먹에 실리는 힘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보다 위였다.
아마도 초절정에 거의 근접한 외공과 내공을 갖추고 있는 듯했다.
‘안 되겠네.’
숨긴 실력으로는 이 자를 제대로 상대하긴 힘들 듯했다.
그러나 실력을 제대로 드러내게 되면 장능악이 원하는 그림대로 될 것이다.
‘별 수 없나.’
차라리 적당히 얻어맞아 주는 편이 나을 듯했다.
딱히 이런 걸로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
당장에 귀찮은 일에 엮이는 것보다 몇 번 맞아주고 피하는 편이 나았다.
그때였다.
-퍽!
어느새 신형을 날려온 저모팔의 주먹이 목경운의 안면을 강타하며, 옆으로 고개가 처박히며 바닥과 머리가 부딪쳤다.
-쾅!
‘후우.’
이건 조금 아프다.
하지만 이 정도 고통은 아무렇지 않다.
이보다 더 한 것도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버티는 목경운이었다.
그때 저모팔이 바닥에 머리를 박고서 고꾸라진 목경운의 복부를 공력을 실은 발차기로 걷어찼다.
-퍽!
-촤르르르르르!
복부를 얻어맞은 목경운이 새우등을 하고서 밀려났다.
이 모습에 부멸단의 대단주 호종혁이 혀를 찼다.
“쯧쯧. 잡겠네. 잡겠어.”
보법을 펼치는 몸놀림을 보았을 때 완숙한 절정 정도는 될 거라 짐작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니 그 정도는 아닌건가 싶기도 했다.
저모팔이 오악 중에서 말석이라고는 하나 초절정에 근접한 실력자였다.
그런 실력자가 작정하고 무위를 발휘하는데, 아무리 시혈곡의 수석이라고 한들 상대가 되겠는가.
“흐음.”
‘고작 이 정도인가.’
회주의 둘째 제자 장능악의 눈동자에 실망감이 섞였다.
어느 정도 기대한 것만큼은 보여주리라 여겼는데, 저리 얻어터지고만 있으니 점점 기대심이 사라지고 있었다.
하긴 애초에 실력을 숨겼다 한들 오악인 저모팔의 상대가 될 리가 만무하긴 했다.
“됐다. 이제······.”
적당히 끝내라고 하려 했는데,
“여전히 심장 소리가 평이합니다.”
“뭐?”
“차라리 제게 맡겨주십시오.”
-팟!
그 말과 함께 누군가 튀어나갔다.
그는 다름 아닌 이악(二岳)인 장님 위맹천이었다.
-스릉!
대나무 지팡이에 숨겨놓은 검을 뽑은 위맹천이 순식간에 날아가, 저모팔에게 얻어터지고 있는 목경운의 목을 향해 일검을 베어갔다.
살기(殺氣)를 최대한 발산하며 단번에 목을 베어갈 기세를 보였다.
-촤아아아아악!
검날이 목에 닿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챙!
-파아아아앙!
‘!?’
그 순간 저모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경운이 자신이 날리던 주먹을 왼손으로 가볍게 잡은 채, 어느새 발검하여 위맹천의 검을 막아낸 것이 아닌가.
“네놈······.”
실력을 숨긴 게 맞구나라고 하려 하는데, 목경운은 그가 안중에도 없는 듯 장님인 위맹천을 쳐다보며 말했다.
“기껏 맞아주고 있었는데 곤란하게 하시네요.”
“뭐가 어쩌고 저째?”
이 쥐새끼 같은 놈이 건방지게 감히 자신에게 맞아주고 있었다고?
목경운의 그 말에 노기가 치솟은 저모팔이 붙잡힌 주먹을 뿌리치며 반대 주먹으로 목경운의 안면을 날려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우드드득!
“끄으읍!”
-쿵!
그 순간 저모팔의 입에서 고통의 신음성과 함께 붙잡힌 오른손목이 뒤로 꺾이며, 한쪽 무릎을 바닥에 강제로 꿇려지고 말았다.
‘이, 이놈 무슨 공력이?’
저모팔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놈의 공력은 초절정에 근접한 자신을 능가하고 있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