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32)
‘이거 괜찮겠어?’
호종혁의 옆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하채린 아니, 그녀에게 빙의해있는 호위 고찬이 불안한 눈빛이 되었다.
이곳으로 오기 전의 목경운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기이한 힘을 지녔다고는 하나 고작 이류 정도에 불과했었는데, 저런 괴물 같은 녀석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쿵!
‘!?’
오른 손목이 꺾여서 무릎이 꿇려진 오악회의 오악(五岳) 저모팔.
그런 그의 모습에 고찬은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고작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목경운이 원래 이렇게 강했던 건가?
“······역시 제 판단이 맞았군요.”
이악(二岳) 장님 위맹천이 검을 맞댄 채 입을 열었다.
그는 목경운의 목을 실제로 벨 생각은 없었으나, 최대한 살기를 실어 베어낼 것 같은 기세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목경운이 자신의 본 실력을 드러냈다.
이건 꽤나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절정의 수준을 넘어섰어.’
예상을 뛰어넘었다.
아마도 절정의 극이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데 자신의 일검을 순식간에 막아내고 저모팔을 공력으로 압도할 정도면 초절정의 초입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떤 재주로 이렇게······.”
-우우웅!
‘!?’
장님 위맹천이 미간을 찡그렸다.
검을 맞대고 있었는데, 아주 미세하게 전해져오는 공명음이 귀에 거슬렸다.
그러더니 이내 자신의 검에 균열이 생겨나는 것이 느껴졌다.
이에,
-채애애앵!
위맹천이 검격(劍格)의 수법으로 목경운의 검을 튕겨냈다.
검이 튕겨나가자 목경운의 신형이 뒤로 살짝 떠오르면서 다섯 보 가량 밀려났다.
그러자 위맹천이 자신의 검날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만져보았다.
‘죽명검에 금이 갔다.’
대나무에 감싸져 있으나 나름 실력있는 장인의 손에 탄생한 명검이었다.
그런 죽명검이 단 한 번의 부딪침에 실금이 갔다고?
대체 무슨 검이기에?
-짝짝짝!
그때 누군가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손뼉을 치는 자는 다름 아닌 회주의 둘째 제자 장능악이었다.
입꼬리가 귀까지 걸린 장능악은 흡족한 눈빛으로 목경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본 공자가 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거다.”
정파의 볼모 주제에 그 시혈곡의 관문에서 수석으로 통과했다는 무위.
그것이 어설플 리가 없었다.
어떻게 기감을 속이는 것인지 몰라도 이악인 위맹천의 검을 받아낼 정도라면 분명 절정을 넘어선 것은 확실했다.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참 곤란하게 하시네요.”
최대한 실력을 숨기려 했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드러나게 할 줄이야.
‘성가시군.’
저 장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들킬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목경운은 한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절대로 완벽한 것은 없다고 말이다.
죽음의 기운인 사기(死氣)가 살아있는 인간이 기감으로 느낄 수 없는 기운이라고 해도 이런 기이한 방식으로도 상대를 파악하는 자들이 있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저 눈 먼 중생 놈이 변수구나.
청령도 이 같은 결과에 혀를 찼다.
실력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는데, 들켜버린 이상 저 장능악이라는 자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계획을 바꿔야 할지도 몰랐다.
그때 장능악이 다가오며 말했다.
“무림에서 실력을 감추는 것은 상당히 흔한 일이지. 하나 고작 약관도 되지 않은 녀석이 절정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지.”
‘드물어?’
이런 장능악의 말에 부멸단의 대단주 호종혁이 혀를 내둘렀다.
부친으로부터 뛰어난 무재를 지녔다고 칭찬을 들어온 자신조차도 서른이 거의 다돼서야 초절정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물론 그조차도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경탄을 들었었다.
그런데 고작 17, 18세밖에 되지 않은 녀석이 초절정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것은 가히 천재라고 불러 마땅했다.
‘······무위를 왜 숨겼는지 알겠구나.’
날카로운 송곳은 자루를 뚫고 나온다.
적당히 뛰어난 무재는 주변의 환대를 받을지 모르나, 그것을 넘어선다면 오히려 견제와 시기의 대상이 된다.
목경운의 재능은 명백히 후자다.
그 스스로의 판단인지 스승인 암종주의 명인지 모르겠으나 실력을 숨긴 것은 아마도 그것을 우려해서였을 것이다.
장능악이 두 팔을 활짝 펴며 목경운에게 말했다.
“마음에 드는구나.”
“······.”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마. 본 공자에게 충성을 맹세하거라.”
“충성을 맹세하라고요?”
“그래. 본 공자는 너 같이 훌륭한 인재들을 원한다. 그 인재들은 본 공자의 힘이나 마찬가지니까.”
그야 당연할 것이다.
강한 무인을 수하로 받을수록 회주 후계자로서 더욱 견고해질 테니 말이다.
장능악이 목경운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며 말을 이어갔다.
“본 공자는 대가 없는 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충성을 맹세한다면 그에 합당한 부와 명예를 약속할 것이다.”
“부와 명예······.”
“그래. 나아가 본 공자가 본 회의 정점이 되게 된다면 더 많은 것을 같이 누리게 될 게다.”
이런 장능악의 말에 청령이 목경운에게 말했다.
-선택권이 없어 보이는구나.
암종주의 산하에서 힘을 기르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그러나 실력이 탄로가 난 이상 그건 힘들어졌다.
여기서 거절한다면 견제를 받거나 귀찮은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니, 차선책으로 장능악의 산하에서 힘을 기르는 편이 나았다.
그런데,
-탁!
목경운이 이런 장능악에게 포권지례를 하더니,
“송구합니다. 정말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는 하나 당장에 공자님을 따르는 것은 힘들 듯합니다.”
-응?
청령이 목경운의 그 말에 의아해했다.
숨겨놓았던 힘이 들통났으니 귀찮은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장능악의 산하로 들어가는 선택지가 무난했다.
그런데 여기서 거절을 하게 되면,
“본 공자를 따를 수 없다고?”
역시나 장능악의 표정이 일순간에 변했다.
한 쪽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위로 올라갔는데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예상대로였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게냐? 중생.’
청령이 속으로 혀를 찼다.
회주의 둘째 제자도 그렇고 그 수하들 하나하나가 보통 고수들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자극해서 좋을 것은 없었다.
‘하여간 충고대로 무난하게 움직이는 법이 없군.’
그때 장능악이 부채로 목경운의 가슴을 찌르며 말했다.
-꾹!
“지금 그게 무슨 의미인 줄 아느냐?”
“글쎄요?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이런 목경운의 말에 장능악의 눈빛이 완전히 싸늘해졌다.
감히 정파의 볼모 출신 따위가 본 공자의 제안을 이런 식으로 거절한 것도 모자라 말대답을 해?
-꾹!
장능악이 목경운의 가슴을 더 세게 부채로 찌르며 말했다.
“네놈의 눈앞에 있는 자가 누군지 잊기라도 한 것이냐?”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회주의 둘째 제자 분이신 장능악 공자님이시죠.”
“한데 본 공자의 제안을 귓등으로 흘리는 듯하구나.”
“설마요. 저는 그저 당장에 공자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전해드렸을 뿐입니다.”
“네게 거절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을 것 같으냐?”
“암종을 휘하에 두고 싶으시다면 무리해서 강요하시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장능악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 모습에 입술이 두꺼운 붉은 옷의 여자가 목경운을 다그쳤다.
“어이. 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냐? 정파의 볼모 따위가 지금 공자님께······.”
-슥!
장능악이 손을 들어 올리며 그녀의 다그침을 제지시켰다.
그러더니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정파의 볼모 출신이라 그런지 남다르구나.”
“네?”
“본 회 출신이라면 본 공자의 제안에 너 같은 대답을 하지 않지. 오히려 본 공자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두려워하거든.”
“······.”
“한데 본 공자를 상대로 아주 당돌하기 짝이 없구나.”
장능악은 이런 목경운이 흥미로웠다.
어느 정도 압박을 가하면 알아서 기어들어올 거라 여겼다.
정파의 볼모라는 처지도 있고 천지회 내에서 이런 연줄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 조금이라도 인지했다면 따를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나온다라.
“그래 그 말이 맞다. 본 공자는 암종을 휘하로 두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네가 본 공자의 사람이 되어 중요한 촉매제가 되었으면 한다만.”
장능악이 본심을 밝혔다.
그러자,
“저도 그랬으면 하지만 아시다시피 막 암종주의 제자가 되어서요.”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
“선택된 것도 아니고 시혈곡의 수석이 된 혜택으로 암종주의 제자가 되었는데, 과연 그분께서 저를 많이 신뢰하실까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장능악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역시도 영악한 면모가 있었기에 목경운이 무슨 의도로 이 말을 했는지 바로 알아들은 것이었다.
“······계속 말해보거라.”
“아직 무공도 제대로 전수받지 못하고 신뢰도 구축되지 않은 와중에 정파 볼모 출신인 제가 공자님의 산하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사부님께서 알게 된다면 과연 저를 어떻게 여기실까요?”
“······.”
“제가 사부님이라면 회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정파의 볼모가 부와 권력에 너무 빠르게 다가가려 한다고 오히려 저를 의심하여 멀리하실 것 같군요.”
이 말과 함께 목경운이 목소리를 낮추며 장능악만 들릴 수 있을 정도로 속삭이며 말했다.
“당장 수하로 거두셔도 상관은 없지만, 그리 된다면 공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전부 얻지 못하실 텐데, 지금 수하로 거두는 게 과연 득이 될까요?”
‘!?’
장능악의 입술이 작게 실룩거렸다.
‘이놈 봐라.’
목경운의 이 말에 그는 제법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정파 볼모 출신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낀 것은 그저 일부에 불과했고 목경운을 수하로 거두고 이걸 계기로 암종까지 산하로 받아들이는 게 목적이었다.
아직은 대공자에 비해 세력이 밀리기에 서두른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녀석 상상 이상이다.
‘영악하군.’
자신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까지 읽어내고 있었다.
이 녀석의 말대로 지금 당장 이놈을 자신의 수하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암종주의 머릿속이 의구심으로만 가득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온전히 암종을 산하로 거두기 힘들어질 거다.
‘흐음.’
장능악이 목경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자신의 제안을 거절해 시건방진 놈이라 여겼는데, 지금 이 대화로 생각이 완전히 굳혀졌다.
이놈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탁!
장능악이 목경운의 가슴을 찌르고 있던 부채를 뗐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리가 있구나. 좋아. 아쉽지만 지금은 그냥 물러나도록 하마. 부디 네가 암종주와 긴밀한 신뢰를 구축하길 바라마.”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에 장능악도 마치 서로의 생각이 통했다는 것처럼 피식하고 웃더니, 뒷짐을 지고서 몸을 돌렸다.
“공자?”
“돌아가서 거하게 한 잔 하자꾸나.”
이 말에 수하들 대부분이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그냥 간다고?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주군의 명을 따라야 했기에 그들은 군말 없이 물러났다.
물론 손목에 부상을 입은 오악 저모팔 역시 마찬가지였다.
“······.”
반면 그들이 속삭이며 나누는 대화를 엄청난 청각으로 엿들은 장님 위맹천은 잠시 멈춰 서서 이 상황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지나치게 영악해.’
세 치 혀로 사달을 만들지 않고 기분 좋게 주군을 물러서게 만들었다.
아무런 결론조차 내지 않게 하고 말이다.
무공이 뛰어난 것보다 영악한 면모가 더 경각심이 들게 만들었다.
하나 지금 당장에는 주군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는 듯하니, 일단은 물러나지만 유의 깊게 살펴야겠다고 여겼다.
그렇게 그들이 전부 물러나자 목경운이 청령에게 웃는 얼굴로 전음을 보냈다.
-저 장님부터 죽여야겠어요.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