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34)
“회주의 둘째 공자께서 그냥 갔다고?”
“네.”
“흐음.”
목경운을 호위했던 석중의 보고에 암종주가 손가락으로 집무실 책상을 툭툭거렸다.
시혈곡 관문에서의 결과가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나간 것 같다.
벌써 둘째 공자 장능악이 움직일 정도이니 말이다.
‘목경운 그 아이를 교두보(橋頭堡)로 삼으려고 했던가 보군요.’
이미 몇 차례나 접근해오며 지지 요청을 했으나, 그때마다 암종주는 아직 회주께서 정정하니 누구도 지지할 마음이 없다고 거절해왔다.
하나 정식 제자가 생기니 노골적으로 노려오는 장능악이었다.
한데 의외는,
‘장능악 공자의 제안을 거절했다라······.’
목경운이 둘째 공자 장능악의 제안을 아무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별다른 일도 일어나지 않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둘째 공자는 원하는 것을 얻어야 직성이 풀리는 자였다.
그런 자가 목경운의 거절 한 번에 아무런 불만도 없이 돌아갔다는 게 의아하긴 했다.
“그 외에는 별다른 일은 없었나?”
이런 암종주의 물음에 석중이 일순간 망설였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가슴 한 편에 박혀버린 두려움으로 아까 전의 일을 발설할 수가 없었다.
‘놈은 무위를 감추고 있습니다. 기이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둘째 공자와도 뭔가 들리지 않는 대화가 있었습니다.’
말할 것은 너무 많았다.
그러나 도저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암종주의 방은 방음 처리가 확실히 되어 있음에도 마치 목경운이 지켜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어 이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이런 그의 대답에 암종주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그러나 이를 내색하지 않고서 말했다.
“다행이군요. 그럼 돌아가보세요.”
“네.”
-탁!
호위 석중이 포권 지례를 하고서 이내 집무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 어디선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종주.”
“네.”
“뭔가 보고에서 뭔가가 빠진 느낌입니다.”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석중의 안색이 평소와는 달리 창백했고, 장원 밖에서 벌어졌던 사건에 대한 경위도 왜인지 모르게 완전히 전하지 않은 것 같았다.
둘째 공자 장능악의 성정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명색이 그는 천지회의 정보와 기밀, 그리고 간자들을 통솔하는 암종의 수장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리가 없었다.
“석중에게 사람을 붙이세요.”
“네.”
“그리고 별채에 배치된 자들에게도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적어서 보고하라고 이르세요.”
“네.”
-탁!
천장 쪽에서 작은 소리와 함께 기척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암종주가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진 낡은 두루마리를 활짝 폈다.
두루마리에는 한자(漢字)와는 완전히 다른 문자가 적혀 있었다.
[اهریمن]그것은 암어(暗語)로 보기도 힘들었다.
* * *
그렇게 이레(7일)가 지났다.
이레가 지나며 암종주는 여러 고민에 빠졌다.
이레 동안에 정식 제자가 된 목경운을 살피면서 생기게 된 고민이었다.
가장 첫 번째는 목경운의 재능이었다.
그것은 바로 다음날부터 겪게 되었다.
비급서를 주어 외우게 했던 귀영조법부터 가르치기 위해 종주 전용 개인 연공실로 불렀다.
해서 가르침을 주기 전에 비급을 외웠다면 이해한 만큼 초식을 펼쳐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대체.’
암종주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목경운이 귀영조법을 너무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마치 오랫동안 연마하여 숙달된 것처럼 식(式) 하나조차 흐트러지지 않고 정확했다.
혹시나 밤새 목경운이 귀영조법을 예습이라도 한 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목 공자는 그저 방에 틀어박혀 조용히 있었습니다.]별채를 감시하는 호위 무사들과 시종들의 보고를 들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 어젯밤은 식사만 하고서 그냥 쉬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 만에 조법을 완벽하게 터득했다는 것에서 암종주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천재라는 것인가?’
천부적인 무재를 지녔다고는 인지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우권좌장의 묘리를 단번에 따라할 정도의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해서 암종주는 목경운을 시험해보았다.
이번에는 비환귀도법(飛換鬼刀法)을 주고서 한 시진을 줄 테니, 외우거나 익힐 수 있는 만큼 해보라고 하였다.
그렇게 한 시진 뒤에 암종주는 목경운에게 물었다.
[얼마큼 익혔느냐?]비환귀도법은 암종주 그의 독문무공이자 초상승 무학에 속하는 도법이었다.
무림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도법이라 자부했다.
해서 귀영조법보다는 익히기가 다소 까다로운 면이 있기에 이것만큼은 단시간에는 힘들 거라 여겼다.
그런데,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이게 무슨 일인가?
목경운이 비환귀도법을 너무도 능숙하게 펼쳐 보였다.
초식의 도의(刀意)를 파악하지 않으면 펼칠 수도 없는 후반부 초식들마저도 자신 못지않게 펼쳤다.
이를 보며 암종주는 진심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작 한 시진 만에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단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군.’
경악을 넘어서서 이런 목경운의 무재에 두려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애초에 목경운은 가르침이라는 게 필요가 없었다.
처음 배우게 되는 초식에 있어서 정확한 자세와 초식에 실린 뜻을 스승이 바로 잡아줘야 하는데, 저 혼자 비급을 보고 터득해버린다.
혹시나 하여 두 가지 정도 무공을 더 가르치고서 확신할 수 있었다.
‘문일지십(聞一知十), 아니 무일지십(武一知十)이라 해야 하나.’
크게 가르칠 것이 없었다.
고작 하루 만에 본문의 주요 무공들을 전부 터득했다.
초식을 전부 혼자서 깨우쳤기 때문에 관건은 심법이나 깨달음을 통해 더 높은 경지로 가는 것 외에는 없었다.
해서 암종주는 무공을 가르치기보다 질의응답으로 방식을 바꾸었다.
초식 관련이 아니더라도 무공에는 여러 가지 공부가 있었기에 목경운이 모르는 것이 있다면 물어보라 했다.
그런데 이레 동안 딱히 물어본 것은 거의 없었다.
아니 하나 있었다.
[사부님 얼굴에 있는 그것이 인피면구라 들었는데, 그건 어떻게 만드는 거죠?]무공 수련이 아닌 그것에 관심을 보이는 목경운이었다.
하나 목경운을 여전히 신뢰하지 않기에 비환귀도법의 최종 비전 삼식(三式)과 인피면구에 대한 것은 아직 가르치지 않았다.
이렇게 첫 번째 고민은 가히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재였다.
그리고 두 번째 고민은 이것의 연장선이었다.
[이게 사실인가요?] [네. 안휘성 북부에 있는 지부로부터 받은 정보입니다.] [······믿기 힘들군요.]불과 사흘 전 연목검장에 관한 정보를 구했다.
목경운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확실히 알기 위해 그의 자라온 환경을 조사하게 만든 암종주였다.
이 정도 재능이라면 연목검장에서도 상당히 공을 많이 들여 키웠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예상과 다르게,
[흐음.]보고서에 적혀 있는 목경운은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무공의 재능도 하찮기 그지없었고 연목검장 내 입지도 최악이었다.
오히려 천부적인 무재를 지녔다고 알려진 것은 같이 정파의 볼모로 끌려온 목유천이라는 녀석이었다.
‘이해하기 힘들다.’
가문 내의 평이 너무 안 좋았다.
이 정도면 거의 후계 구도에서도 안중에 없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지?
‘볼모로 끌려오기 전에는 고작 삼류 수준에 불과했다고?’
보고서대로라고 하면 무재는커녕 쓰레기라 불려야 마땅했는데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면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냥 다른 사람의 기록을 보는 것만 같다.
이에 혹시나 연목검장에서 자신들의 인재를 숨기기 위해 정보를 교란한 건가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유일하게 맞는 건······.’
연목검장 내에서의 입지를 보면 불만이 있을 만은 했다.
가문의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걸로는 부족했다.
[더 찾아보세요.] [알겠습니다.]결국 더 확실한 정보가 필요했다.
차라리 지금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과 같았다면 이 정보만으로 충분했겠지만, 가져온 정보와는 사람 자체가 달랐다.
여기까지도 그랬지만 세 번째 고민은 당장에 직면한 문제였다.
-탁탁탁!
암종주가 버릇처럼 바닥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어쩐다.”
집무실 책상 위로 가득한 보고서는 전부 감시자들이 목경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서 적은 것들이었다.
이레 동안 관찰했으니 뭔가 하나쯤은 나올 거라 여겼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미리 정해두고 쓴 것처럼 목경운의 일과는 그저 무공 연마와 식사, 운기조식, 자기 전에 서책읽기 이게 끝이었다.
이레 동안 이 행동의 순환에서 벗어난 게 없었다.
‘······너무 일정해.’
이것 때문에 의구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감시자들이 이틀 동안 보내온 기록에 변동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들을 전부 갈아치웠다.
그런데 그들 역시도 앞의 감시자들과 기록이 같았다.
해서 이틀 뒤에 또 다시 다른 감시자들로 바꾸었는데 역시나 같다.
이 정도면 정말로 그럴 거라 여길 수도 있었지만 암종주는 오히려 이 기록들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보이기 위함인가?’
튀어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그로 인해 모든 행동들이 마치 보이기 식처럼 느껴졌다.
감시당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안심시키기 위한, 아니 신뢰를 얻기 위해서 자중하는 것 같다.
‘흐음. 어쩐다.’
석중 호위의 사례가 있어서 혹시나 감시자들을 협박하여 구슬릴 수도 있다고 여겨서 세 차례나 그들을 바꿨다.
총 18명의 감시자들이 목경운을 살핀 셈이었다.
일단 고작 이레의 시간 동안 연공장과 별채에만 있었던 목경운이 이들 전부를 설득하거나 협박하여 자신의 뜻대로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경각심만 높였을지도.’
목경운은 단순히 무재만 뛰어난 게 아니었다.
아주 영악한 녀석이기에 이미 자신이 감시를 한다는 것 정도는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 이렇게 감시자들을 교체해봐야 의미 없었다.
‘별 수 없군.’
감시한다는 것을 의식한 대상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꾸는 편이 나았다.
“벽.”
암종주의 부름에 천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벽(碧)이라 불린 자는 암종주의 호위 겸 심복이었다.
무위는 절정의 극에 이르렀고 한때 사대 살수 문파 중 하나인 무음수살문(無音愁殺門) 출신으로 은신에 있어서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자였다.
“벽. 시종들을 평범한 자들로 교체하고 호위 무사도 둘만 남기고 철수시키세요.”
“네. 알겠습니다.”
암종주의 다음 수는 이것이었다.
감시자들을 줄여서 목경운의 경각심을 낮추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벽이 수고를 해줘야겠어요.”
“알겠습니다.”
대놓고 감시하는 게 아니라 벽을 통해 몰래 감시를 할 작정이었다.
목경운과 비슷한 무위이기는 하나 사대 살수 집단인 무음수살문의 특급 살수인 벽은 작정하고 은신하면 초절정 경지에 이른 고수들마저 찾기 힘들 만큼 기척을 숨기는데 달인이었다.
물론 초절정의 경지도 나름이어서 완숙을 넘어서면 속이기 힘들었다.
하나 목경운의 기감 정도는 쉽게 속일 수 있으리라.
* * *
목경운의 별채.
무음섭보(無音涉步)로 기척을 죽이고 움직이던 벽이 조심스럽게 천장 기와의 틈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온 그는 불빛이 새어 올라오는 방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뭔가를 길게 읊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벽이 조용히 그곳으로 이동하여 천장 위에서 초가 켜져 있는 방을 내려다보았다.
‘!?’
벽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곳에 목경운이 한 사내의 머리를 움켜쥐고서 기이한 무언가를 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탁화도요 오금시여공 약여선경중 일립변십만······.”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를 심각하게 바라보던 벽이 품속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빼들며, 잠시 기회를 엿보다 천장에서 뛰어내렸다.
무방비 상태인 목경운의 뒤로 뛰어내린 벽이 이내,
-슥!
목경운에게 낡은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그러자 주술을 마친 목경운이 고개를 돌리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빨리 왔군요.”
“네. 주인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놀랍게도 벽이 목경운을 주인님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목경운이 벽이 내민 두루마리를 받으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새 몸은 어떤가요? 마승.”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