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37)
다시 현재.
죽은 지항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오악회의 이악(二岳) 장님 위맹천에게 목경운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라 실망이 컸나봐요?”
“네놈······.”
“머리를 많이 굴린 것 같은데 아쉽네요. 다른 이들이었다면 무난하게 통했을 텐데 말이죠.”
-으득!
장님 위맹천이 이를 갈았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그의 계책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수십 번의 모의(摸擬)를 통해 계산한 계략이었다.
어지간한 변수에는 대응할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대체 어떻게 빠져나왔단 말인가?
하나 중요한 건 실패한 계책의 원인을 따질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꽉!
검병을 잡고 있는 위맹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본래의 계획이 어긋난 이상 직접 놈을 죽이는 것만 답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자신의 선을 넘어서게 된다.
위맹천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의심에서 벗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으로 찾아온 것은 크나큰 실수라고 말해주마.”
“크나큰 실수?”
-촥!
목경운의 반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맹천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찰나의 순간 목경운이 반 보 정도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덕분에 검은 아슬아슬하게 목경운의 목을 가르지 못하고 스쳐지나가고 말았다.
“빠르네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위맹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위를 시험하려 들었던 지난번과 다르게 이번에는 죽일 생각으로 벤 것이었는데, 이를 피할 줄은 몰랐다.
‘······확실히 절정을 넘어섰어.’
아마도 초절정 초입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몇 차례 합을 나눠봤기 때문에 검에 실린 힘까지 감안한다면 아마도 확실해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울 일이었다.
고작 열일곱.
약관조차 되지 못한 녀석이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르다니 무재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팟!
위맹천의 검이 복잡한 궤도를 그리며 목경운에게로 쇄도했다.
더욱 쾌속해지는 검에 목경운의 눈동자가 빠른 속도로 흔들렸다.
시혈곡의 보고에서 기연을 얻은 후로 제대로 된 고수와 겨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확실히 위맹천의 검은 상상 이상이었다.
-촤촤촤촤촤촥!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에 목경운 역시 검으로 방어 식(式)을 펼치며 위맹천의 맹공에 대항했다.
-채채채채채채챙!
두 사람의 검이 순식간에 십여 합 가량을 부딪치며 어둠 속에서 파란 불꽃이 튀었다.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목경운의 신형이 뒤로 조금씩 밀려나갔다.
이것은 명백히 공력에서 밀리는 것을 의미했다.
‘천부적인 무재로 초절정의 영역에 이르렀다고 하나, 역시 두 가지 단점은 피할 수가 없나보구나.’
첫 번째가 바로 공력이었다.
내공 수위를 말할 때 몇 년을 말하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쌓이는 양이 늘어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목경운이 뛰어난 무재로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수십여 년 간 내공을 쌓아온 자신에게 버금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채채채챙!
거의 비등하게 부딪치던 차에 위맹천의 검이 일순간 궤로를 이탈하며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 목경운의 허벅지를 찔러 들어갔다.
덕분에 목경운 역시도 검로를 바꾸어 이것을 막아야만 했다.
-챙!
그러는 차에,
-퍽!
위맹천의 묵직한 발차기가 목경운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와 함께 목경운의 신형이 또 다시 네 보 가량 밀려났다.
이를 청각으로 감지한 위맹천이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경험··· 경험이 부족해.’
목경운의 초식은 흠잡을 곳이 없을 만큼 완벽한 반면에 실전 경험이나 고수와의 대결이 부족한지 변초를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초식이 굉장히 정직하다.
적재적소에 맞는 초식으로 대응하고 있기는 하나 그걸로는 부족했다.
생사를 가르는 승부의 세계에서는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다.
-팟!
뒤로 밀려난 목경운을 따라잡은 위맹천이 더욱 공력을 끌어올리며 몰아붙여갔다.
상대의 부족한 점을 찾았으니 확실하게 밀어붙여서 승패를 낼 작정이었다.
‘현성경검(炫星勁劍) 제 4초 모항섬패(冒恒閃狽).’
-촤촤촤촤촤촤촤!
위맹천의 검이 수많은 검영(劍影)을 만들어내며 화려한 궤적과 함께 목경운을 압박해왔다.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이라고는 믿기 힘든 굉장한 검초였다.
목경운조차도 내심 감탄을 할 정도였다.
시혈곡 보고에서 수많은 비급을 보아서 검법에 대한 안목이 높아진 목경운이었다.
위맹천의 검초는 거의 흠결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부딪쳐보고 싶어졌다.
-채채채채채챙!
목경운의 악즉검과 위맹천의 죽명검이 부딪치며 사방이 쇳소리로 울려 퍼졌다.
서로 간의 검이 어찌나 빠른지 평범한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촥!
목경운의 뺨에 검이 스치며 상처가 났다.
위맹천의 검초가 또다시 예상치 못한 형태의 변초를 만들어냈다.
‘재밌네.’
시혈곡의 생도들과 겨룰 때보다 흥미롭다.
그들의 공격은 좀 더 직관적이고 단순했는데, 위맹천의 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화를 주어 자신을 압박해나가고 있었다.
-촥!
또다시 목경운의 갈비뼈 쪽으로 검이 스쳐지나갔다.
전부 아슬아슬하게 요혈을 스치고 있다.
자칫하면 한 번에 대결의 결과가 정해질 수 있을 만큼 위맹천의 검이 점점 정교하게 자신의 목줄을 조여오고 있었다.
‘운이 나쁘구나.’
목경운을 압박해가는 위맹천의 얼굴이 점점 기세등등해져갔다.
이 대결의 승자는 정해져 있다.
이것이 만약 5년에서 10년 후 정도였다면 모를까 지금의 목경운은 절대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경험도 공력도 자신이 훨씬 우위였다.
‘어리석었다. 목경운.’
네놈은 혼자서 나를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무위임은 인정했지만 복수의 대상을 잘못 정했다.
자신의 수에서 빠져나올 만큼의 영악한 머리를 가졌다면 차라리 죽은 지항을 빌미삼아 스승인 암종주를 통해 압박했어야 했다.
그 어리석음을 탓해라.
-촥!
-채앵!
위맹천의 검이 목경운의 검을 위로 튕겨냈다.
그와 동시에 드디어 목경운에게 결정적인 빈틈이 생겨났다.
위맹천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스스로에 대한 과신. 그게 네 패배의 원인이다.’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한 위맹천이 목경운에게 생겨난 결정적인 빈틈인 목을 향해 검을 찔러들어갔다.
지금 목경운의 자세로는 절대로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끝이다.’
위맹천의 검이 목경운의 목을 파고들려고 했다.
그런데,
-촤아아악!
그 순간 위맹천의 검 끝이 목경운의 목에 닿는 것과 함께 미끄러지듯이 표면을 살짝 스치며 지나가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완벽하게 마무리를 지을 일검이었다.
그런데 그게 왜 목경운의 목을 관통하지 못하고 갑자기 뭔가에 막힌 것처럼 미끄러지고 말았다.
이게 무슨 현상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팍!
그때 거리가 좁혀지자 목경운의 무릎이 위맹천의 턱을 차올리려고 했다.
이에 위맹천이 왼손으로 장법을 펼쳐 목경운의 무릎을 밀치며 반동으로 거리를 벌렸다.
-팡! 타타타타탁!
여섯 보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위맹천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방금 그것은 목경운의 수준에서 펼칠 수 없는 굉장히 고차원적인 묘리였다.
-하!
곰방대를 물고서 지붕 위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던 청령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녀가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배(排)의 식(式)을 터득하다니.
목경운이 방금 전에 보여준 한 수는 바로 파사팔식(破思八式)의 일식인 배(排)의 식(式)이었다.
착의 식이 무엇이든 잡아당길 수 있다면 배의 식은 몸에 닿는 것을 무엇이든 밀어낸다.
계속 붙어 있던 그녀조차 이것을 미처 몰랐었다.
목경운이 깨달음을 얻고도 말을 하지 않은 탓이었다.
물론 이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어렵네.’
배의 식은 착의 식과 발현의 방식이 다르다.
몸에 정확하게 무언가가 닿아야만 밀어낼 수 있는데, 검이 부딪치려는 그 찰나의 일순간을 맞추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시전자의 역량과 진기에 큰 영향을 받기에 강한 힘일수록 밀어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위맹천의 검이 튕겨나가기 보다 미끄러진 것이었다.
‘아직 멀었어.’
완성되지 못한 수법이라 여겼기에 청령에게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유용하기는 했다.
치명적인 일검을 흘려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위맹천이 입을 열었다.
“······나름 비전을 지니고 있나보구나. 하나, 같은 수법이 또 통할까?”
-팟!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위맹천이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답게 짧은 시간 안에 방금 전의 묘리에서 어찌 대처해야 할지 깨닫게 되었다.
-우우웅!
위맹천의 검이 완전히 푸른빛으로 뒤덮였다.
바로 검강(劍罡)이었다.
예기를 더욱 첨밀하게 모은 검강이라면 미끄러지게 하는 묘리로도 어찌할 수 없을 거라 판단한 그였다.
‘승부를 낸다.’
지금까지 강기를 펼치지 않은 것은 예기로 검을 보호해서였다.
목경운의 악즉검이 죽명검보다도 단단하고 예리하여 부딪칠 때마다 검에 다소 무리가 갔기에 선택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 기운을 전부 수비형태가 아니라 강공인 검강으로 돌린다면,
-채애애앵!
-파파팍!
단 일검을 부딪쳤을 뿐인데 목경운의 신형이 세 보 가까이 밀려났다.
위력이 훨씬 올라갔다.
대신,
-파스스!
검에 실금이 갔다.
공수를 전환한 것에 영향을 받으나, 적어도 몇 초식 정도는 버틸 수 있을 듯 했다.
그 안에 승부를 충분히 낼 수 있다.
-팟!
위맹천이 다시 한 번 목경운에게 패도적인 검초를 펼치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제 밑천이 다 떨어졌나보네요.”
“뭐?”
“초식이 반복되는 걸 보니.”
‘!?’
-채채채채챙!
검과 검이 부딪치는 순간 위맹천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검강으로 검초를 펼쳤는데 목경운이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오히려 비등했다.
한데 이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네놈······ 대체?”
방금 전 그 검식은 자신이 펼친 현성경검 제 7초식 파항무석과 완전히 동일했다.
지금 목경운은 자신과 완전히 같은 검식을 펼친 것이었다.
위맹천은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이에,
-촤촤촤촤촥!
다시 한 번 목경운을 향해 검초를 펼치는데,
-촤촤촤촤촤!
마치 거울이라도 되는 것처럼 목경운이 그와 같은 검식을 펼쳤다.
위맹천은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그의 독문무공인 현성경검은 일인 계승문의 검법으로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비전이었다.
그런데 이놈이 이걸 따라하고 있다.
초식의 운기법도 모르고 이번에 겨루면서 처음 보았을 터였다.
‘말도 안 돼.’
한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지?
서로를 죽이고 죽는 생사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상대의 검법을 습득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무리 무재가 뛰어나도 정도라는 게 있지 않은가.
이건 너무 사기적이었다.
-으득!
처음 겪어보는 이런 상황에 놀라는 것도 잠시였고 위맹천은 울컥할 만큼 화가 났다.
눈이 멀었지만 피나는 인고 끝에 익힌 자신의 독문검법을 너무도 손쉽게 따라하는 목경운이 증오스러웠다.
‘감히 나의 검법을 도둑질하려 들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 그렇다면 이것도 따라할 수 있을까?
검법의 겉이야 어떻게 따라했다 쳐도 검초의 진수는 그리되는 게 아니다.
현성경검을 수십 년간 익히면서 그 진수를 완전히 파악했기에 검초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게 된 그였다.
이런 변초마저 네놈 따위가 따라할 수···.
-촤촤촥!
‘아닛?’
위맹천이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틀고 뒤로 몸을 날리며 목경운의 검을 피했다.
거리를 벌린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방금 전의 세 번의 검식.
그것은 변초였다.
자신이라고 해도 만약 변화를 준다면 목경운이 했던 것처럼 그렇게 주었을 것이다.
‘······하,’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검식에 변화를 주는 변초마저 거의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하고 있었다.
이건 천부적인 무재를 지녔다는 것만으로도 부족했다.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꿀꺽!
위맹천이 긴장했는지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이 자리에서 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둘째 공자인 장능악의 앞길에 큰 방해가 될 것이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놈을 죽여야만 한다,
더 성장해서 건들 수도 없는 수준에 이르기 전에 당장 처리해야 한다.
그나마 아직은 공력에서 자신이 우위였으니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흠칫!
그 순간 위맹천은 등골이 오싹해져왔다.
불길한 무언가가 그의 오감을 휘감는데 그것은 일종의 흉폭함이었다.
그것을 감지한 위맹천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검강을 일으키며 검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챙강!
검강을 두르고 있던 죽명검이 부러졌다.
그리고,
-촥!
‘!!!!!!’
싸늘하다 못해 차가운 무언가가 그의 목을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갔다.
위맹천이 본능적으로 황급히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이게······ 무슨···.’
방금 전 일검에 공력이 거의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급격한 공력의 상승에 어처구니마저 없었다.
설마 지금까지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단 말인가?
당혹스러워하는 그의 귓가에 대고서 목경운이 작게 속삭였다.
“앞도 보이지 않는 분이 왜 그렇게 나댔어요? 그냥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으면 그나마 오래 목을 보존했을 텐데 말이죠.”
‘이······ 이놈······.’
“그럼 푹 주무세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위맹천의 이마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것을 느낀 위맹천이 절규하듯이 속으로 외쳤다.
‘머, 멈춰! 제발! 제발!’
그러나,
-툭!
위맹천의 의식이 한순간에 끊겨버리고 말았다.
위맹천이 겨우 붙들고 있던 그의 이마를 목경운이 손가락으로 밀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위맹천의 잘린 머리가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지며, 목의 단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푸슉!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