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40)
근 백여 년 동안 쭉 이어진 탄압 끝에 겨우 살아남았기에 배화교의 교인들조차 경문의 원서를 읽을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암종주는 목경운이 파사국의 언어로 된 원문을 읽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파사국의 언어는 생각 외로 익히기 힘들고 그 전문가들 또한 중원을 통틀어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아!’
이 모든 걸 가정한다면 목경운이 원래부터 경문의 교리를 알고 있었다는 게 된다.
-팍!
암종주가 황급히 목경운의 복부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서 말했다.
“너······ 설마 본교의 교인인 것이냐?”
‘교인?’
이런 암종주의 물음에 목경운의 눈이 반짝였다.
과연 경문의 내용을 읊는다면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러 가지 상황을 예측했었는데, 꽤 흥미로운 반응이 나왔다.
-······설마 교인인 척 할 작정이느냐?
청령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녀는 목경운이 배화교와 엮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속이려는 건 네 자유다만. 경문 하나만으로 얼마나 속일 수 있을 것 같으냐? 의심 많은 고자 놈에게 금방 탄로나게 될 게다.
‘뭐. 그것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죠.’
명색이 정보와 간자들을 다루는 암종의 수장이었다.
그 배후의 숨겨진 정체가 어떻든 간에 의심이 많은 인물이기에 어설프게 교인으로 밀고나간다면 청령의 경고대로 금방 들킬 수도 있었다.
속인다는 것은 도박이다.
그 도박의 확률을 높이는 것은 최대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이에 목경운은,
“글쎄요.”
“뭐?”
“경문에 대해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겨우 그것만 가지고 교인이라 하긴 힘들 것 같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암종주의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이 녀석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경문에 대해 가르침을 받았다고?
“그게 무슨 소리느냐?”
“말 그대로입니다. 저는 경문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교인이 된 건 아니거든요. 굳이 따지자면 신도라고 해야 할까요?”
“신도?”
교인과 신도는 엄밀히 다르다.
교인의 경우는 완전히 교에 복속되어 교를 위해 일하는 자였다.
반면 신도는 교단과 그 교리를 믿는 자임을 의미했다.
‘신도······.’
이에 암종주가 의구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신도라고 하였는데, 하면 대체 누가 네게 본교의 경문에 대해 가르쳐 줬다는 것이냐?”
“모릅니다.”
“뭐? 몰라?”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경문을 가르쳐주신 노사께서 존함을 알려주시지 않았거든요.”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
“네··· 한사코 알려주지 않으시더군요. 존함을 알게 되면 자신과 같이 곤경에 처해질 거라고 하시더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암종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배화교는 오래전부터 강하게 탄압을 당해왔던지라 교인들의 대부분이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심지어는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일리는 있다.’
교인이 아닌 자에게 진짜 정체를 알릴 리가 만무했다.
하나 그는 고위 직책인 교부(敎父)였기에 거점별로 중요 직책을 맡은 교인들의 신상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네가 만나 뵈었다는 그 노사 분의 생김새를 기억하느냐?”
이런 암종주의 물음에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얼굴에 검버섯이 가득하고 덥수룩한 회색수염이 가슴까지 닿는 분이셨습니다.”
“그 외에 다른 특징은 없느냐?”
이것만으로 특정을 지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 말한 것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나타나는 노화 현상이지 않은가?
이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덥수룩한 수염과 긴 눈썹이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고, 누추한 행색을 하고 계셨기에 저도 이렇다 저렇다 할 특징을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군요.”
“그런 식으로는 누군지 알 수 없다.”
“당연히 그러시겠죠. 한데 존함조차 가르쳐주지 않는 분이 제대로 된 모습을 함부로 보여주실까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암종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분명 맞는 말이기는 하나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에 암종주가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노사에게서 본교의 경문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는 말을 내가 곧이곧대로 믿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냐?”
“당연히 믿기 힘드시겠죠.”
“하면 내가 네 녀석의 말을 무슨······.”
“저는 그분께 원서로 경문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
암종주가 미간을 찡그렸다.
원서로 경문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은 한어가 아닌 파사국의 언어로 배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원문을 알고 있을 정도면 절대 평범한 교인이 아니었다.
한데 마땅한 증거가 없다.
그러는데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목경운이 고개를 돌려 눈으로 책상을 가리켰다.
책상 위에는 지필묵이 있었다.
써보겠다는 의사로 보이자 암종주가 목경운의 얼굴을 빤히 노려보다 이내 멱살을 붙들고 있던 남은 손을 풀었다.
“······한 번 써보아라.”
이에 목경운이 책상으로 가, 물을 부어 먹을 간 후에 붓에 먹물을 찍고서 종이에 글을 써내려갔다.
-스스스슥!
[من از مرگ و زندگی پشیمان نیستم زیرا این جسد با آتش مقدس سوخته است. بگذارید نور به راهی که می خواهید بروید تابد و شادی و غم همه جز خاک خواهد بود. چه موجود با احساس رقت انگیز] [이 한 몸 성스러운 불에 불사르니 생과 사에 미련 없네. 가고자 하는 길에 있어 광명을 밝히니, 기쁨과 슬픔은 모두 한낱 먼지로 남으리. 근심 많은 중생 가련하도다.]‘!!!!!!’
이를 바라보는 암종주의 눈동자가 빠르게 떨려왔다.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불신으로 가득했던 눈빛이 일순간 바뀌었다.
‘이럴 수가?’
이건 어설프게 모양을 기억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배워야만 쓸 수 있는 글씨체였다.
획을 그림처럼 그린다면 이렇게 쓸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파사국의 언어를 공부했던 암종주이기에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교부 이상의 교인에게 배운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 이렇게 능숙하게 파사국의 글을 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파사국의 언어로 쓰여진 경문을 놀라워하며 바라보던 암종주가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이것이야말로 확실한 증거일지 몰랐다.
안휘성의 명문 무가 출신에 고작 17세에 불과한 목경운이 파사국의 언어를 익혀서 무엇에 쓴단 말인가?
‘아아아.’
청령이 이 광경을 보며 혀를 찼다.
파사국의 언어를 익힌 덕분에 저 의심 많은 고자 녀석이 점점 경계를 풀고 있었다.
하긴 서역으로 넘어가는 교역을 허가받은 상단이나 역관도 아닌 자가 파사국의 언어를 익힐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제 할아버지라는 작자에게 저걸 배운 게 참으로 공교로웠다.
그때 암종주가 입을 열었다.
“네게 파사국의 언어를 가르쳐주신 교인 분께서는 아마도 교부 이상은 되셨을 거다.”
“교부?”
“본교에서 경문에 대한 가르침을 내릴 수 있는 고위 교인이다.”
“아······ 그렇나요?”
“그래. 원문으로 가르칠 정도의 분은 이제 많지 않을 터인데, 그 존함을 안다면 더 좋았을련만.”
암종주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러다 이내 물었다.
“그분께서는 네게 경문과 파사국의 언어만 가르친 것이냐?”
이 물음에 목경운이 기다렸다는 듯이 잠시 고민하는 척하며 말문을 뗐다.
“아······ 그리고 보니 뭔가를 찾고 있다는 듯이 말씀하셨습니다.”
“찾고 있다고?”
“네. 기억이 희미한데 그때 듣기로는 분명······ 아! 그렇지. 아흐리만의 화신을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암종주가 놀랐는지 눈이 커졌다.
목경운은 암종주가 이런 반응을 보이리라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اهریمن]원문 경문 사이에 끼워져 있던 종이에 서두에 있던 그 문장.
그 글자가 바로 아흐리만이었다.
그것에 대한 해석은 청령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는데,
[아흐리만의 화신이 현세에 나타날지어니 경계할지어다.]라고 경고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배화교 내에서의 뭔가 계시 같은 그런 걸로 보였다.
이것 역시도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여겼는데, 암종주의 반응을 보아하니 성공적인 듯했다.
그때였다.
-팍!
암종주가 목경운의 어깨를 붙잡고서 다소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네게 원문을 가르쳐준 자가 누군지 알 것 같구나.”
“네?”
뭐지?
이걸 가르쳐준 자가 누군지 알 것 같다고?
있지도 않은 가상의 인물이 누군지 알겠다니 참으로 우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목경운은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암종주는 완전히 들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분께서 예지하신 성화의 계시를 들은 것은 나를 비롯한 두 호법들뿐이다. 그 중에 세수가 예순을 넘긴 분은 오직 장 호법뿐이다.’
목경운의 말대로라면 분명 장 호법이 틀림없었다.
그분이 행방불명되고나서 호법 두 분 모두가 죽었다고 낙담했던 그였다.
그런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네가 그분께 가르침을 받았다면 단순한 신도라고 볼 수 없다. 너 역시 교부의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음?’
교부의 자격이 있다고?
대체 누구라고 끼워맞췄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의아해졌지만 목경운은 아무렇지 않게 겸양의 표현을 했다.
“겨우 경문만 배웠을 뿐인데 제가 어찌 교부의 자격이 있습니까? 한데 누군지 알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분께서 네게 끝까지 함구하셨다고 하니 당장 알려주기는 힘들구나. 하나 본교에서도 상당히 높은 분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아······.”
“혹시 그분이 네게 경문을 가르치고나서 어디로 가셨는지 그 행방을 알고 있느냐?”
“······송구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지셨거든요.”
“아아아.”
이런 목경운의 말에 암종주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 해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호법이 살아있다는 것에서 위안으로 삼아야겠다고 여겼다.
그러고 있는데 목경운이 그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데 노사께서 사라지시기 전에 뭔가를 남겨놓으신 게 있습니다.”
“뭔가 남겨놓으신 게 있다고?”
“네.”
“그게 무엇이느냐?”
뭔가 단서가 될 것 같아 암종주가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보챘다.
“파사국의 언어로 적어놓은 문장이었는데, 뭔가 막연해서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가 없더군요.”
“파사국의 언어로 적어놓았다고? 한 번 적어보거라.”
이에 목경운이 붓을 들고 하나의 글을 썼다.
[شمشیر روح]‘!?’
이를 본 암종주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더니 이내 입을 열고서 작게 중얼거렸다.
“영혼의 검?”
파사국의 말을 그대로 직역하면 그렇게 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지?
하고 잠시 고민하던 그가 이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귀······검?”
영혼의 검을 다른 말로는 귀신의 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남겼다는 문장대로라고 한다면 당장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현 무림의 최고수라 불리는 팔성(八星)의 일인인 귀검(鬼劍)밖에 없었다.
이런 암종주의 추측에 목경운의 입꼬리가 위로 실룩거렸다.
‘하!’
이를 보며 청령이 진심으로 혀를 내둘렀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놈이다.
암종주의 반응에 맞춰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로 그럴 듯한 거짓말을 만들어내더니, 이제는 본인이 의도하는 대로 상황을 끌고 가고 있다.
‘······이 고자 중생놈으로 하여금 귀검을 찾게 할 요량이구나.’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