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48)
-파스스스스! 우득! 우드득!
균열이 일어나며 피부가 껍데기가 벗겨지고 근육이 뒤틀리고 있다.
그런 그의 변화에 청령이 혀를 차며 말했다.
-뭐 하러 깨달음의 단초를 준 거냐?
그녀의 바람은 지금의 천지회의 몰락이었다.
한데 목경운이 해준 말 덕분에 섬독왕 백사하가 무언가 깨달음을 얻고 말았다.
이로 인해 그는 벽을 넘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그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괜한 짓을 했구나. 쯧쯧.
청령은 이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런데 목경운에게서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
전음을 익혀서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대답을 줄곧 하던 녀석인데, 뭐 때문에 답변을 안 하는 거지?
의아해하던 그녀가 목경운의 얼굴을 보았다.
“······.”
‘이 녀석?’
목경운은 환골탈태를 하고 있는 섬독왕 백사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을 놀라워하거나 신기해하는 그런 표정도 아니었다.
마치 관찰을 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청령은 이런 목경운의 모습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서 이것을 바라보는지 궁금해졌다.
‘뭘 그리 골똘히 바라보는 게냐?’
그리고 그 생각은 상당히 의외의 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목경운은 백사하의 육신이 재구축되는 겉의 과정보다 그 내면의 기운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식이었나?’
한참을 바라보던 목경운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 * *
무림인에게 있어서 환골탈태(換骨奪胎)란 꿈과도 같은 영역이었다.
그것은 벽을 넘어서게 되면서 경지에 맞춰 육신이 재구축되는 현상이었고, 그 육신은 스스로에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었다.
“하······.”
백사하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일반적인 환골탈태와는 사뭇 다르게 완전한 독인(毒人)이 되게 된 그의 옷은 거의 다 녹아내려 알몸이나 다름없었다.
백사하의 입술이 실룩거리며 올라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다시는 서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 여겼건만.’
자신의 두 다리로 일어섰다.
이 감각을 얼마 만에 맛보는 것일까?
심장이 요동칠 만큼 흥분되고 감격스러웠다.
그런 그의 귓가에 목경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하드립니다.”
이에 백사하가 고개를 돌려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너···.”
“제 피를 마시고 돌아가시기라도 할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환골탈태까지 하셨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백사하는 다시 한 번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실감하게 되었다.
스스로도 환골탈태를 했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인의 입에서 듣게 되는 것은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클클.”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 웃음소리이시네요.”
“어울리지 않아?”
“네. 얼핏 보기에 어르신의 모습은 사십대 후반? 아니 사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네요. 회춘하셨군요.”
그런 목경운의 말에 백사하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회춘을 했다고?
백사하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얼굴에 자글자글하게 느껴지던 주름이 거의 사라졌고 피부에 탄력이 있었다.
“허어······.”
연공실 안에 동경이 없어서 자세한 확인은 불가능했지만 손의 주름 역시도 많이 펴진 것을 보아하니 정말로 한층 젊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팔성(八星)의 칭호를 받은 오왕의 두 사람 역시도 본인들의 연배보다 훨씬 젊어 보이기는 했었다.
‘그저 걷기만을 바랐을 뿐이건만.’
독인이 된 것도 모자라 벽을 넘어섰다.
이제 진정으로 팔성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었다.
감격을 금치 못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원하시는 성과를 얻으신 것 같군요. 이렇게 되면 아까의 제안이 무효화되는 것이나 다름없겠군요.”
“제안?”
“네. 이미 독인이 되신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백사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클클. 아쉬운 것이냐?”
“좀 더 쉽게 어르신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했는데, 자력으로 원하시는 것을 얻은 듯해서요.”
“자력이라······ 노부가 그리 염치가 없는 사람인 줄 아느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백사하가 오랜 버릇인지 뒷짐을 지고서 말했다.
“네 녀석이 아니었다면 노부는 오늘 목숨을 잃거나 평생을 반신불수로 눈조차 뜨지 못했을 터다.”
“직접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백사하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역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던 녀석이었다.
제 덕분에 자신이 이렇게 깨달음을 얻고서 환골탈태를 했다고 여기고 있었다.
물론 그 말은 전혀 틀린 게 아니었다.
“하여간 시건방진 녀석이로구나.”
“그리 느끼셨다면 송구합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거라. 네놈에게는 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졌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그럼 제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겠군요.”
“물론이다.”
백사하가 흔쾌히 말했다.
자신을 두 다리로 걷게 해주었고 그렇게나 바라왔던 파마독경(波魔毒經) 제 8층의 경지에 올라 독인이 되게 해주었다.
자신에게는 은인이나 다름없는데 뭔들 못해주겠는가.
“무엇이 궁금한 게냐?”
“무조건 답해주신다는 약조부터 해주십시오.”
“약조? 노부의 입으로 들어준다고 했는데, 도중에 그걸 바꾸기라도 할 것 같으냐?”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백사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약조하마. 어떤 물음에도 답해주마.”
“감사합니다.”
“무엇이 궁금한 게냐?”
“귀검입니다.”
‘!?’
이런 목경운의 말에 백사하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무엇을 물어보려고 약조까지 받았나 싶었는데 의외의 질문이 나왔다.
“······그걸 대체 왜 묻는 것이냐?”
“그건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귀검이 누군지 궁금하다 정도로 답변드리면 될 것 같군요.”
“궁금하다고?”
“네.”
“허어······.”
“거두절미하고 어르신께서 귀검과 겨뤄봤었다고 들었습니다. 아닙니까?”
“······맞다.”
그거야 워낙 유명한 일화이니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나 이것에 관해서 많은 자들이 물었으나 백사하는 제대로 답변한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그것은 겨뤘다고 할 수도 없다.’
오랜 경험과 독이라는 궤를 달리하는 무공의 전법으로 잠시 버텼던 것뿐이지 대결이 길어졌다면 결국 패배하는 자는 자신이었을 것이다.
백사하가 입을 열었다.
“왜 귀검이 궁금한 것이냐?”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 이유는 밝힐 수 없다는 것이냐?”
“네.”
목경운의 이런 대답에 백사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고민이 된다.
대체 이 아이가 무슨 의도로 귀검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 의도가 순수한 호기심이라면 모를까 그것이 혹여 부정적인 감정에 의한 것일까 우려가 되었다.
하나 약조는 약조였다.
“······말을 해주기로 했으니 이유가 불문하고 말을 해주겠다. 다만 노부 역시도 네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구나.”
“부탁이요?”
“그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떤 건지 여쭤봐도 괜찮을런지요?”
“노부에게서 이 자리에서 들었던 것들을 발설하지 말거라.”
“발설하지 말라고요?”
“그래. 너 역시도 천지회의 일원인 만큼 노부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곧 알게 될 게다.”
“······알겠습니다.”
목경운이 알겠다고 다짐하자 백사하가 질문에 답을 했다.
“먼저 귀검이 누군지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노부도 모르기에 답할 수가 없다.”
“네?”
이게 무슨 소리지?
직접 겨뤄봤으니 얼굴을 알 것 아닌가?
의아해하는 목경운에게 백사하가 말했다.
“노부가 귀검과 겨뤘던 것은 사실이나 얼굴을 검은 가면으로 가리고 있었기에 확인할 길은 없었다.”
“얼굴을 가렸었다고요? 그럼 도중에 귀검이 싸움을 멈췄다는 이야기는 뭐죠?”
“말 그대로다.”
“그럼 싸우던 도중에 귀검이 멈추자고 해서 그만둔 게 다란 말입니까?”
만약 이게 다라면 상당히 헛수고를 한 셈이 된다.
뭔가 허탈해지려고 하는데 백사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다 일리가 있느냐? 아무리 노부가 놈과 싸우면서 패색이 짙어졌다고 한들, 노부 역시도 무인이다. 도중에 목숨을 구제하고자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진 않는다.”
‘패색······ 지고 있었던 건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밀렸다는 사실을 밝히는 백사하였다.
여태껏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걸 보면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 것 같은데, 새삼 깨달음을 얻고서 담담해지기라도 한 걸까?
의아했지만 애초에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하면 그 소문도 사실입니까?”
“소문?”
“회주의 암명을 받은 수신호위일 지도 모른다는 소문 말입니다.”
“하아.”
목경운의 그 말에 백사하가 혀를 찼다.
이 일이 있었는지도 상당한 세월이 흘러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가고 있었고, 젊은 후기지수들은 알기도 어려웠는데 대체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건지 모르겠다.
아니. 암종의 제자이니 암종주에게서 들은 건가?
“별걸 다 알고 있구나.”
“사실입니까?”
“모른다.”
“네?”
“그가 수신호위인지 아닌지는 노부도 모른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시죠?”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백사하가 17여 년 전의 그 당시를 떠올렸다.
* * *
자신의 모든 독공을 전부 흘려버리던 놀라운 신위를 보여주던 귀검이 도중에 거리를 벌리며 그에게 대결의 중단을 요청했다.
[무슨 짓이지? 설마 생사의 대결에 자비라도 베풀겠다는 것이냐?]오히려 그것은 무인에게 있어서 굴욕이었다.
목숨을 걸고 대결을 하고 있었는데 본인이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한데,
[섬독왕. 부상자와 겨루고 싶은 것이냐?] [부상자?]반문하는 백사하에게 귀검이 자신의 상의를 열어젖히며 가슴을 보였다.
놀랍게도 가슴에는 일장으로 보이는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그 부위가 검게 물들어서 움푹 파여 있었다.
게다가 상처 부위를 중심으로 핏줄들이 검게 곤두서있는 걸로 보아선 흡사,
‘독장?’
독수(毒手)에 당한 것처럼 보였다.
설마 사천당가나 구양가의 고수와 겨루기라도 했던 것일까?
하나 그보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런 몸으로 노부와 대결을 했다고?’
백사하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귀검의 상태는 그야말로 중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런 몸으로 자신의 모든 독공을 흘려보내고 거의 압도하는 무위를 보이다니?
더욱 수치스러웠다.
더는 그와 끝장을 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에 백사하가 물었다.
[······누구와 겨루다 그리된 것이오? 구양가요? 사천당가요?]대답을 기대하고서 물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자 귀검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해영약선.]‘!?’
이게 무슨 소리지?
해영약선(解營藥仙)이라 하면 회타명의(懷他鳴醫)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의술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약사가 아닌가.
그 자는 약사이지 무인이 아니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의아해하는 그에게 귀검이 무언가를 던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건?] [이제 우리가 싸워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겠지?] [······대체 그대가 이걸 어찌?] [그 자에게 그걸 전해라. 그리고 나의 부상을 알리고 방해를 받았다고 전해라.] [그게 무슨 말이오?] [그렇게만 전하면 된다.]그 말과 함께 귀검은 빠르게 신형을 날리며 모습을 감췄다.
쫓아 가보려고 했지만 중상을 입은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엄청난 경공술로 사라져서 따라잡을 수도 없었다.
* * *
“······그럼 그 자가 누군지는 정말 모르시는 거군요.”
“그래. 노부가 그 자와 겨뤄서 알게 된 것은···.”
“당대 최고의 약사라 불리는 해영약선이라는 자에게 중상을 입었다는 것. 그것만 안다는 겁니까?”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여태껏 해영약선이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약사였으니 말이다.”
“그거야 숨겼을 수도 있겠죠.”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하나 확실한 것은 만약 해영약선이 정말로 귀검에게 중상을 입혔다면 그의 독공은 노부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 된다.”
그것이 대결보다도 백사하를 더욱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평생 독공을 연마한 자신보다 의술로 명성을 날렸던 늙은 약사가 더욱 뛰어난 독공으로 팔성(八星)의 일인인 귀검을 압도했다는 것이 되니 말이다.
‘그랬군.’
이제야 백사하가 그 당시의 일을 유야무야 넘기며 모두에게 숨겼는지 알 것 같다.
아마도 독공의 고수로서의 자존심도 있었을 것이다.
목경운이 그런 그에게 물었다.
“한데 귀검이 어르신께 줬다는 물건은 대체 뭡니까?”
놈이 그걸 주면서 싸워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했다.
대체 무엇을 줬다는 거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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