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5)
5화 흥정 (1)
‘!?’
목경운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호위 고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장주가 무사했기에 굳이 숨겨도 될 이야기였는데, 목경운이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니 그걸……’
정말 대부인 석 부인을 자극하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것인가?
저건 그녀의 비밀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걸 알고 있다고 얘기하면 이 자리에서 얼마든지 살인멸구를 노려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젠장!’
고찬이 잔뜩 경직되어서 석 부인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석 부인의 표정은 평소보다도 더 표독스럽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곧장 노기가 쏟아져 나오진 않았다.
그것은,
‘이놈······.’
애초에 그녀는 목경운이 뭔가를 보거나 알아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기에 이곳에 온 것이다.
한데 목경운의 이런 태도는 완전히 의외였다.
자신의 비밀을 알았다고 실토하는 건 스스로 죽여달라고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무슨 의도지?’
이 못된 녀석이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해서 대담하게 나오는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자충수를 둔 것이다.
어차피 이 녀석도 목영호가 장주가 된다면 처리해야 할 대상이었다.
-파팍!
석 부인의 손이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빠르게 목경운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 손놀림을 본 호위 고찬은 확신할 수 있었다.
무가인 금화 석가장 출신인 그녀는 확실하게 일류 고수였다.
‘감 사형이 아니면 상대할 수 없겠어.’
그 말은 목경운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도 되었다.
‘아?’
목이 붙잡힌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생각보다 강한 힘과 독특한 손놀림에 내심 놀랐다.
‘이 여자 세네?’
정보지에는 금화 석가장 출신이기에 무공도 제법일 거라는 말은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면 고찬보다도 힘이 훨씬 셌다.
‘신기하네.’
석 부인의 손목은 가늘기 그지없었다.
여느 여자들과 다를 바 없었는데 이렇게나 힘이 세다니.
역시 무공의 힘은 신묘했다.
이런 목경운의 반응을 본 석 부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 녀석……’
당장이라도 목숨을 취할 수도 있다고 겁을 주기 위해 목을 움켜잡았는데, 그러기는커녕 당혹감조차도 안 보인다.
자신의 자식이 아니었기에 자주 본 것은 아니었지만 이 아이가 이 정도의 배짱을 가지고 있었던가?
오히려 배다른 형제들 중 가장 겁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었다.
“너……..”
석 부인의 입에서 나온 그 한 마디.
이를 들은 호위 고찬이 마른 침을 삼켰다.
설마 들킨 건가?
생각해보니 일류 고수 정도 되면 목을 움켜쥔 것만으로도 상대가 무공을 익혔는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이 가지 않나?
그런데,
“……..본색을 숨겼던 것이냐?”
‘!?’
석 부인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고찬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걸까?
아니면 오히려 더 경계심을 샀다고 봐야 하는 걸까?
의심은 하지 않았는데 안 좋은 쪽으로 석 부인이 인식을 한 듯 했다.
“이게 네 본 모습이었던 것……”
그때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그게…..중요한…..게….아닐….텐데요.”
“뭐?”
“장주님…..께서…..돌아….가시기라도…..하면……대공자가……장주가 되기….힘들….텐데요.”
“이놈이!”
-꽉!
석 부인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건방진 녀석. 내가 이 자리에서 네놈을 죽이지 못할 것 같으냐? 어디서 누굴 상대로 흥정을 하려는 것이냐?”
“이건……조금 아픈데요.”
그런 목경운의 말에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정도로 목에 힘을 주면 숨을 쉬기도 힘들 텐데 표정에 큰 변화가 없었다.
고통스럽지 않은 건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그렇…..네요…..흥정이라는….게…..어느….정도…..상대에…..대한……경계….심이 있어
야….가능한 것…..같네요.”
“경계심? 고작 너 따위에게 내가 그런 걸 느낄 것 같으냐?”
목가의 네 아들 중에 가장 무공 실력이 하찮은 게 목경운이었다.
게다가 그 어미도 죽고 외가도 거의 망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무엇으로 경계심을 느끼게 만들 것인가?
바로 그때였다.
“마승.”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였다.
-흠칫!
순간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싸늘한 감각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러더니 이내 석 부인은 뭔가에 부딪쳐서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촤르르르!
네 보 가량 밀려난 그녀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방금 그게 뭐지?’
보이지 않는데 뭔가가 자신을 건드렸다.
순간 기(氣)를 일으켜 반탄력을 일으키면서 밀렸지만 그 감각은 정말 불쾌한 것을 넘어서 소름까지 돋는다.
“후우.”
그때 상체를 일으킨 목경운이 목을 돌리며 풀었다.
-우득! 우득!
“누군가에게 목을 잡히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네요.”
여유로워 보이는 말투에 석 부인이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너…..방금 무슨 짓을 한 게야?”
“무슨 짓이라뇨?”
“방금 전에 분명……”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목경운이 직접 자신에게 뭔가를 한 것도 아니었다.
한데 그 기묘한 감각은 대체 뭐지?
이해할 수 없어하는데 목경운이 침상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이제 흥정을 해볼 생각이 드시나요?”
“흥정? 웃기는 구나. 뭔가 숨겨둔 한 수가 있었나 본데 방금 전과 같은 그런 운이 통하라 거라 보느냐?”
“아직인가 보네요. 그럼 시녀 정도로 할까요?”
“뭐?”
“왼쪽이 좋겠네요.”
“왼쪽이라니 지금 무슨 소릴…..”
반문하려는 순간이었다.
“악!”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
석 부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그녀뿐만이 아니라 약당 안에 있는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석 부인이 데리고 온 시녀들 중 한 사람이 위로 한 장(丈) 정도 높이로 둥둥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웁웁!”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는 것 같은데 시녀는 뭔가에 입이 막힌 것처럼 읍읍거렸다.
이 광경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멀쩡한 시녀가 저 혼자 떠올라서 왜 저러고 있단 말인가?
‘마…..말도 안 돼.’
석 부인은 이 기이한 현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심후한 내가고수들 중에는 내공 즉 진기로 사물을 다룰 수 있는 자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어린 녀석이 그런 내가고수일 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시녀를 들어 올릴 정도로 심후한 진기를 부렸다면 어느 정도 기운을 감지했을 것이다.
‘뭐, 뭐야?’
놀라기는 호위 고찬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영문이란 말인가?
가짜 목경운이 이런 기이한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슥!
그때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한 손을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 순간이었다.
“컥!”
그러자 뭔가에 붙잡힌 듯이 허공에 떠있던 시녀의 얼굴 핏줄이 불룩불룩 튀어나오며 두 눈이 뒤집혔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이, 이건?’
죽은 방사의 시신이 떠올랐다.
그 모습에 당황한 석 부인이 소리쳤다.
“머, 멈춰!”
“무슨 말씀하시는 거죠?”
“지금 이거 네놈이 하는 거 맞잖아! 무슨 사술인지 모르겠지만 당장 멈춰!”
“글쎄요.”
“너!”
“제가 대부인과 흥정을 할 만한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함이니까 한 사람 정도는 목숨을 거둬도 괜찮지 않을까요?”
목경운이 빙그레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석 부인의 표정은 반대로 더욱 굳어져갔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시녀.
평범한 시녀라면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을 본가인 석가장에서부터 수발을 들었던 아이였다.
-으득!
입술을 질끈 깨문 그녀가 소리쳤다.
“그만! 그만해라! 흥정이니 뭐니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 당장 그만해!”
그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가볍게 고개짓을 했다.
그러자,
-쿵!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던 시녀가 바닥에 기절한 채 쓰러졌다.
“소화! 소화!”
다른 시녀가 황급히 기절한 그녀의 상세를 살폈다.
다행히 목숨에는 이상이 없는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석 부인 또한 안도했지만 그보다도 목경운의 이 기이한 능력에 의구심이 생겼다.
대체 이게 뭐지?
기(氣)와는 관련이 먼 힘이었다.
흡사 이것은 사술이나 괴력(怪力)에 가까웠다.
언제 이런 괴이한 힘을 익혔단 말인가?
‘……..이놈.’
머릿속이 의구심으로 복잡해졌지만 당장에 이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무리해가며 부딪치기에는 위험요소가 컸다.
그러려면 무공을 할 줄 아는 호위 무사들만을 데리고 왔어야 했다.
목경운을 노려보던 석 부인이 입을 열었다.
“…….무엇을 흥정하자는 거냐?”
“장주께서 오늘 내일 하시니, 장주 직인 필요하시지 않나요?”
“……….”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부정하지 않았다.
애초에 부정할 일도 아니었다.
후계를 확실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한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걸 알았다면 굳이 계속 숨겨둬도 될 텐데 왜 말하는 거지?”
“왜 말하냐고요?”
“그래. 너 역시도 목가라면 장주가 되고 싶을 터인데.”
그녀가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굳이 숨겨도 될 만한 이야기를 자신에게 꺼내는 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참고서 직인을 이용한다면 가신들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별로 되고 싶지 않은데요.”
“뭐?”
목경운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석 부인은 순간 말문을 잃고 말았다.
장주가 되고 싶지 않다고?
안휘성 북부에서 세를 떨치고 있는 유서 깊은 무림 세가의 주인이 될 수 있는데, 그것은 원치 않는다고?
“…….지금 그걸 믿으라는 것이냐?”
“믿기지 않나요?”
“너라면 믿겠느냐?”
“안 믿겠죠.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으면…….”
“첫째는 방금 전에 말했다시피 관심이 없는 거고 둘째는 굳이 후계 싸움에 끼어들어서 싸우지 않고 싶다 정도로 할까요?”
“싸우고 싶지 않다고?”
“네. 정확히는 관심이 없는데, 굳이 괜한 데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대연목검장의 주인을 정하는 일을 지금 이 녀석은 시간낭비라 여기는 건가?
자신의 자식인 목영호가 장주가 되게 하기 위해서 그 동안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다른 의미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목경운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말했다.
“……..정말로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면, 장주 직인과 비급서의 위치를 말해라. 그럼 정말로 포기했다고 믿겠다.”
그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코웃음을 쳤다.
“그럴 순 없죠.”
“그럼 나도 네 말을 완전히 믿을……”
“믿지 마시죠. 그럼 저는 둘째 공자 측에 같은 흥정을 하도록 하죠.”
“뭐?”
순간 석 부인의 평정심이 흔들렸다.
“지금 무슨 소릴…..”
“들으신 그대롭니다. 대부인께서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으니 친절히 설명해드리죠. 저는 필요 없다지만 장주 직인을 원하는 사람이 대부인과 첫째인 목영호 형님뿐일까요?”
‘!!!!!’
그녀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이 모습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칼 자루가 누구한테 있는지 아셨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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