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52)
목경운의 두 손에서 올라오는 검붉은 독기(毒氣).
그것은 파마독경에서 섬독마장(蟾毒魔掌)을 펼칠 때의 징후라고 할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청령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독공마저 곧바로 습득이 가능한 건가?’
애초부터 독인이나 마찬가지인 몸이었기에 혹시나 했었지만 이게 실제로 가능할 줄이야.
독공은 여타의 무공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런데 이를 단번에 체화한다는 것을 보면 정말 두려울 정도의 재능이었다.
‘이 녀석이라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몰랐다.
자신의 백 년의 원한을 푸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더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했다.
천지회의 진짜 힘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기에,
-어이, 중생. 힘을 너무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
청령이 목경운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송곳이 날카로우면 자루를 뚫기 마련이다.
적당히 보여줘야 하는데, 재능을 너무 보여줬다가는 오히려 경계만 살 수도 있었다.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답했다.
-방법을 바꾸려고요.
-방법을 바꿔? 무슨 소리이냐?
-회주와 접촉하려면 적당히로는 안될 것 같아서요.
-뭐?
목경운의 이 말에 청령이 우려를 표했다.
-중생. 네 녀석의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는 하다만 아직은 후기지수들 중에서 앞서 나가는 정도다. 조급해하면 안 된다.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최상의 선택은 필요할 것 같군요.
-최상의 선택?
이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암종주의 그늘 아래에서 최대한 힘을 기르기로 하지 않았던가.
설마 이 녀석 계획을 뒤집고 회주 후계자 경쟁에 끼어들 작정인가?
하고 있는데, 어느새 목경운이 바닥을 박차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회주의 셋째 제자 위소연의 심복 우호랑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팟!
검붉은 아지랑이가 그리는 궤적은 호쾌하면서도 저돌적이기 그지없었다.
그것은 흡사 몰아치는 물결처럼도 보였다.
“큭!”
우호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목경운이 섬독왕 백사하의 파마독경을 익혔다는 확신이 들자, 근접전으로 상대하는 것이 위험해졌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파팍!
우호랑이 황급히 경신법을 펼치며 거리를 벌렸다.
그렇지 않아도 가슴의 독기도 해소해야 했기에 곤란하기 그지없었다.
내공에서 우위라 여겼기에 쉽게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상황이 달라져버렸다.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섬독왕의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독공이라는 게 이렇게 금방 익힐 수 있는 무공이 아닐 텐데 말이다.
-파아아아아!
그때 목경운이 일장을 휘두르자 검붉은 독기의 아지랑이가 사선으로 날아들었다.
이에 우호랑이 도로 예기(銳氣)를 일으켜 앞을 갈랐다.
-촤아아악!
독기를 가른 우호랑이 구화도의 넓은 도신으로 풍압을 일으켰다.
-파파아아앙!
흩어지는 독기가 풍압에 의해 뒤로 흩날렸다.
그렇게 흩날리는 독기를 통과하며 목경운이 전광석화처럼 우호랑의 구화도의 도신을 발로 걷어찼다.
-탱강!
그리고는 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이 두 손의 손가락으로 우호랑의 어깨를 붙들려고 했다.
이에 우호랑이 뒤로 고개를 젖히며 목경운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퍽!
그와 함께 우호랑이 그 반동으로 재차 거리를 벌렸다.
‘성가시다.’
독은 한 번만 스쳐도 치명적이다.
아무리 진기로 몸을 보호한다고 해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피식거리며 도발했다.
“피하기만 해서 어떻게 절 제압한다는 거죠?”
‘이놈!’
도발에 화가 났지만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상대가 독공의 고수라면 가까이 붙는 것만으로도 불리해지기에 어떻게든 거리를 벌려서 독기에 방어해야만 했다.
-타타타타탁!
사제인 엽위선보다 훨씬 실전 경험이 많은 우호랑은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더욱 거리를 유지했다.
그런데 그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거리를 벌리려고 하는 순간 날카로운 예기가 그의 미간으로 쇄도해왔다.
이에,
-채애애애앵!
우호랑이 도를 휘둘러 이를 황급히 막아냈다.
그의 미간을 노린 것은 다름 아닌 목경운의 검이었다.
-끼리리리리!
검과 도의 날이 부딪치며 푸른 불꽃이 튀었다.
그런데 불꽃 사이로 보이는 균열에 우호랑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목경운의 검에 닿고 있는 구화도의 도날에 금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우호랑이 도신에 진기를 불어넣으며 반탄력을 일으켰다.
-채애애앵!
그와 함께 명도왕 손윤의 독문 절기인 명일도법 제 4초식 정륜도막(整輪刀膜)을 펼쳤다.
그가 만들어낸 날카로운 예기의 궤적이 하나의 막을 만들어냈다.
명일도법은 여섯 초식의 공(攻) 초와 세 초식의 방(防) 초가 있는데, 그중 가장 빈틈이 없는 방어 초식이었다.
-채채채채채챙!
그런 그의 정륜도막의 초식과 목경운의 파죽지세와 같은 검초가 부딪치며 귀가 찢어질 듯한 쇳소리를 만들어냈다.
‘이놈 대체 뭐야?’
독공뿐만이 아니라 검도 보통 실력이 아니다.
암종주의 제자라면 도를 다뤄야 할 텐데, 어떻게 이 정도 수준의 검술을 익힌 거지?
의아해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 순간,
-팍!
-채채채채챙!
도막을 만들어내고 있던 그의 구화도 사이로 목경운의 악즉검이 박혀서 팽그르르 저 혼자 회전을 해댔다.
그러는 찰나에,
-팍!
목경운이 바닥을 향해 납작하게 신형을 낮추더니,
‘순현각법順玄脚法) 제 8초 비현승격(飛玄昇擊)!’
각기(脚氣)로 길게 바닥을 회전하며 밑으로 파고들어서는 그대로 우호랑의 턱을 이어서 차올려버렸다.
‘각법?’
독공에 검법,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이런 수준 높은 각법까지 펼치다니?
대체 이놈 몇 가지 무공을 익힌 거지?
-팍!
우호랑이 황급히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러나 비현승격의 묘리는 위로 차올리는 것과 함께 내려찍는 것에 있었다.
-파악!
“큽!”
우측 어깨를 내려찍힌 우호랑의 무릎이 접혀졌다.
이를 놓치지 않고서 목경운이 그의 가슴에 섬독마장의 일장을 먹이려고 했다.
그 순간 우호랑이 구화도를 손에 놓았다.
그리고는 바닥을 박차며 뒤로 뒹굴었다.
-파파팍!
자존심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여기서 독장을 맞게 된다면 승부가 결정나고 만다.
그러는데 어느새 목경운이 바닥을 뒹굴고 있는 그에게 또다시 각법을 펼치며 발차기를 날려댔다.
‘순현각법順玄脚法) 제 9초 폭우광풍(暴雨狂風)!’
-파파파파파팍!
수많은 잔영과 함께 날아드는 목경운의 발차기.
그 위력은 변화무쌍하기 그지없었다.
‘빌어먹을!’
이에 자세가 불안정했던 우호랑은 맨손으로 예기(銳刀)를 일으켜 바닥을 길게 그으며 위로 쳐올렸다.
그러자 바닥의 파편들이 예기와 뒤섞여 위로 솟구치며 잔영을 만들어내는 목경운의 각초와 부딪쳤다.
이 틈을 타 우호랑이 자세를 바로 잡으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팡!
‘아닛!?’
초식을 펼치던 목경운이 갑자기 허공을 박찼다.
그러더니 위로 신형을 날려 공중제비를 돌며 몸을 회전시키더니, 다시 한번 허공을 박차고는 우호랑을 향해 도초를 펼쳤다.
그 도초는,
‘비환귀도법(飛換鬼刀法) 제 3초 영환도진(映患刀鎭)!’
암종주의 독문절기인 비환귀도법이었다.
비환귀도법 중 가장 패도적인 일식이라 할 수 있는 영환도진이 우호랑의 어깨부터 가슴을 사선으로 베었다.
-촤아아악!
“컥!”
도에 베인 우호랑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이내 자세를 잡지 못하고 바닥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하!’
이런 그들의 대결을 숨어서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 누군가는 바로 회주의 둘째 제자 장능악의 다섯, 아니 네 심복 중 한 사람인 사악(四岳) 초연단의 단주 서혜인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럴 수가······.’
장능악의 명을 받고서 기척을 숨긴 채 숨어서 목경운을 기다리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녀가 나서기도 전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우호랑 때문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차였다.
‘······이 정도였단 말인가?’
그녀가 모습을 숨기며 상황을 지켜본 진짜 이유는 목경운의 진의를 알기 위해서였다.
혹여 위소연과 접촉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신의 주군을 배신하는 행위였기에 이를 지켜보면서 판단하려 했었다.
그런데 예상외의 일이 벌어졌다.
‘그 우호랑을 꺾다니?’
우호랑이 누구던가?
오왕의 일인인 명도왕 손윤의 대제자이자 거궐단의 대단주였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천지회의 후기지수들 중에 최고의 무위를 지녔다고 알려진 오호(五虎)의 일인이기도 했다.
곡주(谷主)급 이상의 간부들이 아니면 상대가 없다고 알려진 그를 꺾다니 이건 충격 그 자체였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대체 몇 개의 무공을 익힌 거지?’
자신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목경운이 펼친 무공들은 전부 초상승 무학들이었다.
섬독왕 백사하의 파마독경, 암종주의 비환귀도법, 변화무쌍하고 패도적인 기세의 각법부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빈틈을 찾기 어려운 신묘한 검법.
하나하나가 익히기 매우 어려워 보이는 수준 높은 무공들이었다.
‘대단해.’
위맹천과 잠시 손속을 나눴던 것 때문에 초절정의 경지일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이 정도 수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상대가 되지 못하겠는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 정도라면 오악회의 최강이라 불리우는 일악(一岳)이자 또 다른 오호(五虎)의 일인인 항패마권 고연후와도 겨뤄볼 수 있을 듯했다.
‘아니. 그건 모르는 일이지.’
같은 오호라고 해도 그녀는 일악인 고연후가 우호랑보다 강하다고 여겼다.
오히려 고연후와 겨룰 만한 자를 꼽으라면 오호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치는 그자와 비견된다고 자부했다.
그만큼 고연후는 정말로 강했다.
하나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잘 된 건가?’
그렇지 않아도 오악회의 이악인 무안검 위맹천이 죽고, 섬독왕 백사하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실패하여 심기가 매우 불편한 주군이었다.
그런 주군의 산하로 섬독왕과 암종주의 공동 제자이면서, 우호랑을 패배시켜 새로운 오호(五虎)의 일인이 된 목경운이 들어온다면 불편했던 심기가 나아질 것이다.
‘안 그래도 위맹천을 죽인 것이 우호랑이라 의심하셨으니 더욱 일석이조로구나.’
잘됐다고 여긴 그녀가 이제 나서려고 했다.
어차피 승부도 끝났고 목경운이 위소연의 심복을 저리 무참하게 패배시킨 이상 그 산하로 들어갈 일도 없어졌으니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이것 참 재미있는 구경을 했구나.”
-흠칫!
‘어, 언제?’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에 놀란 그녀가 황급히 보법을 펼치며 거리를 벌렸다.
대체 언제부터 자신의 뒤에 있던 거지?
전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팍!
그녀가 거리를 벌린 후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
뭐지?
분명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는데?
의아해하고 있는데 또다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부터 계속 같이 구경했거늘 뭘 그리 화들짝 놀라는 것이냐?”
-오싹!
그 말에 그녀는 전신에 닭살이 돋았다.
그럼 계속 자신의 뒤에 있었는데도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이 되지 않는가?
사악 서혜인은 너무 떨리는 나머지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그러는데 목소리의 주인이 말했다.
“너무 싱겁게 끝날까봐 하나둘 정도는 적당히 사제들에게 양보할까 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울 것 같구나.”
‘!!!!!!’
설마 지금 자신의 뒤에 있는 자는······.
‘대공자?’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