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55)
“그래서 말인데 생각이 바뀌었다. 너 같은 녀석은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거나 그런 게 아니면 지금 당장 죽이는 게 좋을 듯하구나.”
-솨아아아아!
회주의 첫째 제자 대공자 나율량의 모인 두 손가락 검결지에서 일어나는 푸른빛의 예기는 진기가 응집하여 생겨난 검강(劍罡)이었다.
-쩌저저저적!
나율량이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의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예기의 여파였다.
목경운의 눈매가 조금 전과 다르게 날카로워졌다.
‘······난감해졌네.’
어느 정도 나율량의 무위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
초절정의 극에 이르렀을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놀랍게도 대공자 나율량은 벽을 넘어서 화경化境)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목경운의 안에 있지만 청령도 이를 눈치챘는지 말했다.
-벽을 넘어섰다.
-그런 것 같네요.
-큰일이구나. 저놈이 중생 너더러 왜 동류니 뭐니 했는지 알겠다.
청령이 혀를 찼다.
회주의 제자들이라고 해도 간부들과 엮인 자라고 하면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
그런데 대공자라는 이 녀석은 달랐다.
눈에서 비치는 살기나 곧바로 검강을 일으키는 모습이 마치 목경운을 연상케 할 만큼 사고가 보통 이들과는 달랐다.
첫 대면에 자신의 감만으로 상대를 판단하여 죽이려는 자가 몇이나 될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확실히 닮았다.
-슥!
그때 대공자 나율량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그 순간 목경운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왼쪽으로 재빨리 틀었다.
-팍!
-촤아아아악!
그러기가 무섭게 바로 코 앞의 공기가 날카로운 기운에 의해 베이며 푸른 빛이 공간을 갈랐다.
그러더니 이내 바닥에 반듯하게 직선으로 베이고 말았다.
그 거리가 장장 십여 장에 이르렀다.
목경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놈 정말로 중생 네놈을 죽일 생각이다.
‘알고 있어요.’
그러지 않고 이런 엄청난 것을 보여줄 리가 없지 않은가.
조금만 늦게 반응했어도 몸이 정확하게 이등분으로 나뉘었을 것이다.
목경운이 속으로 혀를 찼다.
마음먹는 것과 동시에 실천으로 행하는 모습까지, 확실히 놈은 자신과 생각하는 사고과 상당히 흡사했다.
굉장히 효율적인 자였다.
만약 자신이 반대의 입장었다 해도 놈과 비슷한 판단을 했을 것이다.
나율량도 그렇고 자신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하거나 마음을 여는 유형의 인간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륵!
“너 좋은 눈을 가졌군.”
-팍!
목소리와 함께 두 눈을 향해 날아드는 두 손가락.
눈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젖힌 덕분에 목경운은 두 눈이 찔리는 것을 간발의 차로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퍽!
피하자마자 나율량이 그 상태로 팔을 휘둘러 안면을 맞고 말았다.
그 공력이 어찌나 강한지 목경운의 신형이 그대로 옆으로 날아가 담장 벽면에 부딪쳤다.
-쿵!
몸이 부딪치는 것과 함께 담벼락이 부서졌다.
‘하아.’
목경운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안면으로 공력이 파고드는 순간 사기로 흩어지게 하려 했는데, 그게 너무 빨라서 입안이 찢어진 것 같다.
‘곤란해.’
이건 너무 강하다.
목경운이 비틀거리며 자세를 잡았다.
이런 그를 보며 대공자 나율량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버텨?’
그는 지금 세 번이나 의아함을 느꼈었다.
처음으로 휘둘렀던 그 일검은 단번에 목경운을 죽일 작정으로 휘둘렀던 검이었다.
그런데 놈은 놀랍게도 자신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서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움직여 이를 피해냈다.
해서 생각보다 좋은 눈과 통찰력을 가졌다 여겨 눈을 먼저 앗아가려했다.
그런데 이것을 또 피했다.
‘튼튼하군.’
방금 전에 눈을 피하자마자 휘두른 팔은 놈의 안면을 맞추는 것뿐만이 아니라, 머리를 그냥 통째로 날려버리기 위해 7할 이상의 공력을 썼다.
그런데 안면을 맞는 것과 동시에 그 힘에 몸을 맡겨서 목숨을 부지했다.
“핫. 타고난 것이냐?”
나율량이 입 꼬리를 올렸다.
그는 목경운의 감각이 보통 사람들과 남다르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거의 짐승에 가까울 만큼 감각이 예민하고 타고났다.
보통 녀석들 같았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제법이구나.”
나율량이 목경운을 칭찬했다.
이에 비틀거리던 목경운이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아니. 오호의 일인인 그놈 이후로 내가 죽이고자 했는데 세 번이나 버틴 건 네놈이 처음인 것 같구나.”
오호의 그놈?
오호(五虎)라면 천지회 최고의 후기지수들이었다.
그런 그들 중 한 사람인 우호랑을 꺾은 목경운이었기에 나율량이 하는 말에 의아함을 느꼈다.
우호랑이었다면 나율량의 첫 일검에 그대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그 이상의 고수가 있다는 건가?
한데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목경운이 말했다.
“······공자께서 무슨 이유로 저를 죽이려 하시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만, 다른 이들도 그럴지 모르겠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후후후. 버티기 힘드니 머리를 굴리는구나. 소용없다.”
“압니다. 하나 저도 머리를 굴려야 제 목숨을 보존하니까요.”
“세 치 혀도 놀릴 줄 아나 보지만 소용없다. 오늘 이 자리에서 너를 죽이기로 마음 먹은 이상 절대로 그 결과는 벗어날 수 없다.”
-팟!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공자 나율량이 목경운의 앞에 도달했다.
나율량은 목경운의 머리로 일장을 내리쳤다.
단숨에 머리를 터뜨려 죽일 작정이었다.
‘이번엔 못 피한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나율량의 손바닥이 목경운의 머리에 닿는 순간,
‘배(排)의 식(式).’
-파악!
그 순간 기묘하게도 미꾸라지를 손에 쥔 것 마냥 손바닥이 미끄러져 옆으로 휘청거리며 빗나가고 말았다.
그 찰나의 틈 사이에 목경운이 나율량의 심장부를 향해 일장을 날렸다.
-파앙!
“하핫!”
그때 나율량이 광기가 서린 웃음을 내뱉었다.
그와 함께,
-파악! 콰콰쾅!
목경운의 몸이 뒤로 튕겨나가 반대편 담벼락을 부수고 말았다.
부서진 담벼락과 함께 넘어진 목경운이 피 기침을 해댔다.
“쿨럭쿨럭.”
때린 것은 자신이었는데, 나율량의 가슴에서 몰아치는 엄청난 반탄력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이 내상을 입고 말았다.
덕분에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현재로서 화경의 고수를 상대하는 건 상당히 힘들다고 말이다.
머릿속에서 중단전의 개방부터 역혈사공, 좌검우장과 같은 여러 비장의 수들을 나열하며 그림을 그렸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비장의 수로 메우기에는 너무 수준의 격차가 컸다.
이에 목경운이 물었다.
-하아··· 하아··· 어떡하죠?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청령이 말했다.
-무리다. 상대가 화경의 고수라면 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네가 어떤 수를 쓴다고 해도 이길 수 없다.
청령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냉정한 현실이었다.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입가의 핏물을 소매로 닦으며 입맛을 다셨다.
이번만큼은 참 어렵다.
동류를 만나보니 확실히 알 것 같다.
누군가 나타나서 도중에 개입하지 않는 이상 이 자리에서 살아날 가망성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 대공자 나율량이 걸어오며 말했다.
“네놈 참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스스스스!
그의 가슴 부위에서 검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목경운의 독장에 의한 현상이었다.
나율량은 진심으로 흥미로웠다.
머리통을 날려버리려고 했는데, 기묘한 수법에 의해 진기가 사방으로 밀리며 미끄러졌다.
여기서 모자라 자신의 심장으로 전력으로 독장을 날렸다.
미리 우호랑과 겨루는 것을 보고 있었기에 독장에 대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벽을 넘어선 순간부터 진기를 숨을 쉬듯이 다룰 수 있기에 독 역시도 가볍게 해소시킬 수 있었고 말이다.
“보면 볼수록 가진 재주가 참 많아.”
“하아··· 하아······ 그 재주를··· 대공자를··· 위해서 쓸 수도··· 있을 텐데요.”
“아니. 일 할, 아니 일 푼이라도 본 공자에게 충성이 아니라, 뒤에서 비수를 찌를 가능성이 있는 녀석이라면 지금 죽여주는 게 나아.”
“너무······ 불신··· 하는 거 아닌가요?”
“불신? 아니. 확신이지. 너는 나와 같은 동류다. 딱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타인에 대한 공포도 없을 테지.”
“······.”
“네가 느끼는 감정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살의의 욕구일 테지. 그게 살아가는 것을 느끼게 해줄 테니 말이야.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느냐?”
목경운이 입술을 실룩거렸다.
확실히 왜 동질감을 느꼈는지 알 것 같다.
단 한 가지는 다르지만 말이다.
그런 목경운의 얼굴을 보며 대공자 나율량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궁금하긴 하구나. 네놈이 정말 나와 같은 동류라면 죽는 순간에도 절망하는 모습 따윈 보이지 않겠지.”
“······글쎄요.”
“네 팔다리를 하나씩 베어보면서 확인해보마.”
-스륵!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공자 나율량이 움직였다.
또다시 그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어느새 목경운의 바로 코앞까지 도달했다.
나율량의 검강이 정확하게 목경운의 오른팔을 베려 했다.
-촤악!
목경운은 고도로 집중하며 검강이 닿으려는 그 찰나의 순간에 맞춰 파사팔식의 일식인 배(排)의 식(式)을 펼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율량의 왼손이 목경운의 목을 먼저 맞췄다.
-퍽!
“큭.”
-쾅!
그와 함께 목경운의 신형이 옆으로 넘어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어찌나 세게 쳤는지는 부서진 바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나율량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아까 전의 그 기묘한 수법은 공격이 닿으려던 찰나를 노렸던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변초에는 대응하기 힘든가 보구나.”
-······하.
청령이 혀를 내둘렀다.
목경운 같은 중생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이놈 역시 동류일 뿐만이 아니라 전투 감각 또한 천부적이기 그지없었다.
고작 한 번에 불과했는데 그 사이에 배(排)의 식(式)을 대응했다.
아무리 벽을 넘어선 고수라 해도 이렇게는 힘들다.
‘무리다.’
이건 지금의 목경운으로서는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존재다.
이런 괴물 같은 놈이 있었다니.
그때 대공자 나율량이 검강을 목경운의 오른팔 어깨로 겨냥했다.
“자. 그럼 오른팔부터 해볼까?”
-씨익!
입꼬리가 귀까지 닿고 있는 나율량의 모습은 광기 그 자체였다.
누군가의 고통에서 희(喜)라는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그렇게 검강이 목경운의 어깨를 파고들려 했다.
-솨아아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득!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나율량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방금 그 소린 뭐지?
-고오오오오오오!
바로 그때였다.
사방에서 갑자기 핏방울이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바닥부터 시작해 담벼락,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이 붉은 피로 물들어갔다.
저녁 무렵까지 얼마 남지 않아 점차 어두워지고 있던 하늘이 어느새 핏빛으로 물들며 사방을 잠식했다.
‘이건 대체?’
하는 순간 그 모든 게 환상이었던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
대체 뭘까?
헛것을 봤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생생했다.
알 수 없는 괴이한 징조에 묘한 경계심을 느낀 나율량.
보통 사람이라면 이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거나 경계심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했겠지만 그는 평범한 자들과는 달랐다.
나율량은 갑작스러운 이 기괴한 현상이 목경운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에,
‘그냥 죽여야겠군.’
결심이 서는 순간 곧장 목경운의 목으로 검강을 휘두르려 했다.
그 순간,
-채애애애앵!
무언가가 그의 검강을 막아냈다.
검강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웬 곰방대였다.
‘곰방대?’
목경운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곰방대를 들고 있는 존재를 올려다보았다.
곰방대의 주인은 다름 아닌 청령이었다.
청령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본좌의 것이다.
-찌릿!
오감 전체를 자극하는 처음 느껴보는 기묘한 감각에 나율량이 검강을 거둬들였다.
그러더니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막내 사제?”
‘!?’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