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57)
-본좌가 이놈을 상대할 테니 독을 쓰는 늙은이에게로 피해라. 중생.
이런 청령의 말에 목경운은 그녀가 회주의 첫째 제자 대공자 나율량과 겨뤄 시간을 끌려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목경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분명 그녀의 판단은 옳았다.
벽을 넘어서 화경의 경지에 오른 대공자 나율량과 자신의 무위 차는 극명했다.
지금으로서는 도망가는 것이 답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왼쪽 발목.’
청령이 현신하면서 미처 몰랐던 것 같은데, 나율량이 찰나에 자신의 왼쪽 발목을 밟아 뼈를 부러뜨려놓았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기동력을 없애고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수였다.
자신과 비슷한 동류인 저놈이 청령, 아니 막내 사제가 나타났다고 해서 자신을 그리 가볍게 놓아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섬독왕······.’
마찬가지로 화경의 경지에 오른 섬독왕 백사하라면 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경운의 사고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목경운의 눈동자가 청령과 겨루고 있는 대공자 나율량에게로 향했다.
놈이 자신과 비슷한 동류라면 절대 이게 끝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죽이려 들겠지.’
설령 섬독왕 백사하의 보호를 받는다고 해도 나율량은 어떤 방식으로든 목경운을 제거하려 들 거다.
이미 그러기로 마음먹었으니 말이다.
이것은 본능이자 확신이었다.
‘곤란하군.’
이제 겨우 갈피가 잡혀가고 있는데 참으로 성가신 변수였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복수도 전에 죽는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목경운은 새로운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더 힘이 필요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대공자 나율량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것은 단시간에 이뤄질 수 없었다.
현 무림에서도 천부적인 무재를 지닌 극소수만이 깨달음을 얻고서 벽을 깨뜨려 화경의 경지에 이른다.
이런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단순한 재능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러나,
‘될까?’
목경운의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광경이 있었다.
그것은 섬독왕 백사하가 깨달음을 얻어 벽을 넘어서는 모습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귀안(鬼眼)을 개방한 목경운은 벽을 뚫기 위해 백사하의 체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기운이 세 곳을 관통하여 삼양(三陽)이 정기신(精氣神)을 이루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나 그걸 기억하기에 거의 동일하게 행할 자신은 있었다.
‘가능할까?’
깨달음이 아닌 강제적으로 삼양을 일으키는 행위.
이것이 통할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주화입마를 입고서 목숨이 위태로워질지도 몰랐다.
‘······.’
그러다 목경운의 눈에 대공자 나율량이 청령과 격렬히 검을 겨루는 것이 보였다.
아직까지는 팽팽하다.
하나 낮이었기에 원혼인 청령에게는 불리한 시간대였다.
머지않아 놈이 청령의 검을 뿌리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만큼 검에 대한 재능이 엄청났다.
“하아··· 하아···.”
목경운이 왼쪽 발목을 움직여보았다.
아직까지 통증이 굉장했다.
아마도 왼발을 딛기조차 힘들 것이다.
‘단시간에는 힘들다.’
아무리 회복력이 남다르다고 해도 부러진 뼈가 순식간에 나을 수는 없었다.
나율량은 점점 청령의 검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이에 목경운은 결정을 내렸다.
‘모험이 되겠군.’
어차피 자신이 움직이는 순간 대공자 나율량은 청령과 겨루다 말고 방향을 틀게 뻔했다.
그렇다면 다소 위험부담이 크더라도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자신의 기운은 사기(死氣)로 이루어져서 타인이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화경의 경지에 이른 나율량조차도 제대로 판별하지 못했으니, 여기서 기운을 삼양으로 관통시킨다고 해도 눈치채기 어려울 것이다.
“후우.”
목경운은 누운 상태로 체내의 기운을 관조했다.
그리고 벽을 깼었던 섬독왕 백사하를 떠올리며 천천히 운기를 하려 했다.
‘······역행으로 해야 돼.’
순간 실수할 뻔 했다.
목경운이 다루는 기운은 양생의 기운이 아닌 죽은 자의 기운이었다.
일반적인 것과는 반대로 접근해야 한다.
-고오오오오!
그렇게 목경운은 기억을 더듬으며 역혈의 운기를 통해 강제로 벽을 뚫기 시작했다.
역혈(逆穴)로 사기가 운행을 하면서 응집했다가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백사하의 체내에서 벌어지던 현상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우선 하단전.’
-고오오오오!
응집했던 사기가 하단전의 정(精)을 통과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로 가슴 쪽에 모였다가 전신으로 퍼지는데 그것은 중단전인 기(氣)로 사기가 역혈로 음(陰)을 이룬 것이었다.
‘두 번째도 성공이다.’
목경운이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을 여타의 벽을 넘어선 절세고수들이 보았다면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삼화취정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본시 삼화취정은 삼양취정이라고 하여 음 가운데 양, 양 가운데 양, 음양 가운데 양, 이 삼양이 내원을 향하고 천궁으로 반환되어 감을 조원이라고 한다.
한데 목경운은 역혈이기에 그 반대였다.
말 그대로 삼음취정(三陰聚頂)이었다.
이것은 양 가운데 음이었고 음 가운데 음이자, 음양 가운데 음.
즉 삼음이 내원으로 향하고 천궁이 역으로 반환되어 감이 조원하고 있었다.
‘흐으읍.’
목경운의 이마에서 송골송골 땀이 맺혔고 입에서 옅은 김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기운이 정수리를 관통해야 하는데, 이것이 깨달음이 아니라 강제로 행하려는 것이다 보니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였다.
-팟!
대공자 나율량이 전광석화처럼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뭔가를 이룩하려고 하는 그를 막기 위해서였다.
한참 신(神)을 뚫기 위해 모든 정신을 한 곳으로 집중하는 목경운은 이를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스륵!
그런 나율량의 앞을 청령이 가로막았다.
‘누가 방해하게 둘 것 같으냐.’
깨달음 없이 강제로 정기신의 삼화를 이루는 것이 가능할지 아닐지 모르겠으나, 여기서 방해받게 되면 목경운은 무조건 죽는다.
‘하여간 중생 네놈은···.’
대담한 게 아니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도망가라고 이놈을 붙들고 있었는데, 위험하게 이 순간에 저런 무모한 도전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거나 중생 놈을 지켜야···.
“방해하지마라!”
-촤촤촤촤촤촥!
그 순간 대공자 나율량의 검강에서 마치 유성우와 같은 화려한 궤적이 그려졌다.
청령의 눈빛이 일순간 싸늘해졌다.
이것은 천(天)의 검식의 세 가지 비기 중 하나인 천검유성(天劍流星)이었다.
놈이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을 보며 탄생시킨 검초였다.
원한이 깊었지만 놈이 창안한 이 세 가지 비기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절세초식이라 할 수 있었다.
비기라 불릴 만큼 흠결이 없는 패도적인 검세의 초식이지만,
‘약점이 없는 건 아니지.’
백 년의 세월 동안 놈의 검법을 복기했던 청령이었다.
그렇기에 이 초식의 유일한 약점을 발견했다.
유성우처럼 빼곡하게 메워오는 검초들 사이에 유일하게 보이는 하나의 궤로.
저곳을 향해 이렇게 일검을 찔러넣으면,
-슉!
-촤촤촤촥!
‘!?’
그 순간 나율량의 검초가 일제히 방향을 틀며 틈을 노리던 청령의 일검을 가둬버렸다.
‘변초?’
전혀 예상치 못한 검로였다.
그로 인해 영력으로 만든 곰방대가 이내 강기의 궤로 안에 갇혀서 그대로 산화해버리고 말았다.
한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촥촥!
‘이런!’
청령이 이내 경신법으로 자신을 노려오는 검초의 궤로들을 피해냈다.
이를 피하는 청령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수없이 복기를 통해 천검유성의 파훼법을 찾았는데, 그것이 보완되다 못해서 더욱 무서울 정도로 진화해 있었다.
‘······놈을 과소평가했어.’
놈 역시도 한때 자신과 더불어 검으로 천하제일을 다퉜다.
세월이 흘렀으니 검초를 발전시키고 약점을 보완하는 게 당연한 이치였는데, 너무 과거에 매몰되어 생각했던 것 같다.
‘불찰이다.’
청령이 속으로 스스로를 반성했다.
그때 빼곡한 검초로 청령을 밀어붙이던 나율량이 그녀의 미간을 향해 검강을 강하게 찔렀다.
그 순간,
-촤아아아아악!
푸른빛의 날카로운 검강이 허공을 갈랐다.
그것은 응축된 강기를 직접적으로 날릴 수 있는 탄검강(彈劍罡)이었다.
‘이런!’
마지막 일식이 피할 수 없는 위치에서의 탄검강일 줄이야.
청령은 황급히 두 손을 교차시키며 이내 영력으로 붉은 피 형태의 막을 만들어냈다.
-파아아아앙!
그러나 검초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일식인 탄검강의 위력이 어찌나 강했는지, 혈막(血膜)과 함께 그녀의 몸이 허공을 향해 솟구쳤다.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나율량이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하압!”
연달아 탄검강을 일으키며 목경운이 있는 방향을 향해 날리려 했다.
‘어딜!’
허공으로 솟구치던 청령이 시선이고 뭐고 간에 신경 쓰지 않고서 한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바닥에서 피가 가시 형태로 솟아오르며 검을 뻗으려고 하는 나율량의 우측 어깨를 꿰뚫으려고 했다.
“헛!”
나율량이 황급히 신형을 틀었다.
그 덕분에 탄검강의 궤로가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살짝 비틀리고 말았다.
푸른빛의 검강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며 원래의 목표였던 목경운의 목이 아닌 바로 옆을 꿰뚫고 말았다.
-콰콰콰쾅!
그 덕분에 강기가 땅을 뚫고서 파편과 먼지를 일으켰다.
위력은 충분히 강했다.
이 정도면 여파로 인해 목경운이 대공을 이루려는 것이 방해받아 치명상을 입거나 죽었을지도 몰랐다.
‘이걸로는 부족해.’
시야가 가려지자 투안(透眼)으로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대공자 나율량이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파앙!
허공으로 솟구치다 나율량의 탄검강을 쳐낸 청령.
그녀도 마찬가지로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아직 대공을 마치지 못했을 텐데, 방금 전의 탄검강으로 모든 게 무산되었을지도 몰랐다.
-파아아아아아!
‘막아야 해.’
어차피 원혼으로서의 힘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더는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흠칫!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
뿌연 먼지 속에서 갑자기 알 수 없는 기운이 사방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청령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먼지 속에서 솟구치는 이 기운은 죽음의 기운이라 할 수 있는 사기(死氣)와는 사뭇 결이 달랐다.
‘무슨 기운이 이리도 흉악······.’
-흠칫!
신형을 날리고 있던 나율량이 이내 멈춰 섰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시야를 가리고 있던 먼지 속에서 원형의 파동과 함께,
-촤아아아아아악!
흑색의 강기가 나율량의 안면을 향해 엄청난 기세로 뻗어왔다.
이에 나율량이 황급히 푸른빛의 검강으로 자신의 머리를 노려오는 흑색 강기를 막아냈다.
-파치치치치칙!
강기와 강기가 부딪치며 검푸른 빛의 불꽃이 튀어 올랐다.
백중지세에 가까울 만큼 밀려나지 않는 강기와 강기의 힘의 공세.
‘이건 대체···.’
나율량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이 흑색 강기에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을 만큼 흉폭하면서 사나운 기세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 기세가 어찌나 흉악한지 자신의 강기가 응집하는 것을 흩트리고 있었다.
‘안되겠어.’
기운을 억지로 맞부딪치는 것은 진기의 손실을 가져왔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나율량이 한쪽 발을 뒤로 뻗어서 용천혈에 힘을 가한 후에 이화접목의 수로 뻗어오는 강기를 옆으로 흘렸다.
-파아아아아아앙!
-콰콰콰콰콰쾅!
이에 검은 강기가 땅을 가르며 다섯 장 가까이 되는 담벼락을 박살내고 말았다.
이런 강기의 여파에 나율량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지?
-꽉!
나율량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믿을 수가 없었다.
놈이 벽을 부수고서 자신과 같은 영역에 들어섰다.
-스스스스스!
가시는 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목경운.
이런 그의 모습에 나율량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
기운을 꿰뚫어 보는 그의 투안(透眼)에는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전신에서 유형화된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는 목경운.
흉악하기 그지없는 검은 기운에 둘러싸인 그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마귀(魔鬼)를 보는 듯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