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63)
회주의 셋째 제자 위소연의 심복들 중에 무위로 으뜸인 자를 꼽으라면 단연 명도왕 손윤의 대제자이자 거궐단의 대단주인 우호랑일 것이다.
그의 무위는 천지회 최고의 후기지수라 불리는 오호(五虎)에도 포함되기에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그러나 그녀가 심복들 중 가장 마음을 터놓는 자는 같은 여성인 기옥련이었다.
기옥련은 양암곡주 기해의 장녀로 위소연의 가장 절친한 벗이자 진짜 오른팔이나 다름없었다.
-슥!
기옥련이 상체의 옷을 내려 반 나신으로 있는 위소연의 등에 꽂혀 있는 침 하나를 뽑았다.
그녀가 뽑은 침의 날카로운 끝이 검게 변해 있었다.
“역시 독기가 조금 남아 있었네요. 그래도 침의 일부만 변색 된 걸 보니 거의 해독이 끝난 것 같아요. 아가씨. 이제 좀 괜찮나요?”
“덕분에.”
양암곡주는 의술에 능했기에 기옥련 또한 그 실력을 물려받았다.
해서 위소연의 체내에 일부 남아 있던 나머지 독들도 빨리 몰아낼 수 있도록 침술로 도운 것이었다.
“섬독왕 어르신의 독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봐요. 내공만으로는 아가씨도 섬독왕 어른 못지않을 텐데요.”
“이젠 아닐지도.”
“아······ 벽을 넘으셨죠.”
참으로 공교로웠다.
자신들이 찾아간 그날 섬독왕 백사하는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
그로 인해 그의 중요성은 훨씬 높아졌다.
화경의 고수가 된 섬독왕 백사하가 자신들을 지지해준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관건은 어떻게 그를 끌어들이냐였다.
‘목경운······.’
섬독왕 백사하를 직접 설득하는 건 힘들어졌다.
그렇기에 지금 유일하게 백사하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는 경로는 목경운이라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백사하가 목경운을 제자로 거둬들였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목경운은 가치는 굉장히 상승했다.
목경운은 암종주와 섬독왕의 공동 제자였기에 그를 수하로 받을 수만 있다면 암종과 백가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그를 반드시 데려와야 할 텐데 내심 걱정이다.
“둘째 사형이 암수라도 쓸까봐 걱정이 돼.”
“둘째 공자님이요?”
“그래.”
“······그 일 때문이신 거죠?”
“맞아. 둘째 사형의 분노가 굉장히 커 보였어.”
“그렇다고 대놓고 뭔가를 하겠어요? 맞는 말로 저희가 한 것도 아니잖아요.”
“의심의 뿌리가 깊으면 앞이 보이지 않기 마련이야.”
“그건 그렇지만··· 하아. 이게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왜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이런 식으로 의심 받게···. 어? 잠깐만··· 아가씨, 혹시 이간책이 아닐까요?”
기옥련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그녀의 말에 위소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둘째 사형 장능악의 심복인 오악회의 이악 위맹천이 간밤에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이로 인해 둘째 사형은 크게 분노했다.
병상 중이라고는 하나 아직까지 사부님께서 새파랗게 눈을 뜨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지금까지 세 제자들 간에 선을 넘거나 크게 부딪치는 일은 없었었다.
한데 그 균형이 이번에 무너졌다.
둘째 사형의 성정 상 아끼는 심복을 잃었으니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하려 들 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일은 자신들이 벌인 짓이 아니라는 거다.
“왜 이간책이라 생각하는 거야?”
“그렇잖아요. 위맹천이 죽는 바람에 저희는 둘째 공자에게 의심을 받고 있잖아요. 이대로 가다간 틀림없이 부딪칠 테고요.”
“그래서 이간책이라 생각하는 거야?”
“이간책이 아니면 뭐겠어요?”
“이간책이 맞다면······ 누구의 짓 같은데?”
이런 위소연의 물음에 기옥련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당연히 대공자거나 그 심복들이 벌인 일이 아닐까요?”
“대사형?”
“네. 여기서 가장 이득을 보는 건 그쪽뿐이잖아요.”
“······.”
기옥련의 말에 위소연은 깍지를 낀 손등에 턱을 얹었다.
정황만 본다면 그녀의 추측대로 대사형일 확률이 높기는 했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정말로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 대사형이 맞을까?”
“네?”
“대사형의 방식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
“다르다뇨? 대공자가 아니면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저희들과 둘째 공자의 파벌이 싸우게 하려는 수가 틀림없어요.”
이런 기옥련의 말에 위소연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녀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왜냐하면 둘째 사형이 심복 위맹천의 죽음에 대사형이 아닌 자신을 의심하는 이유와 자신이 이 상황 자체를 미심쩍어하는 이유가 겹치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대사형······ 대사형은 우릴 경쟁 상대로조차 여기지 않아.’
애초에 그랬다면 옛적에 어떻게든 견제를 했을 것이다.
대사형은 철두철미하기에 적이라 생각되면 철저하게 밟아버린다.
한데 자신들이 후계자가 되기 위해 지지세력을 모으는 것을 그냥 관망하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도 방해하지 않았다.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대사형이 작정하고 우릴 견제하려 들었다면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
대사형 나율량은 뭔가 평범한 인간과는 다르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 뭔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하고 두렵기마저 할 정도였다.
그래서 사부님이 병상에 누운 후로 그와 만나는 것을 피했었다.
이는 둘째 사형인 장능악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사부님을 제외한다면 그가 제일 두려워하는 인물이 바로 대사형이니 말이다.
이에 위소연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어쩌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일어났을 지도······.”
-흠칫!
그때 위소연이 말을 하다 말고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이에 기옥련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가씨?”
“밖에 일이 벌어졌어.”
“일요?”
“나머지 침을 빨리 뽑아줘.”
“네넷.”
기옥련이 서둘러 위소연의 혈 자리에 꽂혀 있던 침들을 전부 뽑았다.
빠르게 상의를 입고서 의관을 정제한 위소연이 황급히 방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갔다.
물론 기옥련도 그 뒤를 따랐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온 위소연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퍽! 쿵!
순식간에 목경운의 발차기를 맞고서 쓰러지는 초해검방의 소방주 양일.
놀라기는 뒤따라 나온 기옥련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양일이 누구던가?
무위로는 위소연의 심복들 중 서열이 두 번째인 초절정 초입의 고수였다.
그런 그가 고작 일격에 나가떨어지다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거지?
그런데 그런 기옥련의 눈에 또 다른 누군가가 띄었다.
그는 다름 아닌,
‘우, 우 오라버니?’
우호랑이었다.
중상을 입었는지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었다.
‘오라버니가 어째서?’
오래전부터 그를 남몰래 연모하고 있던 기옥련은 이 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당장 뛰어나가려 했다.
그런 그녀를 위소연이 손을 내밀어 막았다.
그렇게 기옥련을 만류한 위소연이 큰 소리로 소리쳤다.
“멈춰!”
쩌렁쩌렁하게 퍼져나가는 위소연의 외침.
그런 그녀의 외침에 엽위선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목경운이 고개를 돌렸다.
“아아. 나오셨군요.”
“너······ 이게 무슨 행패지?”
이런 그녀의 물음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행패요? 저는 그저 아가씨가 불러서 왔는데, 이들이 저를 막더군요.”
목경운이 바닥에 기절해 있는 양일부터 자신의 손에 목이 붙잡혀 있는 엽위선을 차례로 눈짓으로 가리켰다.
“켁켁.”
엽위선이 핏대가 잔뜩 서서 터질 듯이 빨개진 얼굴로 괴로워했다.
이런 그를 위소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당장 그 손 놓아.”
“아아. 이거요?”
이 말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고는 손에 힘을 뺐다.
그러자 엽위선이 바닥에 털썩 엉덩방아를 찍으며 떨어지고 말았다.
목이 붙잡히는 바람에 숨이 막혔었는지 엽위선이 거칠게 기침을 하며 위소연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쿨럭쿨럭··· 아··· 아가···. 쿨럭··· 이놈이···.”
-팍!
그런 그의 목덜미를 목경운이 가볍게 내리쳤다.
그러자 뇌에 충격을 받았는지 엽위선이 그 상태로 앞으로 고꾸라져서 쓰러지고 말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그만.”
동료들이 당한 모습에 화를 참지 못하고 나서려 하는 기옥련을 위소연이 만류했다.
그러더니 목경운을 향해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해명해줘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너라고 해도 용서하지 못할 테니까.”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난처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것 참 난감하네요. 저는 그저 아가씨를 뵈려고 왔는데, 이 두 분이 한사코 만나게 할 수 없다며 막더군요.”
“너를 막았다고?”
“네.”
“이들이 왜?”
“그건 제가 묻고 싶은걸요. 자신의 주군이 부른 건데 말이죠.”
“······.”
뭔가 자신을 꼬집는 듯한 느낌에 위소연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원래도 자신의 앞에서 당돌하기 그지없었기는 했으나 묘하게 이전과 다르다.
그것은 강자를 앞두고서 대담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의문이 생겼다.
아무래도 이 남자, 그 사이에 또 진일보한 것 같다.
‘뭐지?’
위소연은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혈곡 보고에서 보았을 때보다 무공이 월등히 강해져서 이를 상당히 놀라워했었다.
그런데 또다시 무위가 발전했다고?
빠른 진일보에 기이하게 여기고 있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정히 믿기 힘드시다면 이들을 다시 깨워서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걸 보면 이들이 목경운을 막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그 이유가 아무래도 저것 같았다.
위소연이 고개 짓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우호랑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 대단주는 왜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이분요? 저와 싸웠거든요.”
“뭐?”
그 말에 위소연이 미간을 찡그렸다.
싸우다니 무슨 소리지?
“그럴 리가? 우 대단주는 내 명을 받고서 너를 데리러 갔다. 그가 내 명이 없이 너와 싸울 리가 없다.”
더군다나 우호랑은 목경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를 얻어야만 이 후계자 경쟁의 판도가 새로워지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터인데, 그런 그가 왜 목경운을 데리러 가서 싸운단 말인가?
그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설마,
“······우 대단주에게 먼저 대결을 청한 거냐?”
“그럴 리가요. 이분이 두 가지 이유를 들어서 저에게 비무를 청하셨는걸요.”
“두 가지 이유?”
“네.”
“그게 뭐지?”
“첫 번째 사유는 이분과 약조해서 말씀드리기 어렵고, 두 번째 사유는 저 때문에 여기 이 사제분이 곤란해졌다고 복수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기옥련이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복수? 무슨 헛소리야! 우 오라버니가 뭐 하러 아가씨의 명을 어겨가면서 네게 그런 짓을 한단···.”
“옥련. 그만해.”
“아가씨. 하지만 저 자가 지금 거짓으로 우 오라버니를 모함···.”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이 끼어들었다.
“정히 믿지 못 하시겠으면 마찬가지로 이분도 깨워서 물어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뭐?”
“이분이 먼저 싸움을 걸은 것인지 아닌지 믿지 못하시겠다면서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기옥련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내가 왜 네 말을 못 믿는지 알아? 오호(五虎)의 일인인 우 오라버니가 고작 너 따위에게 패한다는 게 말이 된···.”
“옥련!”
위소연이 결국 언성을 높였다.
그녀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을 느낀 기옥련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파르르 떨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송구합니다.”
“진정하고 물러서. 네 맘 잘 아니까.”
이에 기옥련이 우호랑을 연모하는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위로하듯이 어깨를 쓰다듬어주며 뒤로 물러나라고 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목경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를 본 위소연이 차가워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그건 무슨 태도지?”
“태도요?”
“지금 네 태도는 마치 나를 비웃는 것 같구나.”
“흐음. 그렇다기보다는 더 확신에 차게 만들어주셔서요.”
“확신?”
“네.”
“무엇을 확신했다는 거지?”
위소연의 물음에 목경운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저 수하 복이 없다고 여겼는데, 그것 말고도 아가씨 본인도 수하분들을 참 오냐오냐 대우해주는 것 같네요.”
“너 감히!”
주군인 아가씨를 모욕했다는 생각에 발끈한 기옥련이 또다시 언성을 높였다.
그 순간이었다.
-스륵!
‘!?’
목경운의 신형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위소연이 놀란 표정과 함께 황급히 몸을 돌려 손을 뻗었는데,
-퍽!
“악!”
그녀의 손이 미처 닿기도 전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기옥련이 눈이 뒤집혀서는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쓰러지는 기옥련의 뒤로 목경운이 수도를 들어 올린 채 서있었다.
목경운이 혀를 차며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어째 하나 같이 주군이 하는 말들을 다 무시하네요.”
“너······.”
“마침 그래도 잘됐네요. 단둘이 대화를 나누려고 했거든요.”
빙그레 웃어 보이는 목경운을 바라보며 위소연이 놀란 눈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어떻게 명현수월보를 할 줄 아는 거지?”
목경운이 방금 전에 펼친 고속 이동법.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그것은 대사형 나율량의 독문 경신법인 명현수월보(明顯水越步)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