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66)
백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로.
이십여 명에 이르는 백가의 무인들이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들을 통솔하는 자는 백가의 외총관이자 섬독왕 백사하의 둘째 아들인 백소강이었다.
“허어.”
백소강이 주변의 여파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한바탕 전쟁이라도 벌어진 것 마냥 엉망이 되어 있었다.
부친인 백사하나 장남에게 가려져 명성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 역시도 초절정 초입에 이른 고수였다.
그렇기에 이 여파의 흔적들만으로 어떤 싸움이 벌어졌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했다.
‘아버지께 듣기는 했지만…..’
바닥에 가득한 검흔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벽을 넘어선 절세고수들 간에 벌어진 대결이라 할 만 했다.
사실 이 일에 대해 전해 듣고 난 차남 백소강은 우려를 금치 못했었다.
아버지 섬독왕 백사하가 벽을 뚫고서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나 상대는 천지회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 후보였다.
대공자 나율량의 산하에는 수많은 지지 세력들이 있었다.
그런 그들과 척을 진다면 백가로서는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는 격이었다.
그런데,
[네에? 벼, 벽을 넘어섰다고요?] [쉿. 조용히 하거라. 이 사실은 한동안 외부로 퍼지지 않게 숨길 것이다.] [어찌 이런……]차남 백소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버지께서 새롭게 거둬들인 제자 목경운이 대공자 나율량과 겨루던 도중에 깨달음을 얻고서 벽을 깼다고 한다.
도저히 듣고도 믿기지 않을 일이었다.
하나 이곳에 남아있는 싸움의 여파를 살펴보면 절대로 일방적으로 당한 흔적이 아니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강해지는 속도가 상상을 불허한다.
소위 대종사나 무림의 전설로 불렸던 이들조차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지 못했을 것 같다.
정말 아버지의 말대로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가 맞는 걸까?
지금의 상황만 본다면 전혀 허황된 말도 아니었다.
다만 우려가 된다.
‘아버지의 선택이 옳은 걸까?’
놀라운 재능을 지녔다고는 하나, 가솔들이나 가족들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너무 한 사람에게 운명을 건 듯 하다.
가주의 명은 절대적이나 이번만큼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후우.”
어쨌거나 서둘러서 이곳을 정리해야 한다.
다행히 백가가 관리하고 있는 내성 지역이라 서두른다면 반 시진 내로 어느 정도 흔적들은 지울 수 있을 듯 했다.
“저…..외총관 어른.”
그때 백가의 한 무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왜 그러는가?”
“저기……대공자는 어찌 할지…..”
붕대와 약을 가져와 임시로 치료를 해놓고 들 것에 실어놓기는 했다.
그런데 저렇게 심하게 부상을 입은 대공자를 거처로 옮기자니 후환이 걸리는 백가의 무인들이었다.
이들의 심경을 이해하는지 백소강이 말했다.
“내가 동행할 터이니 너희들은 들 것을 들고서 따라오…..”
-우웅!
찰나의 순간 주변이 어두운 그림자로 드리워졌다.
그러더니 백소강이 입을 벌린 채 멈춰 있었고, 주변을 정리하던 백가의 무인들 역시 그 자리에서 자신들이 움직이던 형태 그대로 멈춰졌다.
마치 모두의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은 기이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누군가가 있었다.
-저벅저벅!
뒷짐을 지고서 천천히 걸어오는 음양이 그려진 회색무복의 사내.
그는 원살각의 전 각주인 인서옥의 대제자인 방일(方日) 조태청이었다.
모두가 멈춰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주변을 걸어다니며 둘러보고 있는 조태청의 눈빛이 묘했다.
“흐음. 분명 이곳이 틀림없는데.”
조태청이 턱을 쓰다듬으며 신음성을 흘렸다.
이곳에서 분명 한순간이지만 굉장한 영력을 감지했었다.
그 수준은 근래에 와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원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적어도 청령 급이다.’
청령(靑靈).
백 년 이상 존재해온 원혼이다.
이 정도의 격에 이른 원혼은 괴이인 이매망량이나 다를 바가 없기에 가만히 놔두게 되면 주변이 쑥대밭이 되거나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는데 조태청의 입 꼬리가 옆으로 실룩거리더니 이내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 이상이다.”
조금 더 음침하면서 쉰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이내 조태청의 얼굴 근육이 다시 움찔거리더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이상?”
조태청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수인을 맺고서 두 눈을 감았다.
남아있는 영력의 흔적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약은 놈이로군.’
주변에 영력의 흔적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래서야 추적은 불가능했다.
혀를 차던 조태청이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이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가려고 하던 그가 도중에 멈춰 섰다.
조태청이 들 것에 실려서 누워있는 한 존재를 내려다보았다.
그 자는 바로 대공자 나율량이었다.
그를 내려다보던 조태청의 입술 근육이 또 다시 실룩거리더니 표정이 달라졌다.
그 상태로 조태청이 허리를 숙이며 나율량의 얼굴에 손을 갖다댔다.
-슥!
붕대가 감겨 있는 오른쪽 눈 부위를 만진 조태청이 미간을 찡그렸다.
찡그린 미간이 울룩불룩거리며 조금씩 뒤틀렸다.
이내 조태청이 불쾌해다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껏 준 것을 이런 식으로 잃어버린 게냐?”
* * *
같은 시각,
“하악.”
그 순간 그녀의 가녀린 허리가 뒤로 휘어졌다.
위소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폭주하는 천음절맥의 기운이 목경운의 손바닥을 통해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대체?’
임맥의 중완혈(中脘穴)은 천음절맥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진신음기가 모든 맥들을 틀어막고서 절맥 증상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목경운이 이를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었다.
-슈우우우우!
급속도로 빨려나가는 진신음기로 인해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엄청난 한기의 기세가 수그러들어갔다.
‘이건……’
그녀의 사부가 이렇게 말했었다.
[천음절맥의 음기는 그 기운이 북해의 폭풍보다도 차갑기에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그것을 다스릴 방도가 없다. [그럼 평생 이렇게 위태롭게 살아야 하는 건가요?] [그래.] [사부님의 심후한 내공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 건가요?] [네 기운을 본좌의 양강진기로 강제로 억누르려고 한다면 십중팔구로 오히려 목숨이 더 위태로워질 게다. 그걸 각오할 수 있겠느냐?]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다른 방법…….한 가지가 더 있으나 사실상 이 역시도 불가능하다.] [그게 뭐죠?] [천음절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중완혈은 네게 있어서 마르지 않는 샘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진신음기가 끊기지 않는 것이다. 하나 그 기운을 일시적으로 마르게 할 수만 있다면……] [그럼 고칠 수 있는 건가요?] [그때 막혀있던 모든 절맥을 뚫게 된다면 일말의 가망성은 있다.] [사부님은 하실 수 있지 않나요?]이런 그녀의 물음에 회주는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죠?] [아까도 말했듯이 반대되는 기운으로 강제로 진신음기를 억누르려고 한다면 당장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럼? 그럼 대체 어떻게 기운을 마르게 한다는 거죠?]천음절맥의 진신음기는 마르지 않는 기운이다.
그런데 무슨 수로 이를 가능하게 한단 말인가?
[말하지 않았느냐? 이 역시도 불가능하다고.] [……..] [설령 맥이 끊겼다고 알려진 흡성대법을 익힌 자가 있어서 네 진신음기를 흡수하여 한순간이나마 끊어버릴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이 있겠지만 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느냐? 천음절맥의 그 엄청난 양의 진신음기를 흡수하는 순간 그 자는 체내가 전부 얼어붙어 죽게 될 텐데 말이다.]그렇기에 사부님은 천음절맥을 완벽하게 고칠 방법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 남자 자신의 진신음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사부님조차 그 한기가 지독하여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말이다.
-슈우우우우우!
이 남자 정말 괜찮은 건가?
의아해하던 그녀가 젖혔던 고개를 올리면서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한기로 인해 흡수하면서 체내가 얼어붙을 것만 같은 고통을 느낄 터인데, 목경운은 말없이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묵묵히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이런 그의 모습에 위소연은 순간 기분이 묘해졌다.
‘이 남자……’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자신의 진신음기를 흡수하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기운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을 텐데 말이다.
‘왜……목숨을 걸려는 거야?’
위소연은 진심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타인을 위해서 목숨을 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생(一生)이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한 번뿐인 인생을 누군가에게 바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희생과도 같았다.
‘목경운……’
너 목숨을 걸 만큼 나를 원하는 거냐?
정말 그런 것이냐?
목경운을 바라보는 위소연의 눈빛은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그것은 명백히 호감에 가까워졌다.
물론 이런 그녀의 심경 변화와 다르게 목경운은 그저 결이 다른 이 새로운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역시인가.’
목경운이 가진 현 기운의 중심은 마기(魔氣)였다.
그러나 그 시작은 죽은 자들의 기운이라 할 수 있는 사기(死氣)에서 비롯되었다.
죽음이 지닌 음한 기운과는 그 결이 다르기는 했으나, 진신음기가 이것에 비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슈우우우우우!
하나 진신음기는 양기와 다르게 체내에서 흩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이 진신음기라는 새로운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된다.
이 기운만 완전히 흡수할 수 있다면 기존에 화경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가지게 된 기운보다 배가 되게 될 것이다.
목경운은 착(着)의 식(式)으로 더욱 빠르게 그녀의 기운을 흡수해갔다.
그리고 그것이 거의 극에 치닿게 되었을 때,
‘지금이다!’
위소연은 일순간 중완혈에서 올라오던 천음절맥의 진신음기가 일시적으로 마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목경운이 계속 중완혈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기에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후우.”
위소연이 운기법을 통해 단전의 기운을 순환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막혀있던 절맥들을 향해 남아있는 모든 기운들을 동시에 보냈다.
-파파파파파파파!
막혀있던 맥들과 부딪치는 그녀의 진기들.
온몸의 핏줄이 끊어질 것만 같은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하으으윽!”
위소연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눈앞에 조금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목경운을 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나도 할 수 있어.’
-뿌득! 뿌득!
그녀의 주요 혈자리들이 불룩해지며 소리가 나왔다.
막혀있는 절맥들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기로 넘쳐났던 그녀의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이내 나신이 된 몸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콰득!
그리고 일순간 막혔던 모든 절맥이,
-파파파파팍!
뚫렸다.
그와 함께 착의 식으로 인해 메말랐던 기운에 변화가 생겨났다.
폭주하던 기운이 제어가 되어갔다.
‘기운이?’
목경운도 이를 감지했는지 착의 식을 멈춰서 진신음기를 흡수하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흡수한 기운들을 역혈운기법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 들어갔다.
서로가 중요한 순간에 접어들자,
‘기회다.’
청령이 목각 인형에서 나와 현신했다.
계속해서 빙의하기 최적의 상태를 기다렸던 그녀였다.
맥을 완전히 뚫게 되어 천음절맥을 극복하게 된다면 위소연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지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지금 육신을 취해야 했다.
-스르르륵!
그렇게 청령이 위소연의 체내로 스며들어갔다.
그런데 몸이 절반 정도 겹치는 순간,
‘!!!!!!!’
청령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더니 이내 청령이 발버둥을 치듯이 위소연의 육신에서 빠져나오려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위소연의 몸이 청령의 끌어당기기라도 하듯이 몸에서 영체가 흡착되려고 했다.
-큭!
이로 인해 청령은 일순간 영력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파아아앙!
격이 남령(藍靈)에 이르는 그녀였기에 엄청난 영력이 발휘되었고, 그 덕분에 청령은 흡착되는 것을 피하고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겨우 빙의가 되는 것을 피한 청령이 굳은 표정으로 위소연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뭐야?’
저 육신……..뭔가 이상하다.
이건 빙의와는 뭔가 다른 현상이었다.
마치 저 육신에 자신의 영체가 뿌리를 내리려고 했다.
본래라면 원래 있던 주인의 혼과 부딪쳐야 하는데, 오히려 흡착되려고 하다니 너무나도 기이했다.
이에 놀란 청령은 여기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중생 계집 도대체…..’
-흠칫!
그 순간 청령이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성가신 놈이네.’
또 다시 방대한 주력(呪力)이 사방으로 퍼지며 자신의 존재를 감지해냈다.
멀리서도 일순간 끌어올렸던 영력을 감지할 정도라면 정말 보통 방사가 아닌 듯 했다.
아무래도 곧 이곳으로 들이닥칠 것 같다.
-중생……아!
서둘러 자신을 다시 목각인형에 봉해달라고 하려 했는데, 목경운은 지금 흡수한 진신음기를 흡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에 결국,
‘일단 피해야겠어.’
놈이 이곳으로 오게 되면 상당히 껄끄러운 일이 벌어질 듯 했다.
다른 곳으로 유인한 후에 모습을 숨겨야 겠다.
-스르르륵!
이내 그녀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동북쪽 방향으로 향했다.
청령이 사라지고 나서 그리 얼마 지나지 않아 목경운은 흡수했던 진신음기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
체내에 마기(魔氣), 독기(毒氣), 진신음기 등의 삼종(三種)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었다.
덕분에 전신에 기운이 충만해 개운했다.
‘괜찮군.’
이 정도 기운이라면 대공자 나율량과 충분히 겨뤄볼 만 할 듯 했다.
목경운은 가부좌를 풀고서 자신의 앞에 나신으로 누워있는 위소연을 바라보았다.
“하아…..하아……”
공교롭게도 마침 모든 절맥을 뚫어내고 천음절맥의 기운을 완전히 통제하는데 성공한 그녀였다.
절맥을 뚫게 되면서 노폐물이 전부 빠져나온 그녀의 몸은 윤기가 가득했다.
하나 많이 지쳤는지 머리카락과 얼굴,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호흡이 아직까지 거칠었다.
‘절맥……절맥을 뚫었어.’
위소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금문요결로도 제어가 안 될 정도로 천음절맥이 폭주하게 되면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안고 살아가던 그녀였다.
그녀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
천음절맥이 더 이상 폭주할 일도 없기에 그녀는 최고의 신체를 얻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위소연의 얼굴이 미소가 번졌다.
그러는데, 그때 그녀의 눈앞에 누군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어떻게 몸은 괜찮나요?”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헙!”
순간 나신의 상태로 자신에게 괜찮냐고 묻는 목경운의 모습에 위소연은 현재 자신 역시도 나신의 상태임을 인지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순식간에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위소연이 황급히 자신의 가슴을 두 팔로 감싸며 가렸다.
‘응?’
이런 그녀의 반응에 목경운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뭐지?
청령이 육신을 차지한 게 아닌가?
반응이 뭔가 청령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의아해하는데 이내 위소연이 새빨개진 얼굴로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너…..너 괜찮은 것이냐?”
“네?”
“진신음기를 흡수했는데 괜찮냔 말이다.”
이런 그녀의 물음에 목경운은 순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눈앞의 그녀는 위소연이었다.
청령이 빙의해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청령?
이에 목경운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기감을 열고서 청령을 찾았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 거지?
그러는데 위소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러지? 어디 잘못된 거냐?”
이런 그녀의 물음에 목경운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그보다 계획이 뭔가 틀어졌다.
위소연의 몸에 청령이 빙의해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기운이 상당히 멀어져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그러는데 위소연이 재차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냐?”
“네. 괜찮다니까요.”
그러자 위소연이 여전히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면서도 안도하며 말했다.
“다행이다.”
은인이나 다름없는 목경운이 무사하길 바랐던 그녀였다.
그런데 목경운이 그 엄청난 한기를 흡수하고도 살아남았다니 진심으로 다행이라 여겼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쿵! 쿵! 쿵!
심장이 왜 이러는 거지?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