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71)
-파앙! 파앙!
무언가 보이지 않는 막에 의해 토루의 발굽이 막히고 말았다.
‘이게 뭐지?’
막(膜)에서 주력이 느껴진다.
그때였다.
“이봐요!”
‘!?’
웬 시녀 복장을 한 예쁘장한 단발의 소녀가 한 손에 수인을 맺은 채, 목경운에게 손짓을 하며 황급히 말했다.
“당장 따라와요!”
“누구?”
“지금 그걸 따질 때예요? 서둘러요!”
이런 소녀의 말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주력은 거의 방월(方月)의 수준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한데 이 소녀, 어째서 이런 복장을 하고 있는 거지?
의아해하던 목경운이 위를 쳐다보았다.
-크워어어어어어!
-파앙! 파앙!
요수(妖獸) 토루가 포효를 내지르며 발굽으로 막을 뚫으려 했다.
목경운이 속으로 혀를 찼다.
이미 일이 커져서 놈을 죽이기는 그른 듯했다.
이 정도 소란이면 주변에서 몰려오고 조만간에 난리가 날 것이다.
이에 목경운이 소녀에게 말했다.
“알겠어요. 한데 어디로 따라오라는 거죠?”
이런 목경운의 말에 소녀가 한 손으로 수인을 유지한 채, 다른 한 손으로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을 손가락에 끼우더니 이내 소녀가 허공에 대고 회전시켰다.
-스스스스스!
‘아?’
그러자 놀랍게도 허공에서 연기 같은 것이 흘러나오며 그것이 둥그런 입구 같은 것을 만들어냈다.
“얼마 유지 못 해요. 서둘러요.”
그 말과 함께 소녀가 먼저 그 둥근 입구로 들어갔다.
이에 목경운도 의아해하다가 소녀의 뒤를 따라 그곳에 들어갔다.
-스르륵!
그러자 이윽고 연기가 흩어지며 입구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얼마 있지 않아 절묘하게 1층 바닥으로부터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모래 알갱이들이 일제히 위로 솟구치며 목경운이 있던 곳을 가득 메웠다.
-파파파파파파팍!
* * *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고 있던 방사 조태청의 입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놈 봐라?”
그 목소리는 상당히 쉬어있었다.
방사 조태청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감히 자신을 노린 대가를 치르게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방사였던가?’
아래에서 일순간 상당한 주력이 느껴졌었다.
이 정도면 거의 방월의 수준에 이를 만큼 실력이라 볼 수 있었다.
하면 설마 이것도 방술이었나?
-슥!
조태청이 자신의 뒷목을 만졌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이물감.
그것은 흘러내리는 핏물이 손바닥에 묻어났기에 느껴지는 것이었다.
-으득!
조태청이 이를 갈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전환하지 않았다면 네놈은 그대로 목이 잘려 죽었을 거다.”
이런 그의 말에 조태청의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마치 분노에 반응을 하듯이 말이다.
콧방귀를 뀐 조태청이 바닥에 뚫린 구멍을 쳐다보았다.
‘그놈인가?’
자신을 지키는 데 힘을 쓰느라 놈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조태청이 구멍을 쳐다보며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하······.”
대체 이놈 뭐지?
구사당에서 원혼이라는 변수 덕분에 시공전만역법에서 풀려났다고 하나, 그전까지 모든 감각과 의식을 빼앗겼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데 곧장 이곳으로 찾아오다니?
설마 의식이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그 원혼 때문에 알아차린 건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확실한 것은 놈이 구사당에서의 일을 인지하고서 자신을 노렸다는 점이었다.
하면 이놈을 빨리 찾아내야 한다.
보통 놈이라면 섣불리 자신을 노리지 못할 텐데, 이렇게 대담한 짓거리를 벌이는 걸 보면 상당히 성가신 놈이다.
그러는데 누군가 황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와 모습을 드러냈다.
“괜찮으십······.”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키는 경계 무사였다.
갑작스러운 굉음에 놀라서 위로 올라온 무사가 조태청의 얼굴을 보고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마에 그건 대체···.”
“이런이런··· 봤구나.”
“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푹!
“컥!”
경계 무사의 가슴을 뚫고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가슴이 꿰뚫린 무사는 찢어질 듯이 커진 눈으로 숨을 헐떡이다가, 이내 힘이 다했는지 고개를 떨궜다.
이런 그를 차갑게 바라보던 조태청이 이내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놈을 찾아라.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거다.”
-펄럭!
그 명이 떨어지자 거대한 날갯짓 소리와 함께 주변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사라졌다.
* * *
-스르륵!
‘음?’
연기처럼 흩어지며 사라지는 입구를 보며 목경운이 의아해했다.
여러 방술을 익혔으나 이런 술법은 처음이었다.
신기해하는데 뒤에서 소녀가 말했다.
“당신 정체가 뭐예요?”
그 물음에 목경운이 고개를 돌렸다.
시녀 복장을 하고 있는 단발의 소녀가 팔짱을 끼고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서 쳐다보고 있었다.
이에 목경운이 주변을 쳐다보았다.
“여긴?”
“부엌이에요.”
대답을 하지 않아도 이곳이 부엌이라는 것 정도는 알 것 같다.
아궁이에 벽마다 걸려있는 철냄비하며 식도까지 누가 봐도 이곳은 부엌이었다.
“네. 그렇네요.”
“고작 그렇네요가 다인가요? 기껏 해연축지를 경험하고도··· 아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보다 제가 먼저 당신 정체를 물었는데······ 어음. 그런데 당신 되게 잘생기셨네요?”
“네?”
두서가 없는 소녀의 말에 목경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소녀가 목경운에게 다가와 서슴없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뭐냐? 이 중생 계집은?
청령이 뭔가 탐탁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에 목경운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계속 그렇게 쳐다보실 건가요?”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좀 보면 안 되나요?”
“······.”
너무 당당한 태도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 기감을 집중하고서 주변에 다가오는 자들이 있나 기척들을 확인했다.
그런데 주변에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는데 소녀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아아. 아쉽다. 아쉬워. 얼굴 관상이 약관도 되지 못하고 단명할 팔자네요.”
“네?”
“단명할 팔자시라고요. 목이 부러지거나 아님 잘릴 팔자네요. 그게 아니었으면 딱 제 낭군감인데.”
그 말과 함께 소녀가 쑥스럽다는 듯이 두 손으로 상기된 얼굴을 가리며 키득거렸다.
이런 그녀의 종잡을 수 없는 태도에 청령이 짜증을 냈다.
-이 중생 계집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그런가요?
목경운의 눈에는 그저 톡톡 튀는 소녀처럼 보였다.
물론 소녀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굴곡진 몸매를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얼굴이 상당히 귀여운 상인데, 얼핏 보면 17세에서 18세 정도로 보였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듯했다.
그때 소녀가 말했다.
“아무튼 당신 정체가 뭐예요? 복장을 보면 원살각 사람은 아니겠고 그냥 일반인 같은데, 그게 왜 당신을 노린 거죠?”
“그거라면?”
“그거요? 아아···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하지? 일반인한테 이런 거 설명하려면 되게 귀찮고, 잘 믿지도 않아서 힘든데.”
“그냥 얘기해주시면 제가 알아서 받아들일게요.”
“어려울걸요. 원래 평범한 사람은 이런 걸 받아들일 수 없거든요.”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 방금 전의 그 연기로 만든 입구를 통해 당신을 따라올 이유도 없었을 텐데요.”
“아! 그렇네요? 뭘 믿고 절 따라온 건가요?”
“······.”
본인이 따라오라고 하지 않았나?
상당히 오락가락하는 성격의 소유자인 듯했다.
이에 목경운이 말했다.
“복장은 시녀 복장인데 아까 전 그 술법도 그렇고 혹시 방사인가요?”
“어? 당신 일반인이 아닌가 보네요?”
이런 그녀의 물음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조금은 알아요.”
“조금요? 고작 입문 수준에 불과한데 그게 당신을 노렸다고요?”
“그거라면 아까 전 그 이매망량을 말하는 건가요?”
“······조금이 아니잖아요. 당신 역시 이쪽 계통 사람이 맞군요?”
“이쪽 계통?”
“네. 이쪽 계통요. 그게 당신을 노린 걸 보면 원살각 출신은 아니죠?”
알아듣기 힘들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투였지만, 목경운은 이 물음을 통해 두 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쪽 계통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방술을 다루는 자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원살각 출신이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아까 전의 사태에서 자신을 도왔을 리가 없었다.
이에 목경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니에요.”
엄밀히 말한다면 죽은 원살각의 현 각주인 조의공의 제자였기에 이곳 출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분위기에서 그렇다고 하면 오히려 이 소녀의 경계를 살 듯했다.
이런 목경운의 대처는 잘 맞아떨어졌다.
소녀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 다행이네요. 그렇지 않아도 괜히 원살각 내부 다툼에 끼어든 게 아닐까 하고 걱정했거든요.”
“그런가요? 그건 아니네요.”
“그래 보였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그 저주받은 삼안 놈이 당신을 죽이려 들 리가 없죠.”
“삼안(三眼)?”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반문했다.
방금 삼안이라고 했던가?
목경운의 물음에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삼안이요. 아까 곤륜산의 이매망량인 붉은 낙성도 그 삼안 놈이 다루는 식신이잖아요?”
‘!?’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방금 전에 자신이 죽이려고 했던 그 방사, 아니 조태청이 삼안이라고?
목경운은 문득 시혈곡 비고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삼안이라는 게 대체 뭐라는 거죠?]-말 그대로다. 세 눈박이지. 그것은 인간의 태 속에서 탄생하는 이형의 기물. 그것이 태어나면 망조가 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망조?]-한데 참 재미있구나. 상고 시대만 하더라도 삼안은 태어나 하루도 버티질 못하고 죽임을 당할 터인데 말이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삼안을 가진 도복의 방사가 당신을 이곳에 뒀다는 건가요?]-그래. 그놈이 무슨 짓거리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놈이 다녀간 후로 누구도 본좌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 족자 속에 봉인되어 있었던 괴물 너구리와 나눴던 대화였다.
하면 전 원살각주 인서옥의 대제자인 방일 조태청이 그 엄청난 요력을 가졌던 괴물 너구리를 그곳에 가둬둔 장본인이란 말인가?
그때 청령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중생. 이 계집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거 생각보다 상당한 거물을 건드린 듯하구나.
-거물?
-영수(靈獸) 말이다. 그 영수를 봉인할 정도의 방사라면 절대 평범한 자가 아니다. 그 정도라면 방사들의 정점인 방신(方神)이라 불릴 정도의 괴물이다.
-방신?
방사들에게는 그 주력이나 술법의 격에 따라 호칭이 주어진다.
신일월기묘수(神日月技杳輸).
그 중 정점인 여섯 명에게만 내려졌다는 칭호.
그것이 신(神)의 칭호다.
이 칭호를 받은 방사는 고작 해야 중원을 통틀어 여섯에 불과했고 그들이 바로 육방신(六이方神)이었다.
‘방신······.’
정말로 청령의 말대로 조태청이라는 그 방사는 방신의 경지에 이른 것인가?
의아해하던 목경운이 소녀에게 물었다.
“당신이 말한 그 삼안이라는 자는 방신의 경지에 이른 건가요?”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그 물음에 갑자기 소녀가 입술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어떻게 그런 이매망량이나 다를 바 없는 이형의 기물이 저희 스승님과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겠어요?”
“네?”
목경운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스승님과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냐는 그 말은 설마?
“······혹시 스승님께서 방신인가요?”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소녀가 갑자기 어깨를 으쓱하더니 의기양양 해하며 말했다.
“흠흠. 뭐 그렇죠.”
“······.”
설마 했는데 정말이었다.
보통 소녀가 아닐 거라 짐작은 했지만 방사들의 정점인 방신을 스승으로 두고 있다니.
이거 생각보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는데 소녀가 말했다.
“이 계통에서 일하시는 분이니까 아마 잘 아실 거예요. 해선각주 들어보셨죠?”
“해선각주?”
목경운이 이를 알 리가 없었다.
방월 조의공을 통해 기본적인 상식을 배우긴 했으나 어떤 방사 집단이 유명한지, 누가 육방신인지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지만 이를 모르자 소녀가 황당해하며 말했다.
“네에? 정말 모르신다고요? 해선각의 적미노선을요?”
“적미노선?”
“아니. 진짜 모르신다고요? 당신 정말 이 계통의 사람 맞나요? 대체 어느 각 출신이시기에 저희 스승님이 누군지도···.”
“쉿!”
“흡!”
목경운의 말에 소녀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으며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는지 하는데 목경운이 동북쪽 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윽고,
-흠칫!
소녀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 밖에서 아주 희미하게 느껴지는 요력 때문이었다.
이것은 이매망량의 내뿜는 요력이었다.
소녀가 놀란 눈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 뭐야? 나보다도 먼저 이 요력을 알아차렸다고?’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