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80)
일순간에 객당 정원 연회장이 정적으로 물들었다.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광경이 눈앞에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럴 수가?’
하석에 있는 한 남자가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그는 목경운의 식신이 되어 자신의 심복 종임이라는 사내에게 빙의해있는 이악(二岳) 무안검 위맹천이었다.
위맹천은 누구보다 일악 고연후의 무위를 잘 알고 있었다.
직접 겨루기마저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건 충격 이상이었다.
불과 하루 전에 목경운과 겨뤘었기에 그의 실력으로는 오호(五虎)의 일인인 고연후를 이길 수 없다고 확신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무위가 이렇게 상승한 거지?
아니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발전이었다.
고연후가 이렇게 일수에 당할 상대가 아니었다.
‘······이게 대체 뭐야?’
놀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하채린의 몸에 빙의해 있는 호위 고찬 역시도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 결과에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얼마 전에 대로에서 보았을 때와는 비교조차 불가했다.
‘저놈은 정녕 괴물인 건가?’
이 짧은 사이에 어떻게 이 정도까지 강해질 수 있는 거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데 옆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는 자신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오악회의 삼악(三岳) 부멸단의 대단주 호종혁이었다.
호종혁이 이 광경을 보며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이런. 예상외의 복병이네.”
그 역시도 놀란 건가 싶었는데 의외로 표정에서 묘한 호승심이 보였다.
이 반응은 대체 뭐지?
하는데,
“끄으으으!”
그때 바닥에 얼굴이 처박혀 있던 고연후가 두 손을 바닥에 내려치며 반동을 일으켜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나,
-쾅!
목경운이 그런 그의 머리를 다시 짓누르며 안면이 바닥에 처박혔다.
머리를 파르르 떨던 고연후의 몸의 진동이 이내 멎어버렸다.
아무래도 기절한 모양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정적으로 물들었던 연회장이 이내 술렁였다.
목경운이 고연후의 머리통에서 손을 떼고서 허리를 일으키며 회주의 둘째 제자인 장능악을 바라보았다.
이런 목경운을 바라보는 장능악의 눈빛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그저 탐스러운 과실을 바라보는 정도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눈빛에 경계심이 생겨났다.
‘······이놈. 무위가 더 발전했다고?’
고연후의 무위는 같은 오호라 불리는 우호랑과 비교해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한 수위라 여기고 있던 장능악이었다.
그런데 이걸 고작 한 수에 쓰러뜨렸다고?
장능악이 입을 열었다.
“네놈······극에 가까워졌구나.”
-웅성웅성!
‘극?’
‘지금 극이라고 했어?’
그런 그의 말에 하석에 있던 무인들이 술렁였다.
초절정의 극(極).
그것은 최고의 후기지수들이라 불리는 오호(五虎)를 넘어서 간부급의 무위였다.
사곡주, 삼종주, 오왕이라는 직위를 받은 간부 중에서는 초절정의 극에 가깝거나 그에 이르지 않은 자들이 없었다.
그들은 정도무림으로 치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소문파의 장문인 격 혹은 대문파의 최고수 급의 존재들이었다.
이에 저모팔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극이라뇨? 주군 아무리 그래도······.”
“저모팔.”
“호 형?”
“아직 눈치채지 못했나?”
“눈치?”
“저 녀석 상처가 하나도 없다.”
“상처?”
그 말에 저모팔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그도 그런 게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목경운에게 아무런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사악(四岳)인 초연단주 서혜인에게 상당히 격렬한 대결이었다고 들었는데, 목경운의 드러난 부위에서는 조금의 상처도 없었다.
“······이거 보기보다 더 괴물이었구려. 그 우호랑을 상대로 상처 하나 없다고?”
그런 저모팔의 말에 서혜인이 심각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눈앞에서 고 대단주가 한 수에 쓰러졌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
-슥!
어느새 하석에 있는 무인들을 비롯해 상석에 있던 사악 서혜인과 오악 거암권의 저모팔이 진기를 끌어올리며 임전 태세를 갖췄다.
고연후를 한 수에 쓰러뜨린 시점에서 저놈은 후기지수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미 간부에 가까울 정도의 무위를 지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일대일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자는 회주에게 가르침을 받은 주군 장능악과······.
상석에 있는 서혜인과 저모팔의 시선이 의외의 인물에게로 향했다.
그는 바로 삼악(三岳)인 부멸단의 대단주 호종혁이었다.
이들이 왜 이렇게 그를 쳐다보는 걸까?
오호의 일인이자 일악으로 심복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고연후가 일수에 당했는데 왜 이런 시선을 보내는 걸까?
그때,
“뭐야? 그 눈빛들은?”
호종혁이 성가시다는 듯한 말투와 함께 술잔을 들이켰다.
그러는데 장능악이 입을 열었다.
“호종혁.”
“네, 주군.”
“이런 데서 숨겨진 패를 까게 될 줄은 몰랐구나.”
이런 장능악의 말에 귀찮다는 듯이 일관하고 있던 호종혁의 눈빛이 바뀌었다.
뭔가 기세가 무거워지고 날카로워졌다고 해야 할까?
장능악이 그런 그에게 말했다.
“상대할 수 있겠느냐?”
“그럭저럭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승패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방금 전의 움직임이라면 말이죠.”
“그럼 저모팔을 붙여주지. 놈을 제압해서 꿇려라.”
“참 곤란하게 하시는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차피 본 공자의 장원이다. 보여도 상관없다.”
“······.알겠습니다. 명을 받듭니다.”
그 말과 함께 호종혁이 옆에 있던 하채린에게 빙의해 있는 고찬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곧 돌아오마.”
‘끄아아아아!’
그런 그의 말에 고찬이 속으로 경기를 일으켰다.
머릿속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다그쳐도 이놈이 무심하게 던지는 이런 말들은 부담 그 자체를 넘어섰다.
그렇게 호종혁이 뒤에 세워놓은 커다란 도끼의 손잡이를 쥐려 할 때였다.
“쓸데없는 싸움은 그만하는 게 어떨까요?”
목경운이 장능악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장능악이 코웃음을 쳤다.
“충성의 제안도 거절했고 네놈 입으로 수작을 부리러 왔다고 해놓고는 쓸데없는 싸움을 하지 말자라······. 본 공자가 우습게 보이느냐?”
“그럴 리가요. 저는 그저 공자께 필요한 제안을 드리러 온 것.”
“닥쳐라!”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장능악의 일갈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내공이 실려 있었는지, 울려 퍼지는 외침 소리에 하석에 있던 무인들이 일제히 귀를 틀어막았다.
물론 목경운은 아무런 표정 변화조차 없었다.
그런 목경운에게 장능악이 다그쳤다.
“네놈이 대사형과 손을 잡고서 무슨 수작질을 부리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본 공자의 손을 놓은 순간부터 네놈은 적이다.”
“너무 쉽게 정의하시는 게 아닌지요?”
“정의? 웃기지 마라. 네놈이 대사형과 접선한 것을 본 공자가 모를 줄 알았더냐?”
“네. 접선하기는 했지요.”
“그래. 그럼 더는 부정하지 못······.”
“덕분에 나율량 대공자를 적으로 삼게 되어서 곤란하게 되었거든요.”
“뭐?”
이런 목경운의 말에 장능악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막내 사제인 위소연의 수하인 우호랑을 쓰러뜨렸고, 자신의 오른팔인 일악 고연후마저 일수에 쓰러뜨렸기에 당연히 대사형 나율량과 손을 잡았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대사형을 적으로 삼게 되었다고?”
“네.”
눈매가 가늘어진 장능악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지금 본 공자를 상대로 거짓을 고해 속이려는 것이냐?”
“그럴 리가요. 아마도 나율량 공자는 저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을걸요.”
“네놈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다고?”
“네.”
이런 목경운의 말에 장능악이 콧방귀를 뀌었다.
이놈 자신을 상대로 수작을 부리고 있다.
대사형이 어떤 인간인가?
그는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을 인간으로조차 생각하지 않는 냉혈한이었다.
심지어 사제들인 자신들조차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대사형이 고작 네놈 따위를 적으로 생각한다고?
“어리석은 놈.”
“······.”
“네놈은 나율량이라는 인간을 모른다. 그자가 네놈을 적으로 삼을 거라는 그런 헛소리를 본 공자더러 믿으라는 거냐? 차라리 네놈을 벌레로 여긴다고 한다면 그게 더 현실적일 거다.”
-슥!
그 말과 함께 장능악이 삼악 호종혁에게 고갯짓을 했다.
“후우.”
그러자 호종혁이 옅은 숨을 내쉬며 커다란 도끼를 쥐고서 전각을 내려왔다.
도끼를 보자 목경운은 그가 누군지 암종주와의 대화를 상기하게 되었다.
[오호호. 장능악 공자의 심복 중에 가장 건드리면 까다로운 자가 하나 있단다.] [그게 누구죠?] [부멸단의 대단주 호종혁.] [호종혁?] [그래. 오악회 중 삼악(三岳)을 맡고 있다고 들었다.] [삼악이면 세 번째 서열이네요.] [드러난 서열은 그렇지.] [드러난 서열?] [물론 실제 무위가 일악인 고연후나 이악인 위맹천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나 그의 부친의 위명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가지 않는 위치지.] [부친이 누구기에 그러죠?] [파부왕 호태강.] [파부왕? 오왕인가요?]오왕(五王).
천지회를 지탱하는 최상위 간부였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냥 오왕이 아니다. 그는 현 무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알려진 여덟 고수 중 한 사람이다.] [설마······.] [그래 팔성(八星)의 일인이다.]저 사람을 반으로 쪼개버릴 것 같은 커다란 도끼는 파부왕 호태강을 독문무공인 파부천강법을 펼치기 위해 제작되었다고 알려진 멸부(滅斧)이리라.
‘팔성의 가르침을 받은 아들이라······.’
목경운의 눈에 작은 흥미가 일어났다.
육천을 제외한다면 현 무림에서 최고의 고수들이라 불리는 팔성이다.
관심이 아예 없다고 한다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르르르륵!
바닥을 끌면서 걸어오는 삼악 호종혁의 오른팔 근육을 보면 굉장히 비대했다.
저 커다란 멸부를 자유자재로 다루기 위해 발달한 것이리라.
그를 돕기 위해 뒤따르는 오악 거암권 저모팔의 눈빛에 기대감이 서렸다.
‘호 형의 진짜 실력을 보게 되는 건가.’
오악회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그것은 오악회의 일원들과 주군인 장능악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하석에 있는 무인들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드러나지 않은 진짜 일악(一岳)의 존재였다.
‘진(眞) 일악(一岳). 주군의 숨겨진 칼.’
누구나가 최고의 후기지수라 불리는 오호(五虎)의 일인인 고연후를 오악회의 최고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오악회의 진정한 최고의 고수는 바로 호종혁이었다.
그의 진짜 무위는 초절정의 극(極)에 이르렀다.
-부웅!
호종혁이 바닥을 끌던 커다란 도끼, 멸부를 들어서 가볍게 허공에 휘둘렀다.
그저 가볍게 휘두른 것이었는데 강한 풍압이 일어나며 날카로운 기세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역시 대단해.’
풍압만으로 이 정도라면 제대로 무위를 발휘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질 듯했다.
호종혁이 목경운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이봐. 둘이 덤빈다고 너무 원망하지 말라고. 대결이 아니라 그쪽을 제압하는 게 명이라서 말이야.”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이내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빼냈다.
그것은 허리띠에 달고 있던 작은 주머니였다.
“뭘 하려는 거지?
호종혁이 물었다.
이에 목경운이 답하지 않고서 장능악을 보면서 말했다.
“이걸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질지도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전각에 있는 장능악에게 주머니를 던졌다.
“어딜!”
-팍!
무슨 수작을 부릴지도 모른다고 여긴 사악 서혜인이 그것을 대신 받아냈다.
그런데 생각보다 주머니가 가벼웠다.
안에 암기 같은 것이라도 들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듯했다.
“공자 이건······.”
“쓸데없는 것에 신경 끄거라. 어서 놈을 제압해라.”
장능악은 이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호종혁과 저모팔에게 명을 내렸다.
그러기가 무섭게 호종혁이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리는 것과 함께 거대한 도끼 멸부를 목을 향해 휘둘렀다.
-부웅! 촤아아악! 콰직!
멸부가 허공을 가르자 이내 풍압과 함께 예기로 인해 연회장의 탁자가 갈라졌다.
덕분에 구경을 하던 하석의 무인들이 갈라지며 물러서야 할 정도였다.
장능악이 이를 보며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초절정의 극에 오른 호종혁에다가 저모팔까지 붙여놨으니 놈을 제압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감히 본 공자를 우롱해?’
어디 그 살 껍질을 벗겨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보자.
그러던 차였다.
“고······공자?”
그때 사악 서혜인이 장능악을 불렀다.
저들의 대결에 신경 쓰고 있는 장능악이 귀찮다는 듯이 답했다.
“이따가 얘기해라.”
“소, 송구한데 그 전에 이걸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이따 얘기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공자!”
“지금 본 공자의 말을 무······.!?”
서혜인을 다그치려고 했던 장능악의 표정이 이내 굳어졌다.
그것은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무언가 때문이었다.
이는 다름 아닌 눈알이었다.
동공이 검지 않고 은빛이 서려있는 눈알을 보는 순간 장능악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바로 대사형 나율량의 모습이었다.
[역시 벽력권왕답구려. 본 공자에게서 이것까지 쓰게 할 줄이야.]나율량의 목소리와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벽력권왕 원병학과의 대련에서 갑자기 오른쪽 눈동자의 동공이 은빛으로 물들었었다.
그 이후 대결의 양상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찰나에 이를 떠올린 장능악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이 눈알 너무 낯익다.
‘설마?’
이건······.
바로 그때였다.
-콰앙! 챙그랑!
연이어지는 굉음 소리에 장능악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
그곳에 바닥에 엎어져서 목경운의 발에 머리를 짓밟혀 있는 오악 저모팔과 양쪽 도끼날 중 한 부위가 부러져서는 비틀거리며 밀려나 있는 호종혁이 보였다.
이 모든 게 잠깐 눈을 뗀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