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84)
“흐음?”
동시에 손을 든 하채린의 몸에 빙의한 고찬과 종임의 몸에 빙의한 위맹천을 보며 목경운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자 각자가 손을 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고찬도 그렇고 위맹천도 서로 심기가 불편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그들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두 분 모두 이 몸을 가지고 싶으신가 보군요.”
그 말에 위맹천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반드시 원합니다. 부디 제게 이 몸을 주십시오.”
“잠깐, 그건 안 되지. 서로 통성명을 생략하긴 했지만 찬물도 위아래가 있거늘 늦게 들어온 신입 같은데 누구 마음대로 이 몸을 노린다는 겐가?”
자신은 목경운이 천지회에 끌려오기 전부터 식신이 된 처지였다.
막 들어온 신입 식신 주제에 어디서 고참이 먼저 젓가락을 들기도 전에 먼저 손을 대려 한단 말인가?
그런데,
“계집은 빠져라.”
위맹천이 날이 선 목소리로 고찬에게 역정을 냈다.
그 모습에 고찬이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뭐? 계집? 지금 누구더러 계집이라는 게냐?”
“네년을 말하지. 누굴 말한다는 것이냐? 계집 주제에 쓸데없이 욕심내지 말고 그 몸에 만족······.”
“야!”
고찬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안 그래도 여자인 하채린의 몸에 빙의해 있느라 매 순간이 힘겨웠던 그였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심기를 건드려?
“너 이 새끼 내가 이 몸에 있고 싶어서 있는 줄 알아?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어디서 계집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 게야? 한 번 죽어볼 테야?”
“후우. 계집. 더 이상 나를 자극하지 마라.”
“자극? 이 자식이 진짜 눈에 보이는 게 없나? 그래. 그럼 한 번 해보자 이 자식아.”
-슥!
고찬의 손가락에 어느새 바늘 암기가 들렸다.
꽤 오랫 동안 하채린의 몸에 빙의해 있느라 그녀의 몸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였다.
이제는 절정의 무위를 지닌 이 몸을 10할 이상 활용할 자신도 있었다.
-스릉!
이런 고찬과 마찬가지로 위맹천 역시도 검을 반쯤 뽑아 들었다.
원래 몸보다 훨씬 무위가 떨어지기는 하나 원래의 감각이라는 게 있었다.
적어도 눈앞의 계집을 제압할 자신 정도는 있었다.
그러는데,
“적당히들 하시죠.”
그런 그들의 귓가에 목경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의식적으로 목경운을 힐끔하고 쳐다본 그들의 표정이 이내 굳어졌다.
웃고는 있었지만 목경운에게서 흘러나오는 방대한 주력이 언제라도 그들을 덮칠 것처럼 압박해오고 있었다.
이에 금방이라도 싸울 것만 같던 고찬과 위맹천이 이내 무기를 거둬들였다.
자존심을 부리고 싶어도 식신인 그들은 주인의 명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선택권을 드리려 했지만 그냥 제가 정하는 편이 낫겠군요.”
-쿵!
그 말에 위맹천이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모으며 간청했다.
“주인님. 제발 장능악 공자의 몸을 제게 주십시오.”
그 모습이 매우 간절해 보였다.
이에 목경운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굉장히 바라시는 것 같네요? 장능악 공자가 더 윗사람이라서 그런 건가요?”
“······.”
목경운의 물음에 위맹천은 차마 속내를 밝히지 못했다.
얼핏 보면 목경운의 물음처럼 오악회의 일원인 호종혁보다 장능악 공자가 윗사람이니까 원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에겐 그건 큰 의미가 없었다.
그저 한때 자신의 모셨던 주군을 이렇게나마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이걸 밝히면 이 괴물 같은 자가 싫어하겠지?’
그렇기에 본심을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계집 따위가 옛 주군의 몸에 빙의되는 꼴은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는데,
“주인님.”
고찬이 눈물을 글썽이며 목경운에게 달라붙었다.
“약조하시지 않았습니까? 괜찮은 몸이 있으면 옮겨주시기로.”
“아아. 그랬었죠.”
“더는 이런 몸에는 못 있겠습니다. 하니 제발 저 몸을 제게 주십시오.”
팔을 붙들고서 몸에 붙여가며 애원하는 고찬의 모습에 위맹천이 어처구니가 없어 하며 소리쳤다.
“계집! 어디서 끼를 부리는 것이냐?”
“끼? 지금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끼를 부리기는 누가 끼를······.”
“지금 하는 짓이 끼를 부리는 게 아니면 뭐라는 것이냐?”
“뭐?”
순간 고찬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말았다.
‘이, 이런······.’
그래서인지 화들짝 놀라서 목경운의 팔을 놓고 말았다.
그간 사고하는 것을 포기하고서 여자로서 생활했던 것에 너무 적응했던 모양이었다.
원래라면 하지도 않을 짓을 해버렸다.
‘빌어먹을. 너무 몰입했어.’
너무 쪽팔린 나머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런 그의 모습에 목각인형 안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청령이 마구 웃어댔다.
-푸하하하하핫. 이놈 완전 계집이 다 됐구나.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혼이 이성의 육신에 들어가면 본인이 의식하지 않아도 상당히 영향을 받는 모양이었다.
“계속 그 몸에 있어도 나쁠 것 같지 않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고찬이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애원했다.
“아이고. 안 됩니다. 주인님······. 약조하시지 않았습니까? 다시 남자의 몸으로 옮겨주시겠다고 말입니다.”
‘남자? 설마?’
위맹천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찬을 쳐다보았다.
이 계집 왜 이렇게 분수에 맞지 않게 남자의 몸에 빙의하려나 했는데,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단 말인가?
이를 알게 되자 위맹천이 벌레 쳐다보듯 고찬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혼이 되기 전부터 호종혁이 자신의 여자인 것마냥 저 계집을 옆에 끼고 다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지, 계집이 아니라고 했잖아.’
그래서인지 위맹천의 눈빛은 경멸에 가까워졌다.
위맹천이 목경운에게 다시 간청했다.
“주인님. 어차피 이 자의 목적이 그냥 남자의 몸으로 들어가는 거라면 호종혁의 육신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그럼 장능악 공자의 몸을 제게······.”
“아니! 내가 이 몸에 들어갈 거다.”
“이 변태 같은 놈이 어딜 감히······.”
“변태라니! 누가 변태란 말이더냐? 주인님. 이놈의 말은 무시해주십시오.”
고찬이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변호했다.
고찬은 어떻게든 장능악 공자의 몸에 빙의하기를 원했다.
저놈에게 장능악의 몸을 빼앗기고 그 아랫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상황이 펼쳐져 봐라.
그럼 저놈이 시키는 대로 뭐든 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것만은 무조건 막아야 했다.
“주인님. 이런 변태 같은 놈에게 중차대한 위치에 있는 장능악 공자의 몸을 맡기길 겁니까? 오랫동안 장능악 공자를 곁에서 지켜본 제가 더욱······.”
위맹천 역시도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장능악의 몸을 사수하려 했다.
이런 두 사람의 열변에 목경운이 성가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데 청령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네놈이라고 다 잘하는 건 아니구나.
-네?
-하긴 아랫사람을 다뤄봤어야 이런 일에 대처를 할 수 있지.
-생각이 있으신가 보네요?
-생각이 아니라 아랫사람을 다루는 것에도 법도라는 게 있다.
-법도요?
-그래.
-그게 뭐죠?
-서열을 확실히 해줘라.
-서열······.
-하나하나는 네 명령에 복종할지 몰라도 체계가 잡혀야 조직이 돌아가는 법이다. 그리고 그 체계에는 위계질서라는 게 있다.
-아아······. 역시 경험이 많으시군요. 아랫사람들을 많이 다뤄봐서겠죠?
-······크흠.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위맹천.”
“네!”
장능악의 몸을 가지기 위해 열변을 토하던 위맹천이 이를 멈추고서 답했다.
그런 그의 대답에 고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위맹천이라고? 이악 위맹천?’
이놈의 진짜 정체가 궁금하긴 했었다.
그런데 설마 그가 죽은 위맹천일 줄은 몰랐다.
하면,
‘······진짜 대담하네.’
위맹천을 죽인 범인이 다른 회주의 제자 일파가 아니라 목경운이었던 것이었다.
호종혁의 옆에만 붙어있던 고찬은 당연히 그들의 짐작대로 위맹천은 대공자 나율량이나 막내 제자 위소연 측에서 죽였으리라 짐작했었다.
그런데 목경운의 손에 죽어서 식신이 되어 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 왠지 불안해진다.
위맹천이라면 누구보다 장능악과 이 오악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위치라면 목경운이 자신이 아닌 위맹천에게 장능악의 육신을 줄 것 같았다.
한데,
“여기 고찬 호위는 제 오른팔이나 다름없으니 윗사람으로 대우하세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고찬의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위맹천 정도면 죽었다고 하나 지금 상황에서는 굉장한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생전에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였지 않나.
그런 자더러 자신을 윗사람으로 대우하라고?
아니 그리고······.
‘오른팔이라고?’
-꿀꺽!
고찬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 괴물 같은 녀석에게 자신은 그저 언제든지 쓰다 버릴 패에 불과하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니 여태까지 고생했던 게 살짝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고찬은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의기양양해졌군.’
그런 고찬의 모습에 위맹천이 이를 악물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저런 놈을 윗사람으로 대우하라니 억장이 터졌다.
그러나,
“왜 답이 없으시죠? 설마 그냥 소멸되고 싶으신 건가요?”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목경운의 이 말에 위맹천이 화들짝 놀라서 손사래를 쳤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았다.
더군다나 이미 원혼이 된 몸이라 이 상태에서 소멸된다면 정말로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팍!
“윗사람으로 모시겠습니다.”
분에 겨웠지만 위맹천은 목경운의 명대로 고개를 숙였다.
이를 보며 고찬이 입술을 실룩거리며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비살문 출신이라고는 하나 고작 하급 살수로 은퇴한 자신이 천지회 소속의 위맹천 같은 훗날 거물급이 될 초고수에게 윗사람 대우를 받게 되다니.
‘흐흐흐.’
참 인생 모를 일이었다.
* * *
‘크흡.’
장능악, 아니 그에게 빙의한 고찬이 기쁨을 넘어서 감격을 금치 못했다.
여자인 하채린의 몸에 빙의하면서 점차 성 정체성마저 잃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하루하루가 쪽팔리고 힘에 겨웠던 그였다.
그런데 그것을 버틴 보람이 있었다.
다시 남자의 몸으로 돌아오니 당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몸은 어떤가요?”
목경운이 그런 그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고찬이 겨우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정말······최고입니다.”
어떤 말로도 형용하기 어려웠다.
절정의 고수인 하채린의 몸에 들어왔을 때도 고작 이류에 불과했던 자신이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을 가지게 되어 유일하게 그 부분만큼은 만족했었다.
그런데 장능악의 몸은 애초에 비교 불가였다.
‘대단해. 어떻게 이런 몸이 다 있지?’
초절정의 극에 이른 장능악의 육신은 말 그대로 괴물이라 할 만했다.
하채린이 가지고 있는 내공은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만큼 이 육신은 정말 강했다.
‘한데······.’
이런 엄청난 육신을 손쉽게 제압한 목경운을 보니 새삼 더 괴물 같다고 느껴졌다.
불과 한 달 전에만 해도 무공의 무도 모르던 녀석이 아니던가.
정말 괴물 그 자체였다.
“그쪽은 괜찮나요?”
목경운이 이번에는 호종혁의 몸에 들어간 위맹천에게 물었다.
그러자 위맹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맹천 역시도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숨겨진 진짜 일악 호종혁이 강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육신을 차지하고 나니 그 강함은 자신의 예전 육체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였다.
같은 초절정이라고 해도 초입과 극의 차이는 정말 극명했다.
‘호종혁······. 정말 대단하군.’
마음만 먹었다면 언제든지 오호(五虎)의 일석을 차지할 수준이었다.
이 몸으로 오호 중 단연 최고라 불리는 그자와 겨룬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다행히 육신이 어느 정도 맞나 보구나.
-그렇네요.
육신이 강할수록 원혼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우려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고찬도 위맹천도 육신에 잘 안착한 듯했다.
이 세력의 수장인 둘째 공자 장능악과 숨겨진 이인자인 호종혁의 몸을 차지했으니 이곳을 통제하는 데는 무리가 없으리라 보았다.
-한데 청령은 정말 괜찮나요? 저 여자의 몸이라도 취하는 건······.
-됐다. 저 계집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목경운은 청령에게 오악회의 사악인 서혜인의 몸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청령이 이를 거부했다.
육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본인이 거부하니 별도리가 있겠는가.
-그보다 저 계집은 어찌 처리할 거냐?
청령의 말에 목경운의 시선이 자연스레 쓰러져 있는 하채린에게로 향했다.
비살염객의 후계자인 그녀의 몸에서 고찬이 빠져나오면서 육신이 빈 상태가 되었다.
‘흐음.’
목경운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간 고찬의 빙의체로서 용이하게 써먹었긴 하나 이제 더는 필요 없기는 했다.
천지회 내에서 더 써먹을 수 있는 패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목경운은,
-뭐 그럼 죽이죠.
빙그레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하채린을 죽이기 위해 다가갔다.
그러자 자신의 새로운 육체에 흡족해하고 있던 고찬이 화들짝 놀라서 다가와 말했다.
“죽이시려는 겁니까?”
“네. 당장에 써먹을 곳도 없으니······.”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지 않겠습니까?”
이런 고찬의 말에 목경운이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물었다.
“왜 아깝다는 거죠?”
“그, 그게······.”
“혹시 이 몸에 오랫동안 있어서 정이라도 들었나요?”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이렇게 말하는 것과 달리 하채린의 몸에 오랫동안 있었기에 그 기억을 전부 읽었기도 해서 그런지 묘하게 그녀가 자신처럼 느껴지는 고찬이었다.
그렇기에 강하게 부정은 했지만 뭔가 그녀를 그냥 죽이기가 찝찝했다.
뭔가 자신을 죽이는 기분이랄까.
“그럼 그냥 죽여도 상관없지 않나요?”
“그······그 말씀도 맞지만 그래도 사대살수 집단인 비살문의 후계자인데.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지 않을까 해서······.”
“흐음.”
그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딱히 비살문의 후계자라 해도 당장에 써먹을 만한 패도 아닌데, 굳이 살려줄 필요가 있을까?
그러다 뭔가 조마조마하게 쳐다보는 고찬을 한 번 보고는 피식하고 웃더니 말했다.
“써먹을 수 있게 굴복시킬 수 있겠나요?”
“해보겠습니다.”
“만약 안 되면 알아서 처리하세요.”
“알겠······.”
고찬이 대답을 하려던 찰나였다.
빙의해있던 고찬의 원혼이 빠져나가고 나서 다시 혼이 정상으로 안착된 하채린이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떴다.
“흐헉!”
하채린이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 여긴 대체?”
주위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녀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녀가 떠올린 마지막 기억은 갑자기 바닥에서 튀어나온 수십여 개의 피에 물든 손들이 자신을 붙잡고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그 후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대체 어찌 된 영문이지?
“깨어났나 보군요.”
익숙한 목소리에 하채린이 고개를 돌렸다.
“너!”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비살문의 문주가 되기 위한 백일백살의 마지막 제물인 그가 눈에 띄는 순간 하채린은 본능적으로 완환에 있는 영인비침을 날렸다.
-푸슈슈슈슈슈!
그런데,
‘엇?’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날아가던 영인비침들이 허공에서 그대로 멈춰버린 것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당혹스러워하는데 목경운이 가볍게 고갯짓을 하자,
-투투투투툭!
허공에 멈춰진 영인비침들을 바닥으로 전부 떨어져 버렸다.
‘!!!!!!!’
그 광경에 하채린은 어찌나 놀랐는지 두 동공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
대체 얼마나 심후한 내공을 지녔기에 손도 대지 않고서 자신이 날린 비침들을 진기로 막은 거지?
당혹스러워하는 그녀를 전혀 개의치 않는지, 목경운이 고개를 돌려 고찬에게 웃으며 말했다.
“굴복시킬 수 있겠나요?”
“해보겠습니다!”
“통제가 안 되면 얘기하세요. 생각해보니 규소하의 육체로 써도 괜찮을 것 같긴 하군요.”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