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9)
6화 악(惡)이 깃든 (2)
“너, 너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런 그의 물음에 목경운의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과연 뭘 했을까요?”
-오싹!
분명 입가는 웃고 있었다.
한데 죽은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는 눈동자.
이를 본 조일상은 난생 처음으로 섬뜩함을 느꼈다.
‘이놈…….정말 그 목경운이 맞아?’
그가 알고 있던 목경운은 목가의 형제들 중에 가장 형편없는 녀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데 이런 모습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평범한 인간이 아닌 뭔가 궤를 달리하는 존재를 앞에 두고 있는 느낌이다.
그때 목경운이 그의 앞으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많이 떨리나보네요. 뭐……걱정마세요. 원래 방식대로라면 어디 한군데를 자르고 시작했을 텐데, 지금은 모취산을 쓴 거니까요.”
“모취산?”
조일상의 반문에 목경운이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긴 참 좋은 곳이네요.”
“뭐?”
“전에는 필요한 약재가 있으면 산을 샅샅이 뒤지며 구하러 다녀야 했는데, 이렇게 약재가 넘쳐나니 필요에 따라서 얼마든지 조합할 수 있으니까요.”
“약재를 조합하다니? 내게 뭘 한 거야?”
“별 건 아니고 약으로 쓰는 비귀와 영마산, 영초 뿌리를 갈아서 잘 배합하면 여기 이 머리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 전부 마비시킬 수 있거든요.”
‘!?’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목경운.
그런 목경운의 모습에 조일상은 떨리는 눈으로 침을 삼켰다.
이 녀석 대체 뭐지?
언제부터 이런 약재 지식을 가지고 있던 거지?
의아해하는 목경운이 무릎을 살짝 굽히고서 그와 시선을 마주하더니 머리를 움켜쥐며 말했다.
-꽉!
“사실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죠. 그보다 둘째인 목은평 형님이 당신을 왜 보냈는지가 중요하죠.”
이런 목경운의 말에 조일상이 입을 다물었다.
그걸 이야기해 줄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복면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보며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입이 무거워졌네요. 당연히 복면을 쓰고 왔으니 곱게 이야기 할 생각은 없겠죠? 어떻게 할까나.”
* * *
불과 일각(一刻) 전.
[……..이 자는 둘째 목은평 공자의 호위인 조일상이라는 자입니다. 한데 공자 대체 이 자를 어떻게?]고찬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조일상은 일류를 앞두고 있는 실력자였다.
그런 자를 허벅지를 관통 당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목경운이 제압했다고?
대체 이 녀석은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둘째 공자의 사람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이 자를 왜 보낸 걸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복면까지 쓰고서 온 걸 보면 그리 좋은 이유는 아닌 듯 합니다.] [짐작할 거리가 없나보죠?] [아직 장주께서 돌아가신 게 아니라 둘째 공자라고 해도 무리해서 암살 시도 같은 것을 했을 리는 없습니다. 한데 왜 보낸 건지는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직접 알아봐야겠군요.] [네? 직접이라면 설마 고문 같은 거라도 하시겠다는 건지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고, 공자! 차라리 풀어주시는 편이 낫습니다.] [풀어주라고요?]의아해하는 목경운에게 고찬이 경고했다.
[둘째 공자는 따르는 가신들도 있고 나름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둘째 공자의 사람을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후환이 있을 수도 있다 이건가요?] [……네. 노여우시겠지만 괜히 자극했다간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흐음.]‘흐음?’
고찬은 불안하다는 듯이 목경운은 바라보았다.
머리가 돌아가는 걸 보면 무서울 만큼 영악한데 어디로 튈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나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둘째 공자가 복면을 쓴 밤손님을 보냈다고 한들 지금 목경운의 상황에서는 뭔가를 할 수가 없었다.
참는 것 이외에는 말이다.
[뭐 고민은 해보죠.] […….정말 건드리면 안 됩니다.] [네. 고찬 호위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진 잘 알아들었어요.]그래.
아무리 어디로 튈지 몰라도 지금 상황을 숙지하고 있는 이상 무리해서 적을 만드는 행위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오만하다고 해도 매사에 조심스러운 대부인과 달리 둘째 공자는 영악하다고 해도 아직 어리고 젊기에 감정적이다.
* * *
긴장하고 있던 조일상이 조금은 진정되었는지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고자시고 할 수 있을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내가 누군지 알았다면 오히려 풀어주는 편이 나을 텐데.”
“풀어주는 편이 낫다고요?”
“그렇다. 이미 저질렀지만 내게 더 해코지를 한다면 둘째 공자께서 가만히 있을 것 같나?”
조일상은 일부러 자신의 뒷배를 언급했다.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이렇게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걸로 끝이다.
정체를 안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은가?
복면을 쓴 것은 그저 조용히 일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둘째 공자 목은평은 자존심이 강하기에 자신의 사람을 건드린다면 절대로 용서치 않는다.
조일상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라간 목경운에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거래를 하자.”
“거래?”
“그래. 나를 풀어주고 연목성검결의 비급서를 준다면 공자께 아뢰어 삼 공자 그대를 곱게 내버려두라고 하겠다.”
“곱게 내버려 둔다는 건…..”
“공자께서 장주가 되어도 무사히 지낼 수 있게 될 거란 말이다.”
“그 대가가 연목성검결의 비급서라는 거네요.”
“그렇다.”
내심 불리한 상황이라 긴장되기는 했지만 조일상은 강하게 나갔다.
오히려 이런 분류일수록 상하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약하게 나간다면 오히려 강하게 나올 거라 생각했다.
‘결국 굽힐 수밖에 없을 거다.’
연목성검결은 목경운에게 있어서 돼지 목의 진주였다.
외가도 망했고 가신들 중에 누구도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에게 과한 물건이라면 이렇게 넘겨서 그 한 목숨을 보존하는데 쓴다면 절대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꽉!
그때 목경운이 조일상의 움켜쥐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헛? 너?”
“재밌네요. 몸이 성하지 않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뒷배를 믿고서 역으로 제안한다는 게 말이죠.”
“네놈……”
“이야기는 잘 들었고 지금부터 손가락부터 하나씩 시작할게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특이하게 생긴 날붙이를 꺼냈다.
‘!?’
“이건 하삭이라는 기구로 약초를 다듬을 때 쓰는 날붙이에요. 단단한 걸 자르는 용도라 손가락이나 발가락도 쉽게 잘린답니다.”
“뭐?”
“검증된 거니까 믿으셔도 돼요.”
꽤 많이 써봤다.
이에 당황한 조일상이 황급히 목경운에게 말했다.
“너…너! 내가 한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이냐? 나는 둘째 공자님의 명을 받고 왔다. 내 몸에 해코지를 한다면 그분께서……”
“네. 말이 많으니까 하나 자르고 시작할게요.”
그렇게 말한 목경운이 이내 마비되어 축 늘어진 조일상의 손목 하나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하삭의 구멍에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이를 바라보는 조일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머, 멈춰. 네놈 정말 미친 것이냐? 이렇…..”
-콰득!
그때 단단한 무언가가 잘려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인상이 굳어진 조일상이 고개를 움직이며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자신의 검지 손가락 두 마디였다.
“………”
조일상은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머리 이외에는 아무 감각이 없어서 아프진 않았다.
그런데 잘려나간 손가락을 보니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이런 그에게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안 아프니까 실감이 가지 않죠? 그래서 원래 하삭을 쓸 때는 모취산으로 몸을 마비시키지 않고 그냥 묶어두거든요. 그래야 고통을 좀 느낄 테니까요. 한데 무공을 익혔으니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목경운은 모취산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해서 시각적인 효과만이라도 주기 위해서 바로 눈앞에 갖다 대고서 손가락을 자른 것이었다.
“잡설이 길었네요. 이제부턴 얘기할 때까지 그냥 하나씩 자를게요.”
-탁!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조일상의 두 번째 손가락을 잡았다.
오른손의 중지 손가락이었다.
중지 손을 잡힌 조일상이 순간 멍해졌다가 당황한 나머지 말했다.
“머, 멈춰!”
“……..”
-콰득!
멈추라는 말에도 목경운은 그대로 조일상의 중지 손가락을 하삭으로 잘라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중지 손가락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이걸 빤히 바라봐야만 하는 조일상은 머리가 뒤집힐 것만 같았다.
그런 그의 귀로 목경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엄지로 할까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이 엄지 손가락을 쥐고서 하삭의 구멍에 바로 끼워넣었다.
이를 본 조일상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른손잡이였다.
여기서 엄지 손가락마저 잘린다면 더 이상 오른손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 그만…..”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이 미치광이 같은 놈은 무조건 자를 것이다.
-꾹!
그때 하삭을 쥐고 있는 목경운의 손에 힘이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조일상의 입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 은평 공자께서 무공을 잃은 게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라고 보내셨습니다!”
그 말에 하삭을 쥔 목경운의 손에 힘이 풀렸다.
살짝 엄지 손가락의 살점을 파고들기는 했으나 다행이 잘려나가진 않았다.
-쿵! 쿵! 쿵! 쿵!
몸이 마비되었으나 조일상은 자신의 심장 박동이 크게 느껴졌다.
이상했다.
과거에도 고문을 당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목경운의 이런 방식은 그를 너무도 빠르게 사지로 밀어붙였다.
“하아…..하아……”
“무공을 잃은 게 아닌지 확인하라 했다고요?”
“그, 그렇습니다.”
두려움이 커진 조일상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말투가 상당히 공손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목경운은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았는데, 그런 명령을 받았다는 것에서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흠.’
여기서 목경운의 사고는 빠르게 진실에 접근해갔다.
‘정체를 들키지 않았는데 그런 명을 받았다면 누군가에게서 그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게 된다. 한데 내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둘뿐이다.’
고찬 호위와 감 호위였다.
그 중 고찬 호위는 계속해서 붙어 있었다.
목경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빨리도 갈아 타네.’
목경운은 이 정보의 진원지가 감 호위라고 확신했다.
애초에 그의 배신은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줄을 갈아탈 줄은 몰랐다.
덕분에 일이 귀찮게 됐다.
‘그래도 머리를 굴렸군.’
혹시나 책임 질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줄을 갈아타면서 가짜라는 사실은 들키지 않도록 무공을 잃었다는 식으로 알린 모양이었다.
피식하고 웃은 목경운이 조일상에게 말했다.
“혹시 그걸 알려준 사람이 감 호위인가요?”
조일상의 눈이 살짝 휘둥그레졌다.
아직까지 목경운은 감 호위가 자신의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을 모를 터인데, 이를 어떻게 한 번에 맞춘 거지?
‘처음부터 의심한 건가?’
의아해하던 조일상이 이내 답했다.
“……..그렇습니다.”
“역시네요.”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던 목경운이 조일상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까나.”
그런 목경운의 말에 조일상이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오늘 일은 무조건 함구하겠습니다. 은평 공자께도 절대 말하지 않을 터이니……”
“아아…..이를 어쩌죠?”
“네?”
“그러기에는 상처를 너무 많이 낸 것 같네요.”
조일상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의 얼굴은 거의 만신창이였다.
코뼈가 부러져 눌리고 얼굴 뼈가 부러졌는지 눈 밑과 이마가 기묘하게 돌출되어 있었다.
게다가 손가락 두 개도 잘렸고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목은평은 알게 될 것이고 크게 분노할 것이다.
“고, 공자……제가 없어지더라도 은평 공자께서 분명 복수하려고 할 겁니다.”
“뭐 그렇겠죠. 한데 그건 걱정 안하셔도 돼요.”
“어째서?”
“모두가 연목성검결이란 비급서를 끔찍이 여기던데 여차하면 이걸로 흥정하죠. 괜찮지 않나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조일상은 머릿속이 새까매졌다.
목경운의 말대로 장주 전용 검법인 연목성검결을 가지고 흥정을 한다면 아무리 수하들을 아끼는 목은평이라고 해도 넘어갈 확률이 높아보였기 때문이었다.
멍해져서 당황해하던 조일상이 이내 황급히 말했다.
“공자…..저는 공자께서 이렇게 영민하고 뛰어나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해서 저도 감 호위처럼 공자께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저한테요?”
“그, 그렇습니다. 부디 기회를 주십시오. 공자를 위해 이 한 목숨 바치겠습니다.”
온갖 말이 다 나왔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였다.
“목숨까지 바치겠다고요?”
“그, 그렇습니다. 하니 제발……”
“흐음. 그렇다는 거죠.”
이런 조일상의 모습에 목경운이 머리를 살짝 기울이다 어딘가로 갔다.
“공자? 공자?”
이에 불안해진 조일상이 목경운을 불렀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 있지 않아 나타난 목경운의 손에는 특이한 뭔가가 붙여졌던 흔적이 있는 목함이 들려 있었다.
목경운이 목함을 거꾸로 매달려 있는 조일상의 머리 밑에 갖다놓았다.
“이건?”
의아해하자 목경운이 이내 목함의 뚜껑을 열었다.
뚜껑을 열자 오래 된 염주에 묶여 있는 서책 같은 것이 보였다.
이걸 나한테 왜 보여주지? 하며 영문을 몰라하던 조일상의 눈동자가 이내 흔들렸다.
‘설마?’
그것은 서책의 재질이 종이가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아까 일어나기 전에 이 서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신기한 게 염주로 묶인 부분이 고정되어서 아무리 해도 벗겨지지 않더라고요.”
“그…..그걸 어찌…..”
“음양가본서에서 봤는데 부정한 것을 봉(封)하는 정기 넘치는 무언가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 염주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저 공자?”
목경운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한데 그런 봉하기 위한 무언가에 또 다른 부정(不正)한 것이 있으면 그 힘이 약해진다고 하네요.”
“대, 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
“이렇게요.”
-촥!
“컥!”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이 이내 조일상의 목을 날카로운 뭔가로 베었다.
단말마의 비명이 마지막으로 조일상이 뱉은 목소리였다.
목젖을 베었는지 조일상의 입에서는 켁켁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목숨도 바칠 수 있다고 했죠?”
‘이, 이 개자식……’
누가 이런 식으로 바치겠다고 했던가.
조일상이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이렇게 목숨을 잃게 되는 게 너무도 한이었다.
-촤르르르!
조일상의 베어진 목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핏물.
그 핏물이 목함에 있는 염주에 묶인 인피(人皮)로 만들어진 서책에 쏟아졌다.
그리고 염주와 서책을 적셨다.
죽어가는 자의 피.
원한이 가득한 피.
그것이 서책을 적시며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두근! 두근!
서책을 직접 만지지도 않았는데 들려오는 고동 소리가 커졌다.
마치 심장이라도 되는 것 마냥 서책이 겉 표면에서 핏줄 같은 것이 돋아났다.
‘호오.’
-쿵! 쿵! 쿵! 쿵!
이내 고동 소리가 더욱 커지며 빨라지더니,
-끼기기기기긱!
서책을 묶어두고 있던 염주들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콰드드드드득!
괴로워하는 것처럼 파르르 떨리던 염주들이 이내 뭔가가 움켜쥔 것처럼 압축되어서 그대로 쪼개지고 말았다.
쪼개진 조각들은 목함에 고여 있는 핏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함께 공동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콸콸콸!
천장을 타고서 공동 전체의 벽면에서 핏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이를 바라보는 목경운의 입 꼬리가 귓가에 걸렸다.
[다섯 번째 청령(靑靈)…..극도로 위험. 제령에 최소 열 명 이상의 방사가 필요. 백 년 이상 존재해온 오래 된 원혼. 정해진 반경에 크나큰 영향을 일으킬 정도이고 환청, 환각마저 일으켜 고통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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