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99)
“한데 그 임무라는 게 목경운이라는 정파의 볼모 놈이 황궁에서 다른 정파인들과 접촉하거나 수상한 기색을 보이면 쓰라는 거겠죠?”
순간 몽무약의 얼굴이 굳어졌다.
기밀 임무를 떠나기 전 부친인 부회주 몽서천이 은밀히 내린 명령을 이 녀석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내가고수들은 은밀한 이야기를 할 때 사방에 소리가 퍼지지 않도록 진기로 조절한다.
해서 가까이서 입 모양을 보지 않는 한 무슨 말을 했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아버지께선 등을 지고 있었고 거리도 멀었다.’
그런데 어떻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아는 거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말문이 막힌 그에게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속삭였다.
“이런 밀명이라는 게 말이죠. 딱히 명분 같은 게 없어도 행하는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지 않나요?”
“무, 무슨 말을······.”
“수상한 기색이라는 게 결국 심증에 불과할 텐데 그런 명을 내렸다는 게 흥미롭네요.”
“아니. 그렇지 않다. 이건 정말로 만약을 대비한······.”
“만약이라······. 참 좋은 말이죠. 그런데 저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제 목숨을 노리는 자를 그냥 내버려 둘 만큼 자애로운 성격이 아니거든요.”
이 말에 몽무약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도도하고 오만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는 했으나, 그것이 모든 것에 있어서 담대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설마 날 죽이려는 건가?’
다른 자들이 이랬다면 부친을 팔아서라도 상황을 벗어나려 했을 것이다.
한데 이상하리만큼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놈이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썼다면 자신의 왼팔을 자르지도 못했을 거다.
‘이놈은 무조건 한다.’
목경운이 자신을 죽일 거라 확신한 몽무약이 이내 굴복했다.
“저, 정말 아니야. 명을 받았다고 해도 정말로 만약을 대비한 거였어. 절대로 네게 누명을 씌울 생각은 없었어.”
“글쎄요.”
“정말이야!”
“흐음.”
목경운이 고민된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몽무약은 더욱 안절부절못하며 목경운에게 애원하다시피 했다.
“믿어줘. 가문의 명예를 걸고서 그럴 마음은 없었다.”
“명예를 너무 쉽게 거는군요.”
-흠칫!
목경운의 손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졌다.
‘제, 젠장.’
조금도 틈을 보이지 않는 목경운의 모습에 몽무약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당장에라도 목경운이 자신의 목을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때 그의 귓가로 섭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그런 마음이 없다면 주군께 충성 맹세를 해라.”
“뭐?”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충성 맹세를 하라고?
“너 지금 대체······. 주군? 지금 주군이라고?”
몽무약의 두 눈이 커졌다.
그러고 보니 평소 앙숙처럼 지내기는 했으나 섭춘을 잘 아는 그였다.
본관 제 삼 호위대주인 섭춘은 간부들이나 다른 회인들과는 입장이 다르기에 누군가를 대놓고 지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대 회주를 직속으로 호위하는 입장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한데 주군이라고?
“그래. 주군이라 했다.”
“너는······.”
“나는 목경운 공자를 주군으로 모시기로 했다.”
“하?”
몽무약은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직까지 기밀 임무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기에 넷째 제자가 된 게 아니었다.
그런데 누군가를 지지하면 안 될 입장인 본관 호위대주가 이 녀석을 주군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대체 무슨 이유에서이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슥!
그때 섭춘이 목경운에게 두 손을 모아 포권지례를 하며 사죄했다.
“송구합니다, 주군. 제가 끼어들 일은 아니지만 부회주의 자식이기에 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우군으로 삼으시는 게 좋을 듯해서······.”
이 말과 함께 섭춘이 몽무약을 슬쩍 쳐다보았다.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다.’
자신으로 인해 왼팔을 잃었고 이제는 그놈의 밀명 때문에 목숨마저 위태로운 그였다.
그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목경운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뿐이었다.
앙숙처럼 지내왔으나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랐다.
‘아니, 제발 그래라.’
네가 지금 죽게 되면 별수 없이 모든 의심의 화살은 당연히 자신들에게로 향한다.
그리되면 부회주가 적이 된다.
그때 목경운이 말했다.
“괜한 짓이에요.”
“네?”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부회주의 아들이잖아요.”
“그거야······.”
“부회주의 아들이 타인의 힘에 억눌려서 강제로 남에게 충성하려 할까요? 에이, 아니죠. 자존심이라는 게 있을 텐데 부친을 위해서 자결을 했으면 했지 죽어도 그런 짓은 안 하죠. 맞죠?”
“······.”
이런 목경운의 말에 몽무약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여기서 그렇다고 답하면 빼도 박도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게 된다.
분명 자존심은 지키는 게 맞았으나 죽음은 인생의 끝이다.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게 너무도 두려웠다.
“아무 말이 없네요? 역시 자존심을 지키려는 거겠죠? 보세요. 부회주님의 아들답잖아요. 괜한 시간 낭비할 것 없이 그냥 이 자리에서 깔끔하게 죽이는 게······.”
“자, 잠깐!”
“잠깐?”
“충성······. 맹세할게.”
“네? 잘 안 들리네요. 뭐라고 하셨죠?”
“추,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쿵!
몽무약이 황급히 바닥에 납작 머리를 조아렸다.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으나 일단은 무조건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
생각해보니 충성을 맹세하는 척하고서 천지회에 돌아가 기회를 노리면 될 일이었다.
어차피 자신은 왼팔이 잘려서 더는 임무 속행이 불가능하다.
‘그래. 굴욕은 한순간이다.’
이곳을 벗어나 아버지께 보고하는 순간 이놈은 끝이다.
몽무약은 이 순간만을 참기로 각오했다.
그때 그런 그의 고개를 목경운이 들어 올렸다.
-슥!
목경운이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등골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름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 자식 대체 뭐지?
꼭 표정이 자신을 못 죽여서 아쉽다는 듯한 얼굴이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자존심보다 목숨이 낫기는 하죠.”
“······.”
“대답이 없네요?”
“그, 그렇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한데 그거 아세요?”
“그게 무슨?”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네?”
목경운이 싱긋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도 악의로 가득했기에 몽무약은 속이 메스꺼워져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억지로 참고 있기는 한데 이렇게 사람 자체가 두렵기는 처음이었다.
이런 놈이 정파 출신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천지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뭐 어쨌거나 제 사람이 되겠다고 하니까 그에 대한 보답은 해야겠네요.”
그 말에 몽무약이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보답 같은 것을 바라겠습니까?”
그냥 집으로만 돌려 보내줬으면 한다.
그래야 이 미치광이 같은 악귀 놈의 진면목을 부친과 회주에게 알릴 수 있다.
그런데,
-슥!
목경운이 손을 내밀자 무언가가 손아귀로 날아 들어왔다.
-팍!
그것은 다름 아닌,
‘이, 이건······’
몽무약의 잘린 왼팔이었다.
“우욱.”
참으로 기묘했다.
다른 사람의 시체를 봤을 때도 괜찮았는데, 자신의 잘린 팔을 보고 나니 토악질을 참기가 어려웠다.
‘정말 악취미군.’
이 모습을 보며 섭춘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안 그래도 팔이 잘려서 괴로울 텐데 저걸 보답이라고 주면 얼마나 충격이 크겠는가.
임무 속행이 안 돼서 돌려보낼 수도 있으니 오히려 대우를 해줘도 모자랄 판국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때 목경운이 말했다.
“팔을 돌려드리죠.”
“······우욱······감사합니다.”
몽무약이 올라오는 토를 억지로 삼키며 잘린 팔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목경운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예요.”
“네? 그럼 대체?”
“왼팔 내미시죠.”
‘!?’
목경운의 요구에 몽무약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왼팔을 왜 내밀라는 거지?
지금 자신을 가지고 노는 건가?
그러는데 목경운이 옅은 숨을 내쉬더니 이내 몽무약의 잘린 왼팔을 잡아당겼다.
-꽉!
“으윽. 이, 이게 무슨······.”
“팔을 돌려준다고 했잖아요.”
“돌려준다니 대체······.”
“이래야 혈맥과 신경이 다시 이어져야 할 테니 미리 양해를 구하죠.”
“양······.”
-촤악!
“끄읍.”
-푸슉!
그 순간 날카로운 예기가 스쳐지나가며 지혈되었던 왼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처음 잘렸을 때보다는 그 고통이 덜했지만 아픈 것은 어쩔 수 없기에 몽무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 목경운이 그런 몽무약의 피가 흘러나오는 왼팔 단면에 잘려나간 팔을 갖다 댔다.
이에 당사자인 몽무약부터 섭춘까지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설마 잘린 팔을 이렇게 붙인다고 정말 다시 연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거면 진짜 미친놈이라고밖에······.
“섭춘.”
“네?”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요.”
‘!?’
아니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섭춘이 당최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았다.
이런 그에게 목경운이 작게 다그쳤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시죠.”
“네넵!”
목경운의 성격을 파악한 섭춘이 황급히 명을 이행했다.
대체 왜 이런 헛짓거리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킨 대로 잘린 두 팔이 떨어지지 않게 붙잡았다.
그러자 목경운이 오른손으로 검결지를 쥐고서 잘린 부위의 한 곳에 갖다 댔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착! 착! 착! 착! 착! 착!
‘임(臨)! 투(鬪)! 전(前)! 재(在)! 진(陳)! 개(皆)!’
구자활법의 약식 수인을 맺었다.
그렇게 수인을 맺자 목경운의 오른손 검결지 끝에서 붉은 열기가 흘러나왔다.
그 뜨거움에 몽무약이 화들짝 놀라워했다.
대체 뭘 하려는 거지?
하는데 목경운이 잘린 부위를 따라 검결지를 움직였다.
그 상태에서,
‘동방청제장지신 내조아 중앙황제대장지신 내조아 서방백제대장지신 내조아 북방흑제대장지신 내조아 중앙황제대장지신 내조아.’
속으로 주술을 외웠다.
-치이이이이익!
이와 함께 검결지가 지나가는 잘린 부위에서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일어났다.
그 고통은 팔이 잘렸을 때 이상으로 괴로웠다.
당연히 비명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시끄럽군요.”
“끄아아아아악!”
“쯧쯧.”
-슥!
목경운이 왼손을 휘젓자 심후한 진기로 인해 몽무약의 입이 다물어졌다.
“끄으으으으읍!”
눈물까지 글썽이는 몽무약을 보며 피식하고 웃은 목경운이 이내 검결지를 계속해서 잘린 부위를 따라 이동시켰다.
-치이이이이익!
‘우우간간간각각우우!’
“끄으으으읍.”
몽무약이 몸을 비틀며 괴로움이 발버둥을 치려 했다.
물론 섭춘이 두 팔을 붙잡고 있었고, 목경운도 진기로 입을 비롯해 몸을 짓누르고 있어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목경운의 검결지가 잘린 부위를 완전히 돌았다.
-치이이이이!
검결지를 떼자 잘린 부위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목경운이 이를 보며 웃었다.
그러자 섭춘이 물었다.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아뇨, 놓아도 돼요.”
‘놓으면 떨어질 텐데.’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열양진기 같은 걸로 상처 부위를 지진 것 같았다.
그런데 저런 걸로 잘린 팔이 연결될 리가 없지 않은가.
분명 떨어질 거다.
섭춘은 내심 의아했지만 일단은 명대로 잡고 있던 손을 뗐다.
한데,
‘아닛?’
놀랍게도 떨어질 거라 여겼던 몽무약의 잘린 팔 부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살점을 열양진기로 지진 것만으로 저리 달라붙을 리가 없었다.
“주군. 뭘 하신 건지?”
“이런 짓이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이 몽무약의 붙어 있는 잘렸던 손등을 가볍게 때렸다.
-찰싹!
-움찔!
왜 그러는 거지? 하고 의아해하는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이게······. 대체······.”
눈물까지 흘릴 만큼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던 몽무약이 자신의 왼팔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꿈틀!
잘렸던 부위의 아래쪽 손가락들이 떨림과 함께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를 보던 섭춘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도 안 돼.’
괜한 장난을 치는 건가 싶었는데, 정말로 잘렸던 팔이 연결된 것 같았다.
이를 보며 목경운이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성공했네.’
이것은 삼묘법(三妙法)이라는 법술이었다.
치료의 술로 삼안(三眼) 조태청이 숨기고 있던 비술서에 있던 방술이었다.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만 맞춘다면 잘린 팔도 연결할 수 있을 만큼 신묘한 술법이었다.
가령 절단된 신체 부위가 한 시진을 넘기면 안 된다거나 하는 여러 조건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제약은 피술자의 원기(元氣)가 소요된다.
강한 술법일수록 당연히 그 조건과 제약은 클 수밖에 없었지만, 어차피 자신의 원기를 소모하는 게 아니라 상관없었다.
“아아아!”
게다가 당사자가 저리 감격해 하는데 초를 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목경운이 그런 몽무약에게 말했다.
“잘린 혈맥이나 신경이 완전히 연결되려면 시일이 걸릴 터이니, 닷새 정도는 부목을 하고서 조심하세요.”
“······.”
이 말에 몽무약이 떨리는 눈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이놈 대체 정체가 뭐지?
화타(華佗)나 편작(扁鵲)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지?
감격스러운 한편으로 이런 기이한 능력에 뭔가 두렵기마저 했다.
그렇게 말문이 막혀서 쉽게 입술을 떼지 못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제 임무를 속행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겠군요.”
‘엇?’
순간 몽무약의 표정이 굳어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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