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0)
6화 악(惡)이 깃든 (3)
[다섯 번째 청령(靑靈)…..극도로 위험. 제령에 최소 열 명 이상의 방사가 필요. 백 년 이상 존재해온 원혼. 정해진 반경에 크나큰 영향을 일으킬 정도이고 환청, 환각마저 일으켜 고통을 줄 수 있다.]이라 제자략(諸子略) 음양가본서(陰陽家本書)에 적혀 있다.
그리고 이것의 후반부에 서술되었다.
백 년을 넘게 존재해온 원혼(冤魂)은 그때부터는 인간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진정한 괴이의 영역에 들어선다.
진정한 괴이라 함은 요사스러운 이매망량(魑魅魍魎) 그 자체이다.
‘하……’
봉(封).
그것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
낡은 염주.
그것이 압축되어 쪼개지는 순간 벌어지는 기이한 광경의 향연.
-콸콸콸!
천장을 타고서 공동 전체의 벽면에서 핏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지며 사방을 피로 메웠다.
흘러내리는 피는 빠르게 바닥을 메워 질퍽거리게 만들었다.
이에 목경운의 입 꼬리가 귓가에 걸렸다.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괴이…….’
이것은 틀림없는 괴이였다.
그것도 마승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다.
녹령(綠靈) 정도를 바랐었는데 그 이상의 존재가 예상치 못하게 나타났다.
방사라면 당혹스러워해야 할 순간이었다.
-두근! 두근!
‘고동.’
핏물로 점점 차오르는 공동 안에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이내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사방이 핏물로 흘러내리는 한 가운데서 고동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이내 그것을 중심으로 심장이 생겨났다.
-슈르르르르!
심장을 중심으로 핏물이 모여들었다.
핏물들은 하나의 장기, 그리고 둘, 셋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그 장기를 감싸는 뼈가 순식간에 뒤덮었고 이어서 근육이 뼈를 중심으로 붙어났다.
-타탁타탁!
이윽고 근육의 표면에 새하얀 피부가 돋아났다.
그 모든 과정이 마치 ‘무언가’의 탄생을 보듯이 경이로웠다.
-촤아아아아아아!
핏물이 거꾸로 솟구치며 역(逆) 폭포수가 되어 피부가 생겨나는 존재를 감쌌다.
그리고 피의 폭포수가 천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까득
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면류관을 쓰고 있는데도 정리가 안 된 긴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게 내려오는 새하얀 얼굴에 미형의 존재였다.
붉은 내의에 검은 외피를 걸치고 있는 존재는 긴 곰방대를 물고 있었다.
마승보다도 그 모습이 한층 자연스러웠다.
-후우.
붉은 입술로 곰방대를 한껏 빨아들인 존재가 입으로 연기를 뿜어댔다.
겉모습만 본다면 고작해야 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데, 복장 때문에 그런지 여자인지 남자인지조차 구분이 안 갔다.
물론 목경운은 그런 것을 개의치 않았다.
“꽤 거창하게 나타나셨네요. 누군지 여쭤…..”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목경운은 뒷말을 잇기도 전에 강한 이끌림에 의해 강제로 존재의 앞으로 끌려갔다.
-촤아아아아!
넘실거리는 핏물이 벌써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곰방대를 물고서 연기를 뿜어내던 존재가 목경운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목경운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훑어보았다.
“뭐 하시는 거죠?”
-………
한참을 바라보던 존재가 입 꼬리를 배시시 올렸다.
그러더니 이내 방금 전의 웃음을 지우며 정색하더니 이내 손을 휙 휘저었다.
그 순간,
-휘리리릭! 쾅!
목경운의 몸이 떠오르며 공동의 천장에 세게 부딪쳤다.
그러더니 이내 핏물로 차오른 공동에 떨어졌다.
-첨벙!
핏물에 전신이 젖은 목경운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푸하.”
목경운이 핏물로 젖은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 올렸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존재가 입을 열었다.
-어리석은 중생(衆生)아. 혼(魂)을 비우고서 본좌에게 그 백(魄)을 바쳐라.
확연하게 들리는 목소리.
웅얼거리듯이 들리는 데서 그쳤던 마승과 달리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아니 오히려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목경운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마승도 그랬는데 원혼들은 하나 같이 다른 사람의 몸을 탐내내요? 남의 몸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나요?”
-쯧쯧.
혀를 차며 코웃음을 치는 존재.
존재가 곰방대를 핏물에 가볍게 내려치자,
-촤아아아아아!
핏물이 여러 갈래 솟구치더니 이내 채찍처럼 늘어나 목경운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묶어 구속해버렸다.
-꽈아아아악!
힘을 주었지만 구속하는 힘이 훨씬 강했다.
목경운은 곤란하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음양가본서에서 극도로 위험하니 방사 열 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나.’
음양가본서를 읽었지만 아직 방술을 잘 알지 못했다.
그때 존재가 목경운을 향해 곰방대를 일(一)자로 긋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촤악!
가슴에서 화끈거리는 통증과 함께 옷이 일(一)자 형태로 붉게 물들어갔다.
베인 것 같은데 그 고통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목경운의 표정에 큰 변화가 없었다.
고통으로 비명이 터져 나오길 바라고 있었는지 존재의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참을성이 강한 아이로구나.
“익숙해서요.”
-익숙해? 그럼 이것도 견딜 수 있겠느냐?
그 말과 함께 존재가 곰방대를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기가 무섭게였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
공동 바닥에 하반신까지 차올랐던 핏물이 역류하며 위로 솟구쳤다.
그러더니 이내 순식간에 공동 정체를 핏물로 가득 채웠다.
핏물로 가득한 공동 안에서 목경운의 몸은 둥둥 떴다.
‘흡.’
목경운은 숨을 참았다.
물속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목경운을 존재는 아무렇지 않게 즐겁다는 듯이 이죽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섬뜩한 안광은 이 존재가 망령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스르르르!
존재가 목경운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움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목경운의 턱을 움켜쥐고서 말했다.
-지금 느끼는 그 감정이 공포라는……
존재가 뒷말을 잇지 못했다.
존재가 보고 싶었던 것은 핏물로 숨이 막혀 공포에 질린 얼굴이었다.
막혀 있는 공간 속에서 움직이지 못하는데, 숨까지 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누구라도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목경운의 눈동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존재를 응시하고 있었다.
-너…….특이하구나. 살아있는 인간이 이런 눈을 가지다니.
존재가 호기심을 보였다.
그때 숨을 참고 있던 목경운이 혀를 날름거렸다.
‘이 맛……’
혀끝으로 느껴지는 이 맛은 분명 피였다.
이 공동을 가득 메우고 있는 핏물은 잘 익은 산수유를 으깬 것보다도 훨씬 붉다.
질척거리는 느낌 역시도 피의 끈적임 그 자체이다.
모든 오감이 이 모든 게 피가 맞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달라. 이건 죽음뿐이다.’
목경운이 콧방귀를 뀌었다.
겸살귀라 불리며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를 보았던가.
그 피를 만졌을 때는 뭔가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졌으나, 지금 보이는 것은 그저 죽음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가 아니야.’
그렇기에 오감으로 느껴진다고 한들 모든 것이 거짓이다.
그러자,
-스르르르!
목경운의 눈에 비치고 있던 모든 핏물들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갔다.
이를 두고 방술에서는 해감(解感)이라고 한다.
느껴지는 인식 그 자체를 부정하여 스스로 오감을 속이는 모든 환각에서 벗어난다.
이론이나 말은 쉽다.
그러나 이것은 고도로 훈련된 방사들조차도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인간의 오감만큼 속이기 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
존재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숨을 참지 못한 목경운이 괴로워하며 다른 중생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리라 여겼다.
한데 스스로 자각하여 환각 속에서 벗어났다.
-보기보다 흥미로운 녀석이구나.
존재의 붉은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더니 이내 목경운의 앞으로 다가와 곰방대로 어깨를 툭하고 쳤다.
그 순간,
-쿵!
목경운은 바닥에 강제로 한 쪽 무릎이 꿇리고 말았다.
그저 한 대 툭 하고 내려친 느낌이었지만 우측 무릎이 바닥을 파고든 것만 봐도 얼마나 힘이 가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존재가 곰방대를 스읍하고 빨아들이더니 목경운을 향해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중생아. 네 스스로 그 백(魄)을 바친다면 네 바람을 들어주마.
“바람?”
-그래. 약관도 되지 않은 녀석이 그런 눈을 가지려면 평범한 인생을 살지 않았을 터. 본좌에게 네 백을 넘겨라. 그렇다면 네 적을 오체분시하여 그 넋조차 사라지게 해주마.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존재가 광소를 내뱉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쿠르르르르르!
존재가 그저 웃었을 뿐인데 공동 전체가 들썩이고 있었다.
마승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평범한 원혼을 넘어서 이매망량(魑魅魍魎의 영역으로 넘어선 것이 바로 청령(靑靈)급이었다.
한참을 웃어대던 존재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본좌에게 시건방진 말을 내뱉고도 무사할 수 있는 것은 그 백(魄)을 취하기 위해서이다. 하니 자비를 베풀 때 감사하라.
“감사해야 할 일인가요?”
-겁이 참으로 없구나.
-탁!
존재가 목경운의 턱을 곰방대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품평하듯이 말했다.
-그나마 그 얼굴은 마음에 드는구나. 백(魄)이 아름다워서 나쁠 것은 없지.
“어지간히 제 몸을 탐내시네요.”
-본좌가 정한 이상 네 백은 본좌의 것이다.
“싫다면요?”
그 말에 존재가 비웃음을 보였다.
-다소 백이 상할지 모르겠지만 강제로 취할 것이다.
“당신 말고도 그러려고 했는데 실패한 괴이가 바로 이 위에 있거든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존재가 피식하고 웃었다.
-본좌를 고작 그런 잡귀 따위와 비교하다니? 마음만 먹는다면 네 혼을 소멸시키고 백을 빼앗는 것 따위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라.
“그렇게 자신 있으면 빼앗아 보든지요.”
-건방지구나. 그리 원한다면 강제로 빼앗아 주도록 하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존재가 목경운의 턱에서 곰방대를 뺀 후에 머리 위로 올리려고 했다.
그때 고개를 숙인 목경운이 어깨를 들썩였다.
그 모습에 존재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새삼 두려워진 게냐?
“아뇨. 재미있는 게 생각나서요.”
-재미있는 거?
의아해하는 존재의 반문에 목경운이 뭔가를 잡고서 두 손으로 들어올렸다.
그 순간 이를 본 존재의 안광이 흔들렸다.
목경운이 이를 잡는 순간 보지 않아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인피로 만들어진 그 서책이었다.
죽은 조일상의 피로 젖은 서책은 아까 전과 달리 윤기마저 흐르는 듯 했다.
-너………
“음양가본서에 보니까 오래된 괴이일수록 이어지고 머무는 매개체가 있다고 하던데, 이 서책이 그렇겠죠?”
-………어리석은 짓을 하는 거다.
“행동이 조심스러워진 걸 보니까 어리석은 짓은 아닌 것 같은데요.”
-기어코 본좌를 화나게 하는구나.
존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경운의 몸이 이내 허공으로 뜨더니 천장에 그대로 몸을 박고 말았다.
-쾅! 쾅!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목경운의 몸이 바닥으로 세차게 떨어졌다.
존재가 손을 까딱거리자, 다시 한 번 떠올라서는 이번에는 머리를 천장에 박았다.
-쾅!
부딪친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존재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는지 목경운을 이번엔 공동 벽으로 연달아 패대기를 쳤다.
-쾅쾅쾅쾅!
“크헉!”
벽을 이리저리 부딪친 목경운의 입에서 선혈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부딪치더니 반쯤 늘어진 목경운의 몸이 허공에 둥둥 떴다.
그런 목경운을 향해 존재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당장 그걸 내려놓아라.
“…….쿨럭쿨럭…..그냥 빼앗으면 되지. 뭐 하러 번거롭게 그러는 거죠?”
-어리석은 중생아. 네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기회?”
-그래.
“……..직접 손을 대지 못하는 건 아니고요?”
-………
이런 목경운의 의미심장한 물음에 존재는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목경운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오래된 원혼은 인피로 만들어진 서책을 직접 손댈 수가 없는 듯 했다.
만약 그랬다면 애초부터 서책을 빼앗았으면 됐는데, 자신에게 고통을 가해서 손에서 떼게 만들려고 했다.
-기어코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어차피 네놈은 그걸 가지고 있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도사도 방사도 아닌 자가 뭘 한다는 게야? 좋아. 네 백은 그냥 포기하마. 이대로 죽여…..
존재가 손을 뻗어 뭔가를 하려던 찰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콰득!
그 순간 목경운이 서책의 표지를 그대로 물어뜯었다.
-!!!!!!!
이를 본 청령의 존재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태껏 수많은 방사들과 도인, 승려들을 만났지만 어떤 누구도 서책을 봉하거나 태우려고 했지 저런 짓을 했던 자는 없었다.
-너! 너!
왜냐하면 서책의 요기(妖氣)가 강해서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훼손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목경운 또한 마찬가지였다.
몸을 이곳저곳 공동에 부딪치는 동안 서책을 무작정 힘으로 찢어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서책의 겉표지만이 인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이에 목경운의 선택은 매우 단순했다.
-우물우물!
목경운은 인피로 만들어진 서책의 겉부분만을 뜯어내고는 그대로 입안에서 우물우물거리며 씹어댔다.
-하악!
그 순간 청령의 존재가 새하얗고 고운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자신의 심장부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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