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06)
“…….술을 많이 탐해서 파계되었다고요?”
목경운이 반문했다.
그 이유는 예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다소 믿기 힘드시겠지만 소림사에서 저 자를 파계시킨 명분을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몽무약의 말에 목경운이 눈빛에 흥미가 감돌았다.
저 파계승의 이름이 자금정이라고 했던가?
승려 출신치고는 야성미마저 느껴지는 거친 외양을 가지고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저 자는 상당히 손에 많은 피를 묻혔다.
피에 민감한 목경운은 본능적으로 이를 알 수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닐 것 같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이번엔 섭춘이 혀를 차며 말했다.
“곤란하게 됐습니다. 주군. 저 땡중 중원 삼광(三狂) 중 한 사람입니다.”
“삼광?”
“현 무림에서 가장 미쳤다고 알려진 세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미쳤다고요?”
목경운의 반문에 자체 정보 부처인 회주 직속관 부관주 몽무약이 말했다.
“근래 조용하기는 했으나, 한때는 저 자의 이해할 수 없는 기행 때문에 소림에서 미치광이를 풀었었다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미치광이라…….”
“소림 역시도 타 문파들과 마찬가지로 무승을 파계를 시키게 된다면 근맥을 끊거나 단전을 파괴시키는 등 자파의 무공을 회수해갑니다. 그런데 저 자는 소림에서 익힌 무공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무림인들이 소림에 항의를 했죠.”
“결자해지하라고요?”
결자해지(結者解之).
일을 저지른 자가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몽무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런 것 치고는 무사해 보이는군요?”
“네.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구파의 수장이자 정도 무학의 중심이라 불리는 소림이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터인데, 오히려 방관만 하는 실정입니다.”
“흐음. 재미있군요.”
웃고 있는 목경운에게 섭춘이 걱정스러운 투로 말했다.
“주군. 저 자가 왜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엮이면 다소 성가셔질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제멋대로인가요?”
“정파든 사파든 상관없이 기행을 저질러 미치광이라는 이명을 받은 자입니다. 게다가 그 무공도 여타와는 궤를 달리한다고 들었습니다.”
“궤를 달리한다고요?”
“네. 겉보기에는 그저 외공만 익힌 듯 한데, 소림에서도 수백여 년 전에 그 대가 끊겼다고 알려진 무상대능력(無上大能力)을 유일하게 익혔다는 말이 있습니다.”
“………”
소림에는 수많은 초상승의 무학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보유한 대부분의 심법들은 무림 최정상 급의 토납법이라 불린다.
하나 과거 구무림과 현무림이 나뉘게 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며 그 중 절반이 대가 끊겨지고 만다.
그나마 대승반야선공(大乘般若禪功)이나 역근경(易筋經), 세수진경(洗髓眞經)과 같이 불경 경전에 그 진본이 숨겨져 있던 것들은 그 맥이 온전히 이어질 수 있었고 다른 심법들도 시간이 흘러감에 어느 정도 복구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런 소림에서도 유일하게 복구할 수 없었던 것이 무상대능력(無上大能力), 달마대선공(達摩大禪功)이었다.
그만큼 남은 자료도 부족하고 익히기도 굉장히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를 젊은 나이에 복원시켰을 정도라면 종사 급의 무재를 지닌 것이나 다름없었다.
“주군. 저 자와 엮여봐야 좋을 게 없으니……”
“왜들 그러시죠?”
그때 길을 안내하던 장원 주인의 여식 우향이 멈춰 선 그들을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
이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별일 아닙니다.”
그리고는 섭춘과 몽무약에게 작게 말했다.
“그냥 신경 끄도록 하죠.”
“네?”
“무상대능력을 익혔든 아니든 미치광이든 간에 저희는 빨리 강을 건너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건 그렇지만……”
“그럼 저 자가 어떤 자이든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있나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전각을 넘어갔다.
이에 섭춘과 몽무약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목경운의 뒤를 따랐다.
이렇게 그들이 전각을 넘어가자, 기와 처마 밑에서 술이 담긴 호리병을 들이키던 복마권사 자금정이 아무도 없는 어딘가를 쳐다보며 손을 마구 휘저었다.
이를 보며 섭춘과 몽무약이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미치광이답네.’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장원 주인의 여식인 우향은 이에 익숙한지 전혀 개의치 않고서 불렀다.
“대협.”
“………”
“대협 이 분들은….”
-휙휙!
그런 그녀의 부름에 복마권사 자금정이 방해하지 말라는 듯이 호리병을 쥐고 있는 손으로 손사래를 쳤다.
그러더니 계속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댔다.
반대 손으로 허공을 마구잡이로 휘젓는데 누가 봐도 기이해보였다.
그런데,
-호오. 저놈 눈을 개안했구나.
청령의 이 말에 목경운도 동의하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전각 안으로 들어오자 요사스러운 기운이 더욱 몰아치고 있었는데, 이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사방으로 형태조차 갖추지 못한 격이 낮은 잡령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는 지맥과 내리는 비를 통해 모여드는 듯 한데, 분명 방사가 부적술로 기운을 차단했는데도 이것을 완전히 막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으으으으으!
-흐으으으으으!
흐느끼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젠장.”
-파파팍!
복마권사 자금정이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는 잡령들을 쳐냈다.
이를 본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보셨나요?
-저 파계승 놈 꽤 놀랍구나. 방사도 아닌 놈이…..
-원혼에 직접적으로 손을 댈 수 있네요.
이것이 목경운과 청령이 동시에 놀란 이유였다.
방사들의 경우는 주력(呪力)이나 이것이 담겨 있는 매개체를 통해 원혼, 이매망량 같은 괴이들과의 접촉이 가능했다.
그러나 평범한 자들 중에는 가끔 죽어서야 열릴 영력이 깨어나며 눈을 뜨는 이들이 있기는 해도 이를 접촉할 수 있는 자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중생 너 같은 녀석이 또 있었구나.
-……글쎄요.
-글쎄요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목경운이 죽은 자나 괴이와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것은 뭔가 타고난 것에 가까웠다.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으나, 저 자금정이라는 파계승은 좀 더 다른 형태로 접촉을 하고 있었다.
-손에 몰려있는 기운.
-기운이 어떻느냐?
목각인형 안에 있는 청령은 기운 자체까지 느끼긴 힘들었다.
그렇기에 기운을 육안으로 직접 판별해낼 수 있는 목경운에게 묻는 것이었다.
-주변의 기운이 일시적으로 몰리고 있어요.
-뭐? 주변의 기운이 몰린다고?
-네.
이미 우안(右眼)에 삼안의 기운을 개방한 목경운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일시적이지만 파계승 자금정이 잡령들을 향해 손을 휘저을 때마다, 그 손에 주변의 기운들이 모여들었다.
그 기운들은 토납법을 통해 정제한 것과는 완전히 상이했다.
좀 더 자연에 가까운 형태였다.
-순도 높고 자연적인 기운이네요.
-하!……..놀랍구나. 저건 무상대능력(無上大能力)이 틀림없다.
-무상대능력이요?
-그래.
-섭춘이 얘기한 그 소림의 대가 끊겼다던 심공인가요?
-아마도 그럴 거다.
-무상대능력이 무엇이기에 저런 게 가능한 거죠?
-본좌라고 알겠느냐?
-………
-본좌가 알고 있는 것은 무상대능력은 불도로 대자연의 순리마저 깨우친 달마 대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세 깨달음 중 하나라 들었다.
-대자연의 순리?
-내공을 연마하는 자는 얼마나 이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가를 생각하게 되어있다.
-그렇죠.
-그러다보면 이런 생각을 종종 한다. 주변에 넘쳐나는 대자연의 기운을 내 것처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아…….
이제야 목경운은 그녀가 한 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자연의 순리란 만물의 기운과 동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듯 했다.
그런데 이는 매우 추상적이기에 단순히 인식하고 바란다는 것만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닌 것 같았다.
‘흐음.’
어쨌거나 청령의 말대로 무상대능력에 그런 대단한 효용성이 있다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섭춘이 조용히 말을 걸었다.
“주군……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요?”
“저 파계승 놈이야 원래 미치광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뭔가 주변에 정체모를 자들이 매복이라도 한 것 마냥 이상하게 께름칙합니다.”
“……너도 그런 거냐?”
몽무약도 눈살을 찌푸리며 이에 공감했다.
사실 장원에 들어서면서부터 뭔가 모르게 느껴지는 묘한 기운에 기이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본당 건물 앞에 서자 그것이 너무도 강해졌다.
이런 그들의 반응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두 분 다 기감이 좋긴 하군요.”
“기감요? 그게 무슨?”
“주력이 없어도 주변의 잡령들을 느끼는 걸 보면 말이죠.”
‘!?’
이런 목경운의 말에 섭춘과 몽무약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군이 자신들을 놀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건가 하는데, 계속해서 느껴지는 이 께름칙한 기운들은 너무도 불쾌했다.
당장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흐윽.”
장원 주인의 여식인 우향이 가슴을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그러자 그녀를 호위하던 장정들 중 한 사람이 넘어지려고 하는 그녀를 붙들었다.
“아가씨!”
“아으으.”
안 그래도 초췌하던 그녀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리며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자,
“빌어먹을!”
호리병을 쥐고서 주변의 잡령들을 내쫓던 파계승 자금정이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우향이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에게 형태조차 갖추지 못한 잡령들이 셋이나 달라붙어 있었다.
안 그래도 오랫동안 사이한 기운에 뒤덮인 장원에 있었기에 정신과 몸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그녀의 몸을 잡령들이 노린 것이다.
“이 망할 것들!”
자금정이 그녀의 가슴에 달라붙어 있는 잡령 중 하나를 떼어내려 했다.
그러자 그녀를 붙들고 있던 호위 장정이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하려는 게요? 당장 떨어지시오!”
“떨어지라고? 이 우라질 놈이 도와주려는 사람을 우습게 만드네. 손 안치우면 네놈 면상부터 구멍을 뚫어서 부처님 곁으로 보내준다.”
입이 걸걸하다 못해 아주 험악했다.
이 말에 화가 난 장정 중 한 사람이 끼어들며 말했다.
“아가씨의 몸에 털 끝 하나라도 대면…..”
-퍽!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장정이 자금정의 주먹질에 그대로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대면 뭐 어쩔 테냐?”
이에 우향을 부축하고 있던 장정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워낙 체구가 좋고 근육질이라 보통은 아니라 여겼지만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어이. 당장 안 비키면 오늘 그 아가씨 송장 치우게 될 거다!”
“다, 다가오지 마시……”
“안 비켜! 오늘 이 땡중이 살계 한 번 열어봐야…..”
“그리 겁을 주면 당연히 오해를 하죠.”
뒤에서 들려오는 빈정거리는 목소리에 파계승 자금정이 무섭게 인상을 쓰고서 고개를 돌렸다.
“뭐냐? 이 기생 오래비 같은 놈아. 지금 내가 이 계집 가슴이라도 만지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것 같으냐?”
화를 내는 그를 보며 목경운이 입 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말했다.
“흥미롭군요.”
“뭐?”
“미치광이가 아니라 그저 남을 의식하지 않을 뿐이네요.”
“네놈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
-슥!
목경운이 갑자기 대뜸 손을 뻗었다.
이에 자금정이 자신을 향해 덤비는 건가 싶어 몸을 돌려 기수식을 취하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흐어어어어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흐릿한 무언가들이 스쳐지나가더니 이내 목경운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것들은 다름 아닌 우향에게 들러붙어 있던 잡령들이었다.
잡령을 착(着)의 식(式)으로 빨아들인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더니,
-파스스스!
이것을 사기(死氣)로 그대로 소멸시켜버렸다.
잡령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본 파계승 자금정이 놀란 눈으로 입을 열었다.
“네놈…….대체?”
이놈 정체가 뭐지?
기감 상으로 느껴지는 것을 보고서 장원 주인의 여식인 우향이 데려온 무림인들인가 했었다.
실제로도 절정 정도의 기운이 느껴졌었다.
한데 방금 그건 뭐지?
잡령을 허공섭물 같은 신기로 끌어당겨 잡은 것도 모자라 소멸시켜버렸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흐어어어어어어!
-우우우우우우우!
사방에서 더욱 많은 잡령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수를 짐작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잡령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자, 방사나 영력이 열려 있는 자들이 아니더라도 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흠칫!
“이게 뭐야?”
“사방이……”
몽무약과 섭춘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분명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주변이 뭔가 사이한 기운들로 잠식되었다.
“빌어먹을! 오지게도 많네. 부적으로 쳐 막았으니 잡귀들은 못 들어온다고 하더니 순!”
파계승 자금정이 황급히 기수식을 취했다.
그러자 그에게로 주변의 기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본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잡령들을 본격적으로 상대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시간 낭비일 걸요.”
“시간 낭비?”
“네. 일일이 잡아서 될 문제가 아닌 것 같군요.”
“아니. 그럼 기생 오래비 네놈은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다는 거냐?”
“말버릇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군요.”
“뭐?”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고쳐보도록 하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팍! 팍! 팍!
목경운이 왼손으로 약식 수인을 맺었다.
병(兵)! 투(鬪)! 열(裂)! 진(陳)!
구자활법의 수인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엄청난 주력이 이내 주변을 가득 메웠다.
-고오오오오오오!
그러더니,
-파아아아아아!
본당 주변의 모서리로 거대한 네 개의 기둥이 솟구쳤다.
이것은 목경운이 주력과 술(術)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를 유일하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영력을 개안(開眼)한 파계승 자금정뿐이었다.
“이건?”
-슥!
목경운이 검결지를 입가에 붙이고 작게 중얼거렸다.
“사봉연쇄술(四峰聯鎖術).”
-촤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네 개의 기둥이 붙으며 거대한 면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면은 순식간에 본당 건물 주변을 주력으로 차단시켜버렸다.
그 상태에서 목경운이 위로 손을 들어 올리더니, 이내 손바닥을 폈다가 쥐었다.
그러자,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팡!
본당 주변으로 몰려들었던 수많은 잡령들이 이내 방대한 주력을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전부 터져버리고 말았다.
‘!!!!!!’
이 광경에 파계승 자금정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