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07)
파계승 복마권사 자금정의 소림사 불가 시절 법명은 덕문(德門)으로 현 장경각주 공전 대사가 십계 중 투계승 시절에 거둬졌다.
계속 되는 기근과 도적의 습격에 부모를 여윈 자금정을 거둬들인 공전 대사는 소림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공의 고수였다.
그는 소림에서 거둬들인 아이들 중 자금정의 무재를 높게 사 직계 제자로 받아 직접 무공을 전수하였다.
그 기대를 부응 받아 자금정은 불과 십 년 만에 차기 십계승에마저 거론될 정도로 그 뛰어난 무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런 인정과 스승인 공전 대사의 수차례 되는 추천에도 불구하고 자금정은 번번히 십계승 후보에 누락되고 말았다.
이에 불공정하다 여긴 공전 대사가 대회의 때 이를 논제로 제기했다.
[아미타불. 방장 대사를 비롯한 여러 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어찌하여 덕문을 십계승으로 발탁하는데 매번 후보에서 누락시키시는 겁니까?]이러한 공전 대사의 제기에 답한 것은 계율원주인 대덕 대사였다.
[아미타불. 십계승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위만 뛰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장경각주께서도 아시는 바이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오나 그 아이를 직접 가르친 소승의 판단으로는 이 아이만큼 심성이 여린 아이도 없습니다.]이 말에 계율원주 대덕 대사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장경각주.] [아미타불. 말씀하시지요.] [심성이 올곧은 것과 여린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계율원주. 덕문 그 아이가 몇 차례 계율원에 불려간 것에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욱 그 아이가 소림을 대표하게 될 십계승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소승이 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시길 바라는 겁니까?]이 말에 공전 대사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저 제자인 자금정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나 이로 인해 소림 내에서도 방장 사형을 비롯해 계율원주, 그리고 자신만이 알고 있던 사실이 알려지고 만다.
[영문(靈門)이 열려, 살아선 보면 안 될 것들을 보는 것은 부처님께서 내린 그 아이의 업(業)이기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 덕문은 이 과제를 불도의 수련을 통해 이겨내지 않고 법당에 올려지는 술로 견디려 합니다.]-웅성웅성!
이런 계율원주의 말에 여러 고승들이 술렁였다.
이에 공전 대사가 이를 수습하려 들었다.
[계율원주 하나 그건……] [네. 덕문 그 아이가 보는 세상은 보통 사람들과 다릅니다. 죽은 망자들이 보이는 세상 속에 살아가는데 어찌 고통스럽지 않겠습니까?] [그걸 아시는 분이 어찌…..] [해서 더욱 안 된다는 겁니다. 평생동안 고통과 괴로움을 이겨내야 하는데, 벌써 수 차례나 이를 버티지 못해 술을 탐하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여 면벽동에 갇혀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자에게 타 승려들보다 모범이 되어야 할 십계승의 자리를 줄 수 있단 말입니까? 더 이상은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겁니다. ]이런 계율원주의 말에 회의장에 있는 승려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공전 대사가 안타까운 얼굴로 합장을 하며 고개 숙였다.
그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하나 모두가 이해는 한다고 하지만, 그 아이의 고통을 그릇된 시선으로 보았고 그저 불도(佛道)로 극복해야 한다고 여길 뿐이었다.
‘아미타불.’
그러나 공전 대사의 생각은 달랐다.
불도를 수련하는 것만으로 어찌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다리가 잘려나가 불구인 자더러 불도를 갈고 닦으면, 언젠가 걷을 수 있다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모두가 그 아이의 단면만을 보고 있구나.’
공전대사는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덕문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에 소림이 잃었던 것마저 깨우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공(功)보다는 과(過)에 집중했다.
불도라는 것이 그러했다.
이것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여전히 변함없을 것이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놓아주는 것이 옳을지도.’
* * *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팡!
한순간에 터져서 소멸해버리는 수많은 잡령들.
“하!”
이 광경에 파계승 자금정이 입까지 벌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림을 떠난 후로 ‘보이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잊기 위해 술에 빠져 살았던 그였다.
술에 빠지다보니 당연히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었고 덕분에 수많은 기행들을 저질러 미치광이 소리도 들었다.
이런 그를 수렁에서 꺼내준 것이 바로 방사 이문해였다.
[참으로 괴로운 인생을 사셨구려.]이문해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 저주스러운 눈을 이해해주었고, 부적술로 잡령들을 쫓아 처음으로 술 없이 편안하게 잠을 자게 만들어주었다.
이를 인연으로 그는 방사 이문해를 따라다니며 살아가고 있었다.
한데 절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방사 이문해가 같이 술을 마시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기는 했다.
[실력도 좋은데 왜 사문의 눈치를 보냐고 했소?] [그래. 네 녀석 정도로 실력 좋은 방사라면 어딜 가든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냐?] [흐흐흐. 자 형이 그리 말해주니 기분이 좋긴 하구려. 하나 자 형이 말해준 것처럼 무림에 수많은 고수들이 있듯이 방사들의 세계 또한 마찬가지요. 나보다 훨씬 뛰어나고 대단한 방사들이 넘쳐나오.] [이 땡중에게는 네놈이 최고다.] [그리 말해주니 감사할 따름이지만 고작 방묘에 불과한 자가 최고라 하고 다니면 세상 방사들이 비웃을 것이도.] [흥. 겸손 떨기는.]그때는 방사가 실력이 뛰어나봐야 라고 생각했다.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여겼다.
그런데 막상 부적 같은 것도 없이 수인을 맺어서 수많은 잡령들을 몰살시켜 버리는 목경운의 방술 실력을 보게 되자 어처구니마저 없었다.
정말 방사 이문해가 상대가 되지 못할 정도였다.
‘이놈 대체 정체가 뭐지?’
겉으로 느껴지는 기운을 보면 분명 무림인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정도 수준의 방술까지 익힌 거지?
그러는데,
“하아…..하아…..”
“아가씨? 정신이 드십니까?”
잡령이 들러붙어 괴로워하던 장원 주인의 여식 우향이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게 어찌?’
부친이 그리 된 후로부터 하루하루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 만큼 괴로웠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온 것처럼 몸 전체가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아가씨 안색이?”
“몸이 편해졌어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이 물음에 그녀를 부축하던 장정이 머뭇거리다, 이내 파계승 자금정과 목경운을 고개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객들이 뭔가를 한 것 같습니다.”
“저 분들이요?”
“네.”
무엇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목경운이 무언가를 한 후에 갑자기 무거웠던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심지어 간간히 등골이 오싹하던 기묘한 현상마저 사라졌다.
그때 우향이 부축하던 장정의 도움을 마다하며 그들에게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두 분 대협들 덕분에 몸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이런 그녀의 인사에 파계승 자금정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 땡중이 한 게 아니다. 인사를 하려면 기생 오래비 같은 놈에게…..”
-퍽!
“윽!”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느껴지는 통증에 자금정이 코를 부여잡았다.
-주르륵!
‘!?’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물기에 자금정의 두 눈이 커졌다.
코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찬 빗줄기에 금방 손바닥을 적시는 핏물이 씻겨지고 있었지만 이것은 상관없었다.
‘뭐야?’
보지도 못했다.
닿고 나서야 통증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름을 모르면 공자라고 부르시죠. 기생 오래비라는 말은 썩 마음에 들진 않는군요.”
“너……대체 뭐야?”
-파팍!
파계승 자금정이 코에서 손을 떼더니 권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방술은 모르겠으나 무공 실력은 완숙한 절정 수준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방금 전에 자신의 코에 닿는 것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이 덕분에 호승심이 생겨난 그였다.
그러나,
-팟!
섭춘이 그런 그들의 사이로 끼어들며 광무도의 손잡이를 쥐고서 말했다.
“복마권사. 주군께 무례를 범하지마라.”
물론 그만이 아니었다.
몽무약도 섭춘의 옆에 붙으며 검을 반쯤 뽑았다.
-스릉!
이런 그들을 보며 자금정이 미간을 찡그렸다.
파계승 자금정은 이들을 보았을 때부터 이 두 사람이 초절정의 고수임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이 정도 무재를 지닌 녀석들이 저 기생 오래비 같은 놈의 수하를 자처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저놈의 정체가 더더욱 궁금해졌다.
-고오오오오!
자금정의 두 주먹에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러자 그의 주먹에서 푸른빛이 일렁이며 강기가 형성되었다.
이를 본 섭춘과 몽무약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권강?’
‘운기가 빠르다.’
그가 보통 고수가 아님은 알았지만 이렇게 빠르게 기운을 운기하여 권강(拳罡)을 형성할 줄은 몰랐다.
이런 그들의 놀라움과 다르게 목경운은 다른 부분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자금정은 주변의 기운을 모아 강기를 형성했다.
‘신기하네.’
분명 눈으로 보고 있는데 그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체내의 기운이 혈 자리를 통해 움직이는 것은 일종의 운기 원리에 가까워 이해할 수 있었으나, 이것은 회주가 보여준 이기어검술처럼 이해의 영역을 넘어섰다.
깨달음이 동반되지 않으면 쉽사리 훔칠 수 없는 수법이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흥미가 갔다.
“둘 다 물러서세요.”
목경운은 섭춘과 몽무약에게 명을 내렸다.
“하오나 주군…..”
“괜찮으니 물러나시죠.”
이에 섭춘과 몽무약이 동시에 좌우로 물러섰다.
그러나 자금정은 여전히 기수식을 풀지 않고서 당장에라도 주먹을 뻗을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지금 그 권법의 기수식은 소림사의 무공인가요?”
“흥. 파문 당한 처지에 무슨 염치로 소림의 권법을 쓴단 말이더냐? 이건 이 땡중이 만든 복마공권(伏魔攻拳)이다.”
이 말에 섭춘이 코웃음을 쳤다.
소림의 권법이 아니라는 듯이 말했는데, 아무리 봐도 소림복마권과 비슷하다.
백보신권에서 파생된 다섯 권법 중 하나인 소림복마권은 상승 무공으로 그 권초가 강맹하면서도 유려하기로 유명했다.
물론 이를 모르는 목경운은 무엇이 원조인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자금정의 내공 운용법을 알고 싶었다.
‘무상대능력이라고 했던가?’
무상대능력(無上大能力).
달마 대사가 등선에 들기 전에 마지막 깨달음으로 만들었다는 그 전설의 심법.
체내로 내공을 모으지 않고 주변의 기운을 부릴 수 있다면 그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그 원리를 터득하고 싶었다.
이에 목경운이 그를 도발했다.
“무림에서는 하수에게 세 수를 양보한다죠? 덤벼보시죠.”
“뭐?”
자금정이 무섭게 인상을 썼다.
아까 전의 한 수로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무림에서 삼광(三狂)의 일인이라 불리며 악명을 떨쳤던 자신이다.
그런 자신에게 어린 놈이 세수를 양보하겠다고 도발하다니 노기가 오르긴 했다.
“오냐. 그리 자신 있다면 한 번 붙어보자꾸…..”
바로 그때였다.
-쾅!
자금정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본당에서 커다란 굉음이 터져나왔다.
이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돌아갔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본당의 벽이 부서져 있었고, 그곳에 음양도가 그려진 회색 도복을 입은 사내가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를 본 파계승 자금정이 놀라서 소리쳤다.
“이문해!”
그리고 황급히 그를 향해 신형을 날리려하는데,
-팍!
목경운이 그를 막아서며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룩불룩!
이문해라 불린 방사복을 입은 사내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얼굴에 검은 핏줄들이 마구 튀어나와 있었고, 두 눈동자 역시 뒤집혀서 백안(白眼)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크케케케케켁!”
사내가 그들 향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웃어댔다.
그 모습도 그렇고 웃음소리도 굉장히 소름끼쳤다.
그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여긴 파계승 자금정이 거칠게 소리쳤다.
“비켜라!”
목경운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비키면 뭘 할 수 있나요?”
-으득!
“하면 그냥 구경이라도 하라는 것이냐?”
“네.”
“뭐?”
-팟!
반문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의 신형이 흩어지더니, 어느새 뭔가에 씌인 형태가 된 이문해라는 자의 앞에 당도했다.
-흠칫!
기괴하게 웃어대던 이문해가 갑자기 나타난 목경운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날카로워진 손톱으로 목을 그으려고 했다.
그러나,
-팍! 우드득!
그런 그의 손목을 움켜진 목경운이 단 번에 팔을 비틀어버렸다.
어찌나 세게 비틀었는지 팔꿈치를 뚫고서 뼈가 튀어나왔다.
보통 이 정도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비명이 터져나올 만도 했지만 이문해는 오히려 더욱 웃어댔다.
“크케케케케켁! 소용없다. 이딴 걸로 이 몸이 아파하기라도 할 것 같으냐?”
“네. 그러시겠죠.”
“네놈도 방사인가 본데 이미 이놈의 몸은 내 것이 되었……”
-짝!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이 이문해의 뺨에 따귀를 날렸다.
고개가 돌아간 이문해의 두 눈이 커졌다.
팔이 꺾였을 때도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했는데, 방금 전 그 따귀에 얼굴이 탈 것처럼 아파왔다.
“이건 아픈가 보네요?”
놀란 이문해의 몸을 장악한 존재가 고개를 돌렸다.
“너…….대체?”
-퍽! 우득!
그때 목경운의 이문해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정강이가 꺾여버린 이문해가 강제로 한쪽 무릎이 꿇려지고 말았다.
-쿵!
그런 이문해의 반대 뺨을 목경운이 따귀를 날렸다.
-짝!
“흐헉!”
타들어갈 것 같은 고통에 이문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문해의 몸을 차지한 존재는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놈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고통을 줄 수 있었다.
이에,
‘빠져나가야 해.’
그 존재는 이문해의 몸에서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꽉!
목경운이 어깨를 움켜쥐고서,
-팍! 팍! 팍!
투(鬪)! 열(裂)! 진(陳)!
약식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방사 이문해에게서 빠져나오려던 존재는 마치 감옥이라도 된 것처럼 몸에 갇혀서 나올 수가 없었다.
그 존재가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너…..너 대체 무슨 짓을……”
-짝!
“억!”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존재의 뺨이 옆으로 돌아갔다.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이문해의 몸을 차지한 존재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한데 그런 그의 하얀 눈동자로 목경운의 얼굴이 들어왔다.
-흠칫!
‘웃고…….있어?’
이건 자신으로부터 이 몸의 주인을 구하려고 하는 자가 보일 법한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웃음은 온통 악의로 가득했다.
순간 존재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