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1)
6화 악(惡)이 깃든 (4)
서책의 표면을 이루고 있는 인피(人皮).
누구도 그것을 뜯어내 입으로 집어넣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애초에 사람의 피부로 만들어지고 보기만 해도 귀기(鬼氣)가 서려 있는 그것을 어떤 누가 입에 넣겠는가.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우물우물!
‘질겨.’
입 안에 인피를 넣고서 마구 씹어대는 목경운.
기이하게도 아무리 물어도 인피는 너무 질겨서 이빨에 손상이 가거나 뜯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 듯 했다.
-하악!
청령의 존재가 고운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심장부를 움켜쥐었다.
뭔가 고통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에 목경운은 더욱 강하게 인피를 우물거렸다.
-망할 중생!
-파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청령의 안광이 피처럼 붉게 물들었다.
그와 함께 청령이 긴 곰방대를 들고서 휘두르자 바닥에 흘러내리던 죽은 조일상의 핏물이 허공으로 떠올라 회전을 했다.
‘이건?’
절대 환상이 아니었다.
허공으로 떠올라 방울 방울 회전하는 핏물의 모습은 가히 위압적이었다.
이에 목경운의 눈이 파르르 떨리며 핏물들을 주시했다.
빠르게 회전하기에 육안으로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그것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 녀석…..
청령의 존재조차도 목경운이 정확하게 핏물들을 응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딱히 방술이나 무공조차 익히지 않은 인간인데 놀라웠다.
육신이나 그 반사신경이 평범한 인간을 완전히 상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봐야 중생.
청령의 존재가 곰방대를 목경운을 향해 가리켰다.
그 순간 공동 안으로 빠르게 회전하던 핏방울들이 일제히 목경운을 향해 쇄도했다.
-촤촤촤촤촤촤촤!
-촤르르르륵!
바로 그 찰나였다.
방울들을 응시하던 목경운이 청령의 존재가 곰방대를 휘두르는 순간 바닥으로 미끄러지며 청령의 존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어리석은.
청령의 존재에게 거의 닿기 일보 직전이었다.
목경운의 상반신 앞 부분으로 피의 비가 내리며 살점을 파고들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팍!
목경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지간한 통증에는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한데 살점을 파고든 핏물은 날카로운 암기처럼 피부를 마구 헤집고 있었다.
이런 목경운의 고통을 즐기는지 청령의 존재가 입 꼬리를 올렸다.
-고통스럽느냐? 하면 뱉어라.
-꽉!
청령의 존재가 목경운을 향해 손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피부를 파고든 핏물들이 더욱 체내로 파고들며 목경운의 신경부를 자극했다.
“끄읍.”
처음으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에 청령의 존재가 혀를 내둘렀다.
보통이라면 이 정도 고통이라면 몸을 마구 뒤집으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해야 정상이었다.
한데 고작 저게 다였다.
-고통에 익숙한 것이냐? 아니면 미련스러울 만큼 인내심이 강한 것이냐? 스읍.
청령의 존재가 곰방대를 물고서 빨았다.
그리고 뿌연 연기를 내뱉더니 이내 마무리를 지으려는 것처럼 곰방대를 뻗었다.
-어리석은 중생. 그냥 죽어라.
그때 고통스러워하던 목경운이 중얼거렸다.
“아승.”
-뭐라 지껄이느냐?
“아스으으으응!”
입에 인피를 물고 있어서 발음이 샜지만 목경운이 외친 것은 다름 아닌,
-스르르르륵!
마승이었다.
천장을 투과하면서 나타난 마승.
그런데 그 상태가 묘하게 좋지가 않았다.
원혼이기에게 평소에도 흐릿하긴 했지만 신체의 곳곳이 검은 점 같은 것이 생겨나 있었다.
이를 본 청령의 존재가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너였느냐?
그 말에 마승이 한 쪽 무릎을 꿇고서 고개를 숙여 청령의 존재에게 예를 갖췄다.
‘어째서?’
그 모습을 보며 목경운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좀 더 격이 높은 괴이라서 저러는 것일까? 한데 그것은 제자략 음양가본서의 저자가 했던 말처럼 방사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법칙이었다.
아주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
-영적인 재능이 있는가 보구나. 원혼과 이어진 것을 보니 말이다. 한데 안타깝게도 이 땡중 녀석은 본좌의 수족이나 다름없다.
‘수족?’
격과 상관없이 생전에 알고 있던 존재인가?
만약 그런 것이라면 낭패였다.
마승은 목경운에게 식신이었는데, 그것을 통제할 수 없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렇다면 혼자 힘으로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
-꽉!
목경운은 입안에 있는 인피를 다시 잘근잘근 씹어댔다.
-하윽! 너!
그러자 청령의 존재가 또 다시 심장부를 움켜잡더니 노기가 찼는지 살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보며 곰방대를 휘둘렀다.
-파파파파파파파팍!
곰방대를 휘두르자 체내로 파고들었던 핏방울들이 이내 몸밖으로 빠져나갔다.
봐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아니었다.
-촤르르르르르!
몸 밖으로 빠져나온 핏방울들이 뭉치며 하나의 날카로운 가시가 되었다.
청령의 존재가 곰방대를 아래로 터는 시늉을 하자,
‘이런!’
-파아아아아악!
날카로운 가시가 목경운의 심장을 노렸다.
이에 목경운이 몸을 옆으로 굴리며 그것을 피했다.
-흥!
청령의 존재가 코웃음을 치며 피할 수 없다는 듯이 다시 곰방대를 휘둘렀다.
그러자 바닥에 박혔던 피의 가시가 목경운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파아아아아앙!
그 속도는 너무도 빨라서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팍!
‘어?’
심장부에 정확하게 찔리려나 했는데, 뭔가가 나타나 목경운을 밀어냈다.
그것은 마승이었다.
-땡중 놈이 감히!
-………
마승이 손사래를 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목경운 역시도 이 상황이 의아했다.
방금 전까지 무릎을 꿇고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승이 갑자기 청령의 존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어째서?’
그러고 있는데 청령의 존재가 혀를 차며 말했다.
-호라. 식신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것이냐?
-………
마승이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둘의 관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와주고도 눈치를 보는 모습에 목경운은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마승은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돕고 있었다.
이것은 지금 상황에서 상당히 중요했다.
“마가!”
-스르르르!
목경운의 외침에 마승이 자연스레 청령의 존재의 앞을 가로막았다.
확실히 마승은 목경운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격이 높긴 하지만 청령의 존재와 싸우게 만드는 것도 가능할 지도…..
-팍!
모르겠다고 여겼는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청령의 존재가 마승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럼 둘 다 죽여주마.
-………
목이 붙잡힌 마승은 옴짝달싹을 하지 못했다.
마승이 좀 더 커다란 신장인데도 저리 꼼짝 못하는 걸 보면 격의 차이 때문인 듯 했다.
원혼이라고 다 같은 원혼이 아니었다.
-아득아득!
목경운은 마승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피를 마구 씹었다.
그러자,
-하윽!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청령의 존재가 분노했는지 일그러진 얼굴로 곰방대를 휘저었다.
그러자 또 다시 흩어져 있던 핏방울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휙휙휙!
핏방울들이 날카로운 가시처럼 변하며 목경운의 주변을 빠르게 회전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끝장을 내려는 듯 했다.
그 찰나의 순간 목경운의 사고는 청령의 존재가 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꿀꺽!
목경운은 입안에 씹고 있던 인피를 그대로 삼켜버리고 말았다.
-!?
이를 본 청령의 존재의 핏빛 안광이 흔들렸다.
애초에 입안에 저걸 넣고서 씹어대는 녀석도 없었지만 삼킨 것도 처음이었다.
-이런 미친 중생!
청령의 존재가 목경운을 향해 곰방대를 휘둘렀다.
그러자 그 주변을 포위하며 빠르게 회전하던 수많은 핏방울들이 일제히 목경운을 향해 쇄도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팍!
‘큭!’
날카로워진 핏방울들이 파고들자 목경운의 몸이 비틀렸다.
핏방울이 체내로 파고들면서 신경뿐만이 아니라 근육까지도 경직시켜서 제멋대로 움직이게 하는 듯 했다.
-네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빼내주…..
청령의 존재가 그 뒷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곰방대를 들고 있던 손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괴로움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대, 대체……
청령의 존재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인피를 마구 씹을 때도 고통스러웠는데 그것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혼(魂)으로 이루어진 몸 전체가 마치 균열이 일어나는 것처럼 아파왔다.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목경운 또한 그 연유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인피를 억지로 삼킨 후로 배가 이상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속이……’
그 뜨거움은 오장육부가 타들어가는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과거 처음 독을 입에 댔던 이후로 간만에 느껴보는 고통에 목경운의 입 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속에서부터 느껴지는 고통은 애초에 익숙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콱!
괴로워하던 청령의 존재가 어느새 앞으로 나타나 목경운의 목을 움켜쥐었다.
-고작 하찮은 중생이!
-주르르륵!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분노하고 있는 청령의 존재의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소름 끼치는 것도 있었지만 원혼(冤魂)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그 한이 깊어보였다.
-너 같은 게 감히!
청령의 존재가 두 손으로 목을 졸랐다.
숨이 막혀오자 목경운 역시도 반사적으로 뿌리치기 위해 청령의 존재의 손목을 잡았다.
-꽉!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목경운의 머릿속에 기이한 광경이 보였다.
화려한 대전 전체가 피로 물들어 있고 수많은 이들이 잔인하게 죽어 있었다.
그 한 가운데 피에 젖은 채 검을 바닥에 꽂고서 헐떡이는 누군가.
그 누군가는 청령의 존재였다.
청령의 존재는 만신창이였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청령의 존재가 고개를 돌려 대전의 옥좌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오만하게 앉아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림자로 드리워져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 존재를 증오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청령의 존재.
[……….]청령의 존재가 피를 쏟아내며 옥좌에 앉아있는 존재를 향해 아우성을 쳤다.
한데 이상하게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피를 토할 만큼 분노하던 청령의 존재가 이내 검병을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옷을 찢어 손목에 휙휙 감아 고정하더니 옥좌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향해 신형을 날리려 했다.
-팍!
[!!!!!!!]한데 눈 깜짝할 사이에 옥좌에 있던 자가 청령의 존재의 가슴팍에 손을 꽂아 넣고 있었다.
하더니 이윽고 그 존재가 청령의 존재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바로,
‘심장?’
쿵쿵거리며 뛰고 있는 심장이었다.
살아서 자신의 심장을 보게 되는 순간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자신의 심장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으깨지는 광경을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콰직!
그와 함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이 고막을 날카롭게 후벼팠다.
그러더니 이내 방금 전에 보았던 그 환상이 사라지고서, 면류관이 벗겨진 채 머리카락을 축 늘어뜨리고서 충격 받은 얼굴을 하고 있는 청령의 존재가 보였다.
‘여자……였나?’
면류관을 쓰고서 날카롭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길 때는 구분이 가지 않았는데, 지금 이 모습을 보면 확실하게 여자로 보였다.
한데 청령의 존재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의아해하는데 목경운은 자신의 몸에서 나온 붉은 실 같은 것이 그녀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실은 마승에게도 이어져 있었다.
‘설마?’
이게 무엇인지 대충이나마 알 것 같은데, 청령의 존재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아아아아악! 본좌가 식신이라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