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16)
“혹시 인원을 딱 맞춰야 하는 거면 이참에 한 사람을 줄이면 되지 않을까요?”
‘!!!!!!’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하는 목경운의 모습에 옥기뿐만이 아니라 선발대의 우두머리 격인 간양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녀석 대체 뭐야?’
정말 회에서 보낸 녀석이 맞는 건가?
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거지?
그때였다.
-꽉!
“켁켁!”
“어이. 주인 양반. 그럼 이놈을 죽이고 이 땡중이 끼면 되는 건가?”
파계승 자금정이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고서 이죽거리며 말했다.
숨이 막혀서 얼굴이 새빨개진 옥기는 온몸을 허우적대며 어떻게든 자금정의 손을 풀어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공력에서 격차가 컸기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컥!”
옥기의 두 눈이 뒤집히려고 했다.
‘지, 진짜 죽겠어!’
숨이 끊기기 일보 직전이라 여긴 간양이 당황해서 이를 만류하려 했다.
그런데 그가 나서기도 전에 누군가 끼어들었다.
“인원이 하나 늘어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습니다. 그러니 멈춰주시죠.”
그는 선발대 중 한 사람인 유봉이었다.
화장을 한 얼굴로 간드러진 말투를 쓰는 유봉의 말투가 거슬렸는지 자금정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사내 녀석의 꼬락서니가 그게 무어냐?”
“호호호. 저는 딱히 사내가 아니랍니다.”
“뭐? 그런 계집이라도 된다는 것이냐?”
“계집도 아니랍니다. 어쨌거나 귀하께서 복마권사인 것은 알았으니 이제 그 손을 놓아주셨으면 합니다만.”
이런 유봉의 말에 자금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걸 결정하는 건 네놈이 아니다.”
그 말과 함께 자금정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이를 본 유봉의 눈빛이 반짝였다.
아까부터 관조하면서 상황을 살피고 있던 그였다.
그 결과 유봉은 의아했지만 후발대의 우두머리 격이 가장 어리고 약관조차 되지 못한 목경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후발대의 중심이다.’
어째서 무위가 가장 약한 자를 우두머리로 삼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이들에게 굴복하게 되면 계속 휘둘리게 될 것이다.
이에,
-팟!
유봉이 신형을 날리며 목경운을 제압하려 했다.
그만 제압할 수 있다면 후발대 전체가 자신들의 통제를 따를 수밖에 없으리라.
특히 저 미치광이 파계승 역시 말이다.
-파파팍!
순식간에 목경운의 코앞까지 도달한 유봉이 손을 뻗어 목경운의 목을 휘어 감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미처 닿기도 전이었다.
“어딜!”
-촥!
어느새 섭춘의 광무도가 유봉의 손목을 베어버리려고 했다.
이에 손을 뻗던 유봉이 팔꿈치를 접고서 경력(暗勁)을 실어 교묘하게 광무도의 도신을 쳐냈다.
-태앵!
도신이 가볍고 얇은 광무도가 탄력에 의해 일시적으로 휘어졌다.
-파르르르!
도신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
그로 인해 도병을 잡고 있는 손바닥에까지 경력의 위력이 미쳐왔다.
‘큭.’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서 유봉이 섭춘의 복부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팍!
그러나 섭춘은 이 같은 공격에 쉽게 당할 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날아드는 유봉의 발차기를 위로 차올리고는,
-퍽!
탄력으로 휘어지던 광무도의 반대 도신에 죄수의 일장을 가격하며 경력을 해소시켰다.
그와 함께 위로 차올려졌던 반동을 이용해 몸을 띄워, 반대 발로 돌려차기를 하는 유봉의 공격을 가볍게 고개를 젖혀 피해냈다.
-파악!
돌려차기가 아슬아슬하게 섭춘의 머리카락만 스치고 지나갔다.
이를 놓치지 않고서 섭춘이 경력을 해소시킨 광무도로 접무도법의 2초식인 회원접경(回圓蝶警)을 펼쳤다.
-촤촤촤촥!
“헛?”
도가 넓은 궤적으로 회전을 하며 자신의 목을 노려오자 유봉이 황급히 기묘한 경신법으로 여우 같은 몸놀림을 보이며 이를 껑충껑충 넘어 피해냈다.
-타타타탁!
‘무슨 경신법이 이리도?’
‘도를 다루는 게 보통이 아니야.’
짧은 찰나에 몇 차례 공수를 교환한 유봉과 섭춘이 서로의 실력에 경탄하며 네 보 이상 물러나며 간격을 벌렸다.
그런데 이들의 대결을 보며 놀란 자가 한 사람 더 있었으니, 선발대의 우두머리 격인 간양이었다.
무공으로는 선발대에서 가장 뛰어난 게 자신이라 여겼던 그였다.
한데 황궁에서 내관으로 2년 가까이 보냈다고 하던 그가 이렇게나 놀라운 무위를 지녔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무공 실력을 숨겼었다니?’
간양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때 유봉이 난처하다는 듯이 섭춘을 쳐다보았다.
이 자를 뚫기야 여간 쉽지 않은 듯했다.
이에,
‘아깝지만 별수 없구나.’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섭춘을 향해 암기처럼 날렸다.
-슉!
당연히 암기라고 여긴 섭춘은 광무도로 이를 쳐내기 위해 휘둘렀다.
그런데 도 날이 유봉이 날린 그것을 베는 순간,
-파파파팍!
‘화약?’
그것은 다름 아닌 화약(火藥)이었다.
화약이 폭발하며 붉고 파란 불꽃이 튀기는 바람에 찰나에 섭춘은 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도를 마구 휘두르며 유봉이 자신의 간격에 들어오는 것을 방어했다.
하나 유봉이 노리는 것은 그가 아니었다.
바로 목경운이었다.
불꽃이 튀는 사이에 가장 약체지만 이들의 중심이라 여긴 그를 제압하려 했던 유봉이었다.
그런데 그가 미처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악수를 두시는군요.”
‘뭐?’
-팍!
‘엇!?’
금나수의 수법을 펼치기 위해 뻗는 유봉의 손을 가볍게 쳐낸 목경운이 그의 안면을 붙잡고서 그대로 바닥에 내려찍어버렸다.
-쾅!
“악!”
뒤통수를 바닥에 찍힌 유봉은 고통으로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 한 수로 유봉은 깨닫고 말았다.
후발대 아니 여기 있는 모두를 통틀어 가장 강한 자는 바로 이 녀석이었다.
‘이······이런 착각을······하다니······.’
그것도 모르고 이 녀석이 제일 약하다고 여겨서 제압하려 했다는 게 제대로 된 패착이었다.
“끄으으으.”
허파에서 바람 빠진 소리가 흘러나오던 유봉의 의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뇌진탕이 왔는지 두 눈이 뒤집혀서 거품까지 물고서 기절하고 말았다.
그런 유봉의 안면에서 손을 뗀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괜한 기 싸움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죠. 더 해봐야 의미 없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깨달으셨겠죠?”
이런 목경운의 말에 선발대의 우두머리 격인 간양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 * *
등불을 켜놓은 관제묘 안.
기가 죽은 선발대 삼인방의 태도는 처음과 다르게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더욱 움츠리게 만든 것이 있었다.
그것은,
“본관 직속관의 부관주 몽무약이다.”
“내성 본관 제 삼 호위대주 섭춘이오.”
“암종주의 제자 목경운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정체를 듣고 나서였다.
‘이런 미친······.’
‘그곳’의 요청도 있었기에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후기지수를 후발대로 보낼 거라고는 이미 전서구를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임무는 달성률이 낮고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기에 만약의 사태가 벌어져도 버릴 수 있는 패들을 보내리라 여겼다.
그런데 이들의 정체를 알게 되자 선발대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본관 직속관의 부관주라면 부회주님의 아드님이 아니신가?
게다가,
‘본관의 호위대주면 회주님의 직속 호위대잖아. 하!’
이들은 이런 신분만으로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 두 사람은 천지회의 젊은 후기지수 중 최고라 불리는 오호(五虎)에 속한 자들이 아닌가.
한데 이 셋 중 의외로 유일하게 처음 알게 된 것이 목경운이었다.
‘암종주께서 제자를 발탁했다고?’
암종주의 제자라면 간부 직계였다.
그들은 길게는 이 년에서 짧아도 일 년 가까이 임무를 위해 외부로 파견되었었다.
그렇기에 그사이에 벌어진 내부 사정은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목경운이 암종주의 제자라고 하니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면 최근에 받은 제자일 텐데 왜 이렇게 강한 거지?’
특히 목경운에게 일수에 당한 유봉은 더더욱 그랬다.
이 정도 무위라면 종주 급의 간부가 아니라 오왕(五王) 급의 간부 밑에서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부회주의 아드님부터 본관 호위대주까지 전부 이 자를 주군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체 진짜 정체가 뭐지?
혹시 암종주의 제자라는 것은 그저 보이기 위한 신분이고, 실제로는 회주님의 제자라도 되는 건가?
뭔가 의문이 더욱 깊어졌다.
어찌 되었거나 후발대의 이들이 밝힌 신분 덕분에 선발대는 두 가지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이 후발대에 회에서 정보와 간자를 관리하는 두 부처의 후계자들이 속해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건 아마도 황궁 내에 심겨 있는 간자들을 활용하기 위함일 것이다.
두 번째는,
‘······절대로 실패해선 안 되겠구나.’
회에서도 훗날 거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이런 인물들을 기밀 임무로 파견했다는 것은 실패하면 어쩔 수 없지가 아니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것을 깨달은 그들에게 목경운이 물었다.
“자! 이제 저희가 해야 할 임무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물음에 답한 것은 선발대의 우두머리 격인 간양이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 간양이 한결 공손해진 말투로 말했다.
“그럼 임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전에 후발대의 분들께서는 어느 정도까지 알고 계신 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섭춘이 답했다.
“어떠한 장소에 구금되어 있는 한 인물을 탈취하여 회로 데려가는 걸로 알고 있소.”
“정말 대략적인 것만 들었군요.”
“집결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정보가 누설되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짐작하고 있소.”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요. 하면 임무가 무엇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저희가 향할 곳은 바로 황도인 개봉입니다.”
‘······역시인가.’
이런 그의 말에 섭춘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미 개봉의 인근인 하남성 안낙이 집결지였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했던 부분이었다.
물론 섭춘과 다르게 암종주와 부회주로부터 이미 정확한 임무를 사전에 전달받은 목경운과 몽무약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개봉이라니 설마 그 임무라는 게 겁대가리 없이 황궁에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목경운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는 했으나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파계승 자금정이 농담조로 이를 물었다.
이에 간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맞습니다.”
“뭐? 황궁? 하면 진짜로 황궁에 들어갈 거라는 거냐?”
“그렇습니다. 저희 임무는 황궁으로 들어가 황궁 지하 금옥에 갇혀 있는 한 인물을 탈취하는 것입니다.”
‘!?’
이런 그의 말에 자금정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들이 천지회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꽤 놀랐었지만, 그 임무라는 게 설마 대담하게도 황궁을 침투하는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자금정이 혀를 차며 말했다.
“아주 제대로 미쳤군. 그런 짓을 했다간 아무리 불가침 어쩌고저쩌고해도 역도로 몰릴 텐데?”
삼광의 일인으로 소림이 내놓은 미치광이라 불리는 자금정이었지만. 그런 그조차도 이것만큼은 제대로 미친 짓이라 여겼다.
황궁은 단순히 황제가 기거하는 곳이고 나라의 정무를 보는 곳만이 아니었다.
그곳은 한 나라 전체의 힘이 집약된 곳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서 무언가를 탈취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인 것을 넘어서 불가능 그 자체였다.
“역도, 아니 죽고 싶어 환장들 했군.”
어처구니가 없어 하는 그의 반응에 간양이 말했다.
“물론 실패한다면 얻게 될 결과가 그렇지요. 하나 그에 관련해서는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서 충분히 작전을 계획했습니다.”
“허, 참. 내 살다 살다 황궁을 털자는 소리를 듣게 되다니.”
자금정이 여전히 내키지 않는지 혀를 찼다.
그런 그의 반응을 개의치 않는지 목경운이 물었다.
“다 좋은데, 황궁에 무작정 침입하자는 것은 아닐 테고 어떻게 들어가서 무슨 수로 그 인물을 탈취한다는 거죠?”
“황궁에 들어가는 그 문제 때문에 다소 무리해서 여러분들을 집결지로 부른 겁니다. 정확히 사흘 후에 시위부 무시(武試)가 있습니다.”
“시위부 무시?”
시위부(侍衛府)라고 한다면 황궁의 근위 무사들이다.
한데 시위부 무시가 대체 뭐지?
의아해하자 간양이 말했다.
“시위부 무시는 시위부 내에서 행해지는 진급 심사나 다름없습니다.”
“진급 심사요? 그게 황궁에 침투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위부 무시에서 합격하여 진급하게 되면 금의위로 승급하기 때문입니다.”
“아!”
금의위(錦衣衛).
시위부와 마찬가지로 황궁을 지키는 근위 무사들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금의위는 황제의 직속 친위대이자 특무기관을 겸하고 있었다.
황제를 대신하여 육부(六部)를 감사하는 역할을 하기에 초법적인 권력을 가지기도 했다.
그리고 금의위는 황궁에 있는 모든 금옥을 관리한다.
‘이거였나.’
이제야 어떤 식으로 황궁에 침투하여 그 인물을 탈취하려는지 그림이 그려졌다.
그때 섭춘이 수긍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잠깐 한데 우린 시위부 무사들도 아닌데 무슨 수로 시위부 무시를 본다는 거요?”
그 물음에 답한 것은 간양이 아닌 유봉이었다.
“호호호. 예리하시군요. 그에 대한 대책은 당연히 있습니다.”
“대책이 있다고?”
“네, 지금부터 저희는 개봉으로 가서 어떤 귀한 분을 만나 뵐 겁니다. 그리고 그분께 도움을 청할 겁니다.”
“어떤 분? 그게 누구요?”
시위부에 들어갈 수 있게 할 정도의 권력을 가진 자인가?
의아해하는데 유봉이 웃으며 답했다.
“서 황귀비 마마이십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