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18)
24개의 검식(劍式)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초식.
이를 본 청령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고정관념에 구애를 받지 말라고 했더니 상식에 벗어난 초식을 만들어냈다.
살아생전부터 죽어서까지 그렇게나 오랫동안 검에 대해 생각했으나 식(式)을 이런 식으로 늘려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늘린다고 될 문제도 아니었고 말이다.
-너……대체……
“후우. 후우. 이건 익숙 되려면 조금 걸릴 것 같군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목경운의 모습에 그녀는 기가 찼다.
검식을 하나 더 늘릴 때마다 동작이 늘어나는 것이니 당연히 근육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했다.
하물며 한 식이 이럴 진데 스물네 식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몸을 혹사시키는 것을 넘어서 한계로 몰아세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괴물 같은 녀석.’
이런 검은 단기간에 펼칠 수 있는 초식이 아니었다.
최소 수 년 간 단련을 해도 펼칠까 말까 한 검인데, 중생 이놈은 이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고서 단 한 번에 몸으로 구현해냈다.
이건 천부적인 재능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놀라워하던 청령이 겨우 이를 가라앉히며 물었다.
-어떻게 이런 걸 떠올린 거냐?
“글쎄요. 그 어르신이 펼치는 검을 보니 단순함 속에 복잡함이 들어있더군요. 한데 지금의 저로서는 그런 검을 휘두를 수 없을 듯 하더군요.”
노인이 보여줬던 검은 갈수록 단순해졌다.
그런데도 그 단순함 속에서 복잡한 묘리를 느낀 목경운이었다.
여기서 목경운은 이것이 단순히 눈으로 각인하고 외운다고 될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상대를 철저하게 죽이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궤로를 전부 구현한다면 무결에 가까운 검초가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하!
목경운의 이 말에 청령은 혀를 내둘렀다.
같이 노인이 펼치는 검을 보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지?
아니 어쩌면 이 녀석이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검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 녀석의 상상에는 한계가 없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목경운의 검재는 이미 자신을 뛰어넘었다.
이 녀석이라면 모든 검객들이 꿈꾸는 검극(劍極)에 이를지도 몰랐다.
* * *
이틀 후.
황도 개봉.
개봉에 이른 목경운 일행은 진심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원의 중심이라 불리는 곳이고 황도가 있기에 당연히 번화할 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 수준은 단일 세력의 규모로는 최고라 불리는 천지회의 외성 도시와도 비교하기 힘들 만큼 광활하고 번화했다.
황도의 성 외곽의 도시가 어디까지 이어진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멀리 보이는 외성에 도달하는 데도 마차를 타고도 반 시진은 넘게 가야 할 듯 했다.
모두가 도시를 보며 감탄해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어두워진 안색으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파계승 자금정이었다.
섭춘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자네 어디 안 좋은 건가? 안 그래도 어제부터 쭉 안색도 안 좋고…..아니 설마 손을 떨고 있나?”
자금정은 심지어 손까지 달달달 떨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섭춘이 걱정을 했다.
그러자 자금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빨리….빨리 찾아야 한다.”
“무엇을 말인가? 의원이라도 찾는 건가?”
“아니. 객잔이나 주점(酒店)이 어딨는지 네 녀석도 찾아봐라.”
“……….”
섭춘이 자금정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고보니 어제 오후부터 가지고 있던 술이 전부 떨어졌다고 짜증을 내던 그였다.
하면 술을 먹지 못해서 지금 금단 현상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자네도 참 어지간하군.”
이 정도면 거의 중독이라고 할 만 했다.
아무리 내가 고수라고 해도 술을 이리 마시면 간이 버틸 수 있을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섭춘이 자신들을 안내하고 있는 선발대의 우두머리 격인 간양을 바라보았다.
도시에 들어서고 나서 황궁 내관인 유봉은 도중에 빠졌다.
먼저 가서 서 황귀비와의 자리를 준비하겠다고 해서였다.
지금 이들이 향하는 곳은 도성(都城)에서 제일 큰 도살장인 홍봉육(弘峰肉)이라는 곳이었다.
이들이 그렇게 제일 큰 도살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곳에 매우 솜씨가 좋은 장인(匠人)이 있습니다.]* * *
“크군요.”
목경운이 도살장을 보고서 평했다.
보통 도살장이라 한다면 소, 돼지 우리와 정육 창고, 도축이 이뤄지는 곳, 그리고 가판대 이렇게 네 개의 장소로 나누어져서 운영이 된다.
그런데 그 네 곳의 규모가 어지간한 장원보다도 훨씬 컸다.
이를 가리키며 선발대의 간양이 말했다.
“안에 있는 소, 돼지만 천(千)에 달합니다. 당연히 이 정도 규모로 운영될 만 하죠.”
“그렇군요.”
“이곳은 황궁에도 고기를 납품을 하기 때문에 품질도 최상등급만 취급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 보시면 알 겁니다.”
이렇게 그들은 도살장 대문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소, 돼지의 분(糞) 냄새와 피 비린내가 진동을 하며 코를 찔렀다.
확실히 도살장이 맞기는 한 듯 했다.
-웅성웅성!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고기를 부위별로 잘라놓은 가판대가 쭉 있었고, 그 앞에는 고기를 사러 온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고기에 환장한 보살님들이 아주 많구만. 쯧쯧.”
자금정이 혀를 차며 말했다.
파계승이었지만 의외로 소림을 나와서도 고기를 먹지 않는 그였다.
그렇기에 도살장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섭춘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간양에게 말했다.
“정말 이런 곳에 ‘장인’이 있는 것이 맞소?”
아무리 봐도 이곳은 너무 눈에 띄었다.
아무리 등잔 밑에 가장 어둡다고 해도 너무 번잡하다.
게다가 황궁에까지 고기를 납품하는 곳이라는데, 그렇다면 관인들도 이곳에 수시로 들를 텐데 그런 일을 정말 할 수 있을까?
“맞습니다.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흐음.”
섭춘은 여전히 탐탁지 못해했다.
그때 가판대 근처에 있던 자들 중 한 털보 사내가 다른 손님들과 달리 병장기를 차고 있는 그들 일행을 발견하고는 다가오며 말했다.
“나리들 무슨 일이십니까?”
그런 그의 물음에 간양이 품속에서 준비해둔 패 하나를 꺼내서 넘겼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껍데기가 괜찮은 고기를 고르려고 하는데 볼 수 있겠습니까?”
이런 간양의 물음에 패를 받아든 사내 그것을 상세히 살피더니 이내 누런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껍데기라면 돼지 껍데기가 구워먹기 일품이지요.”
“돼지 껍데기라 나쁘지 않군요. 하면 도축할 고기를 고르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안 될 게 어디겠습니까? 안내해드릴 테니 따라들 오시지요.”
그렇게 털보 사내가 그들은 안내하기 위해 전각을 가리키며 앞장 섰다.
그런데 그렇게 그의 뒤를 따라가려 하던 목경운이 잠시 멈칫했다.
이에 곁에 있던 몽무약이 물었다.
“주군. 왜 그러시는지요?”
“……..”
그 물음에 답하지 않고서 목경운이 고개를 돌려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
-두르르르륵!
뭔가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이윽고 대문 전체가 열리며 관노(官奴)로 보이는 이들이 수레를 끌고서 광장으로 들어왔다.
한데 목경운의 시선은 그들이 아닌 수레 행렬의 맨 뒤에서 뒷짐을 진 채 걸어오고 있는 이에게 있었다.
푸른 비어복(飛魚服)에 독특한 문양의 가면을 쓰고 있는 자였다.
그런 그의 뒤로 면사로 얼굴을 가린 네 명의 남색 비어복을 입고 있는 자들도 따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관인들인 듯 한데 저들 전부,
“무공을 익혔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몽무약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주군. 고개를 돌리시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몽무약의 보챔에 목경운이 고개를 돌리고서 일행들을 따라서 전각 너머로 들어갔다.
그리고 광장에서 멀어지자 몽무약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교롭군요.”
“왜 그러는 거죠?”
“아까 비어복을 입은 관인들은 금의위 무사들입니다.”
“금의위요?”
이 말에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몽무약이 어째서 그들을 두고서 공교롭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들이 기밀 임무를 위해 침투하려는 신분이 바로 금의위였는데, 이런 곳에서 저들과 우연히 조우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몽무약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네. 금의위입니다.”
“…….금의위는 황궁 근위 무사들이 아니었나요?”
“맞습니다. 뭔가 이상하군요. 시위부 무사들도 아니고 고작 이런 곳에 금의위들이…..”
“뭐? 금의위?”
앞서 걷고 있던 섭춘이 인상을 찡그리며 끼어들었다.
이에 몽무약이 말했다.
“쉿. 조용히 해라. 지금 도살장의 가판대 광장에 금의위가…..”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간양이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성에 들어가는 고기는 황족들의 식사에도 쓰이는 것들이기 때문에 금의위들이 직접 검수하러 옵니다.”
“아……”
식자재를 취급하는 것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렇지 않았다.
식자재도 그렇고 약재는 궁인, 관인들만이 아니라 황족, 더 나아가 황제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들이기에 황궁에서도 가장 검수(檢收)에 신경을 쓴다.
식자재나 약재를 통한 암살 시도는 먼 옛날부터 이뤄졌기에 특히 그랬다.
“그렇군요. 한데 금의위 무사들의 대부분이 무공을 익혔나요?”
“네. 금의위 무사들은 황제의 직속이기에 하나하나의 무위가 일류 이상이라 알고 있습니다. 직위가 높은 자들 중에는 무림에서도 고수라 불릴 만한 이들도 꽤 있습니다.”
“비어가 그려진 푸른색 관복에 금색 혁대를 차고 있는 자의 직위는 어떻게 되죠?”
그 물음에 간양이 다소 놀랍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푸른색 관복에 금색 혁대라 하셨습니까?”
“네.”
“푸른색 관복에 금색 혁대면 천호라 하여 정 오품 금의위입니다. 그 정도면 금의위 내에서도 상당한 실력자였을 겁니다.”
금의위의 실무 직급 체계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종7품인 소기, 정7품인 총기, 종6품인 시백호, 정6품인 백호, 종5품인 부천호, 정5품인 천호, 종4품인 육천호, 정4품인 진무사가 있다.
“상당한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요?”
섭춘의 물음에 간양이 턱수염을 만지며 답했다.
“정 5품 천호 직의 금의위라면 적어도 완숙한 절정에 이른 고수일 겁니다.”
“적어도라니 황궁 금의위도 보통이 아니구려.”
“네. 정도 무림과 교류하면서 고수들을 많이 초빙해서 그런지 예전보다 수준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이런 간양의 말에 섭춘이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핫. 그래도 천호의 수준이 그 정도라면 이 친구나 내가 금의위로 들어가면 못해도 육천호 이상의 직위는 받겠구려.”
섭춘과 몽무약은 천지회 최고의 후기지수들인 오호(五虎)의 칭호를 받은 고수들이었다.
그 무위가 간부에 근접한 그들이었기에 금의위로 치면 높은 직위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자부했다.
이런 그의 자신감에 목경운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글쎄요.”
“네? 왜 그러시는지?”
“아까 보았던 그 천호라고 했던 가면을 쓴 금의위……”
“금의위가 어찌?”
뭔가를 말하려던 목경운이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예요.”
갑자기 말을 하다 마니 섭춘은 뭔가 찝찝함을 금치 못했다.
“일단 가시죠.”
“………”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건지 묻고 싶지만 목경운의 성격상 답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이에 오히려 궁금해진 청령이 물었다.
-녀석에게 뭐라고 얘기하려고 했던 거냐?
-아까 그 가면을 쓴 천호……기문(氣門)의 일부를 봉하고 있었어요.
-기문을 봉해놨다고?
-네.
오른쪽 눈의 삼안(三眼)의 요력을 개방하지 않아도 어지간한 기운의 흐름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목경운이었다.
그런 목경운의 눈에는 가면을 쓴 금의위 천호가 세 개의 주요 기문을 봉하고 있던 것이 보였다.
해서 얼핏 기감 상 풍겨지는 기운은 절정의 수준이었으나,
-그걸 풀면 섭춘이 상대할 수 없을 것 같더군요.
-그 정도였더냐?
-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그 자는 스스로 기문을 봉해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를 말할까 하다가 이야기가 길어질 까봐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데 특이한 게 하나 더 있었어요.
-그게 무엇이냐?
-가면 틈 사이로 보이는 그 자의 두 눈이 벽안(碧眼)이더군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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