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20)
갑자기 사라진 목경운의 모습에 도살꾼들 모두가 어리둥절해했다.
물론 목경운의 일행들인 선발대와 후발대는 그가 굉장히 빠른 경공술을 펼쳤다는 것을 알았기에 다른 의미로 놀라워했다.
그러다 선발대의 우두머리 격인 간양이 난처하다는 투로 후발대의 몽무약과 섭춘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목 공자를 말렸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말리다니 뭘 어떻게 말이오?”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사라졌다.
무슨 수로 말린단 말인가?
“이미 면구 제작이 그른 마당에 금의위와 마찰이 벌어진다면 계획이 더 어그러질 수 있습니다.”
어차피 장주의 팔이 잘렸기에 인피면구 제작이 물 건너갔다고 여긴 간양이었다.
그런 마당에 금의위와 부딪쳐서 일이 커지기라도 한다면 황궁으로 잠입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이런 그의 말에 섭춘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일단 있어 보시오. 주군께서는 그리 생각이 없으신 분이 아니오. 그리고 면구 제작은······.”
섭춘이 이를 뭐라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주군인 목경운이 장주의 잘린 두 손을 찾기만 한다면 신비한 방술로 붙여줄 수 있다고 말을 하려 했는데, 이들이 쉽사리 믿을까 싶었다.
애초에 잘린 팔이 붙여진다는 게 믿기 힘든 일이니 말이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누군가 헐레벌떡 방으로 뛰어왔다.
“헉헉! 크, 큰일입니다.”
“모 형!”
털보 남자가 그를 알아보고서 모 형이라 불렀다.
그러자 모 형이라 불린 자가 도살꾼들에게 송구하다는 듯이 울먹이며 말했다.
“소, 송아 아가씨께서 금의위들에게 공무 집행 방해라며 붙잡혔습니다.”
“뭐, 뭐요? 공무 집행 방해?”
“아니. 모 씨 그대는 그걸 그대로 보고만 있었던 거요?”
갑작스러운 소식에 도살꾼들이 당혹스러워하면서 분개했다.
그때,
“이 빌어먹을 것들!”
-팍!
털보 남자가 성이 난 얼굴로 방 벽에 걸려 있던 도축용 칼 한 자루를 빼냈다.
털보 남자는 당장에라도 밖으로 뛰쳐나갈 기세였다.
그때 누군가 그를 다그쳤다.
“멈추게!”
밖으로 뛰어나가려던 털보 남자가 인상을 쓰며 멈춰 섰다.
그를 제지한 자는 다름 아닌 장주였다.
장주가 힘겹게 일어나며 말했다.
“하아······하아······. 자네까지 나서서 뭘 어찌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송아를······.”
“일을 더 키울 생각인가!”
그를 다그친 장주가 이내 섭춘과 그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아······하아······. 여러분들은 무림인들이시지요?”
이런 그의 말에 선발대의 우두머리 격인 간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한데 장주······. 출혈이 심하니 일단 무리하지 마시고 앉아 계시는 게······.”
-쿵!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장주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자, 장주!”
“어찌 그런······.”
그런 그의 태도에 도살꾼들이 안절부절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주는 이들을 아랑곳하지 않고서 자신의 할 말을 했다.
“하아······하아······저는······괜찮습니다. 그보다 여러분께 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청이라니 무슨?”
“도와주십시오.”
이런 그의 부탁에 간양이 곤란해했다.
안 그래도 목경운이 멋대로 나서는 바람에 난처한 마당에 자신들까지 금의위와 마찰이 벌어진다면 정말 임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
“장주······. 여식을 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하아······하아······. 그 아이는······쿨럭쿨럭······. 제 여식이 아닙니다.”
“뭐요?”
도살꾼들 모두가 아가씨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분명 장주의 여식일 텐데 지금 이게 무슨 소리지?
그러는데 갑자기 도축용 칼자루를 쥐고 있던 털보 남자가 장주처럼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도와주십시오.”
“송 형!”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에 도살꾼들이 당황해하며 만류하려 들었다.
그때 파계승 자금정이 장주와 송 형이라 불리는 털보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핫. 이제 알겠구만.”
* * *
-차아앙!
처진 눈썹의 금의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놈······. 고수다!’
처진 눈썹의 금의위는 정 6품 백호로 절정 초입의 고수였다.
그런 자신의 7성 공력이 실린 일검을 이렇게 손가락 하나로 막을 정도라면. 이 얼굴을 가린 정체 모를 고수의 무위가 자신을 훨씬 상회함을 의미했다.
‘이 정도 고수라면 우리 넷이 합공하거나 천호께서 나서야 한다.’
-팟!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음을 깨달은 처진 눈썹의 금의위가 황급히 거리를 벌리더니, 한 손을 뒤로 하여 다른 금의위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신호를 보내며 입을 열었다.
“귀하는 누구이시기에 우리 금의위의 일을 방해하려는 것이오?”
그는 일부러 자신들의 신분인 금의위를 강조했다.
중원인들 중에 금의위가 황제 직속의 근위 무사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해서 상대에게 경각심을 깨워주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무공의 고수라도 자신들을 건드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말이다.
그런 그의 말에 얼굴을 가린 자, 아니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린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호오. 당신들 금의위였던가요?”
마치 몰랐다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는 목경운의 말투에 금의위가 미간을 찡그렸다.
이 자 지금 일부러 이러는 것인가?
자신들의 금빛 혁대와 비어복을 보고도 금의위인 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이에 금의위가 말했다.
“정말로 몰랐다면 이쯤에서 멈추고 물러나시오. 그런다면 우리도 그대에게 경위나 죄를 묻지 않······.”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스륵!
목경운이 순식간에 바로 그의 앞으로 거리를 좁혔다.
“헉!”
당황해서 뒤로 검을 휘두르며 신형을 뒤로 날리려 하는데, 목경운이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처진 눈썹 금의위의 혈도를 점했다.
-타타타타탁!
점혈을 당한 금의위가 이내 눈을 감기며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쿵!
그 모습에 처진 눈썹의 금의위를 돕기 위해 말에서 내려, 기척을 죽이고서 살금살금 다가오던 다른 금의위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그들 중 한 사람이 황급히 마차를 향해 소리치려 했다.
“천······”
-팍!
그러자 목경운이 처진 눈썹 금의위의 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움켜쥐고서, 금의위들을 향해 다른 한 손의 검지를 좌우로 까닥거렸다.
이는 누가 봐도 소리치면 동료의 목을 꺾어버리겠다였다.
‘이, 이 자식 인질을?’
동료를 인질로 잡힌 금의위들이 이내 소리치는 것을 멈추고서 어찌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 순간 목경운의 신형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스륵!
‘이, 이형환위?’
이형환위(移形換位).
그것은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나머지 신형이 잔상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놀란 그들이 이내 서로를 등지고 경계 태세를 갖추려고 했다.
그러나 등을 지기도 전에 그들 중 한 사람인 턱수염의 금의위가 턱을 가격당했는지,
-퍽!
“억!”
고개가 위로 솟구치더니 이내 눈이 뒤집혀서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쿵!
‘이, 이런!’
순식간에 또 다시 동료가 당하자, 이에 당황한 남은 두 명의 금의위들이 등을 바짝 붙이고는 극도로 긴장해서 미친 듯이 눈알을 사방으로 굴렸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시야로 목경운의 그림자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옥죄여오는 긴장감에 그들의 안색이 서서히 어두워져 갔다.
* * *
짙은 눈썹에 주근깨로 가득한 댕기 머리 여인의 이름은 송아였다.
홍봉육 장주의 여식이자 도축장의 안살림을 도맡고 있는 내총관이기도 했다.
두꺼운 천으로 입에 재갈이 물린 송아가 무서운 눈으로 맞은편에 팔짱을 끼고 있는 가면의 금의위를 노려보았다.
장주의 잘린 손을 내놓으라고 죽어라 달려 금의위들을 쫓아왔던 그녀는 이렇게 포박당해 마차 안에 갇혀있는 신세였다.
이런 그녀에게 가면의 금의위가 말했다.
“좀 진정되었나?”
중저음의 무거운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들으면 말수도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송아가 그런 가면의 금의위를 빤히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가면의 금의위가 그녀의 입에 물려있던 천을 빼냈다.
“푸하······하아······하아······.”
갑갑했었는지 그녀가 거친 호흡을 터뜨렸다.
그렇게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가 다시 가면의 금의위를 노려보며 말했다.
“천하의 금의위 대인께서 아버지의 손을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이젠 저도 납치하는 건가요?”
“······.”
“대체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죠?”
여느 여인들이라면 금의위에게 체포된 것이기에 겁을 먹을 만도 했지만, 그녀는 당돌하게 따져댔다.
이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가면의 금의위가 입을 열었다.
“말은 바로 하지. 행렬을 따라와 난동을 피운 것은 그대다.”
“그게 난동인가요? 댁네 높으신 양반의 의뢰를 들어준 아버지의 손을 자른 것도 모자라 무슨 전리품 마냥 가져가는 걸 막으려는 게 난동이냐고요?”
“시끄러우니 목소리를 낮춰라.”
“못 낮춰요!”
“또 입에 재갈이 물리고 싶나 보군.”
“물려보라죠. 제 아버지의 손을 줄 때까진 계속 그 난동이란 걸 피울 거니까요! 꺄아아아아아아······.”
-타타탁!
송아가 소리를 지르려 하자 가면의 금의위가 그녀의 아혈(啞穴)을 점했다.
그러더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돌한 것을 넘어서 정말 맹랑하기 짝이 없었다.
“읍읍!”
아혈을 점했는데도 소리를 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가면의 금의위가 말했다.
“애쓰는군.”
“읍읍!”
“한데 적당히 해라.”
“읍읍!”
“아비의 잘린 손을 받으러 왔다고? 효심이 지극해 보이려는 것은 알겠는데 과하군.”
“······.”
이런 그의 말에 소리를 내려고 악을 쓰던 송아가 이내 그것을 멈추고서 가면의 금의위를 노려보았다.
그런 그녀에게 가면의 금의위가 바닥에 있던 가죽 주머니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송아에게 그것을 들이밀며 말했다.
“적당히 난리 치고 갔다면 그럴듯해 보였을 텐데, 왜 그렇게까지 이걸 받아 가려고 난리 친 거지?”
“······.”
“엄밀히 이건 장주의 손도 아니지 않나?”
그 말에 송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런 그녀의 다소 수그러진 태도에 가면의 금의위가 이내 타혈하여 막혔던 아혈을 풀어주었다.
-타타타타탁!
그리고는 가면의 금의위가 송아에게 말했다.
“이 안을 진기로 둘러쌌기에 마차 밖과 안의 소리가 차단되었다. 더는 소리쳐봐야 소용도 없을 테니 사실을 고해라.”
이런 그의 말에 송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가면의 금의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래. 여기서 사실을 밝히면 곤란해지겠지. 하나 이미 들켰다.”
“······뭘 들켰다는 거죠?”
그녀의 말에 가면의 금의위가 바닥에 가죽 주머니를 내려놓으며 답했다.
“이건 진짜 장주의 손이 아니지 않느냐?”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아버지의 손을 잘라놓고는 진짜 장주의 손이 아니라니······.”
“인피면구를 제작하는 자의 손치고는 굳은살이 박인 부위가 일정하더군.”
“그게 무슨?”
“내가 알기로 인피면구를 제작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워 장인의 손이 아교와 여러 약품으로 멀쩡하기 힘들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손의 주인은 평생 도축만 한 사람의 손과 딱히 다를 바가 없더군.”
“······.”
이 말에 송아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이 모습에 더욱 확신한 가면의 금의위가 하던 말을 이었다.
“아마도 손이 잘린 장주는 가짜겠지. 진짜 장인을 쉽사리 다른 자들에게 노출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런 가면의 금의위의 정곡을 찌르는 추측에 말문이 막혔는지, 입을 다물고 있던 송아가 이내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분은 정말로······.”
“지금 당장 마차를 돌려 홍정육으로 돌아가 그곳을 엎어버린다면 사실을 고할 거냐?”
“······.”
-꽉!
이런 그의 협박 아닌 협박에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가 없는 상대였다.
결국 그녀는 사실을 고했다.
“······맞아요. 그분은 진짜 장주님이 아니세요.”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그 말에 송아가 콧방귀를 뀌더니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럼 저 역시도 가짜 여식인 것은 당연히 파악하셨······.”
“물론 그자의 여식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가짜도 아니지.”
“네?”
“그 손.”
가면의 금의위가 그녀의 손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손바닥은 살갗이 벗겨지고 여기저기 굳은살에 제대로 성한 부위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것 때문에 가면의 금의위는 그녀는 진짜 장인의 여식이라 확신했다.
‘칫.’
더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송아는 입술만 깨물며 그를 노려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해서 절 어쩌실 거죠? 진짜를 찾기 위해 인질로 삼으실 건가요?”
“그러길 바라나?”
“그럼 전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을 거예요.”
“아비를 위해 목숨을 버리겠다라······.”
그런 그녀의 말을 곱씹던 가면의 금의위가 피식하고 웃더니 말했다.
“내가 정말로 너를 인질로 삼을 거였다면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을 이유가 있을 것 같나?”
“······그게 무슨 소리시죠?”
그녀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이에 가면의 금의위가 마차 안과 밖의 소리를 차단했다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짜 장인의 손목을 자르기는 했으나, 진짜였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네?”
“진짜 장인인 네 부친과 척을 질 생각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다.”
가면의 금의위의 이 말에 그녀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 자가 혹시 자신을 시험하는 건가?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제가 당신 말을 믿을 것 같나요?”
“당연히 믿지 못하겠지. 하나 내게는 누군가의 명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물론 이걸 이해해달라고는 하지 않겠다.”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해도 믿을 순 없어요”
“안다. 하나 거짓이었다면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 말에 송아는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정말로 이 남자의 진짜 속내는 지금의 모습인가?
의구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에게 가면의 금의위가 말했다.
“곧 너를 놓아줄 것이다.”
“네? 놓아준다고요?”
“그래.”
“어째서?”
“너나 부친인 장인과 척을 지려는 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
“나를 믿으라고 강요는 안 하마. 널 놓아준다면 진짜 부친을 데리고 나흘 내로 개봉을 벗어나라. 당장은 아니지만 눈썰미가 있는 자라면 이 손을 보고서 결국 눈치챌 것이다. 하나 내가 나흘간은 시간을 벌 거다.”
“왜······왜 도와주시려는 거죠?”
호의를 베풀어주려는 그의 태도에 송아가 이해가 가지 않는지 물었다.
이에 가면의 금의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냥은 아니다. 나 또한 도움이 필요해서다.”
“도움요?”
“그래.”
“도움이라면 설마······.”
“인피면구를 제작해다오.”
“인피면구요?”
“그래.”
“대체 어떤······.”
“간단하다. 의뢰했었던 인피면구를 다시 그대로 만들어주면 된다.”
그런 그의 요구에 송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인피면구를 다시 만들어달라니 왜죠?”
“그것까진 네게 말할 의무는 없다. 서로에게 득이 되는 조건이니 같은 인피면구만 만들어주면 된다. 할 수 있······.”
-흠칫!
그때 가면의 금의위가 하던 말을 멈췄다.
“왜 그러세요?”
“······마차가 멈춰있다.”
진기로 마차의 내부와 외부의 소리를 차단했기에 밖이 들리지 않았다.
하나 그와 별개로 마차의 진동까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화한다고 미처 신경 쓰지 못했는데 마차가 꽤 오랫동안 멈춰있는 듯했다.
이에,
-슥!
진기를 거둔 가면의 금의위가 마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
밖에 있는 모든 관종과 네 명의 금의위들이 전부 쓰러져 있었다.
‘언제?’
소리를 차단했다고는 하나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그 짧은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뭔가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가면의 금의위가 망설임 없이 두 엄지손으로 자신의 귀밑 양혈을 누르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리느라 지루했군요. 어떻게. 은밀한 대화는 끝났나요?”
‘고수······.’
기문을 막고 있었다지만 그런 자신의 뒤를 기척없이 점했다는 것은 적어도 초절정 이상임을 의미했다.
엄지를 양혈에 갖다 대고 있던 가면의 금의위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입을 열었다.
“누구냐?”
이런 그의 물음에 뒤에서 전혀 다른 동문서답이 흘러나왔다.
“어떤 게 좋을까요?”
“뭐?”
“금의위 천호가 수하들과 관종을 전부 죽이고 도망쳤다는 그림이 나을까요? 아니면 당신들의 얼굴 껍질을 벗겨서 써먹는 그림이 나을까요?”
‘!!!!!!!’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