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22)
가면의 금의위가 밀치는 바람에 넘어졌던 홍봉육 진짜 장인의 여식 송아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가면이 깨지면서 드러난 얼굴 때문이었다.
고작 절반에 불과했지만, 벽안(碧眼)부터 우뚝한 코, 그리고 저 이국적인 얼굴은 누가 봐도 중원인이 아닌 서역인의 얼굴에 가까웠다.
“대인······.”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가면의 금의위, 아니 벽안의 금의위를 불렀다.
그러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그가 다그쳤다.
“쳐다보지 마라!”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냥 소리쳤어도 놀랐겠지만, 그 정도 되는 고수가 살기(殺氣)를 머금고 외치니, 평범한 그녀로서는 심장이 덜컥할 수밖에 없었다.
-으득!
하나 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벽안의 금의위는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던 그였다.
[벽안?] [서역에 있어야 할 새끼가 왜 여깄지?] [빌어먹을 양놈의 자식!]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들어왔던 소리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왔던 수많은 차별은 벽안의 금의위를 괴롭게 만들었고 심적으로 폐쇄적이게 만들었다.
만약 은사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은 최악으로 비틀렸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누구에게도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드러난 부위를 손으로 가리고 있던 벽안의 금의위가 자신의 가면을 이렇게 부숴버린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한데,
“뭘 그렇게 쑥스러워하죠?”
“뭐?”
“얼굴에 딱히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가리냐고요.”
이 말에 벽안의 금의위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이놈이 지금 자신의 놀리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얼굴이 드러나서 예민해져 있는데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이놈만큼은!’
-파팍!
벽안의 금의위가 바닥을 두 번 박찼다.
그와 함께 그의 신형이 잔상처럼 흩어지며 이내 둘로 나뉘더니 동시에 목경운을 향해 쇄도했다.
둘로 나뉜 두 신형이 동시에 초식을 펼쳤다.
‘송운장류(送雲掌類) 제 6초식 비하급유(秘遐急柔)!’
‘지형권류(地形拳類) 제 4초식 역쇄파형(易碎把形)!’
좌측 신형은 거리를 가늠하기 힘든 기묘한 각도로 부드럽게 쇄도해오는 장초, 우측의 신형은 무게가 실려있는 패도적인 권초를 펼쳤다.
‘유장(柔掌)과 중권(重拳)인가?’
-파팍!
이에 목경운 역시도 바닥을 두 번 박찼다.
그러자 벽안의 금의위와 마찬가지로 잔상과 함께 신형이 둘러 나누어졌다.
이를 본 벽안의 금의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확실하다.’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놈 자신과 같은 경신법의 주법을 펼치고 있었다.
대체 이게 어찌 된 영문이지?
애초에 경신법의 주법이라는 게 단순히 본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운기법과 구결을 정확히 알아야 펼칠 수 있다.
하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냉정해야 해.’
설령 이놈이 자신의 경신법을 겉핥기식으로 따라 했다고 해도 그 깊이마저 파헤칠 순 없으리라 여겼다.
그렇게 두 사람의 둘로 나뉜 신형이 부딪쳤다.
-파파파파팍!
잔상들이 서로 얽히며 기묘한 대결의 양상이 펼쳐졌다.
확실히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벽안의 금의위가 펼치는 두 잔상의 움직임이 더욱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한데 이것을 목경운은 양손이 다른 초식을 펼치는 것으로 대항해냈다.
‘또?’
이렇게 양손이 다른 초식을 펼치는 것은 둘로 나뉘는 분신 이상으로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양손으로 제각각 펼치는 초식들이 전부 그 위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파파팍!
‘큭!“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벽안의 금의위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놈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이미 경신법으로 신형을 둘로 나뉘는 순간부터 생각을 둘로 나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양손으로 다른 초식을 펼치다니.
‘괴물 같은 놈이다.’
은사나 황궁의 그 둘을 제외한다면 이 개봉 내에서만큼은 순수한 무공으로는 그 누구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라 자부했던 벽안의 금의위였다.
한데 설마 초식에서 밀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파파파파팍!
결국 식(式) 싸움에서 버티지 못한 벽안의 금의위가 먼저 거리를 벌렸다.
-팟!
물론 그런 그를 목경운이 놓아줄 리가 없었다.
곧바로 따라붙으려고 했다.
이런 목경운을 노려보던 벽안의 금의위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지금 이대로는 이 자를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모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비기를 펼쳐야 했다.
[이 무공의 진수를 완전히 터득하지 못한 당신이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이류(二類)가 한계에요. 하나 정말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이했다면 단 한 초식에 한해서만큼은 사류(四類)를 펼칠 수 있도록 비기를 전수하도록 하죠.]이것이야말로 은사에게 전수 받은 자신의 최고 비기였다.
이만큼은 설령 이 괴물 같은 녀석이라고 할지라도 막을 수 없으리라 확신했다.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신형을 날리던 벽안의 금의위가 이내 바닥을 향해 발을 갖다 대고는 무릎을 굽혔다.
그와 함께,
-쾅!
세차게 바닥을 박차더니,
-솨아아아아아!
이내 돌풍과 함께 바람의 거세게 몰아치며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벽안의 금의위의 신형이 이내 넷으로 나뉜 것이었다.
‘넷?’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잔상을 둘로 나뉘는 게 한계라고 여겼는데 설마 넷으로까지 나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 전과는 운기 방식이 완전히 달라 이것은 눈으로 본다고 해서 단번에 재현해낼 수 있는 수준의 초식이 아니었다.
넷으로 나뉜 벽안의 금의위가 목경운을 향해 쇄도해왔다.
“하압!”
강한 기합과 함께 펼쳐지는 초식들.
-파파파파파파파!
그것은 권(拳), 장(掌), 퇴(腿), 조(爪)의 전혀 다른 네 종(宗)의 무공들로 이루어졌다.
한데 이 무공들은 아주 교묘하리만큼 연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위력은 잔상이 둘로 나뉘었을 때와는 그 격이 달랐다.
그 기세는 그야말로 폭풍과도 같았다.
-팟!
이에 벽안의 금의위에게 따라붙던 목경운이 이내 뒤로 신형을 벌리며 거리를 벌렸다.
이런 그에게 벽안의 금의위가 소리쳤다.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파파파파파팍!
저런 괴물 같은 녀석이 뒤로 물러날 정도면 자신의 비기를 파훼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이 정도라면 아직 완성되진 않았어도 한 번 시험해볼 만하군요.”
-스릉!
목경운이 등에 차고 있던 검집에서 악즉검을 뽑아 들었다.
검집에서 모습을 드러낸 악즉검이 검명과 함께 강한 예기를 뿜어댔다.
‘보통 검이 아니다.’
보검이라기에는 뭔가 불길함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검이 문제가 아니었다.
목경운이 검을 들고서 기수식을 취하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마치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무언가 위화감 같은 것이 크게 고조되었다.
‘뭐지?’
비기를 펼칠 때부터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던 벽안의 금의위였다.
그런데 목경운에게서 고조되는 이 위화감이 어째서인지 전의를 높이는 게 아니라 경각심이 들게 만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팟!
기수식을 취하던 목경운이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첫 검식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평범하기 그지없었는데,
‘기우였나?’
이 정도라면 자신이 괜한 경각심을 가졌던 것일지도 몰랐다.
비기인 사류(四類)를 고작 이렇게 평범한 검식으로 이루어진 초식으로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파팍!
그렇게 사류와 목경운의 검초가 부딪쳤다.
마치 네 명의 고수가 합공을 하듯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류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와도 같았다.
‘확실하게 승부를 본다.’
예기로도 충분히 손과 발을 보호할 수 있지만 벽안의 금의위는 공력을 더욱 집밀하여 강기(罡氣)로 전환시켰다.
그의 두 손과 두 발이 푸른 빛으로 일렁였다.
그런데,
-채앙!
세 식가량이 부딪쳤을 때였다.
목경운의 악즉검이 어느 순간 흑색으로 물들어갔다.
‘이건 대체?’
강기가 부딪치는 순간 검푸른 불꽃이 튀며 손바닥에 강한 통증이 몰려왔다.
이에 벽안의 금의위는 내심 의문이 생겨났다.
이 검은 빛의 흉흉한 기운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딪칠 때마다 자신의 강기를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한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차차차차창!
‘한 초식의 검식이 여섯 식을 넘어가?’
목경운의 검초에 담겨 있는 검식이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났다.
다음 초식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검식이 계속해서 펼쳐지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궤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궤로가 더해질 때마다,
-차차차차창!
‘이런!’
초식의 위력이 올라가고 있었다.
분명 초식을 부딪치는 순간만 해도 여러 군데 흠결이 보였다.
그런데 궤로가 더해지면서 검초의 흠결은커녕 그 틈조차 찾기가 어려웠다.
갈수록 강해지고 완벽해지는 검초라니 이 검법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차차차차창!
검식이 17식을 넘어가던 순간이었다.
사류의 초식을 펼치고 있던 잔영 중 세 개가 흩어지며 하나의 인영만이 짙어져 갔다.
그 찰나에 목경운의 검이 벽안의 금의위의 미간을 찔러왔다.
이에 그의 두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막을 수 없어.’
손 쓸 틈도 없이 검은 미간을 꿰뚫으려 했다.
죽음을 앞둔 순간 마치 주마등처럼 수많은 기억이 벽안의 금의위의 머릿속을 휘감았다.
이렇게 죽는 건가 싶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팍!
엄청난 기세로 미간을 찔러오던 검이 이내 멈춰 섰다.
바로 이마에 닿기 직전에 말이다.
-주르륵!
하나 그 기세마저 완전히 죽이진 못했는지 벽안의 금의위의 미간에서 생채기와 함께 피가 흘러내렸다.
-꿀꺽!
바로 죽음 직전에서 검이 멈추자 벽안의 금의위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대체 왜 멈춘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에 벽안의 금의위가 결국 묻고 말았다.
“······왜 멈춘 거지?”
이런 그의 물음에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하마터면 얼굴에 상처가 날 뻔했네요.”
“상처?”
“네. 그쪽 얼굴 껍질을 벗기려면 최대한 멀쩡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아쉽게 생채기 하나가 났네요. 뭐 이 정도는 괜찮겠죠.”
-오싹!
이런 목경운의 말에 벽안의 금의위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닭살이 돋았다.
고작 검을 멈춘 이유가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고?
정말로 자신의 얼굴 껍질을 벗길 작정이었던가?
“네놈 제 정신이······.”
-슥!
그때 악즉검의 검날이 벽안의 금의위의 목에 향했다.
흑색의 흉흉한 예기가 당장에라도 목을 잘라버릴 것만 같았다.
“얼굴이 멀쩡해야 한다 했지 죽이지 않는다고 한 적은 없거든요. 그러니 흥분은 가라앉히시죠.”
“······.”
이런 목경운의 위협에 벽안의 금의위는 말문이 막혔다.
완벽한 패배였다.
자신은 이 괴물 같은 놈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분께 전수 받은 비기로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라니 애초에 결과는 정해져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목에 닿아있는 악즉검을 내려다보던 벽안의 금의위가 물었다.
“······어차피 죽는 마당에 알려다오.”
“무엇을 말이죠?”
“사류(四類)를 꺾은 그 검법······. 이름이 무엇이지?”
“아, 이 검법요?”
“그래.”
적어도 이것 하나만은 알고 싶었다.
은사께서 전수해준 비기를 능가한 검법이니만큼 분명 명성이 자자할 것이다.
그런데 목경운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흐음. 이거 어쩌죠?”
“어쩌다니 무슨 소리지?”
“아직 한 초식밖에 만들지 못해서 검법의 이름을 짓진 못했거든요.”
“뭐······뭐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벽안의 금의위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번져나갔다.
지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이 고절한 절세 검초라면 분명 명성이 자자한 대단한 검법일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걸 이놈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
황당하기마저 하다.
자신은 대체 어떤 존재와 겨뤘던 거지?
어떻게 이런 엄청난 검초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지?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절세검초를 네놈이 만들었다고?”
“죽일 사람에게 딱히 거짓말할 이유가 있나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벽안의 금의위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더욱 전율스러운 일이었다.
자신은 천부적인 무재를 지녔다 정도가 아닌 대종사의 자질을 가진 괴물과 겨뤄서 패한 것이니 말이다.
‘이런 자가 실제로 존재했단 말인가?’
진심으로 놀라웠다.
스스로 무(武)를 창안할 정도의 괴물과 겨루게 되다니.
패배로 절망스러워했고 허탈감마저 느꼈던 벽안의 금의위의 얼굴이 이내 편안해졌다.
뭔가 다행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쩌면 무인이 맞이할 수 있는 죽음으로서는 최고의 상황일지도 몰랐다.
이런 적수를 언제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그래, 차라리 잘됐다.’
어차피 그놈의 손에 휘둘리게 된 인생이다.
은사께 민폐를 끼치지 않고 차라리 지금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마음이 정리되어서일까?
벽안의 금의위가 홀가분한 얼굴로 목경운에게 말했다.
“더 이상 미련은 없다. 죽여라.”
‘호오.’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여태껏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정말로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받아들이는 자를 만났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자는 정말로 자신의 죽음을 깨끗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참으로 특이한 인간이다.
“어서 죽여라.”
벽안의 금의위가 다시 말했다.
이런 그를 빤히 쳐다보던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깔끔해서 좋긴 한데, 죽이기 전에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이 물음에 벽안의 금의위가 단호하게 말했다.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였다고 해서 네놈에게 내 모든 걸 알려줄 의무는 없다. 하니 죽여라.”
이것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놈이 물을 것은 뻔했다.
왜 황궁 천호인 자신이 벽안의 서역인인 것이냐 이런 것일 거다.
굳이 죽기 전까지 이런 걸로 실랑이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런 그의 예상과 다르게 목경운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가요? 그것 참 아쉽군요. 뱃속에 벌레 같은 걸 왜 넣고 다니는지 궁금하긴 했는데 말이죠.”
‘!!!!!!’
그 말을 듣는 순간 죽음을 각오했던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놈 대체 뭐지?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