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3)
7화 착(着)의 식 (2)
-느껴지나? 그게 착(着)의 식이 가진 묘리다. 무엇이든 당겨서 붙게 할 수 있다. 그것은 기(氣)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기(氣)?”
무림인들이 말하던 그 내공이라는 건가?
청령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설마 이것도 몰랐던 것이냐?”
이런 그녀의 반응에 목경운은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공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아왔었다.
‘이거였구나.’
그런데 이걸 알게 된 것은 분명 처음이었다.
한데 이걸 느껴본 건 처음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건 뭘까?
처음 독초에 중독됐을 때 할아버지가 등과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이렇게 따뜻했어.’
손바닥이 따뜻하다가 아니라 지금처럼 몸 안이 따뜻해졌었다.
설마 할아버지도 내공이라는 것을 익혔던 걸까?
작은 의구심이 피어났다.
그러고 있는데 이내 손바닥을 통해서 들어오던 따스한 기운, 아니 기(氣)라는 것이 이내 차갑게 느껴졌다.
방금 전과 달리 뭔가 싸늘하면서도 이질적이었다.
“갑자기 차가워졌어요.”
-차가워져?
이런 목경운의 말에 청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런 거죠?”
-차갑다고? 흐음.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차가워요. 꼭……”
죽은 자가 내뿜는 특유의 사기(死氣)나 음기(陰氣)에 가까웠다.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기 위해 수많은 자들을 죽이면서 죽음과 가까이 지냈던 목경운이었다.
그렇기에 이 특유의 느낌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하나 이윽고 그것이 그쳤다.
-불룩!
목경운의 손등의 핏줄이 곤두섰다.
이를 본 청령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운이 소진되어서 그런가 보군. 호흡을 멈추고 착의 식을 펼치던 것을 멈춰봐라.
“그러죠.”
그만뒀던 감각을 기억하고 있던 목경운은 호흡을 멈추고서 집중했다.
그러자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가던 것이 멈춰지며 곤두섰던 핏줄들도 이내 가라앉았다.
“후우.”
그렇게 착의 식을 진정시킨 목경운은 또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체내로 들어온 기(氣)가 빠른 속도로 흩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뜻한 기운이 흩어지네요?”
-원래 기의 기본 성질은 흩어지는 것이다. 중생 네가 들이 마시는 공기와 같다고 할 수 있지.
“호오. 그런 건가요?”
-무공을 익히는 자들이 왜 호흡법, 즉 토납법에 매달릴 것 같으냐? 호흡을 통해 들이 마쉬는 공기 중에 흩어진 기(氣)를 모으기 위해서다.
“아!”
처음 알게 된 내공에 대한 기본 지식에 목경운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무공이라는 것은 평범한 무술처럼 단순히 몸만 움직인다고 되는 것이 아닌 듯 했다.
목경운이 뭔가 깨달은 게 있는지 청령에게 물었다.
“그럼 착의 식으로 당겨서 붙게 한 기운도 그 토납법이라는 것처럼 기를 모으게 할 수 있는 건가요?”
-아서라.
“네?”
-착의 식으로 상대의 기(氣)를 빨아들였다고 해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건 대체?”
-기라는 것은 이렇게 산화되어 있을 때는 모르겠지만 각 파의 토납법이나 심법, 운기 체계에 따라 특유의 속성을 가지게 된다.
“속성이 뭐죠?”
-특유의 성질을 띄게 된다는 말이다. 한데 그렇게 특유의 성질을 띄게 되면 이것에 적응하거나 단련된 사람이 아니면 단전이 버티질 못한다.
“그 말은 결국…..”
-그래. 타인의 내공을 빨아들여봐야 자신의 것은 될 수 없다는 거다.
“아아. 좀 아쉽네요. 빠르게 기(氣)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싶었는데.”
-고수가 되는 길이 그리 쉬울 것 같으냐? 뭐 실망하진 말거라. 착의 식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니 말이다.
이에 목경운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기를 빨아들여도 결국 흩어지면 무의미하지 않나요?”
-빨아들인 기가 흩어져도 일시적으로는 착의 식에 의해 유동하기에 활용할 수 있지. 가령 흩어져 가는 그 기운을 주먹에 집중시켜봐라.
“그건 어떻게 하는 거죠?”
-운기로……아아.
청령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곰방대를 한 모금 빨았다.
무공에 대해 정말 조금도 모르는 목경운이기에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녀가 자욱한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후우. 본좌가 이딴 걸 알려주고 앉았다니.
“……….”
목경운이 말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쯧쯧, 운기 요결이니 뭐니 어려운 것은 배제하도록 하지. 중요한 건 심상이다.
“심상?
-그래. 아까 전에 착의 식으로 기운을 받아들였을 때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 감각을 그대로 원하는 부위로 옮기는 데 집중해라.
심상(心想).
청령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지만 이것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고수들이 더 높은 상승의 경지를 탐할 때 쓰는 방식이었다.
마음을 관조하는 것이 바로 심상이다.
엄밀히 이것은 무공을 조금도 배우지 않은 초심자가 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었다.
하나 목경운에게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것이 있었다.
‘극도의 집중력.’
청령은 목경운에게 그것이 있다고 판단했다.
무재는 뛰어난지 아닌지는 무공을 시작도 안했으니 모르겠지만, 그 특유의 집중력은 말도 안 될 정도였다.
그렇기에 한 번 심상을 해보라고 권한 것이었다.
‘과연 될까?’
혈도와 운기 요결 개념도 모른다.
한데 심상만으로 진기를 원하는 위치로 옮겨보라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주화입마가 올 수 있었지만 어차피 단전에 고정된 기운도 아니었고 애초에 흩어지는 기운이었기에 해볼 가치는 있었다.
‘음.’
목경운은 눈을 감고 흩어져가는 기운에 집중했다.
처음 착의 식으로 기운이 들어왔을 때 어떤 식으로 체내로 통하게 되었는지 그 감각을 떠올려보았다.
그러자 목경운의 눈에는 자신의 손바닥과 손목을 따라 혈관이 그려졌다.
‘내관…..온유…..극문…..공최…..수삼리…..소혜…..협백……’
놀랍게도 목경운은 혈자리와 혈맥을 알고 있었다.
이는 약초학과 더불어 할아버지에게 배웠기에 눈을 감고도 기억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목경운은 착의 식으로 받아들였던 진기가 어떤 경로로 흘러들어와 단전을 팽배하게 했는지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럼 반대로……’
기해, 음교, 황유, 거궐, 구미, 선기, 염천을 따라 따뜻한 기운이 이동했다.
얼마 남지 않은 기운은 기사와 협백을 따라 거꾸로 손목으로 향했다.
그렇게 손목 내관까지 온 기운은 주먹에 응집되었다.
-꽉!
목경운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뭔가 힘이 들어간 것 같다.
‘이런 힘이라면……’
목경운은 공동의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따스한 기운이 모여 있는 주먹을 벽을 향해 내리꽂았다.
-쿵! 쩌저저적!
그 순간 목경운의 주먹이 꽂힌 공동의 벽 부근이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파고 들어가며 그 주변으로 금이 쩌적하고 갈라졌다.
‘호오.’
이게 내공의 힘이라는 건가?
-!?
이런 목경운의 모습에 청령의 눈동자에 이채가 띠었다.
정말로 이를 한 번에 해낼 줄 몰랐다.
말이 심상이지 운기 경로를 모른다면 애초에 내공을 움직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정말로 해냈다.
‘…….이놈 대체 뭐지?’
청령은 진심으로 의문이 들었다.
생전에도 수많은 무재들을 보았지만 열여섯, 열일곱이 되도록 무공을 접한 적이 없는데도 이 정도로 감이 뛰어난 녀석은 처음 보았다.
-하……..
이 녀석이 과연 어렸을 적부터 무공을 익혔다면 어땠을까?
이런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때 목경운이 청령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왜 사람들이 무공, 무공하는지 알 것 같군요. 이런 걸 익히면 훨씬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겠어요.”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목경운의 말에 청령은 입술이 순간 실룩거렸다.
이 녀석 무(武)의 본질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무로써 도를 이루니 뭐니 그런 건 개소리에 불과하다.
무의 본질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느냐였다.
청령이 곰방대를 물고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제 일식인 착의 식은 파사팔식(破思八式)의 기본에 불과하다. 한 식만 제대로 익혀도 그 묘리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훌륭하네요. 이 무궁무진한 걸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데 지금처럼 알려줄 수 있나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청령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애초에 그녀는 이를 가르쳐줄 마음이 없었다.
한데 목경운의 말도 안 되는 집중력과 타고난 재능에 흥이 돋아 자신도 모르게 말이 많아졌던 것이었다.
-하, 하마터면 중생 놈에게 넘어갈 뻔 했구나. 감히 본좌를 속이려 하다니.
“네?”
-본좌가 네놈 좋은 일을 할 것 같으냐? 아서라.
“……..계속 함께 해야 할 텐데 협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럴 일은 없을 게다.
그리고는 고개를 훽하고 돌려버렸다.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그녀의 모습에 목경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청령?”
-……..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별 수 없었다.
애써 누군가를 달래는 성격이 아니기에 목경운은 더 이상 청령을 부르지 않았다.
그보다 이 파사팔식에 더 관심이 갔다.
청령의 말대로라고 한다면 이런 착의 식과 같은 식(式)들이 일곱 가지가 더 있다는 것인데, 고작 서른 글자로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누가 창안했는지 몰라도 정말 대단한 자임은 틀림없었다.
한데 아무리 오성이 뛰어난 목경운이라고 해도 무공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이 없었기에 더 이상 서른 글자로 다른 구결을 만들어내긴 힘들었다.
‘아쉽네.’
일단은 착의 식으로 만족해야 할 듯 했다.
이것도 아직 익숙하지 않았기에 잘 연구한다면 여러 방면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목경운은 죽은 조일상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
목경운이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배꼽 아래 쪽을 바라보았다.
‘뭐지?’
따스한 기운, 아니 조일상에게서 흡수했던 내공이 있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그 싸늘한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건 어째서?’
분명 내공은 흩어져서 이제는 그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싸늘한 기운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흡수했었던 내공에 비해서는 그 양이 현저히 작았지만 배꼽 아래 쪽에 고스란히 있었다.
‘이상하다.’
청령조차 이 차가운 기운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를 물어볼까 하다 이내 그만뒀다.
어차피 지금은 이야기를 해도 답변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직접 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까.’
이런 수고로움은 하나의 흥미였다.
목경운이 입 꼬리를 올렸다.
* * *
등불 하나만 켜져 있는 비어있는 실내.
-촤랑!
은전이 가득 담긴 주머니를 애꾸눈의 여자 무사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연목검장의 대부인인 석 부인의 호위무사인 호앵이었다.
“이건 대부인 마님께서 보내는 위로금입니다.”
“………”
“방금 전에 이야기 한 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면 은전 사백을 지급하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하고나서 그녀는 탁자 위의 등불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등불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동료인 묘신이 죽은 것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기다리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만약 이게 부족하다면……”
-휙!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등불이 갑자기 꺼졌다.
이를 본 호앵이 침을 꿀꺽 삼키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등불이 꺼진 것은 의뢰를 받아들인다는 신호였다.
그렇기에 더 있을 이유는 없었다.
-타타탁!
빠른 걸음으로 나온 그녀가 다 무너질 듯이 허름한 건물을 쳐다보았다.
이곳이 바로 방사 집단의 근거지인 몽성의 귀영각(鬼靈閣)이었다.
매번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었지만 이곳에만 오면 괜히 소름돋고 찝찝해지는 그녀였다.
그녀는 서둘러 말에 올랐다.
그렇게 그녀가 떠나고 얼마 있지 않아 귀영각 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殺)이 틀림없구나.”
처음은 노인의 목소리였다.
그 다음에 한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합니다. 각주.”
“고는 그렇고 삭(朔) 네 생각은 어떻느냐?”
그 물음에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이 확실하다면 묘신 사제는 괴이에 침식 당한 게 틀림없습니다. 한데 그 셋째 공자가 마음에 걸립니다.”
“본 각주도 그러하다. 살(殺)이란 본시 저주 혹은 원혼을 씌이게 하는 행위. 한데 셋째 공자의 부름에 시녀가 떠올랐다고 했다. 그것은…..”
“원혼을 통제하고 있다는 게 아닙니까?”
“흐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이들이 심각해하는 이유는 이러했다.
“시녀를 떠올리게 해서 살을 먹일 정도면 적어도 황령(黃靈) 급의 원혼이 틀림없습니다. 그 정도 원혼을 식신으로 부리는 게 가능합니까?”
원혼은 식신(式神)으로 부릴 수 없다.
그것이 방사들의 정론이었다.
이매망량(魑魅魍魎)이나 정기가 맑은 짐승들의 선혼(善魂)들이라면 식신으로 부릴 수 있지만 타락한 원혼은 제령하거나 봉해야 할 대상이었다.
“원혼은 애초에 부릴 수가 없는 존재이니라. 아마도 셋째 공자는 원혼에게 백(魄)을 탈취당했을 수도 있다.”
-쾅!
“그런 것이라면 더욱 내버려둘 수 없군요. 각주 제게 맡겨주십시오.”
“삭(朔) 네가 가겠느냐?”
“네. 묘신 사제의 원혼도 달랠 겸 셋째 공자를 처리하겠습니다.”
그 말에 각주는 정해졌다는 명을 내렸다.
“허락하마. 구여(犰狳)를 식신으로 다루는 너라면 쉽게 제령할 수 있을 것이다. 가거라.”
“각주의 명을 받듭니다.”
대답과 함께 어둠 속에서 한 쪽 눈이 백안(白眼)인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여인은 자연스럽게 탁자 위의 은전이 담긴 주머니를 챙겼다.
* * *
-쿵!
졸린 눈인 고찬 호위가 목경운의 침상 앞으로 작은 화로를 가져왔다.
망을 본다고 거의 밤을 샜던 그는 피곤에 차 있었다.
이제 곧 날이 밝으니 옆에 조금만 눈을 붙여도 되냐고 물었더니 이런 걸 시켜서 조금은 짜증이 나있었다.
고찬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건 왜 가져오라고 하신 겁니까?”
“태울 게 있어서요.”
“태울 거라고요? 그런 게 있으면 그냥 저한테 시키시면…..”
“확실하게 탔는지 보려고요.”
“대체 뭘 태우시려고…….!?‘
순간 고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목경운이 꺼내든 것은 다름 아닌,
[연목성검결(然木成劍訣)]이었다.
‘지, 진짜였구나.’
괴이를 통해 장주에게서 비급서가 있는 위치를 알아낸다는 게 정말이었다.
목경운의 손에 장주 전용 무공인 연목성검결의 비급서가 있다니.
마른 침을 삼키던 고찬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공자님. 설마 그걸 태우시려는 건 아니지요?”
그런 불안에 찬 고찬의 울음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태울 건데요.”
이에 고찬이 화들짝 놀라서 만류했다.
“태, 태우다뇨? 공자님 손에 있는 그건 장주만이 익힐 수 있는 전용 비급서입니다. 그걸 어찌…..”
“필요하니까 태우겠죠?”
-쫙!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연목성검결의 겉표지와 둘째 장까지를 남겨두고는 그대로 비급서를 화로에 넣어버렸다.
뭐라고 말릴 틈도 없이 벌어졌다.
-화르르륵!
고찬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이 미친 놈이 정말로 이 비급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건가?
황당해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죠? 눈빛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걸요.”
“…….공자. 아무리 공자께서 무공을 익히기 힘든 나이라고 해도 저것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수 있을 터인데.”
“그러니까 더욱 태워야 겠죠.”
“태워버리면 무슨 수로……”
“여기 있잖아요.”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
그 모습에 고찬이 놀란 눈이 되었다.
비급서를 통째로 외웠기에 태우는 것이란 말인가?
아니 그럼 진즉에 얘기를 해주지 그랬나.
저 아까운 비급서를 그냥 버리나 싶어서 놀랬던 그였다.
이를 말하려고 하는데, 목경운이 이번에는 연목화심법(然木化心法)의 비급서를 꺼내 앞서 했던 것처럼 표지와 앞 두 장을 제외한 나머지를 찢어서 화로에 넣었다.
-화르르륵!
이에 고찬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대체 무슨 짓입니까?”
이 물음에 목경운이 그에게 타지 않은 겉표지와 내용물 두 장만 남은 연목성검결, 연목화심법의 비급서를 넘겼다.
“이걸 어찌?”
“그 비급서들을 하나씩 대부인이랑 둘째 공자에게 갖다 주세요. 아 날이 밝으면요.”
“네?”
“갖다주고만 오면 돼요. 아무 말 없이.”
고찬은 미간을 찡그렸다.
이놈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도저히 생각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목숨까지 저당 잡힌 마당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알겠습니다. 그럼 가기 전에 아침까지 잠시만 눈 좀 붙여도 됩니까?”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아 깜빡했는데. 둘째 공자가 보낸 그 호위 무사는 그냥 죽였어요.”
“………..”
고찬은 잠이 확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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