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35)
찢어진 눈매에 매부리코 청년의 이름은 위부청.
그는 황제 폐하의 아우인 경친왕(鏡親王) 파벌이자 금의위 선발이 확정된 내정자였다.
도찰원(都察院) 정 3품 좌부도어사의 자제로 무림 삼대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사련맹(邪連盟)의 아홉 맹주 중 하나인 육맹주 사밀검(邪謐劍) 귀사만에게 직접 무공을 전수받았다.
유일하게 정도 무림이 아닌 사도 계열인 사련맹의 무공을 익혔다 보니, 그는 생도들 사이에서 겉돌았다.
물론 그 역시도 이를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더 높은 곳으로 갈 테고 이들은 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위부청은 처음으로 관심이 가는 이들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천지회의 후기지수들이었다.
‘저들이 천지회?’
천지회는 무림의 삼대 세력의 하나로 정사가 아닌 중립을 표방하면서 약육강식의 무(武)를 추구하는 단체였다.
하나 실질적으로 이들은 사파로 취급받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련맹의 영향을 받은 위부청에게는 오히려 이들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정의니 뭐니 하며 되도 안 되는 위선을 떨어대는 놈들보다 나았다.
위부청이 코웃음을 치며 목경운에게 말했다.
“하! 유명이야 하지. 내공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녀석이 느닷없이 닷새 만에 하급반에서 상급반으로 월반했거든.”
“내공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고요?”
“저 자식, 체질상 내공을 못 익힌다고 하더군. 그냥 쓰레기나 다름없었지. 그런데 그런 놈이 갑자기 금의위 선발을 앞두고 월반했다. 이걸 들으니 감이 오지 않나?”
“구린 냄새가 난다는 거네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위부청이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역시 대 천지회 출신이라 그런지 통하는 게 있군. 난 위부청이다.”
위부청이 목경운에게 손을 내밀었다.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아. 이 자도 경친왕 측의 파벌이라고 했던가.’
정보대로라면 그럴 것이다.
종남파의 제자 금종현과 위부청 둘 중에 금의위 선발이 확정된 내정자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 중에 누가 내정자인 것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리고 위부청 그 자체에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굳이 여기서 껄끄럽게 할 필요는 없기에 목경운은 그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목경운이에요.”
“목경운? 목가라니 드문 성이군.”
“그렇다고들 하더군요.”
‘꼭 남 얘기처럼 하는군.’
의아해했지만 이상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위부청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보다 위부청은 이 기회에 파벌은 달랐으나 비슷한 사파 계열이라 여기는 천지회 후기지수들과 교분을 쌓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그와는 달리 목경운의 관심을 그가 거슬려 하는 자에게로 향해 있었다.
“저자의 이름이 뭔지 아시나요?”
이에 위부청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저런 버러지의 이름을 알아서 뭐 하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안 그래도 파벌을 이끄는 경친왕께서도 저놈에게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상당히 거슬렸는데, 왜 보는 족족 자신이 함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왜 자신이 아닌 저놈에게 관심을 보이는 거지?
“모르시나 봐요?”
“모를 리가 없지 않나? 그냥 굳이 저런 버러지를 알아서 뭐 하는지······.”
“친절한 분인 줄 알았더니 질투심이 많은 분인가 보네요?”
“뭐?”
그 말에 위부청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불쾌하다는 듯이 목경운에게 말했다.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냐? 내가 저딴 버러지 놈을 왜 질투한다는 거냐? 굳이 저런 놈을 알아봐야 좋을 게 없으니······.”
“저도 오늘 월반했습니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위부청이 당황해하며 말했다.
“너와 저 녀석은 다르다. 너는 무림 삼대 세력 중 하나인 천지회 출신이고 저 녀석은······.”
“그게 뭐가 중요하죠? 저도 하루 만에 월반했습니다. 저 친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데요.”
“아니 대체······.”
“제게서도 버러지 같은 구린내가 진동하지 않나요?”
“······.”
위부청이 입을 굳게 닫았다.
천지회 출신이라 교분을 쌓고 싶다고 여겼는데 지금 마음이 뒤바뀌었다.
이 녀석은 자신과 전혀 맞지 않았다.
어쩐지 사련맹이 왜 같은 사파 계열이나 다름없는 천지회와 한 번도 동맹을 맺은 적이 없는지 새삼 이해가 갔다.
‘빌어먹을.’
위부청이 짜증스럽다는 듯이 목경운을 노려보다 이내 가버렸다.
-좀생이 같은 놈이구나.
청령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딱히 성격적인 문제만은 아닌 듯했다.
누군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이 정도까지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단순히 월반을 했다는 것만 가지고 싫어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무엇 때문일까나.’
자신과 비슷한 이유는 아닐 테고.
물구나무를 서서 팔굽혀펴기에 열중하고 있는 그를 빤히 쳐다보던 목경운이 이내 오른쪽 눈의 삼안(三眼)의 요력을 개방했다.
저자에게서 느껴지는 묘하게 거슬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
목경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로 내공이 전무했다.
딱히 갈무리하거나 특수한 대법이나 금제를 통해 숨긴 것도 아니었다.
이건 정말 의외의 결과였다.
-왜 그러는 거냐? 중생.
-내공을 정말로 익히지 않은 것 같아요.
-내공을 말이더냐? 하면 오직 외공만을 익혔다는 것이냐?
-······일단 보이기로는 그런데 어째서 생도 상급반에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상급반은 일류 고수 이상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외공만으로 일류 고수를 상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청령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까 그 중생 놈의 말대로 배후에 힘 써준 녀석이 있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 황궁이란 곳이 결국 정치 놀음판이니 말이다.
-흠.
-아무것도 없다면 신경 꺼라. 어차피 목적은 이들의 파벌싸움에 끼어드는 게 아니지 않느냐.
-그건 그렇죠.
목경운이 이내 삼안의 요력을 해지했다.
정말로 내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청령의 말대로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다만 왜 저 자에게서 무언가 거슬리는 게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평범한 자들보다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원천진기가 조금 더 커 보이기는 했으나, 고작해야 그게 다였다.
* * *
그렇게 시위부 무시가 치러지는 다음 날이 찾아왔다.
상급반의 생도들이 긴장한 얼굴로 훈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훈련장의 단상으로 한 무리의 인원이 몰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붉고 푸른 비어복에 금색 혁대를 차고 있는 저들은 이번 시위부 무시를 주관하는 감독관 금의위들이었다.
“와아.”
앞을 바라보던 일부 생도들이 탄성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선두에 서있는 붉은 비어복을 입은 금의위가 굉장한 절세미녀였기 때문이었다.
하나 이런 생도들과 다르게 목경운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음.’
붉은 비어복의 금색 혁대가 무슨 직위인지를 들었었다.
실무를 맡는 금의위 중 육선부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육천호였다.
금의위의 정점이라 불리는 남진무사와 북진무사를 제외한다면 실무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무위를 지닌 자들이 여섯 육천호들이라 들었다.
그중 두 사람의 육천호가 단상 위에 있었다.
그런데 남자 육천호는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딱 예상했던 경지였는데, 저 아름다운 여자 육천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절정 수준에 불과했다.
기운을 숨기고 있는 건가 하면 또 그건 아닌 듯했다.
‘뭐지?’
목경운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 어제 물구나무를 서서 팔굽혀펴기를 하며 훈련에 매진하던 그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왜 그러느냐?
-······아뇨. 그냥 착각일지도요.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던 차에 단상 위에 있던 남자 육천호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훈련 생도들은 모두 조용하라.”
내공이 실린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여기저기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금의위 육천호들의 무위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음은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이런 육천호의 내공을 직접적으로 겪게 되니 경탄스러운 모양이었다.
“대단해.”
“이게 육천호.”
금의위를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런 이들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남자 육천호가 흡족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본관은 이번 금의위 선발 과정을 맡게 된 감독관 육천호의 채호성······.”
“육천호 소예린이다.”
여자 육천호의 이어지는 소개에 생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 광경에 채호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이 아름다운 홍일점의 인기를 앞지를 길은 없었다.
“조용!”
채호성의 일갈에 다시 장내가 조용해졌다.
그러자 다시 말을 이어갔다.
“시위부 훈련관의 관주께 들었겠지만, 이번 시위부 무시를 통해 금의위 선발을 위한 이차 응시자들을 추려낼 것이다.”
여기까지는 당연히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본론은 바로 뒤에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첫 선발 과정인 내공을 측정하는 시험을 치르도록 하겠다. 여기서 금의위의 최소 기준인 일류 내공 수위에 이르지 못하는 자들은 전부 탈락시키도록 하겠다.”
‘내공 시험?’
곧바로 시작되는 선발 과정에 장내가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 * *
시위부 무사들이 바삐 움직이며 내공 측정 준비에 들어갔다.
그 사이 육천호 채호성이 단상에서 내려와 푸른 비어복(飛魚服)의 여섯 명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금의위의 여섯 부서를 총칭하는 육선관(六線官)에서 차출되어 온 부감독관들이었다.
푸른 비어복이 상징하는 것은 천호를 뜻한다.
그리고 그들의 오른팔에 새겨진 은실의 숫자가 어느 부처에 포함되는지를 의미한다.
실무를 담당하는 금의위의 계급은 이렇다.
정 7품인 총기, 종 6품 시백호, 정 6품 백호, 종 5품 부천호, 정 5품 천호, 종 4품 육천호, 정 4품 진무사.
그 위로 모든 금의위를 통제하는 지휘사와 지휘동지, 지휘첨사 등이 있다.
지휘사 계통은 실상 명을 하달하는 역할을 하기에 실권은 진무사에게 있다고 볼 수 있었는데, 그렇기에 금의위의 정점을 진무사라 하는 것이다.
이들 천호들은 육선관의 여섯 부처에 최소 두 명에서 최대 네 명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렇기에 부처별로 2인자들이 온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번 시험을 통해 부서별로 적성을 파악하여 인원을 충당하기 위함도 있기에 천호들은 수련 생도들을 유심히 살펴야 했다.
“어떤가? 부처별로 마음에 드는 생도들이 있는가?”
이미 부처별로 천호들은 상급 생도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놓은 상태였다.
육천호 채호성의 물음에 내궁직, 즉 황족과 내명부(황후를 비롯한 비빈들)의 안위를 맡고 있는 일선부의 천호 화영인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차피 일선부는 금의위 무시에서는 선택권이 없어서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습니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함세.”
육천호 채호성의 그의 말을 적당한 선에서 끊었다.
보는 눈과 귀가 많기 때문이었다.
일선부의 천호 화영인의 말대로 금의위 무시에서는 내정자들로 일선부에 배치되기 때문에 정말 쓸 만한 자들을 데려오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를 대놓고 얘기하게 되면 내정자들의 귀에 들어간다.
“이선부는 어떤가?”
“명부를 보아하니 금종현이라는 친구가 가장 흥미롭더군요.”
“호오. 금종현.”
이선부의 천호 시우량의 말에 다른 천호들도 관심을 보였다.
그들 역시도 특이한 이력에 관심을 가졌던 차였다.
내정자들이야 어쩔 도리가 없다지만 문가의 집안인 한림원 종 5품 시강학사의 자제가 종남파의 제자가 된 것도 모자라 생도 중에 다섯 손가락에 들 만큼 성적도 좋다.
“우리와 같군. 안 그렇나? 오 천호.”
“그렇습니다. 육천호.”
육천호 채호성의 말에 삼선부의 천호 오무기가 동의했다.
그들 역시도 금종현을 눈여겨보던 차였다.
무위도 뛰어나고 성적도 좋은데다, 문과 집안이라 명석하기마저 할 테니 정보부처인 삼선부에서 탐낼 만한 인재였다.
“삼선부는 지난번 수석자도 받았는데 이번에는 좀 양보해주시죠.”
“하하하하하핫.”
시우량의 그 말에 채호성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싫네.”
“너무하시군요.”
“그럼 어서 승진하시게.”
“크흠.”
어차피 최종적으로 금의위 무시에 합격한 자들은 육선관의 모든 수장이 모여 결정한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떠들어봐야 큰 의미는 없었다.
천호 시우량을 놀리는 것을 즐거워하던 육천호 채호성이 이번엔 사선부의 천호 막명보에게 물었다.
“사선부는 어떤가?”
“저희 사선부는 남궁세가의 남궁청현이 눈에 띄는군요. 금옥을 담당하는 저희 사선부의 특성상 무공이 제일 뛰어난 자가 들어오면 좋지요.”
“과연. 그렇군.”
모두가 남궁청현의 이름이 한 번은 거론될 거라 여겼다.
무림의 명문 무가인 칠대세가의 하나이자 창천무검 남궁진의 손자다.
들어올 때부터 초절정의 초입에 이르러 있었고 검술 실력만으로는 생도들 모두를 압도하고 남을 기재이다.
하여 육선관의 천호들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글쎄요.”
그때 누군가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여섯 천호 중 가장 어두운 인상을 하고 있는 사내였다.
얼굴에 다수의 흉터가 있는 이 금의위는 가장 은밀한 명을 담당한다는 오선부의 천호인 맥하균이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이번 기수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은 천지회의 후기지수들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섭춘과 몽무약이라는 생도는 그 무위조차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아!”
이 말에 사선부의 천호 막명보가 부정하지 않았다.
그 역시도 뒤늦게 천지회의 후기지수들이 참여한 것을 보고받았기에 훈련장에 들어오자마자 그들을 유심히 살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명불허전이었다.
오선부의 천호 맥하균의 말대로 특히 섭춘과 몽무약이라는 자는 금의위 천호인 자신조차 그 무위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건 후기지수로 특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작정하고 보낸 것 같더군.”
과연 무림 삼대 세력 중에서 가장 본질적인 무(武)를 추구한다는 천지회다웠다.
이번 무시에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지도 몰랐다.
“제가 볼 땐 염경이라는 자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만.”
그때 육선부의 천호 태호인이 끼어들었다.
그런 그의 말에 다른 이들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는 화산파 속가 제자 출신이었기에 자신의 사문의 정식 제자인 염경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었다.
물론 편을 드는 것도 있지만 염경이라는 생도도 다섯 손가락에 드는 성적의 수재였다.
내공 측정을 실시하기 위해 준비가 되는 동안 육선관 각 부처의 천호들 모두의 의견을 들어본 육천호 채호성이 이제 정리를 하려 했다.
“자자. 각 천호들의 의견은 잘 들었네. 이제 내공 측정을 해보면 이들 중에 누가 뛰어난지 알게 되겠지.”
“그렇겠지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육천호. 내기라도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내기?”
“회식 내기 어떻습니까?”
이선부의 천호 시우량의 말에 육천호 채호성이 관심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근무가 끝나면 감독관들끼리 모여 가볍게 회식을 하려던 차였다.
육천호 채호성이 각 천호들을 쳐다보았다.
“저는 동의합니다.”
“저도입니다.”
“그렇게 하시죠.”
전부 동의하는 분위기이자 육천호 채호성이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전부 한 사람에게 몰리면 내기도 성립되지 않고 재미가 없으니, 둘 이상 모이면 알아서 다른 생도를 선택하세나.”
“알겠습니다.”
그렇게 생도들의 내공측정을 두고 내기가 성립되었다.
각자가 처음 의견을 물었을 때처럼 흥미롭게 여기는 생도들에게 걸었다.
유일하게 의견을 내지 않은 것은 이 내기에 흥미가 없다는 듯이 관심을 보이지 않던 육천호 소예린뿐이었다.
워낙 무표정하여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이에 같은 육천호 채호성이 말했다.
“소 육천호도 정하지 그런가? 이왕 하는 회식인데.”
아무 말 없이 채호성과 천호들을 살피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뗐다.
“이미 우리 쪽 천호인 태호인이 염경으로 결정했지 않나요.”
“응? 그 말은 소 육천호는 따로 생각한 이가 있다는 건가?”
“······.”
아무 말이 없다는 것은 긍정에 가까웠다.
모두가 이에 궁금해졌다.
“누구길래 그러십니까?”
“역시 천지회의 섭춘이나 몽무약인가요?”
“아니면 남궁청현?”
천호들의 물음이 부담스러운지 육천호 소예린이 말없이 뒤로 한 발자국 거리를 벌렸다.
이에 육천호 채호성이 답답했는지 말했다.
“어차피 부처별로 내기하는 게 아니라 개인별 내기이니 얘기 좀 하게.”
그러자 그녀가 조용히 앵두 같은 입술을 뗐다.
“······저는 주운향이예요.”
‘!?’
이런 그녀의 말에 모두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생도를 거론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그녀 다음으로 내기에 딱히 흥미를 보이지 않던 일선부의 천호 화영인마저도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 육천호. 혹시 승신 교위의 둘째 아들인 주상재와 헷갈리신 게 아니온지요?”
“아, 그런가 봅니다. 그럼 그렇지. 그 생도도 성적이 높지요.”
“그럼 주상재에게 거는 겁니까?”
이들의 말에 육천호 소예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승신 교위의 셋째 자제인 주운향이 맞아요.”
“하······. 이것 참.”
“혹시 재미 삼아 거시는 것은 아니시지요?”
“소예린 육천호 그 녀석이 얼마 전에 공동파의 정식 제자가 되긴 했으나 여태껏 내공을 익히지 못했던 체질입니다.”
“일부러 회식 자리를 사려고 그러시는 건가 봅니다.”
모두가 그녀의 의견에 납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뚝심 있게 생도 주운향을 고집했다.
그녀에게는 그를 선택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다만 이런 선택과 다르게 묘하게 걸리는 한 사람이 더 있기는 했다.
그녀가 힐끔 고개를 돌리며 오열을 맞춰 서있는 생도들 틈 사이에서 유독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미색이 뛰어난 생도를 쳐다보았다.
‘목경운이라고 했던가.’
천지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자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두 사람보다도 유달리 무위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눈에는 이것이 괴리감처럼 느껴졌다.
‘······이상해.’
저 웃고 있는 얼굴 속에서 어째서 흉폭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걸까?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