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36)
금의위 선발 과정의 시작인 내공 측정이 시작되었다.
단상 앞의 훈련장으로 여섯 천호가 나란히 섰고 그 앞에는 두꺼운 석판 같은 것들이 몇십 장씩 놓여 있었다.
육천호 채호성이 여섯으로 줄을 서 있는 생도들에게 말했다.
“보이나? 너희들의 앞에 놓여 있는 것은 격세석으로 만든 석판이다.”
-웅성웅성!
격세석이라는 말에 생도들이 술렁였다.
-호오. 저리 많은 격세석이라니. 확실히 황궁이 예산이 넘치기는 하구나.
청령의 그 말에 목경운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격세석이 뭔가요?
-격세석을 모르는······아아. 중생 네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지. 특정한 재질의 원석을 가공하여 내공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든 돌들이 있다.
-내공에 견딘다고요?
-그래.
-목적이 있으니 만들어졌겠군요.
-당연하지. 경지에 오른 내가고수들이 평범한 연공실에서 연마한다면 남아날 것 같으냐? 대부분의 명문 무가나 문파의 연공실만 하더라도 단세석이나 격세석으로 만들어졌다.
-단세석?
-격세석보다는 재질이나 내구성이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일류 정도 내공은 가뿐히 견뎌내고 이를 부수려면 적어도 내공 수위가 완숙한 절정의 경지에나 이르러야 가능하다.
-호오. 그럼 격세석은 더 단단하겠군요.
-당연하지. 격세석은 상승 무공을 연마하는 내가고수들에게 맞춰진 돌이다. 단세석과는 그 내구성이 비교조차 되지 않지.
그 말인즉 격세석은 절정에서 초절정의 내공에조차 버틸 수 있는 돌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니 청령이 왜 놀라는지 알 것 같다.
황궁 정도의 재력이 아니면 저 정도 양의 격세석을 석판으로 만들어 시험용으로 쓸 엄두조차 낼 수나 있겠는가.
그때 육천호 채호성이 말을 이어갔다.
“조용! 겨우 이 정도에 겁을 먹어서야 어찌 금의위가 될 수 있겠느냐?”
“······.”
“시험은 간단하다. 도검을 쓰든 권각(拳脚)을 쓰든 상관없다. 내공으로 최소 깊이 한 촌(寸) 이상의 흔(痕)을 만들어내라. 그렇지 못한 자들은 탈락이다. 알겠나?”
그 말에 생도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격세석은 말이 일류이지 그 끝자락에 다가가지 않으면 흠집조차 낼 수 없다.
그런데 한 촌 이상의 흔적을 내라니, 시험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았다.
“왜 대답이 없는 것이냐?”
“넵!!!”
이런 그의 다그침에 생도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각 부처의 천호들이 감독하는 앞에서 선발 과정이 시작되었다.
한 명씩 차례대로 나와 격세석에 상처를 내기 위한 시험이 차례대로 진행되었고, 그것은 빠르게 탈락자와 합격자를 가려냈다.
“곽인명 탈락!”
“허죽예 탈락!”
“한명초 합격!”
이것이 결정될 때마다 희비가 갈렸다.
탈락자들은 실망하는 자들도 있었고 오열을 하는 이들마저 있었다.
심지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아우성인 자들도 더러 나왔다.
그러나 부감독인 천호들은 이를 냉정히 처냈다.
“그런 알량한 내공 수위로 금의위에 들어올 생각을 한 것이냐? 썩 꺼지거라.”
“크흑.”
“막 일류에 오른 수준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소, 송구합니다.”
일류 초입과 끝자락 즉 극(極)의 경계는 명확했다.
막 일류에 들어선 내공을 지닌 자들은 고작 반 촌 정도밖에 흔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극에 가깝거나 절정의 앞둔 이들은 명확할 만큼 한 촌 이상의 흔적을 보기 좋게 만들어냈다.
그때 누군가가 시험에서 거의 한 촌 하고도 반 촌 더 들어갔다.
“주상재 합격!”
‘됐어.’
격세석 석판에 한 촌하고도 반 촌이 넘게 검흔을 만들어낸 주상재가 합격을 받아내고서 기쁨의 쾌재를 불렀다.
이로써 금의위에 한 발자국 다가섰기 때문이었다.
합격자들이 모인 곳에 가서 대기 열에 앉은 주상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측정을 진행하고 있는 생도들을 바라보았다.
“금의위가 확실히 황궁에서도 최정예라는 게 맞긴 한가 보군. 신입 선발의 기준이 일류 끝자락에 이르러야 할 정도라니.”
섭춘이 작은 목소리로 혀를 내둘렀다.
듣기로 예전의 황궁에는 무공의 고수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 덕분에 수차례 곤욕스러운 사태가 벌어졌기에 황궁에서도 무공 고수들의 양성에 힘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감탄하는 섭춘을 향해 뒤에 서 있던 몽무약이 말했다.
“그런 걸로 호들갑 떨지 마라.”
“호들갑은 뭐가 호들갑이라는 거냐?”
“내공이 중요하다고 해도 결국 전력의 핵심은 실전 능력이다. 실전이 되지 않는 자들을 늘려 봐야 무의미하다.”
“어이구, 아주 잘 나셨네.”
적당히 인정하면 어디 덧나기라도 하나.
혀를 차던 섭춘이 이내 몽무약을 도발했다.
“그리 잘나셨는데 우리 가벼운 내기라도 하나 할까?”
“내기?”
“그래. 누가 더 흔적을 깊이 새기나 말이야.”
“······대가는?”
섭춘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 녀석이라면 당연히 내기를 받아들일 거라 여겼다.
아니다 어쩌고 하면서도 자신을 호적수로 여기는 녀석이라 이런 도발에는 금방 넘어왔다.
“어차피 내가 밑지는 장사이긴 한데 지는 놈이 형님이라 부르기 어떠냐?”
“형님?”
원래부터 몽무약보다 나이가 많은 섭춘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몽무약이 평소에 자신을 친구처럼 대하는 것을 싫어하진 않았다.
그저 이 녀석이 형님이라 부르며 곤란해하는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이었다.
“왜 쫄려?”
“······누가 쫄린다는 거냐?”
결국 몽무약이 내기를 받아들였다.
그러는 사이 상급반 생도들이 주목하는 자 중 한 명인 화산파의 제자인 염경의 차례가 되었다.
염경이 호흡을 가다듬고서 격세석 석판을 향해 검을 찔렀다.
-푹!
내공이 실린 검이 이내 석판을 파고들었다.
그런데 딱 봐도 그 깊이 보통이 아니었다.
얼핏 보아도 두 촌 이상 깊이 들어갔다.
“오오오!”
여기저기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지껏 시험을 치른 자 중에 두 촌을 넘었던 자는 아무도 없었다.
염경의 앞에서 감독을 하고 있던 사선부의 천호 막명보가 흡족한 얼굴로 외쳤다.
“생도 염경. 두 촌 반. 현재 일석.”
‘엇?’
이때까지는 탈락과 합격만 구분해서 외쳤는데, 이번에는 흔적의 깊이와 더불어 성적까지 발표했다.
현재 일석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중에 최고 성적이라는 소리였다.
이에 염경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합격자들이 모여 있는 열로 걸어왔다.
‘별 것 아니군.’
의기양양 해하며 걸어오는 모습에 한 촌하고도 반 촌의 흔적을 냈던 주상재가 분하다는 듯이 이를 악물었다.
화산파가 괜히 구대문파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그때 외침 소리가 들렸다.
“생도 남궁청현. 네 촌. 현재 일석.”
‘아닛?’
‘네 촌이라고?’
주상재와 염경이 화들짝 놀라서 삼 열에 서서 시험을 치른 남궁청현을 쳐다보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결과였다.
거의 석판을 관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담담하게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 나오는 그의 모습에 시험을 치르지 못한 생도들이 경외심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무림 칠대세가.’
상급반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생도였다.
주변의 천호들 역시도 그 결과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남궁세가 과연이라 해야 하나.’
‘남궁청현······.’
다른 자들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던 섭춘과 몽무약 역시도 유일하게 남궁청현이 낸 결과에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무림 팔성(八星) 중 일인인 창천무검(蒼天武劍) 남궁진의 손자였다.
그런 자의 손자답게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이런 남궁청현을 호적수로 여기고 있는 화산파의 염경이나 주상재는 시기심이 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때 또 다른 결과가 나왔다.
“생도 금종현. 세 촌. 차석!”
‘빌어먹을!’
‘아니. 금종현 저놈이 세 촌이라고?’
하품을 쩌억하며 귀찮다는 듯이 털레털레 걸어 나오는 금종현.
그의 모습에 주상재와 염경은 이를 갈았다.
특히 염경은 순식간에 삼석으로까지 내려져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큭. 어차피 경쟁은 이제부터다.’
지금 것은 단순히 내공 측정에 불과했다.
한 촌, 두 촌의 내공 차이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큰 차이로 옥석이 갈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섭춘의 차례가 되었다.
주변에 있던 생도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말로만 들어왔던 천지회의 후기지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슥!
섭춘이 허리춤에 있는 광무도의 도병을 잡았다가 뗐다.
이는 독문병기인 광무도가 보도(寶刀)였기에 내공 이상의 결과를 낼 듯해서였기 때문이었다.
내기였지만 정정당당하게 하기 위해 섭춘이 수도(手刀)에 예기를 집중했다.
그리고 격세석 석판에 수도를 그었다.
-촥!
이윽고 결과가 나왔다.
“생도 섭춘 세 촌 반. 차석!”
-웅성웅성!
또 다시 나온 대단한 결과에 생도들이 술렁였다.
도를 주로 사용하는 도객인 듯한데, 맨손으로 해서 세 촌 반이 나왔다.
그렇다는 건 도를 사용했다면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니던가.
“말이 차석이지 남궁청현과 거의 동수 아냐?”
“······말로만 삼대 세력이 아니었어.”
“괴물 같은 놈이야.”
주변에서는 감탄을 했지만 정작 섭춘은 심드렁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광무도를 쓸 걸 그랬나 싶었다.
그래도 무인으로서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데, 정파의 남궁청현보다도 아래 결과가 나와서인지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그런데 이는 남궁청현도 마찬가지였다.
‘······병장기를 쓰지 않고 결과를 낸 건 나를 의식해서인가.’
남궁청현의 검은 평범한 대장간에서 구할 수 있는 평범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병장기를 쓰고 안 쓰고의 차이를 무시할 순 없었다.
이 때문인지 내심 본인도 병장기를 쓰지 않았어야 했다고 스스로를 나무라는 남궁청현이었다.
그러던 차에 또 다른 누군가가 결과를 냈다.
-쿵!
격세석을 울리는 묵직한 일권.
그 일권에 격세석이 쑤욱하고 안으로 움푹 패었다.
‘이 녀석 봐라. 이 정도 수준이었나?’
이를 본 삼선부의 천호 오무기가 입꼬리를 올리며 결과를 발표했다.
“생도 위부청. 세 촌. 공동 삼석!”
그 결과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순식간에 순위 밖으로 밀려나 버린 화산파의 염경은 이를 갈다시피 하고 있었다.
위부청이 나온 결과에 썩 만족스럽지 않아 하면서도 누군가를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어주었다.
‘보았나? 이게 네놈과 나의 격차다.’
그 누군가는 바로 주운향이었다.
이런 위부청의 태도에 주운향이 말없이 옅은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가 왜 자신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위부청은 자신이 내공을 쓸 수도 없는데 뒷배를 써서 올라왔다고 여기고 있는 듯했다.
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주운향이 앞으로 나섰다.
이제 차례가 다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생도 몽무약. 세 촌 반! 공동 차석!”
-웅성웅성!
“또 세 촌 반이야.”
“이런 미친.”
“천지회 놈들은 괴물들만 모아놓은 거야? 뭐야?”
생도들이 몽무약의 시험 결과에 감탄을 넘어서 혀를 내둘렀다.
백 명의 상급반 생도들의 거의 대다수가 한 촌을 넘는 것조차 버거워하는데, 세 촌 반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애초에 급이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젠장!’
스스로의 결과에 그럭저럭 만족해하던 위부청도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천지회의 섭춘이 맨손으로 결과를 내는 모습을 보고서 그 역시도 검을 쓰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주 무공이 아닌 보조로 익힌 권(拳)을 썼다.
그 덕분에 세 촌의 결과가 나왔는데, 천지회의 또 다른 한 사람마저 높은 결과를 내고 나니, 삼대 세력 중 자신이 속한 사련맹이 제일 처지는 느낌을 준 듯했다.
“칫.”
결과를 듣고서 합격자들에게로 이동하는 몽무약이 결과에 못마땅해했다.
일단 자존심 때문에 그 역시도 검을 쓰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석을 차지하려 했는데, 결과는 섭춘과 동수였다.
내기는 무승부였다.
“휴.”
이런 몽무약을 보며 섭춘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녀석이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검을 쓰거나 혹은 내공으로 높은 결과를 낼까 봐 내심 조마조마했었는데, 다행히 동수였다.
그러던 차에 주운향이 석판 앞에 섰다.
상당수의 생도들이 이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것은 기대감이 섞인 눈빛은 아니었다.
‘쯧쯧. 괜한 욕심을 부려가지고.’
‘뒷배를 써서 월반했으니 한 번 제대로 망신당해 봐라.’
‘내공도 없는 녀석이 흔적이나 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들은 내공을 익히지 못한 주운향이 아무것도 하지 못해 망신을 당하길 바라고 있었다.
주운향이 호흡을 가다듬고서 격세석 석판 앞에 섰다.
그의 앞에 있는 부감독관 사선부의 막명보는 큰 기대감이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소예린 육천호께서는 뭐 하러 이런 녀석에게 걸었나 모르겠군.’
혹시나 실력을 숨겨둔 건가 하고 기감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역시나 이 녀석은 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듯했다.
단세석도 아니고 격세석의 경우는 내공을 익히지 않은 자가 흠집을 낼 수 있는 그런 경도가 아니었다.
‘뒷배의 한계만 느끼고 들어가겠군.’
-슥!
그렇게 별다른 기대를 받지 못하던 주운향이 석판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치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동작도 없이 갖다 대는 행위에 사선부의 천호 막명보가 인상을 쓰면서 경고했다.
“생도 주운향. 똑바로 내공 측정에 응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콰드드드득!
주운향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풍압이 일어나더니 이내 맹렬히 회전을 했다.
그 순간 격세석 석판이 회오리의 형태로 금이 가더니, 이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석판이 터지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고 말았다.
-파파파파팍!
“헛!”
바로 앞에 있었기에 당황한 막명보가 다급히 이를 막아내며 뒤로 신형을 날렸다.
그것은 양옆에 있던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다급히 시험을 치르는 생도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날아드는 파편을 막아냈다.
‘!!!’
순식간에 장내가 침묵으로 물들었다.
‘말도 안 돼.’
‘격세석 석판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렸어.’
모든 생도가 입이 쩌억 벌어져서 다물지 못했다.
이 놀라운 결과에 당혹스러운 것은 육선관의 모든 천호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유일하게 이 엄청난 결과에도 불구하고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자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육천호 소예린뿐이었다.
* * *
장내에 있는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 중에는 누구도 운향이 격세석 석판을 부술 거라고 상상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저놈 내공이 없던 거 아니었어?’
‘말도 안 돼.’
일어난 결과 이상으로 모두가 그것에 의문을 가졌다.
주운향은 내공을 익힐 수 없는 체질이었기에 상급반으로 월반한 것이 뒷배가 있어서라고 여겼던 그들이었다.
‘이럴 수가······.’
당연히 내공 측정에 있어서 보기 좋게 떨어질 거라 여겼던 그가 석판을 아예 산산조각을 내버리자 위부청이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
‘이것 참······.’
육선관의 각 부처의 천호들 또한 황당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들은 사전에 작성된 생도 일지를 살폈었다.
그곳에 기재되어 있던 주운향에 관한 기록은 그야말로 엉망진창 그 자체였다.
그런데 지금 그는 대단한 것을 선보였다.
‘······생도의 수준이 아니군.’
격세석을 부술 정도라면 이는 순수한 내공이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는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부감독관인 각 부처의 금의위 천호들조차도 거의 할 수 없었다.
‘대체 뭐지?’
‘여태껏 실력을 감췄던 건가?’
천호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들과 마찬가지로 금의위 선발 과정을 총감독하는 이인 중 한 명인 육천호 채호성 역시도 적잖게 놀랐는지 운향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채호성이 옆에 있는 육천호 소예린을 쳐다보지 않고서 넌지시 물었다.
“알고 있었나?”
이런 소예린의 말에 옅은 미소만을 보였다.
그녀의 반응에 채호성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자신조차 주운향이 무위를 숨겼는지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가 알아차렸다는 것은,
‘······소예린 네가 나보다 한 수위라는 것인가?’
지금까지 그녀의 무위가 자신과 동급이거나 약간 아래라 짐작했던 그로서는 이것이 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차기 남진무사의 자리를 노리는 금의위로서 경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막 천호. 결과를 발표하게.”
육천호 채호성이 적막을 깨뜨리고 말했다.
이에 바로 앞에서 깨진 격세석 석판의 파편 조각들을 털어내던 사선부의 천호 막명보가 크게 소리쳤다.
“생도 주운향. 격세석 완전 격파. 일석!”
이 결과에 대기 중이던 생도들이나 탈락조, 합격조에 있는 생도들 모두가 여전히 여운이 가시지 않는지 그저 놀란 눈으로 주운향을 지켜보았다.
“하······. 황궁에도 괴물 같은 녀석이 있었군. 안 그렇냐?”
“······.”
혀를 내두르는 섭춘의 말에 몽무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도 꽤 충격을 받았다.
주군인 목경운과 같이 약관도 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단한 수준에 이른 자는 거의 전무할 거라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세상은 정말 넓었다.
이런 괴물 같은 놈이 다른 곳도 아니고 이런 황궁에 있었다니 말이다.
그러는데 섭춘이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주군 차례다.”
“아.”
그의 말대로 목경운이 차례가 되었는지 석판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일부 생도들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목경운도 천지회의 후기지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실력이 없는 탈락자들이나 내공 수위가 낮은 생도들이었고, 감독관들이나 상위 결과를 낸 생도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 녀석은 그나마 천지회 후기지수 중 평범한 축이군.’
‘그 두 녀석보단 약하다.’
‘합격은 무난히 해도 두각을 낼 정도는 아닌 듯하군.’
그것이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기감으로 느끼는 목경운은 고작해야 완숙한 절정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상급반 생도들보다는 우위였다.
단지 천지회나 상위권 생도들과 비교하면 아래라고 여길 뿐이었다.
그렇게 목경운이 격세석 석판 앞에 섰다.
“시작해라.”
목경운의 조를 심사하고 있는 이선부의 천호 시우량이 말했다.
‘아마도 두 촌에서 두 촌 반 정도이려나.’
그가 짐작하기로는 그랬다.
그때 목경운이 격세석 석판을 보며 입을 열었다.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움직이지 않는 돌덩이에 흠집을 내는 게 굳이 큰 의미가 있을까요?”
이 말에 천호 시우량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런 소리는 석판에 흠집이나 제대로 내고 해라. 생도.”
상위권의 무위에는 미치지도 못하는 녀석이 한다는 소리가 건방지기 그지없었다.
이런 말은 석판을 완전히 깨부순 주운향 같은 놈이 했다면 이해라도 됐을 거다.
‘쯧쯧.’
그러는데 목경운이 석판이 아닌 그 위쪽에 손을 얹었다.
이에 시우량이 경고했다.
“똑바로 해라. 거기가 아니라 석판의 앞쪽 정면에······.”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손을 얹고 있던 목경운이 석판을 위에서부터 움켜잡더니, 이내 손가락 다섯 개로 천천히 아래로 그어 내려갔다.
-크그그그그그.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격세석 석판이 마치 흙을 뭉쳐놓은 것처럼 그대로 파여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
끝
ⓒ 한중월야